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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평점 :

요즘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학창 시절부터 일본 소설을 즐겨 읽었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오래 전부터 읽어 왔지만 요즘처럼 좋아한 적은 없다(예전에는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에 재미를 느끼다니. 요즘 내 삶이 너무 피폐한가...). 내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매력을 새롭게 알려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 시리즈인 '고다이 쓰토무' 시리즈를 다 읽고(라고 해도 아직 <백조와 박쥐>, <가공범> 두 권뿐이다) 뭘 읽을까 하던 차에, 가가 형사 시리즈가 재미있다는 추천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2025년 9월 현재까지 총 12권이 출간되었다. 이중에 나는 제9권 <기린의 날개> 단 한 권을 읽었고, 이번에 제8권 <신참자>를 읽었다. <신참자>는 2010년에 방영된 아베 히로시 주연 드라마의 원작 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정통 범죄 미스터리 소설일 것 같다는 짐작과 달리 도쿄의 오래된 상점가를 배경으로 한 휴먼 드라마 느낌이라서 놀랐다. 같은 시리즈라도 작품의 전개 방식이나 분위기 등에 차이를 두는 점이 신기하고, 이런 식으로 작품마다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점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렇게 많은 작품을 써내도 독자들이 매번 새로움을 기대하면서 그의 작품을 따라 읽는가 싶다.
소설은 도쿄 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던 45세 여성 미쓰이 미네코가 교살당해 죽은 상태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니혼바시 경찰서에 새로 부임한 '신참자' 가가 교이치로는 미쓰이의 전 남편과 아들, 친구는 물론 미쓰이가 생전에 자주 다니던 닌교초 거리의 상점가 사람들을 수시로 탐문하며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가가의 동료들은 가가 형사가 센베이 가게 딸, 요릿집 수련생,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케이크 가게 점원 등 사건과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가가의 생각은 다르다.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278쪽)
가가 형사에 따르면, 형사가 하는 일은 범인을 잡는 것만이 아니다.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알려줘서 그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형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는 <신참자>에 이어서 읽은 <기린의 날개>에도 나오는 생각이고, 가가 형사 시리즈는 아니지만 최근에 읽은 <백조와 박쥐>, <가공범>의 고다이 쓰토무 형사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은 대체로 피해자의 가족인데, <신참자>에서도 가가 형사는 미쓰이의 아들이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무심했던 것을 반성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라도 어머니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에 보탬이 되고 싶어한다. 이는 가가 형사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에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되는데, 가가 형사가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를 가지게 되었는지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앞부분을 읽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서 구입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