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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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이야기꾼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소설을 만나보았다.

전작인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에 이어

3부작의 마지막인 신간인 <우리 슬픔의 거울>이다.

끔찍한 전쟁의 참혹함을 잘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 내면의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인물’에 주목하며 읽어 나갈 필요가 있다.

루이즈, 라울, 가브리엘, 데지레, 페르낭이란 인물들이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여정들을 걸어가고 있다.

카페 종업원인 루이스는 나이 든 의사에게서

단지 옷만 벗어달라는 매춘의 냄새가 나는 제안을 수락하고

호텔방에서 옷을 벗게 되는데,

순간 의사는 준비한 총으로 자살을 하게 되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카페 주인 쥘 씨를 통해 숨겨진 사연을 듣게 되며

라울이라는 이복 동생의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된다.

전시 상황에서 군인인 라울과 가브리엘은

뭔가 어긋나 보이는 이 둘의 조합이 위태로워 보이긴 했는데

온갖 부정한 행동을 일삼으며 악행을 저지르다

탈영병 신세를 지고만다.

작품 속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인 데지레.

변호사와 공보관, 신부님으로 신분을 계속 바꿔가며

사기꾼의 면모를 보이지만 뭔가 캐릭터가 묘하게 끌리면서 정의롭게 느껴진다.

성자의 길을 걷게 되는 데지레의 모습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함이 묻어나지 않는 신부의 모습을 잘 소화하고 있다.

헌병 대원 페르낭 역시 의문의 가방을 얻게 되어

운명의 수레가 쉼없이 굴러가게 된다.

부유한 이들의 탈출은 이미 며칠 전에 끝났고,

지금은 그렇지 못한 이들의 군복 차림의 병사, 농부, 민간인, 장애인 들이

뒤섞인 잡다한 무리를 이루어 힘겹게 걷고 있었다.

한 시청 차량에 탄 어느 유곽의 매춘부들, 그리고 양 세 마리를 몰고 가는 목동 등

도로 위엔 그야말로 온 백성이 모여 있었다.

갈가리 찢기고 버려진 이 나라의 모습 자체인 이 피란민의 물결 속에서 자동차는 천천히 덜컹거렸다.

어디에나 얼굴들, 얼굴들이 있었다.

어떤 거대한 장례 행렬 같다고 루이즈는 생각했다.

우리의 슬픔과 우리의 패배의 가혹한 겨울이 된 거래한 장례 행렬이었다.

p458-459

주여! 당신은 우리 육신의 양식을 주실 뿐 아니라 우리 영혼의 양식도 주시나니,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가 타인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다른 타인을,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보게 되는 타인을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당신의 마음을 열어 주셨듯이,

우리로 하여금 그에게 우리 마음을 열도록 도와주십니다.아멘!

p588

전쟁의 무자비함 앞에서 생존에 굴복하고 악탈과 만행,

권모술수를 일삼는 모습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선과 악은 공존한다 했던가.

타락한 인간 본성과 공권력의 압박, 피난길 속에서의 혼란스러움.

그렇지만 서로 연대해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간의 온정을 발견하고

각기 다른 인물들이 묵묵히 걸어가는 여정들을 살피다보면

흩어진 희망을 하나로 모으는 불씨를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전쟁이란 소재 자체가 주는 비극과 공포,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낼 수 없겠지만,

그 속에서도 유머를 던지는 가벼운 농담이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어

특유의 매력이 묻어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사람을 통해 희망이 피어나는 모습은

절망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어서 감격하게 된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애는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아프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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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브이 안전가옥 오리지널 23
박서련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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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소망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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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브이 안전가옥 오리지널 23
박서련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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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나보게 된 박서련 저자의 신작 장편 소설에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SF라는 장르 소설을 낯설어하는데는

자주 접할 기회가 적어서이기도 했지만

모처럼 매력적인 우람이란 캐릭터에 푹 빠져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2037년을 배경으로 로봇화가 자리잡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학생 우람이란 주인공은 천재 공학도로 불리운다.

이란성 쌍둥이 오빠인 보람이 있는데

우람은 오빠의 이름을 빌려 거대한 로봇 브이에 탑승할

파일럿을 뽑는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이 오디션은 참가자 조건 중 하나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조금 불편한 시선으로 봐라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우승한 후에는 필연적으로 본명과 성별을 밝혀야 한다는 사실 또한

우람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등 쓸데없는 성별 규정 같은 걸 도대체 누가, 왜 만든 걸까.

어떤 원시인이 로봇 파일럿이 남자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한 걸까.

아무리 고심해도 결론은 같았다.

우람은 내심 각오하고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을 할 텐데, 그러면 모든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는 것.

그로 인해 기껏 쟁취한 파일럿 자리를 반납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람의 우승은 남자만이 거대기체 조종석에 탈 수 있다는

한심한 발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증거가 될 터였다.

p139

자격이 없는 것을 알고도 출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원래 내 것이어야 할 자리를 내가 차지하겠다는데 그게 그리 대단한 도전인가.

그렇게 나쁜 일인가.

무슨 크나큰 죄라도 되는 양 굳이 ‘결격사유’로 정의해야 하는가,

실력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나의 성별을.

p215

12만 명의 지원자 중 100명의 본선 진출자 중 본선 진출 1위를

당당히 거머쥔 우람.

최종 우승자의 영광을 향해

이를 악물고 달려가긴 하지만

끝까지 오디션의 긴 여정을

자신이 여성임을 숨긴채 긴박함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다 쏟는 우람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조건이 완벽한 파일럿을 선발하는 기준이

남성이어야 하는 전제조건은 그야말로 씁쓸함을 던진다.

차별적 조건 속에서 공평하게 겨두고 싶었던 우람의 마음이 전해지니

읽는 내내 오디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열정과 마음을 다 쏟아내는 그녀를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최후의 3인으로 오르기까지도 얼마나 마음을 조리게 되는지 모른다.

우람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면서

끝까지 책과 호흡하며

여러 갈등과 위기 상황속에서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던 뛰어난 의지력과

독보적인 전문성을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좀 더 공정하게 심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더 확장된 세계 안에서 맘껏 자유로워지길 희망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엔

공정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얽힌 실타래가 풀린 상태로 거리낄 것이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담담히 책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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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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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들이 다채롭고

생각을 이끄는 방향이 매우 신선해서

이제 쓰고 싶지 않느냐는 반문을 슬며시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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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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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달래는 방법으로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는

서문의 글을 보면서

나에게도 이 같은 치료와 처방이 글이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써낸 글을 읽기만 했지

써봐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지만

당장 실천에 옮기기란 상당히 주저되는 건

나를 마주할 자신이 그리 없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생각을 집중해보면

여전히도 쓰고 싶은 욕구가 일렁인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오로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또 두려워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조앤 디디온

자전적 에세이는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쓰면서도 자각하게 되고 생각하면서 지나 온 길을 걸어보면서

헤매고 있었던 것들을 자각하기도

해방되고 싶은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야기를 쓰면서 치유되는 과정들을

책 속에서 가만히 살펴보면서

여전히도 용기내지 못했던 두려운 마음들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쓰면서 예리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창의성과 가능성은 써야할 이유를 더해준다.

늘 시작이 어려운 나에게

도입부에서 이야기되어질 글의 길라잡이를 천천히 따라 읽으며

감정의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멈춰섰다.

나의 생각들을 종이 위에 쏟아놓아야 할 것들이

망설여지고 두려워지는게 사실이지만

글로서 해방시켜야 할 감정들에 집중하다보면

뭐든 써내려 갈 것이 분명 있을 것을 확신하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생각만큼 괜찮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언니가 나만 두고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런 엄청난 일에 대해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슬펐다.

오로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만 내가 정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예시는 당신의 잠재의식 또는 심지어 의식이 생각하는 것을 글로 써야,

일단 종이 위에 옮겨야 그 생각이 비로소 당신 것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래야만 그 생각이 겹겹이 쌓인 다른 생각들에 파묻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p45

내 삶의 스토리가 담긴 글을 쓰는 작업에 대한

필요와 이해를 상세히 돕는 호소력 깊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정들이 다채롭고

생각을 이끄는 방향이 매우 신선해서

이제 쓰고 싶지 않느냐는 반문을 슬며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써야 할 핵심을 분명히 전달해주고

쓰고 싶은 마음의 고백들이 담담히 전해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내가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며 이런 저런 핑계와 회피로 숨지 않고

종이 위에 더 분명히 드러날

날카로운 내 마음을 주저하지 않고 마주할 이유들을

좀 더 명확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써야 해소될 부분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쓰는 생활자로서의 모드를 더 분명히 해볼 수 있는 결단을 필요로 한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 써보는 수 밖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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