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진심
이민주 요리, 이지현 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식은 삶에 밀접해 있고 기분을 대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매일 먹는 밥상에서 자주 위로를 얻는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면서

그릇 안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와 마음들을 가만히 살펴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좋은 레시피를 공유받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직접 따라 조리해 볼 생각에 들뜨기도 한다.

대단히 화려한 밥상이 아닐지라도

그 안에 담긴 찐 사람내음이 좋아서

글과 요리가 잘 찰떡인 완벽한 페어링을 이루는 듯하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는 고구마 밥상이 나온다.

가난한 시인의 아내는 집에 쌀이 떨어지자 고구마로 그날의 끼니를 만든다.

그러면서 이런 가난한 시간도 있어야 나중에 얘깃거리가 생긴다면서

무안해 하는 남편을 위로한다.

마음 쓸쓸하지만 두 사람에게 먼 훗날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면 현재도 행복할 것이다.

p51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구마 요리 중 ‘고구마 빠스’는 단연코 1위다.

달콤 찐득한 고구마 빠스는 가끔 즐겨먹는 간식거리인데

은근히 시럽이 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하기에

생각보다 간단한 건 아니다.

군고구마만큼 맛있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해마다 박스 채로 여러 번 구입해 먹는다.

요즘은 간단히 에어프라이어로 굽는 시간만 설정해두면

촉촉하고 맛있는 꿀고구마가 완성되기에

더없이 편안한 호사를 누린다.

고구마가 소박한 음식으로 생각되어지는

이에 얽힌 이야기들이 사뭇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그 안에 담긴 행복감이 음식으로 통할 수 있다는 건 대단히 멋진 일이다.

우리가 자주 하는 일을 ‘밥 먹듯 하다’고 말하듯이,

스페인은 ‘매일의 빵이다’라는 관용어를 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스페인도 “배가 불러야 마음이 행복하다”라고 하니 흥미롭다.

먼 거리의 두 나라지만 밥을 먹는 식성이나,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흡사한 면이 많다.

먹는 일이란 그만큼 삶을 가장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p149

오징어를 워낙 좋아해서 자주 오징어 요리를 만들지만

오징어 먹물을 가지고 조리를 해본 적은 없다.

당장 해보고 싶은 요리 중에

‘오징어 먹물 파에야’가 나에게 딱 꽂혔는데

단순히 먹물만 첨가해서 넣는 건데 해볼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고소하고 짭짜롬할 그 맛이 연상되기에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거기에 뽀얀 빛깔의 카르보나라 파스타까지 더한다면

근사한 한상 차림이 완성으로 손님 맞이 음식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파스타가 등장할 당시에 손으로 집어 먹어서 품위 없는 음식으로 간주되었다고 하는데

기계의 발명으로 건파스타가 만들어지면서

포크로 탁 찍어 말아 먹는 세련됨을 더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리에 담긴 각기 다른 사연과 따스한 온기로 가득한

소소한 뒷 이야기들까지 정말 요리에 진심인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음식 이야기를 읽는 중간 중간

오늘 저녁 메뉴를 다른 때보다 즐겁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음식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가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는 가슴 따뜻해지는 봄을 만난 기분에 들떠

오늘 저녁엔 당장 노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호박수프로 당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윌리엄 블레이크, 마음을 말하면 세상이 나에게 온다 - 윌리엄 블레이크 시와 아포리즘 마음으로 읽는 클래식 시리즈 1
윌리엄 블레이크 지음, 김천봉 편역 / 아이콤마(주)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 속에 담긴 신과 인간의 정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문학의 정수와

값진 경험을 한 권의 시집 속에서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윌리엄 블레이크, 마음을 말하면 세상이 나에게 온다 - 윌리엄 블레이크 시와 아포리즘 마음으로 읽는 클래식 시리즈 1
윌리엄 블레이크 지음, 김천봉 편역 / 아이콤마(주)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윌리엄 블레이크.

신곡의 삽화를 그린 사람으로 먼저 알고 있었던터라

시인으로 만나는 그의 작품은 사실 처음이기도 했다.

삽화만으로도 대단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분으로 느껴질만큼

그의 인생 이야기도 궁금해지기도 했다.

네 살 때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민 하나님을 보았고,

아홉 살 무렵엔 천사들을 보았다는 그는

당대엔 관심을 받지 못한 인물이었다.

분명한 자기 세계 속에 갇혀 거침없이 작품으로 토해냈던 그의 취향이

지금은 굉장한 희소 가치를 남긴 대단한 작품들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의 시는 결코 쉽게 읽혀지는 시가 아니다.

여러번 곱씹어 읽게 되기에 단숨에 책장을 넘기기 힘들다.

고운 아가, 너의 얼굴에서

성스러운 형상이 보이는구나.

옛날에 고운 아기님, 너를 창조하신 분도

너처럼 누워서 나를 위해 울었단다.

그분이 자그마한 아기였을때

나를 위해, 너를 위해, 모두를 위해 울었단다.

네가 부디 그분의 형상을, 너에게

미소하는 거룩한 얼굴을 만나기를-

P64

가장 숭고한 행동은 자기보다 타인을 앞에 세우는 것이다.

바보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고집하면 현명해질 것이다.

어리석음은 속임수의 외투다.

수치심은 긍지의 외투다.

P144

영엄한 신비가 느껴지는 인간과 신의 존재와

우리 인간들의 정체성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자장가>라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가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달콤한 미소로 이를 반기며 살피게 되는 나의 시선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신과 천사의 모습이

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걸 보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살짝이 엿볼 수 있었다.

<지옥의 격언>에서는 모든 감각 대상들에

신령과 악령을 부여하여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자극을

떠올릴만한 생각의 여지를 선사한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단히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시의 이야기 속에서 여러 신념들이 녹아있어

여러번 곱씹어보며 생각하게 만든다.

대단한 찬사를 얻고 있는 위대한 예술가인 그를

시의 다양한 작품 세계 안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양한 감각들이 아직 나에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가볍게 탐독할 수 없어 더 매력적인 작품임은 분명하다.

시 속에 담긴 신과 인간의 정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문학의 정수와

값진 경험을 한 권의 시집 속에서 느껴보길 권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을 수 없는 존재의 MBTI - 명작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임수현 지음, 이슬아 그림 / 디페랑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 작품 속 인물의 매력적인 분석이 더해지는 흥미로운

MBTI의 세계를 파악해보는 흥미진지한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을 수 없는 존재의 MBTI - 명작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임수현 지음, 이슬아 그림 / 디페랑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BTI가 관심사로 급부상하면서

가족 모두 성격유형검사를 해본 적이 있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꽤나 정확하게

조금씩 다 다른 유형으로 분석된 결과를 보고

유형별 특징을 살펴보면서도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는 ISFJ 유형으로 늘 나오는데

좋은 면으로는 따뜻하고 친근하며 책임가있고 인내력이 강하다고 한다.

타인을 위해 배려할 줄 알고 묵묵히 헌신하는 유형이라고 하는데

이타주의적인 성향으로

믿음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을 보인다고 하는데 제법 잘 맞는 것 같다.

관계에 있어서 상대의 성격유형도 궁금해서

주변에선 많이들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고전 속 인물들의 성격유형을

파헤쳐보는 접근은 굉장히 참신하고 흥미로운 주제일 수 밖에 없다.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성격 유형을 재미있게 풀이해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다양한 유형의 인간들을 파악하다보면 여러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접근들이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나와 성격 유형이 제일 먼저 궁금해서 차례와 상관없이

유형별로 관심이 가는 작품과 인물을 살펴보았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레고르 잠자.

인간 실존의 비극을 다루고 있는 <변신>이란 작품 속에서

헌신적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책임감과 인내력이 강한 면을 보이는 인물이다.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리자 가족들의 냉담함과

존재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받아들이지 못해

비극을 떠안게 되고야 만다.

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한 채 존엄성을 상실하고 ‘돈 버는 기계’가 되어 버린 인간 존재.

가족조차도 자본주의적 평가 기준의 예외가 아닌 것이다.

카프카는 인간들이 물질 앞에서 그 존재 가치를 스스로 내려놓은 채

껍데기만 남은 벌레가 되어 버렸다며 날카롭게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P320

그레고르의 죽음에 집약된 수단으로 이용된 인간의 이기심을 보면서

시대 고발적인 현실을 비판하고자

혐오스러운 벌레로 변신한 모습이 처하게 되는

평가 절하와 혐오에 대한 엄준한 목소리를 묵묵히 살펴보면서 깨닫는 바가 크다.

아직 다 완독하진 못했지만 늘 버킷리스트로

완독하고 싶은 책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품 속 인물 마르셀은 어떠할까.

책에선 예민한 감수성과 섬세한 관찰력,

풍부한 상상력과 타고난 디테일의 최강자라 소개한다.

작품의 서사를 끌어가는 동력원이

마르셀의 기억력이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성격유형의 내향감각에 가장 최적화 되어 있으며

세심하고 디테일함이 살아 있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구연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다소 자유분방한 알베르틴과 위태로워보이는 관계로 보여졌던 건

두려움과 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어 동거 생활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림을 한편으론 이해 가능했다.

완전한 소유를 꿈꿨지만 이와는 상반된 알베르틴을

가슴에 품지 못해 괴로워했던 마르셀이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회상이란 시간 속에 추억을 곱씹으며 아름답게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잃어버린 시간은 존재한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인생의 여정에서 귀한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올 때,

회상과 성찰을 통해 빈 부분을 채워 넣을 힘을 우리 모두 갖고 있으니까.

마르셀처럼 삶의 매 순간 섬세한 관찰력과 기억력,

그리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p331

타고난 성향과 취향이 너무나 다르기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문학 속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나와 성격과 기질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이렇게 작품 속 인물의 이야기를 분석해 풀어나가며 설명해두니

묘하게 끌리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사뭇 달라진 기분이다.

나와 다른 유형을 파악해보고

조용히 강점과 약점을 살피며 인물들을 바라보니

미숙함을 받아들이는 것에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대를 알게 되고 나를 파악할 수 있는 서로의 성격유형이 미치는 영향이

삶을 살아가는데 좋은 시너지로 쓰일 수 있다면

이해하지 못할 관계를 풀어가는 좋은 해답이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생의 다양한 스토리 안에

타고난 성격 유형의 특성을 가지고

저마다의 색으로 살아가는 내밀한 모습을

풀어 해석해 줌으로 더 인물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문학 작품 속 인물의 매력적인 분석이 더해지는 흥미로운

MBTI의 세계 속에 함께 빠져보시길.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