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야바노 홀리데이 판판야 단편집
panpanya 지음, 장지연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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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panya의 단편집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작가 후기를 보면 일상에서 겪은 사소한 사건이나 문득 떠올린 엉뚱한 상상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는 듯한데, 이번에 출간된 단편집 <구야바노 홀리데이>에도 그러한 영감이 녹아 있는 작품이 다수 실려 있다.


표제작 <구야바노 홀리데이>는 작가가 실제로 필리핀 여행을 다녀와서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시장에서 열대과일 '구야바'를 먹어보고 그 맛에 푹 빠진 작가는, 오로지 현지에서 구야바를 맛보겠다는 일념으로 필리핀 여행을 떠난다. 필리핀에 도착하면 가는 곳마다 구야바가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의외로 구하기가 어려운데... 과연 작가는 대망의 구야바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마시길! 그나저나 오로지 구야바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필리핀에 가볼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까. 나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매달 부록으로 나오는 부품을 모으면 실제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잡지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집을 짓다>), 탁상난로(코타츠)를 사용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학교 책상이 전부 탁상난로로 바뀐 상황을 그린 이야기도 재미있다(<학습 탁상난로>). 이 밖에도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단편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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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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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딱 한 번 가봤을 뿐인 내가, 중국을 지나 실크로드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순전히 이 책 때문이다. 이제까지 실크로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통일 신라 때 혜초 스님이 실크로드를 건너 인도를 순례하고 돌아와 <왕오천축국전>을 썼다는 것 정도였는데, 이 책을 읽고 현재 실크로드에 해당하는 지역이 한때는 동서양의 정치, 경제, 문화가 교차되는 요충지였다는 사실을 상세히 알게 되었다. 책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언젠가 꼭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다.


이 책은 작년에 출간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 1,2권의 뒤를 잇는다. 저자는 이 책을 끝으로 실크로드 답사기를 마무리하고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에 중국의 8대 고도를 중심으로 답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저자의 실크로드 답사기는 '서역 6강'을 아우른다. 서역 6강은 실크로드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한때 번성했던 도시 국가 중에 가장 강성했던 곳을 6개로 추린 것으로, 차사국(투르판), 언기국(카라샤르), 구자국(쿠차), 소륵국(카슈가르), 우전국(호탄), 누란국(누란) 등이다. 저자는 이 중에 현재 역사의 자취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언기국 답사는 생략하고, 천산남로의 투르판과 쿠차, 서역남로의 호탄과 카슈가르, 모랫속에 묻힌 누란을 찾았다.


실크로드는 중국 문화, 인도 문화, 그리스 로마 문화,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용광로 같은 곳이었다. 중심지인 돈황과 신강성은 이 4대 문화가 흘러 모인 곳으로, 신강성의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 현재의 투르판이다. 누란의 미란 유적지의 불교사원 기둥 밑부분에는 부처님 그림이 있는데 등에는 천사의 날개가 그려져 있다. 이 벽화는 과거 선선국(누란의 옛 이름)에 이미 그리스 미술과 불교 미술이 전파되었음을 알려준다. (43쪽)


실크로드에는 수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민족들이 살았다. 흉노, 돌궐을 비롯한 유목 민족과 중원에서 온 민족은 물론이고, 한반도와 동남아시아, 유럽에서 온 사람도 섞여 있었다. 668년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는 이듬해에 고구려 지배층을 현재의 산서성 위쪽 오로도스 지역과 감숙성, 일부는 서역으로도 보냈다. 이때 서역으로 보내진 고구려 유민 중에 훗날 당나라 장수가 되어 실크로드를 개척한 고선지의 조상도 있었다.


유적을 발굴하고 탐사한다는 명목으로 유적을 훼손하거나 도굴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투르판에서 베제클리크석굴 벽에 붙어 있는 거대한 벽화를 떼어간 독일의 르코크와 바르투스다. 그림도 아니고 '벽화'를 통째로 떼어간 것도 어이가 없는데, 그렇게 떼어간 벽화를 끝까지 잘 보관하지 못하고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잃었다니 황망하다. 공동체의 귀한 보물을 잃은 위구르인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대체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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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시작은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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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 <기억술사>의 작가 오리가미 교야의 신작 <세계의 끝과 시작은>이 출간되었다. <기억술사>가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기억술사'를 소재로 호러와 미스터리가 가미된 독특한 분위기의 감성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세계의 끝과 시작은>은 '흡혈귀'를 소재로 기묘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선사한다.


9년 전, 단 한 번 스치듯 마주쳤을 뿐인 여자를 한결같이 그리워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의 이름은 하나무라 도노.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신비롭게 반짝이는 머리칼과 사람을 홀리게 하는 눈동자, 달빛을 닮은 목소리를 지닌 그 여자와 만났다. 그 후로 하나무라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매일같이 그 여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 그를 이해해 주는 건 하나무라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오컬트 동아리 부원들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주변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검시 결과 시체의 목 주변이 처참하게 뜯겨 있고, 체내에서 대량의 혈액이 사라졌음이 밝혀진다. 경찰은 흡혈종의 소행이라고 판단해 미국에 있는 흡혈종 관련 문제 대책 본부에 연락을 취한다. 오컬트 동아리 부원들도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조사에 나선다. 그런데 사건 현장에서 하나무라는 뜻밖에도 9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 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이를 한 살도 먹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여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하나무라가 일방적으로 여자의 정체를 의심하는 전개였다면 식상했을 텐데, 현명하게도 작가는 하나무라 또한 정체를 의심받는 상황을 만들어서 진부한 전개를 피한다. 의심과 의심, 추궁과 회피가 교차하는 가운데 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범인의 정체가 밝혀진다. 분명한 결말이 있지만,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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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 - 세상을 움직이는 힘, 부와 권력의 역사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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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 세계의 역사를 모두 담을 수는 없어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는 있다. 역사학자 다마키 도시아키가 쓴 <세계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세계화', 즉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키워드로 세계사를 정리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는 이제까지 세 번의 커다란 글로벌리제이션을 경험했다. 제1차 글로벌리제이션은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호모에렉투스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져 나간 사건이고, 제2차 글로벌리제이션은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나와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간 사건이고, 제3차 글로벌리제이션은 대항해 시대에 유럽인이 전 세계 각지로 원정을 떠난 사건을 이른다. 이 책은 세 차례의 글로벌리제이션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각각의 글로벌리제이션이 주로 인류의 경제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서술한다. 


인류는 7만~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현생 인류의 조상은 호모 에렉투스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로, 호모 사피엔스보다 먼저 출현해 '출아프리카'한 호모 에렉투스는 일찍이 멸종했다. 교과서에는 '4대 문명'이라는 용어가 주로 나오지만, 이 책에선 '6대 문명'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문명에 중국의 양자강 문명, 아메리카 대륙의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더한 것이다.


대부분의 세계사 책이 유럽과 미국의 역사에 편중해 서술하는 반면, 이 책은 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서술한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전까지 아시아는 군사력, 경제력 등 여러 면에서 유럽을 압도했다. 15세기부터 17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유럽은 전 세계 각지를 항해하면서 자원을 약탈하고 식민지를 건설하고 원주민을 노예로 부렸다. 그러다 산업혁명을 계기로 경제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아편전쟁을 계기로 군사력의 우위마저 입증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대일로'는 2013년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실크로드 경제 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통합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물류 시스템을 재구축할 것을 천명한 정책의 이름이다. 일대일로 정책이 성공하면 유라시아의 물류 유통 시스템이 육로와 해로 모두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이를 통해 중국이 21세기 패권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없을지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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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한수정 지음 / 미래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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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나 사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 같은 큰일을 겪고 나면 평범한 일상을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를 쓴 한수정 작가의 경우도 그렇다. 저자는 몇 달 전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마쳤다. 아직 마흔도 안 되었는데 남편은 죽고, 초등학생밖에 안 된 어린 두 아들을 혼자서 키울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갑자기 아빠를 잃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다시는 웃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저자를 다시 웃게 해준 건, 더없이 소중한 아이들과 매일 꾸준히 읽은 몇 편의 시와 글이다. 한때 저자는 시도 글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매일 시 쓰는 아이로 유명해져서 SBS <영재발굴단>에 '꼬마 랭보'로 출연한 작은아들 덕분에 저자도 시를 읽게 되었고, 다양한 시를 읽다 보니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직접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쓰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나 하나 기쁘고 즐거운 걸 넘어서 남들도 기쁘고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황망한 와중에도 글을 썼다. 글을 쓰다 보면 우울한 감정이 걷히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행복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어서 빨리 남편을 잊으라고 말하지만, 저자로서는 잊을 수도 없고 잊히지도 않는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소한 순간에도 남편이 생전에 바쁜 와중에도 가족들을 위해 화장실 청소를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남편 생각에 눈물이 차오르면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들이 쪼르르 다가와 엄마를 위로해 준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을 어떻게 견뎠을까. 아이들이야말로 남편이 남기고 간 최고의 선물이다.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읜 친구 생각이 났다. 당시 그 친구 어머니 나이가 지금 내 나이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았을 것이다. 황망하게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을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안 되고 짐작도 못하겠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저자가 멋지다. 부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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