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의 란 3
암미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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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외모면 외모...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고등학생 '타카미네 란'은 어느 날 같은 반 남학생 '사에키 아키라'를 좋아하게 된다. 여느 남학생들과 다르게 꽃을 좋아하고, 란에게도 차갑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는 아키라에게 점점 마음을 열면서, 란은 아키라와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방법을 모르겠다. 


그러던 와중에 란은 아키라의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상황에서 자신이 아키라에게 사귀자고 하면 눈치 없는 짓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고백을 포기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아키라는 란의 태도가 갑자기 냉랭해진 게 이상하고 속상하다. 그렇게 어색해진 두 사람은 학교에서 주최하는 사생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림 그릴 곳을 찾다가 예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을 발견하는 린과 아키라. 꽃을 보니 마음이 풀어졌는지, 두 사람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음껏 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심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거리를 좁혀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무해하고 덜 자극적인(??) 로맨스 만화를 보는 게 참으로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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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창조 디자인부 2
헤비-조 외 원작, 타라코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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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생겼나 싶은 동물들이 있다. 이를테면 유난히 목이 긴 기린이라든가, 코가 긴 코끼리라든가. 만화 <천지창조 디자인부>는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창조를 하다가 동물을 만들려고 했는데 귀찮아져서 디자인부에 하청을 주었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작품이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먹기에 적합한 동물을 만들어라'라는 주문을 받고 완성한 작업물이 기린이라거나, '몸이 커서 힘은 세지만 너무 무거워서 목도 손도 뻗을 수 없으니 보완하라'는 주문을 받고 채택된 결과물이 코끼리라는 식이다. 발상 자체는 엉뚱하지만, 디자인부 직원들이 회의하는 과정을 보면 의외로 사고 체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서 묘하게 납득이 된다. 게다가 또 이 회의하는 과정이 무척 현실적이라서 직장인이라면 대공감할 듯하다. 


2권에선 '날개 없이 나는 동물'을 만들라는 주문을 받고 고민하는 디자인부 직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날개 없이 난다는 게 가능해?'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용이 등장해서 대폭소 ㅎㅎㅎ 용 말고 날개 없이 나는 동물이 있기는 한지 궁금했는데 있기는 있더라. 이 밖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에피소드가 연이어 나온다('말을 어떻게든 날게 해봐', '줄무늬 동물을 더 늘려 봐' 등등).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2021년 방영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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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신장판 10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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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몸을 가진 만지를 상대로 '불사실험'을 자행하고 있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린은 도우야를 데리고 만지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장소로 향한다. 그곳은 에도의 중심이자 막부의 쇼군이 거주하는 에도성. 린과 같은 평민들은 출입은커녕 가까이 가는 것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린은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낸다. 마침내 성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 린과 도우야는 그곳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사쿠와 만지를 찾아낸다. 


만지를 발견하자마자 감옥문을 뚫고 들어간 린이 만지를 끌어안는데, 이미 그 모습은 맨 처음 부모를 여의고 만지를 찾아와 원수를 갚아달라고 부탁했던 어린 여자애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늠름한 여성의 모습이다. 여성을 유약한 존재, (남성에 의해) 보호받는 존재로 그리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 강해질 수 있는 존재, 남성에 의해 보호받지 않고 남성을 지킬 수도 있는 존재로 그리는 점이 이 만화의 장점이자 내가 사무라 히로아키의 만화를 믿고 읽는 이유다. 


린이 무사히 만지를 구출하면서 불사실험 관련 에피소드도 끝이 나는데, 불사인 사람의 몸을 잘라서 평범한 사람의 몸에 이어붙이면 그 사람도 불사의 몸이 된다는 아이디어 자체도 끔찍하거니와, 실험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몸을 자르고 붙이는 모습이 무시무시했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분명 이런 생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도 모르고(혹은 알았더라도) 실험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터. 어쩌면 지금의 의학도 미래의 인간들이 보기에는 비인간적인 면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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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신장판 9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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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는 불사의 몸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끌려가 잔혹한 인체 실험을 당하고 있고, 린은 어쩌다 보니 한 지붕 아래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도우야와 이사쿠 일행과 얽히게 된 상태다. 딱 보기에도 범상해 보이지 않았던 두 사람은 (린의 원수인) 일도류의 일행이었고, 연약한 소녀인 줄만 알았던 도우야가 엄청난 실력으로 칼을 휘두르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본 린은 깜짝 놀란다. 내심 자신도 도우야처럼 강한 여자 검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나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않았을까.


사람이 죽었으니 순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건 당연지사. 린과 도우야가 정신없이 도망치는 동안, 후방에서 순찰단원들을 막던 이사쿠만이 도망치지 못하고 관아에 잡혀가는 신세가 된다. 집에 도착한 린과 도우야는 한 방에서 자게 되는데, 린은 만지를, 도우야는 이사쿠를 생각하느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악몽마저 꾼다. 날이 새자마자 린은 도우야를 데리고 만지와 이사쿠가 잡혀 있을 만한 곳으로 향한다. 대체 누가 이 무시무시한 사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 걸까.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여자애 둘이서 성인 남자 둘을 구하는 일이 정녕 가능할까.


만화 초반만 해도 만지가 린을 지켜주고 린이 만지의 보호를 받는 구도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린이 부쩍 성장해서 만지가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하러 갈 정도가 된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린 혼자서 국경을 넘어 아노츠 카게히사를 만나러 갔을 때도 그렇고, 린은 주로 만지가 곁에 없을 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크게 성장하는 것 같다(이래서 여자는 혼자 살아야...). 똑같이 사랑하는 남자를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린과 도우야가 콤비처럼 활동하는 모습도 멋지다. 둘의 활약을 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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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재생 이야기
김정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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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생물이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뭔가가 계속해서 생기고 없어지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 박사인 김정후의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는 제목 그대로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발견한 미래 도시의 아이디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가 선정한 10개의 사례를 보다 보면 한국의 도시에도 적용할 만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첫 번째로 고른 사례는 '사우스 뱅크'이다. 사우스 뱅크는 이름 그대로 템스 강변의 '남쪽'에 쌓은 '제방'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다. 산업혁명 이후 전형적인 산업지대로 개발되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의 폭격으로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런던시는 1951년에 열린 영국 페스티벌 이후 사우스 뱅크 주변의 3만여 평 부지를 수변 공원과 예술 행사장으로 개발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낙후되어가는 사우스 뱅크를 되살린 건 인근 지역 공동체다. 이들은 로열 페스티벌 홀과 퀸 엘리자베스 홀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정비하고 주말마다 푸드 마켓을 개최했다. 그 결과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고른 사례는 '테이트 모던'이다. 테이트 모던은 1981년 폐장한 이래 방치된 채 버려져 있던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기존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화력발전소가 기능을 다한 채 버려진 산업용 건물에 불과하지만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완성된 테이트 모던은 내국인과 외국인, 어른과 아이, 직장인과 학생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되었다. 발상의 전환으로 비용 절감을 비롯한 엄청난 효과를 거둔 좋은 사례다. 


세 번째로 고른 사례는 '밀레니엄 브리지'이다. 오랫동안 런던의 주요 명소는 템스강의 북쪽에 몰려 있었다. 무려 18세기 초까지 템스강의 남북을 연결하는 다리는 런던 브리지가 유일했다. 영국 정부는 템스강 남북의 불균형을 해결할 방책 중 하나로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설했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런던의 명소인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인근에 위치한다.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에 들른 후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서 템스 강변을 산책한다. 그 결과 세인트폴 대성당의 관람자 수는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리 하나가 엄청난 경제 효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런던 시청, 샤드 템스, 파터노스터 광장,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 브런즈윅 센터, 런던 브리지역, 킹스 크로스 등의 사례가 자세히 나온다. 여행 책이나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런던을 대표하는 명소들의 역사와 특징에 관한 전문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런던에 가는 사람에게 이 책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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