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2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만큼이나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SF 소설집이다. 총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중 세 편은 '싱귤래리티 3부작'의 프리퀄 격인 '포스트 휴먼 3부작'이라서 한 번에 이어서 읽으면 좋다. 중학생 매디가 이모티콘만으로 이루어진 의문의 채팅 메시지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인데, 지구상의 똑똑한 사람들의 뇌가 전부 다 인공지능화 되어 '구름(cloud)' 위의 신처럼 기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다.


중국계 미국인인 켄 리우는 전작 <종이 동물원>에서 동북아시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배경 내지는 소재로 차용한 바 있는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수리 불곰>은 1907년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불곰을 잡으러 만주에 간 일본인 박사와 그의 길 안내를 맡은 만주족 아이의 이야기이고,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 와서라도>는 1645년 청나라 군대가 10일 동안 양주성 주민 약 80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진 양주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다. <북두>는 무려 임진왜란이 배경인 이야기라서 한국인 독자들이 상당히 반가워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일단 같은 문과 출신으로서 저자에게 매우 공감했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이 문과를 택한 이유는 1. 수학을 못해서, 2. 문과 과목을 좋아해서,인데 정확히 나도 그랬다. 수학을 못한다고 해도 노력으로 커버 가능한 성적이라서 문과 전공 중 상대적으로 이과에 가까운 경제학을 택했는데 (복수전공, 부전공으로 온) 수학, 통계학 전공자들을 이기기 어려웠다는 것까지도 완벽히 나의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경험과 일치한다. 이것이 문과 출신 경제학 전공자들의 보편적인 경험일까. (결국 나는 경제학에서 아주 먼 분야로 도망쳤지만...)


이 책은 그동안 역사, 정치, 경제, 글쓰기, 여행 등 인문사회 분야의 책을 주로 집필해 온 저자가 약 10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읽어온 과학 교양 도서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침묵의 봄>, <엔드 오브 타임>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과학 교양 도서들을 저자는 어떻게 읽었고, 어떤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는지를 설명한다. 어디까지나 '문과 출신'인 저자가 읽은 과학 '도서'에 대한 서술이기 때문에, '이과 출신'의 관점과는 다를 수 있고 과학 자체에 있어 새로운 내용이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칸트, 헤겔, 마르크스, 밀, 카뮈, 포퍼의 철학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으면서 갈릴레이,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같은 과학자는 이름 말고는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문과 출신이라는 이유로 문과 중심의 공부와 독서만을 해왔던 것을 반성한다. 저자는 파인만을 인용하며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거만한 바보'가 되지 말고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정직한 바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만한 바보가 많은 세상에선 아무도 상대방의 이론이나 철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그만큼 타협과 발전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반면 정직한 바보가 많은 세상에선 상대방의 이론이나 철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타협과 발전의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을 집필한 동기에 대해 저자는 '인문학의 질문을 다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저자는 과학 교양 도서를 읽으며 얻은 과학 지식을 통해 첫째로 오래 알았던 역사 이론에 대한 평가를 바꾸었고, 둘째로 난해한 책을 쓴 철학자를 존경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칸트다. 저자는 대학 시절 철학 과목 수업에서 칸트를 공부할 때 현상이니 사물 자체니 하는 용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 때로부터 몇십 년이 흐른 후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칸트의 철학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고, 칸트가 왜 위대한 철학자인지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 외에도 뇌의 거울신경세포를 통해 맹자의 측은지심을 새롭게 이해하고, 사회생물학을 통해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를 설명한다. 뇌 신경세포의 작동 방식을 무리하게 경제학에 접목해서 탄생한 것이 경제학의 한계생산력분배이론이라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문과와 이과 간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쉽지만, 같은 학문 안에서도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자기네끼리도 협동 연구를 잘 하지 않는다. 노동시장 연구자와 국제금융 연구자가 학문적 대화를 나누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디 경제학만 그렇겠는가." (20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정체는 국가 기밀, 모쪼록 비밀 문학동네 청소년 68
문이소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정체는 국가기밀, 모쪼록 비밀>은 2017년 <마지막 히치하이커>로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한 문이소 작가의 첫 SF 소설집이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앞의 세 편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네 번째 단편을 읽고 속절없이 울어버렸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살면서 가장 이루고 싶었던 꿈을 꾸면서 삶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는 설정의 소설인데, 정말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실제를 환상으로 대체하는 것의 윤리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네 편도 좋았는데, 이 중에 가장 경쾌하게 읽힌 단편은 첫 번째로 실린 <소녀 농부 깡지와 웜홀 라이더와 첫사랑 각성자>이다. 2년 차 농부 깡지는 호우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버섯 재배사를 복구하던 중 이상한 사람을 본다. 어렵게 구한 버섯 종균을 훔치러 온 도둑인 줄 알고 바로 달려가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22세기 한반도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로 온 웜홀 라이더였다. 졸지에 미래의 후손들이 먹고 살 식량과 농사법을 전수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된 깡지. 가상이지만, 실제의 농부들도 비슷하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두 번째 단편 <젤리의 경배>도 흥미로웠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무명의 화가 젤리는 어느 날 자신의 아이의 초상화를 그려주면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의뢰를 받는다. 의심이 무색하게도 바로 입금이 되어 서둘러 의뢰인의 아이를 만나러 갔는데, 알고 보니 의뢰인의 아이는 인간, 이 아니라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그 인공지능이 자신을 '덕질' 해왔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생소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지금보다 발전하고 보편화되면 이런 일이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 


세 번째 단편 <유영의 촉감>은 선대로부터 '유영의 촉감'이라는 기억을 물려 받았으나 이를 온전히 계승하지 못해 단절자로 격하된 마요린이 유영의 촉감을 찾아 지구로 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이나 후각, 미각, 촉각으로도 기억이 전승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 다섯 번째 단편 <봉지 기사와 대걸레 마녀의 황홀한 우울경>은 마녀가 아기 고양이를 납치한 줄 안 로봇의 이야기이다. 삭막한 세상에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존재들이 있음을 상기하게 해주는 귀한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케이온! 셔플 Shuffle 2
카키후라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기 만화 <케이온!>의 스핀오프 만화 <케이온! 셔플> 2권이 나왔다. <케이온! 셔플>은 배경도 <케이온!>에 등장하는 학교와 다르고 등장인물들도 다르지만, 밴드 경험이 전혀 없는 여고생들이 경음동호회에 가입해 밴드 활동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그린다는 점은 동일하다. 1권에서 경음동호회의 회원은 기존 회원인 2학년 리코와 신규 회원인 1학년 유카리, 카에데, 마호였고, 2권에서 기존 회원이었던 2학년 시나노, 카노가 복귀한다. 


시나노, 카노가 복귀하는 과정이 재밌다. 원래 시나노, 카노, 리코 세 사람이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시나노가 자신에게 질려서 밴드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났다고 생각한 카노가 밴드를 그만두면서 밴드에 리코만 남게 되었다. 그 후로 혼자서 열심히 베이스를 연습한 카노는 현재의 경음동호회 회원들에게 자신과 시나노가 화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화해한 시나노와 카노는 경음동호회에 복귀하고, 실력이 좋은 두 사람이 복귀한 덕분에 밴드의 수준도 향상된다. 


해가 바뀌어 신입생이 입학하는 계절이 되고, 경음동호회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연주를 한다. 얼마 후 카와베 리사, 오타케 란카가 체험 가입을 하는데,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리사와 기타 연습에 의욕이 높은 란카 덕분에 회원들의 외모(!)와 활동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한편, 마술부가 인원 부족으로 해산되면서 경음동호회가 경음부로 승격되는 경사가 생기는데, 동아리 동시 소속은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농구부원인 마호의 거취가 불분명해진다. 과연 이들의 미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신의 신부 1 - 남은 생명 7일에서부터 시작되는 행복
이치이로 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터넷 검색창에 '유리멘탈 vs 기X나쎔'이라고 입력하면 나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를 만화로 구현한 것이 이 만화 아닐까 싶다. 주인공 사신은 인간이 울먹이는 얼굴을 좋아하고 그걸 보는 순간을 자신이 하는 일의 보람으로 삼는 무서운 놈이다. 그런 사신이 어느 날 천진하고 해사한 인상의 소녀를 찾아가 "넌 7일 후에 죽어."라고 선고를 내린다. 이제 곧 울먹이는 얼굴을 보여주겠지, 라고 생각한 사신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소녀는 방긋 웃는 얼굴을 보인다. 


답답해진 사신은 "이제 7일 후면 죽는다고!! 무서울 텐데?! 도망치고 싶어질 텐데?!"라고 소녀를 윽박지른다. 그러자 소녀는 "그게 남은 생명이라면 난 받아들이려고."라고 대답하며 또 다시 활짝 웃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가 타는 쪽은 7일 후에 죽을 운명인 소녀가 아니라 7일이 다 지나가기 전에 소녀의 우는 얼굴을 봐야 하는 사신이다. 과연 '유리멘탈' 사신은 '기X나쎈' 소녀의 우는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알고 보니 소녀에게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삶을 포기할 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를 알게 된 사신은 비록 자신이 소녀에게 죽음을 선고하러 온 입장이지만 소녀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녀는 살면서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존재는 사신이 처음이라며 사신에게 고마워하는데, 이런 둘을 안 좋게 바라보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위험 신호가 켜진다. 과연 이 둘, 어떻게 되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