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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평점 :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미식가를 넘어 탐식가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사실을 <조선의 탐식가들>(저자 김정호, 출판 따비)이라는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그 책에 따르면 허균은 맛있는 음식을 지나치게 탐한 나머지 식재료가 풍부한 고을에 부임하려고 로비를 벌였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전쟁 중에도 달려가서 먹었다고.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에 거스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시대에 "먹는 것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라는 말을 해서 성리학의 심성론에 반기를 들기도 했고, 사대부 출신 최초로 <도문대작>이라는 음식 칼럼집을 쓰기도 했다.
현찬양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식탐정 허균>은 역사 속의 인물인 허균의 탐식가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만든 역사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은 구암 허준의 수제자였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의원은 될 수 없었던 재영이 허균의 조수 노릇을 하며 전국 팔도를 돌면서 온갖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지녔지만 추리 실력만은 최고인 '셜록 허균'과 매사에 성실하게 임하지만 늘 한 끗이 모자라서 허균의 힘을 빌리고 마는 '재영 왓슨'의 티키타카가 재미있다. 여기에 신분은 낮지만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고 음식 솜씨가 일품이라 허균이 총애하는 '작은년'까지 3인의 조화가 대단하다.
'식(食)탐정'을 내세운 소설답게 다양한 음식과 배경 지식이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 소설에선 나주곰탕, 효종갱, 승기악탕 등 다양한 음식들이 각각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음식의 유래와 조리법 등을 활용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범인을 찾아내는 허균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냥 탐정이 아니라) '식탐정'으로 불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역사' 추리소설답게 범인 찾기에 그치지 않고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도 알려주고, 이야기를 통해 평등이나 자유 같은 가치가 허용되지 않았던 그 시대의(어떻게 보면 지금도 남아 있는) 경직성,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점도 좋다.
이 소설은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되어 현재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가상 캐스팅을 해본다면 허균에 도경수, 재영은 이광수(?), 작은년에 남지현 어떨지 ㅎㅎ (<백일의 낭군님> 재밌게 본 사람인 거 티 나나요 ㅎㅎ) 드라마 방영되면 꼭 보고 싶고, 소설도 시리즈로 이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