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폴란드의 두 작가 아가타 투신스카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게토의 생존자 조시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느 홀로코스트의 이야기와는 다른 회고록인 셈이다.

어둡고 암울한 시기를 살아낸 어린 아이의 이야기이지만

조시아는 인형 주지아와 엄마가 있어 괜찮았다.

조시아는 게토의 벽이 세워진 후

어떤 집 지하실에서 숨어 살게 된다.

엄마는 선생님이자 사회주의자로

나치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한편 지하실에 숨어서 온종일을 보내는 조시아가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애쓴다.

시간이 될때마다 조시아에게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해주고,

마로니에 열매며, 석탄을 가져다 조시아만의 세계를 그려준다.

조시아는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했지만 외롭지 않았다.

나는 왜 엄마가 밖에 나갈 때면 나한테 가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난 나가야만 해, 알았지? 조시엔카, 내 사랑하는 딸. 내 작은 태양. 내가 나가도 되지? 엄마가 지금 나가지만 꼭 돌아올 거야, 엄마는 항상 너에게 돌아와." 그러면 나는 울면서 말했다. "네, 네, 엄마. 가도 돼. 좋아, 가." 그런 다음 나는 주지아에게 말했다. "넌 바보야. 왜 소리를 질러, 왜 울어. 너무 크게 울면 안 된단 말이야. 독일인들이 들으면 좋겠어? 여기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는 건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 조용히 해! 봐, 여기 우린 자코파네에 와 있어." 그렇게 계속 말하며 나는 주지아를 달랬다. (p.26)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점차 가까워 진다.

엄마가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고,

더 이상 지하실에 숨어 지낼 수 없게 된다.

조시아는 여러 집으로 떠돌게 되고,

다시 만난 엄마는 예전 같지 않다.

오른쪽 눈이 없었고, 상처가 난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 냄새가 맞았고, 우리 엄마처럼 말했다. 나를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나는 무릎에서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는 같이 가자고, 이제 다시는 혼자 남겨 놓지 않겠다고, 오래 설명했다. 그제야 나는 그러자고 했다. (p.39)

같은 시대(시간)를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분명 유대인들에게 참혹할 시간이었을테다.

하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조시아의 시간은 참혹하지만은 않았다.

애틋했지만 따뜻했고,

외로웠지만 기다릴 수 있었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오니까.

반 백년이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할머니가 되어버린 조시아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지금에 놓여 있는 듯 하다.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소용돌이 안에서

아이와 엄마가 할 수 있었던 그 때의 최선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읽는 이는 결코 담담할 수 없는 이야기.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