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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티트 페슈
하토리 비스코 지음, 서현아 옮김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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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티트 페슈>는 <오란고교 호스트부>를 그린 하토리 비스코의 신작이다. 패션잡지 편집자로 일하는 요리코는 업무량이 많고 밤샘 근무가 잦아서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에도 문을 연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가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는데, 마치 요리코의 마음을 읽은 듯이 그날 하루 종일 먹고 싶었던 음식이 나와서 요리코는 단번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날 이후 요리코는 레스토랑 '페슈'의 단골 손님이 되고, 점장이자 쉐프인 모모와도 급격히 친해진다. 


맛있는 음식과 여성들의 우정을 더하다니. 그야말로 취향 저격. 요리는 잘하지만 청소나 빨래는 젬병인 모모와, 요리는 못하지만 청소나 빨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요리코의 조화도 마음에 쏙 들었다(나는 요리코 쪽이다). 직장에서 실수를 하고 풀이 죽어도,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고백도 제대로 못해보고 차여도, 함께 웃고 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운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이 책을 소개했더니 이 좋은 만화가 왜 1권으로 끝나냐며 아쉬워했다. 이보게 친구.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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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 3
히라오 아우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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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젝스키스, 신화 등이 데뷔했을 무렵부터 아이돌을 좋아했고 중학교 때부터는 일본 아이돌에 빠져서 지금도 좋아하지만, 음반이나 굿즈를 모으거나 콘서트나 사인회에 가는 등 열성적으로 '팬질'을 해본 적은 없다. 어릴 때는 돈이 없어서,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돈이 생기고 시간이 있는 지금도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 걸 보면 애초부터 난 그렇게 열성적으로 팬질을 할 그릇이 아니었던 것 같다.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를 1권부터 정주행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도, 나는 단 한 번도 에리피요처럼 누구를 좋아하지도 못하고 응원해본 적도 없다는 아쉬움이다. 좋아하는 아이돌, 응원하는 그룹은 항상 있지만, 에리피요처럼 내가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을 포기할 만큼 좋아한 대상은 한 번도 없었다. 팬질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몸이 축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도, 무대를 보면서 망신을 무릅쓰고 열광해본 적도 없다. 응원하는 아이돌이 센터에 서고 부도칸 공연을 달성하면 죽어도 좋다는 각오를 해본 적도 없다(아이돌 오타쿠 함부로 욕하지 마라. 넌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그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느냐...!).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의 재미는 모든 인생을 걸고 팬질을 하는 에리피요의 모습을 보는 것만은 아니다. 에리피요와 함께 오카야마현에서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 'ChamJam'을 응원하는 팬 동료들의 양상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 'ChamJam'의 멤버들의 캐릭터나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요즘은 에리피요와 마이나(에리피요가 응원하는 'ChamJam'의 멤버) 사이의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인연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 아이돌 그룹, 특히 AKB48의 대성공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지하 아이돌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박장대소할 만한 포인트가 많다. 요즘은 한국 아이돌 그룹도 센터 경쟁이나 인기투표, SNS를 이용해 개인 홍보, 팬 관리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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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리커버 특별판)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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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물론 자기 집 한 채 가지기도 힘든 이 나라를 가리켜 청년들은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탈한국'을 목표로 해외 취업이나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1905년 인천 제물포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기선에 올라탄 조선인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은 멕시코로 떠난 제1세대 조선인 이민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수작이다. 


이들은 먼저 하와이로 떠난 조선인 이민자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잘 산다는 거짓 소문에 속아 겨우 멕시코행 배표를 구해 태평양을 건넌다. 이들 중에는 몰락한 왕족인 이 씨 일가도 있고 일제가 장악한 군대에서 쫓겨난 군인들, 얼마 안 되는 논밭마저 일제에 빼앗기고 도망친 농민들, 궁을 떠난 내시, 천주교 신부와 사기꾼도 있다. 이들은 출신도 다르고 고향도 다르지만, 고국인 조선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은 건 똑같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고국에서보다 비참한 삶, 고독한 미래다. 


이들은 멕시코 땅을 밟기가 무섭게 멕시코 전역에 있는 에네켄(애니깽) 농장으로 끌려가고, 생전 처음 보는 꼬부랑글씨로 적힌 계약서에 의해 에네켄 농장의 채무 노예가 된다. 선박용 로프를 만드는 재료인 에네켄은 선인장과 비슷하게 생긴 작물로, 표면이 거칠고 가시가 많아서 잘못 만졌다가는 손바닥이 긁히고 까져서 피투성이가 된다. 그런 에네켄은 하루에 수백 개씩 수확하고, 조금만 일을 게을리해도 농장주한테 채찍질 세례를 당하고, 그렇게 굴욕을 당하며 하루 종일 일해도 배불리 먹거나 마음 편히 잘 수도 없고. 얼마나 끔찍한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자살을 택하는 이도 많았다는 말이 납득이 된다. 


다만 작가는 이들의 생애를 비극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나가는 배 안에서도 소년과 소녀는 사랑에 빠지고, 농장주 허락 없이 농장 밖으로 나가면 총살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몸을 섞는다. 제물포에서 신부의 십자가를 훔쳤던 도둑은 신심을 인정받아 농장주의 심복이 되고, 십자가를 잃어버린 신부는 가혹한 노동으로 인해 그동안 억눌렀던 신기(神氣)가 튀어나와 무당이 된다. 농장주의 감시를 피해 모인 조선인들끼리 굿판을 벌이고 잔치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을까. 작가의 상상에 불과할까. 


작가는 농장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 몇몇이 멕시코에 불어닥친 혁명과 내전의 바람 속에서 또다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모습도 자세히 그린다. 이 또한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작가의 상상에 불과한 지 분명하지 않지만, 조선과 일본, 멕시코에 모두 적을 두었으나 어느 나라로부터도 마땅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 이들이 끝내 자기들 힘으로 나라를 세운다는 결말은 감동뿐 아니라 통쾌함마저 준다. 한민족의 역사를 그린 민족 문학, 역사 소설로 시작해 민족이나 국가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고발하며 끝나는 점도 김영하 다운 파격이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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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멈춤, 교토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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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는 업무 목적으로든 관광 목적으로든 여러 번 가봤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건, 교토의 명소는 기요미즈데라(청수사)나 킨카쿠지(금각사), 긴카쿠지(은각사) 같은 유명 사찰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게 진짜 교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멋진 지역, 멋진 공간이 아주 많다. 가이드북에는 실리지 않은 예쁜 카페, 분위기 좋은 맛집도 많다. 


<일단 멈춤, 교토>에 소개된 곳들도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고 가이드북에는 소개되지 않은 숨은 명소가 대부분이다. 이 책에 실린 명소는 교토의 중심부(가와라마치, 기온, 산조), 남부(교토역, 고조, 단바구치&오미야, 가모강), 동부(헤이안진구, 철학의 길, 기요미즈데라, 진구마루타마치역), 서부(교토교엔&교토시야쿠쇼마에역, 가라스마오이케역, 니조조, 기타노텐만구), 북부(니시진, 데마치야나기역, 기타오지&고쿠사이카이칸역, 시치쿠, 에이잔 전찻길) 등 지역에 따라 분류가 되어 있으며, 업종은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바 등은 물론 서점과 기념품점, 목욕탕, 온천 등 다양하다. 


쭉 훑어보다가 내 눈길이 멈춘 곳은 미시마샤노홍야상 등 교토의 작은 서점을 소개한 페이지다. 미시마샤노홍야상은 도쿄 지유가오카에 있는 미시마샤 출판사의 교토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작은 책방이다. 미시마샤를 세운 미시마 쿠니히로가 쓴 책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에 이 작은 책방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던 게 떠올라 무척 반가웠다. 일본의 가정집을 서점으로 개조해 다다미 방 안에 책장을 설치하고 코타츠 위에 책을 진열해놓은 모습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한 번쯤 가보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내 손으로 교토>에서 강력 추천한 구라마 온센(온천)도 실려 있다. 구라마는 교토 북부의 데마치야나기역에서 에이잔 전차를 타고 30분을 가면 나오는 지역인데 이곳 온천이 그렇게 좋다고 한다. 실내탕과 노천탕이 포함된 당일 코스의 가격은 2,500엔(타월과 유카타 포함, 세면도구 완비). 노천탕만 이용할 경우에는 1,000엔(타월 200엔)이다. 삼나무 숲이 아른거리는 노천탕 풍경이 그렇게 좋다고. 온천 인근에는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한 구라마데라가 있다고 한다. 당장은 계획이 없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교토에 간다면 구라마에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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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더 퓨처 -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
팀 오라일리 외 지음, 김진희.이윤진.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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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 드론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놀랍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렵고 불안하다. 컴퓨터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보급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점점 도태되고 배제된 것처럼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나 역시 사회에서 점점 도태되고 배제되지는 않을지, 신기술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지금과 전혀 다른 미래를 맞닥뜨리고 당황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넋 놓고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펼치는 새로운 미래를 소개하는 책 <왓츠 더 퓨처>의 저자인 미래학자 톰 오라일리에 따르면, 미래는 이미 일어난 과거와 현재의 사건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미래에 심취한 인물의 작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보편화되기에는 힘들다고 여겨졌던 인터넷, 네트워크, 플랫폼 기술 등이 어떻게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 같은 기술이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를 자세하게 예측한다.


일자리 없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한목소리로 쏟아내는 의심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던 목소리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중략) 어떤 것이 일용품이 될 때 다른 무엇이 가치를 얻는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물어야 한다. 오늘날 하는 어떤 일이 상품화될 때 무엇이 가치를 얻을까? (460쪽) 


신기술이 바꿀 미래 사회에 관한 고민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일자리 고민이다. 1차 산업혁명 때 방직기나 방적기 같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 같은 신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빠른 속도로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저자는 이러한 고민에 대해 신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대신 가치가 높아진 다른 업종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보살핌'과 '창의성'이라는 키워드와 관련이 깊다. 인구 피라미드가 뒤집힌 사회, 그래서 노인이 그들을 부양할 젊은이보다 훨씬 많은 사회가 되고 노동 시장이 유연해지면 보살핌 노동의 수요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사, 강사, 의사, 간호사, 노인 간병인, 보모, 미용사, 마사지 치료사 등은 대표적인 보살핌 일자리이며, 이들 업종의 일자리는 신기술이 보급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신기술에 의해 대체되어도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극자유주의' 구독자와 '극보수주의' 구독자에게 보인 뉴스가 얼마나 다른지는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보수 성향의 지인이 알려준 이야기에 내가 보인 반응과 반대로, 내가 공유한 진보적 이야기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어쩌면 사실보다 감성이 더 많은 무게를 가지는 '탈 진실(post-truth)'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사는지도 모른다. (308~9쪽) 


알고리즘이 바꿀 미래 사회의 모습 중 하나는 현재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다. 예전에는 가짜 뉴스가 신문이나 텔레비전, 이메일 등을 통해 퍼진 반면, 요즘은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문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의 구독 여부나 '좋아요' 추천 수 등을 반영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콘텐츠만 갈무리해 보여줘 사용자의 신념이나 편향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인간 편집팀이나 사실 확인팀을 고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만, 저자의 생각에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저자는 가짜 뉴스가 19세기 미국에서 활개를 친 황색 저널리즘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보고, 황색 저널리즘을 구별해내고 물리친 건 결국 구독자(인간)들의 합리적인 의심과 사실 확인이었듯이 가짜 뉴스 또한 같은 방식으로 구별해내고 물리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알고리즘은 이를 보다 쉽고 편하게 처리해줄 기술이며, 앞으로 알고리즘 기술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관련 기업이나 언론을 보다 철저히 감시한다면 가짜 뉴스 문제 또한 종국에는 해결되리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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