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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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딸아이가 화장실 귀신인 측신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나더니

물귀신 동화를 쓰고 싶다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딸아이는 5학년.. 꼬꼬마이다.)

그런데 그 컴퓨터에서 '물귀신'을 따라간 아이의 이야기 <오늘의 할 일> 서평단 모집 안내를 보았으니,

내가 신청해야 하는가, 안 해야 하는가

신청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오늘의 할 일>이 내 손에 들어왔다.

가느다란 풀 빨대를 물고 웃고 있는 이 친구, 무얼 하고 있을까?

- 웃고 있는 미소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

- 단발머리가 단정한 것이 장난이 아니다. 칼단발인걸 보면 엄청 깔끔한 것 같다.

-풀숲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 (똥싸나? - 애들은 똥을 참 좋아한다. ㅎㅎ)

- 물고 있는 풀빨대가 스쿠버 느낌이다.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우리 동네에 있는 광주천 징검다리와도 닮은 곳에서

단발머리가 과자 봉지를 끄집어 내고 있다.

막대로 휘휘-

캔도 건져내고

검은색 봉지.... 아이고


아니고, 물귀신!!!

물귀신은 친절(?)하게도 풀빨대를 입에 물려서 - 숨은 쉬라고 ㅠㅠ

물속으로 단발머리를 데려간다.

초록색이었던 물은 어느새

파란 색으로 바뀌고

대장 물귀신을 만나게 된다.

"반가워요. 오늘의 어린이.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알고 보니

물을 깨끗하게 하는 물귀신들이었다.

단발머리도 물귀신들을 도와 "오늘의 할 일"에 참여한다.


아기 물귀신을 돌보고,

어린이 물귀신들과 배우고 놀며 시간을 보낸다.

단발머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물 밖으로 나온 단발머리는

물 속으로 가기 전 건져두었던 쓰레기를 들고 다시 어디론가 향한다.

단발머리가 가고 난 후

또 다른 어린이가 징검다리에 올지

단발머리가 다시 오게 될 지

온다면 어떤 어린이가

또 어떤 '할 일'을 가지고 올지 기대된다.

SDGs 와 연계해서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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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색빛 웅진 세계그림책 264
로라 도크릴 지음, 로렌 차일드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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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로렌 차일드 그림이 익숙한

<오늘은 회색빛>이다.

온통 기분이 회색빛인 날,

무얼해도 마음에 들지 않고

심드렁 하기만 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

꼭 비오는 날이 아니어도

마음에 호우주의보라도 내릴 것처럼 우울하고 기운 없는 날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지만

묻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여주고,

그 역시 '너'라고 말해준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기다려주고,

다독여 주는 엄마의 모습이

우리 엄마 같았다.

나도 우리 엄마만큼 나이를 먹은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의 따뜻함과 기다림을 기다리는 걸 보면서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넓은 마음의 엄마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섣부르게 묻지 않고

다급하게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 사람이

엄마 말고 또 있을까

앞 장의 빛이 뒷장으로 이어지고,

점점 여러가지 색을 비추면서

마음의 색이 한가지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참 좋았다.

딱 한가지 색으로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내 마음이지만 나도 모르게 복잡한 순간들이 있을 테니

어쩌면 회색도 회색 하나로 이루어진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좋아서 슬프고, 슬프지만 아름다울 때도 있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게 드러난 회색빛이 거두어 지고 나면

그 다음엔 다른 빛이 물들 수 있도록 해주어야지.

더 밝고 맑은 빛이 드러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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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맹순과 오수아 작은책마을 58
은영 지음,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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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만한 녀석들이 무슨 사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하맹순과 오수아는 단짝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 남자(한별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둘은 매일 한별이를 서로에게 양보하라고

좋게 말하다,

윽박지르다,

부탁하고 애원하다,

집에 간다.

ㅋㅋ 이건 거의 일상 놀이에 가깝지 않나 싶다.

한별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게 맹순이와 수아의 오늘 할 일 일지도!

맹순이의 동생 맹도가 따라 나서는 것을 떼어내려던

맹순이와 수아는

자전거와 부딪히게 되고,

수아 팔이 부러지게 된다.

아파서 엉엉 우는 수아 옆에서 미안한 마음에 더 엉엉 우는 맹순이..

아.. 어린이들 마음은 이렇지.. 싶었는데

"그러니까 내가 강한별 좋아해도 되지?"

아차차, 맹순이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노리는 수아의 멘트는

동심에 대한 기대를 와장창 깨부수어 버렸다. ㅎㅎ 역시 요즘 아이들이란,,

그나저나 사랑은 우정보다 강한걸까?

얼떨결에 수아에게 사랑하는 한별이를 양보했지만,

맹순이의 사랑(?)은 한결같고,

한별이의 이상형이 벌레를 잘 잡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맹순이는

빵을 덕지덕지 묻히고 다니는 훈이를 향해 날아드는 벌을 잡게 되는데...

어린이들만이 가진 엉뚱함 속에 묻어나는 맹순이와 수아의

요절복통 코미디 같은 사랑 쟁탈전!

맹순이와 수아 둘 중 누가 한별이의 마음을 사로잡게 될까?

(차마 말할 수는 없지만.. 단언컨대 끝까지 읽으면

우연히, 그것도 무의식중에 뱉은 한 마디의 나비효과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

맹순이와 수아의 요동치는 마음,

쪼꼬만 녀석들의 귀여운 이야기

이번에 나온 <단짝친구 차지하기 대작전>과 같이 읽고,

내 단짝 친구 소개하기,

단짝 친구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 이야기 나누기

내가 만약 인물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사랑이냐 우정이냐)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은

<하맹순과 오수아> 였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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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양말이 사라졌어 스콜라 어린이문고 41
황지영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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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내도 돼! 엄마, 흘릴 눈물은 흘려야 된대." (103쪽)

이 한 마디가 내게 가장 와닿았다.

나는 울어야 하는 순간을 자꾸만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만 살면 되던 때는 떠나온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나는 원래 울보였다.

밖에 나가려는데 집 열쇠가 보이지 않아도,

용돈을 받아 잘 숨겨둔다고 챙겨둔 지갑이 보이지 않아도,

곧잘 울었다.

밤늦도록 아빠가 오지 않아서,

오빠가 잘못한걸 엄마한테 들켜서 혼나도

내가 울었다.

나는 눈물 도깨비였는지도 모르겠다.

규리는 할머니가 떠준 귤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렸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으니, 이제 더 이상 귤 양말은 없다.

규리는 그 양말 한짝을 찾으려다 눈물도깨비 루이를 찾고 만다.

루이는 슬픈 인간의 양말 한짝으로 그 인간의 슬픔과 눈물을 닦아

눈물이 인간을 삼키는 일을 막아주는 도깨비이다.

규리 말고도 엄마에게도 삼킨 눈물이 있다니.

규리는 눈물도깨비의 귤양말을 받아두기로만 했지만 약속을 어기게 되고,

귤 양말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온 교실을 삼켜 버리게 되면서

규리는 친구들과 함께 루이가 사는 도깨비 마을로 가게 된다.

할머니를 잃고, 단짝 친구를 잃고

무언가 맥이 빠지고 힘 없이 슬픔에 잠긴 규리를

루이는 도와줄 수 있을까?

규리 때문에 형벌을 받게 된 루이를

규리와 친구들은 구해낼 수 있을까?

<인사이드 아웃>에서 천덕꾸러기인 줄로만 알았던 슬픔이가

사실은 기쁨 뒤에서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지 깨달았던,

빙봉이 울던 장면이 생각났다.

- 그래, 슬펐겠다.

웃기게 만들려는 기쁨이의 노력보다

슬픔이의 그 한 마디가 가져다 주는 고마움과

우는 내 곁에 조용히 앉아 기다려주는 위로가.

규리는 귤 양말 없이도 괜찮을 수 있을까?

나의 귤 양말은 무엇인지,

나의 위로와 눈물의 끝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귤 양말이 사라졌어> 였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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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심 -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경이의 순간은 어떻게 내 삶을 일으키고 지탱해주는가
대커 켈트너 지음, 이한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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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외심을 느꼈던 때는 언제일까?

자연물을 보았을때?

장엄한 음악을 들었을 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끝날 것처럼 끝나지 않던 산길 끝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을때,

축제 현장에서 하나가 되어 무언가를 이루어 냈을 때

기뻤고, 즐거웠고, 놀라워서 감탄하기도 했지만

경외심을 느꼈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기분이었다.

무딘 편이라고 하기에 나는 (남들이 생각하고 보는 것보다) 눈물이 많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평소에는 흔히 느끼기 어려운 감정,

동시에 아직 실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감정

경외심

인간 정서의 대가라는 대커 켈트너는

동생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경외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경외심이란 무엇인지 면밀히 탐구하기 시작했다.

책에서 경외심은

분석된 결과로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로 나아간다.

단순히 경외심이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삶을 보다 밀도 있게 살 수 있을 것인가를 살핀다.

과학자로서 만난 실험군들에 대한 일지처럼 보이지만

분명 필자는 한 인간으로서 경외심을 느낀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살피며

경탄하고 있었다.

경외심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수없이 느꼈던 감정들의 순간 순간에

슬몃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도 했고,

다른 감정으로 읽히기도 했으며,

모른체 지나치기도 했었다.

마치 라일리의 삶에서 당황(embarrassment)이와 따분(ennui)이가

<인사이드 아웃>에서 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처럼

내 경외심은 미약한 정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보다 느끼고

보다 표현하는 삶이

보다 나은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줄 거라는 믿음,

한 번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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