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깃 화살을 쫓아서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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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의 작가 이마 이치코의 단편 걸작선 시리즈 중 한 권인 <흰 깃 화살을 쫓아서>를 읽었다. 이 책에는 표제작 <흰 깃 화살을 쫓아서>와 <유사(流砂)의 사자들> 이렇게 두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도 후기에 고백(?)한대로 두 작품의 패턴이 비슷한데, 리뷰를 쓰려고 예전에 읽은 이마 이치코의 책 리뷰를 다시 보다가 <마른 들판의 신부>에 실린 표제작 <마른 들판의 신부>, <추방자의 꼬리>도 패턴이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살아온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 공동체를 벗어났다가 새로운 문화와 문물을 접하고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는 이야기'에 (작가님이) 매력을 느끼시는가 보다 싶다.


<흰 깃 화살을 쫓아서>는 겨울이 와도 푸른 풀이 남아 있는 섬에 가기 위해 호수에 제물을 바치는 관습이 있는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제물을 선택하는 신의 새가 마을로 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새를 찾으러 두 명의 소녀를 보낸다. 소녀들은 각자의 어머니로부터 여차하면 상대를 죽이고 너만 살아서 마을로 돌아오라는 지시를 받는데, 길을 떠난 소녀들은 이제까지 살아온 마을과는 너무 다른 문화와 문명에 놀라서 서로에게 크게 의지하게 된다. 작가 후기를 보니 겨울이 와도 푸른 풀이 남아 있는 섬에 가기 위해 호수를 건너야 하는 마을이라는 설정은 작가의 공상이 아니라 실제로 중앙아시아에 존재하는 지역이라고.


<유사(流砂)의 사자들>은 사막 마을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이 마을의 명운이 달려 있는 어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 소년도 길을 나서자마자 이제까지 나고 자란 마을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문명을 접하고 놀라움을 넘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흰 깃 화살을 쫓아서>와 <유사(流砂)의 사자들> 모두 내가 속한 공동체나 사회의 규칙이 정답이 아닐 수 있으며, 길을 떠나본 사람은 평생 같은 곳에 머무른 사람과는 다른 시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되고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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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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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미식가를 넘어 탐식가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사실을 <조선의 탐식가들>(저자 김정호, 출판 따비)이라는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그 책에 따르면 허균은 맛있는 음식을 지나치게 탐한 나머지 식재료가 풍부한 고을에 부임하려고 로비를 벌였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전쟁 중에도 달려가서 먹었다고.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에 거스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시대에 "먹는 것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라는 말을 해서 성리학의 심성론에 반기를 들기도 했고, 사대부 출신 최초로 <도문대작>이라는 음식 칼럼집을 쓰기도 했다.


현찬양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식탐정 허균>은 역사 속의 인물인 허균의 탐식가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만든 역사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은 구암 허준의 수제자였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의원은 될 수 없었던 재영이 허균의 조수 노릇을 하며 전국 팔도를 돌면서 온갖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지녔지만 추리 실력만은 최고인 '셜록 허균'과 매사에 성실하게 임하지만 늘 한 끗이 모자라서 허균의 힘을 빌리고 마는 '재영 왓슨'의 티키타카가 재미있다. 여기에 신분은 낮지만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고 음식 솜씨가 일품이라 허균이 총애하는 '작은년'까지 3인의 조화가 대단하다.


'식(食)탐정'을 내세운 소설답게 다양한 음식과 배경 지식이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 소설에선 나주곰탕, 효종갱, 승기악탕 등 다양한 음식들이 각각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음식의 유래와 조리법 등을 활용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범인을 찾아내는 허균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냥 탐정이 아니라) '식탐정'으로 불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역사' 추리소설답게 범인 찾기에 그치지 않고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도 알려주고, 이야기를 통해 평등이나 자유 같은 가치가 허용되지 않았던 그 시대의(어떻게 보면 지금도 남아 있는) 경직성,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점도 좋다.


이 소설은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되어 현재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가상 캐스팅을 해본다면 허균에 도경수, 재영은 이광수(?), 작은년에 남지현 어떨지 ㅎㅎ (<백일의 낭군님> 재밌게 본 사람인 거 티 나나요 ㅎㅎ) 드라마 방영되면 꼭 보고 싶고, 소설도 시리즈로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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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 3
토야마 아치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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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한 외모의 여자 고등학생 우사미 스즈는 사실 어릴 때부터 온갖 콘텐츠를 보면서 자신의 욕망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것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는 남자가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흥분된다는 것. 그러나 눈 앞에서 실제로 남자가 그렇게 당하는(?) 걸 본 적은 없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같은 반의 인기남 나루카와와 얽히면서 자신의 욕망을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제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상대로 도S의 인생을 살아온 나루카와는 누가 봐도 자신보다 훨씬 몸도 작고 여린 우사미 앞에서만은 도M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하지만 우사미가 시키는 대로 할 때 훨씬 더 흥분되고 자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 3권에는 이런 나루카와의 갈등이 극한에 달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가족들이 집을 비운 틈을 타서 우사미를 집으로 초대한 나루카와는 자신에게 편한 공간에서 우사미를 건드리려고 하는데, 정작 우사미는 어머니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며 나루카와의 유혹에 응하지 않아서 나루카와를 괴롭게 만든다.


최근에 어떤 분과 왜 어떤 여성들은 남성의 성적 욕망이 미디어에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여성의 성적 욕망이 미디어에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내 생각에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색할 기회가 적고 탐색하는 행위조차 금기시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금지된 욕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기가 쉬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어릴 때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이 뭔지 탐색해서 알아낸 우사미 대단하고요... 자기보다 덩치도 크고 성격도 안 좋은(어떻게 보면 위협적일 수 있는) 상대에게 시전하는 용기도 존경스럽다. 자기보다 덩치도 작고 온순한 여자만 고르는 남자들보다 백만 배 더 테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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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요괴고양이 클럽 2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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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과 유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도시 가마쿠라에서 고양이 관련 제품만 판매하는 잡화점 '가마쿠라 고양이클럽'에는 고양이를 닮은 종업원 가쿠토와 마야가 있다. 이곳에는 이름이 비슷한 '요괴고양이 클럽'을 찾는 손님들이 자주 오는데, 가마쿠라 어딘가에 있는 '요괴고양이 클럽'에 가면 사라진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잘못 오는 것이다. 그 때마다 가쿠토와 마야는 손님을 바로 돌려보내지 않고 당신이 아는 고양이에 관한 괴담 하나를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서 고양이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하면 '요괴고양이 클럽'에 갈 수 있다고 하는데...


<리틀 포레스트>, <해수의 아이>, <마녀> 등을 그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가마쿠라 요괴고양이 클럽> 2권은 1권에 이어 삼색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에도시대 시절(?)의 가쿠토와 마야가 수컷 삼색 고양이만 전문으로 사냥하는 고양이 사냥꾼 때문에 헤어질 뻔했던 이야기인데, 두 사람이 진짜로 고양이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아리사가 이 이야기의 진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리사가 알면 놀래 자빠질 만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또 나온다. 아리사와 가쿠토, 마야의 첫만남에 관한 이야기인데, 고양이들이 인간들 몰래 이런 기특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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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요괴고양이 클럽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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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일하는 아리사는 '가마쿠라 고양이 클럽'이라는 이름의 잡화점에서 자주 시간을 보낸다. 이 가게에는 가쿠토와 마야라는 종업원과 부우와 타마라는 고양이가 있는데, 우연인지 뭔지 가쿠토가 가게에 있을 때에는 부우가 없고, 마야가 가게에 있을 때에는 타마가 없다. 아리사는 내심 이 가게의 종업원들이 고양이가 아닌지 의심하는 중이다. 


'가마쿠라 고양이 클럽'에는 종종 이곳이 '요괴고양이 클럽'이냐고 묻는 손님들이 온다. 가마쿠라 어딘가에 있는 '요괴고양이 클럽'에 가면 사라진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이름이 비슷한 '가마쿠라 고양이 클럽'에 오는 것이다. 그때마다 가쿠토와 마야는 이 가게에서 고양이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한 사람들은 '요괴고양이 클럽'에 갈 수 있었다며 손님에게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괴담회... 괴담이 100개 모이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리틀 포레스트>, <해수의 아이>, <마녀> 등을 그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신작 <가마쿠라 요괴고양이 클럽>은 작가 자신이 살고 있는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고양이와 관련된 괴담을 개성적인 화풍으로 펼쳐낸 만화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잡화점이 배경이라서 <리틀 포레스트> 같은 일상 만화일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약간의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시대물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 내용과 작화 모두 완성도가 높아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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