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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ㅣ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평점 :
<나도 편식할 거야>의 정이를 보며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그런지,
짧고도 직접적이지만 아이들의 문장을 닮은 문체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유은실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내 위시리스트에 놓여 있었다.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림책이라고 하니,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트료시카,
품 안에 자신을 닮은, 혹은 담은 인형.
작가는 첫째부터 일곱째 막내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정체성을 부여하지만 결국 그들은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이미 늙어버린 혹은 세월을 다 보내버린 듯 하지만
실은 어린 시절의 나를, 청소년 시절의 나를, 중년의 시절의 나를, 그 이후의 나를 서로
겹겹이 싸고 이루어진 나 일거라는 생각이 좋았다.
그 모두를 펼쳐 놓을 수 있다는 상상,
펼쳐진 모두도 각자 품은 꽃이 있었을 거라는 묘사,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가장 안에 숨어있는 막내, 나의 가장 어린 존재를,
지금의 나는 잃어버린 것인지, 잊은 것인지.
놓쳤던 내 유년을 일깨우는 그림책이었다.
-일곱째는 여섯째 품에
여섯째는 다섯째 품에
다섯째는 넷째 품에
넷째는 셋째 품에
셋째는 둘째 품에
둘째는 첫째 품에
일곱 겹의 어둠
일곱 겹의 빛
입 없는 아이를 다시 품었네
가득 차네
가득 차고 넘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