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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ㅣ 비룡소 클래식 55
빅토르 위고 지음, 조르주 앙투안 로슈그로스 외 그림,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22년 12월
평점 :
노트르담 드 파리
레 미제라블
웃는 남자
뮤지컬로 잘 알려진 세 작품은 모두
프랑스 거장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이면서 정치가이기도 했던 빅토르 위고는
위의 세 작품을 정치 3부작이라 일컬었다.
귀족 계층을 다루는 소설(웃는 남자)
왕정을 다루는 소설(파리의 노트르담)
혁명을 다루는 소설(레 미제라블)
오늘 읽은 책은 귀족계층의 모순된 삶을 비판하는 <웃는 남자>이다.
어두운 바닷가,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납치되었다 놓인 아이는
한 겨울의 눈보라를 헤치고 나아가다
죽은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고 품에 안는다.
그리고는 기적처럼 운명처럼 만나게 된 떠돌이 우르수스와 늑대 호모의 집에서 살게 된다.
입이 찢어져 웃는 얼굴을 가진 그윈플레인과
죽음의 눈밭에서 빛을 잃고 눈이 먼 데아는 오누이처럼 자라지만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추한 그윈플레인의 모습 뒤에 숨은 진실함을 알아보는 건 오직 눈먼 데아였고,
그런 데아의 사랑을 그윈플레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콤프라치코스에게 팔린 그윈플레인은 사실 '퍼메인 크랜찰리 경'이었고,
그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알수 없는 곳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윈플레인과 데아의 사랑 옆에 놓여있던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이
왜 그곳에 놓여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부터
작가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며 무릎을 치게 된다.
그윈플레인은 이제 퍼메인 크랜찰리 경으로 살게 되는 걸까?
그윈플레인이 상원 의원들에게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내가 누구냐고요? 나는 비참 그 자체랍니다. 의원님들,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p.261
...
"의원님들, 당신들은 높은 곳에 있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된 데는 하느님도 다 뜻이 있다고 믿어야겠지요. 당신들에게는 권력이 있고, 사치, 기쁨, 한계 없는 권위, 남들과 나누지 않는 즐거움, 타인들에 대한 거대한 망각이 있습니다. 됐어요. 하지만 여러분 아래에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의원님들, 제가 여러분께 한 가지 소식을 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인류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p.261
...
"저는 저 깊은 밑바닥에서 온 사람입니다. 의원님들, 당신들은 위대하고 부유합니다. 저는 그런 당신들의 행복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그 행복은 타인의 불행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다른 이들의 헐벗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의원님들, 저는 잃어버린 대의 명분을 옹호합니다. 여러분은 놀라겼겠지만,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는 광대였는데, 오늘 저는 상원 의원입니다. 여러분께 제 이름은 퍼메인 클랜찰리 경이지만, 제 진짜 이름은 가난한 자의 이름인 그윈플레인입니다. 저는 왕에 의해 귀족들의 천으로 재단된 천민인데, 그게 왕에게는 기분 좋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보았던 것은 교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법이었습니다. 두 번째 것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돈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죽어 가는 아기의 모습을 한 미래였지요. 네 번째는 동료이자 친구라고는 한 마리 늑대밖에 없는 떠돌이의 모습을 한 선, 진실, 정의였습니다." p.262
웃고 있지만 웃을 수 없었고,
웃지 않았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던 그윈플레인의 말을 들으며
불쌍한 상원의원들은, 웃는다.
그윈플레인은 다시 그린 박스로 돌아온다.
우르수스와 호모와 데아를 다시 만난다. 하지만.....
캄캄하던 바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다시 캄캄한 바다로 이어진다.
추악하지만 숭고했던 그윈플레인과 데아의 사랑
호평과 혹평 속에서도
다른 여러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는 점
(배트맨과 맞서는 세기의 악당 조커..가 웃는 남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거! 애들아 알고 있니? 이걸로 꾀어 볼까?)
17-18세기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윈플레인이 맞섰던 정치적 현실과 달라진 점이 크게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웃는 남자>는 유효한 것이 아닐까
초등학생들이 읽을 고전으로 뭐가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기도 하고,
초등학생 대상으로 다양한 독서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마다의 독서 취향이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처음 고전에 입문하는 아이들이라면 시공주니어 클래식을 추천한다.
보다 앏게 축약되어 있는 편이라, 쉽게 들 수 있고,
(일단 두꺼운 벽돌책을 초딩들은 싫어한다. 이야기에 맛을 들인 다음에 벽돌책을 추천할 것!! 그럼 군말없이 읽는다. 재미있으면 쪽수가 상관 없다는 걸 아니까)
일러스트적인 면에서도 초등 아이들에게는 친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에 맛을 조금 들였다면, 그래서 고전을 본격적으로 읽고 싶다면!
비룡소 클래식으로 넘어오는 게 좋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등 학생들이 읽기에 부담없는 폰트 사이즈와 줄간격,
큰 테두리에서 이야기가 훼손되거나 흔들리지 않고 잘 축약된 것이
비룡소 클래식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공주니어 클래식이 동화책에서 많이 봤던 목록들을 고전으로 만날 수 있다면,
비룡소 클래식은 보다 소설책에서 많이 봤음직한 목록들을 고전으로 찾을 수 있다.
청소년들의 수준있는 고전격이랄까?
얼마 남지 않은 겨울방학?
아직 많이 남은 겨울방학!
비룡소 클래식으로
고전의 세계에 살~짝 발을 들여놓아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