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씽킹 -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최혜진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 차 에디터인 저자가 잡지 에디터로 처음 경력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에디터의 위상은 지금보다 높았다. 그 때는 지금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문적으로 교육, 훈련받은 에디터들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을 모두가 할 수 있게 되었다면 에디터의 입지가 좁아진 걸까. 저자의 대답은 '아니오'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어도 전문 요리사의 수요가 존재하듯이,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 편집할 수 있어도 전문 에디터는 여전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콘텐츠의 수가 범람할수록 편집의 중요성은 커진다. 저자는 상품, 지식, 뉴스, 데이터, 브랜드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중에 어떤 것이 유의미한지 선별하고 알아보기 좋게 배열하는 기술 또는 능력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거라고 말한다. 모든 게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다움이나 새로운 차이를 만드는 방법으로 저자는 '에디토리얼 씽킹'을 소개한다. 에디토리얼 씽킹이란 '수많은 잡음 속에서 특정 정보에 주목해 신호를 포착하고 그걸 의미화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 프로세스'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이다.


책에는 재료 수집, 연상, 범주화, 관계와 간격, 레퍼런스, 컨셉, 요점, 프레임, 객관성과 주관성, 생략, 질문, 시각 재료 등 총 12가지 사고법이 실려 있다. 편집을 하려면 일단 편집할 대상을 모아야 한다. 편집할 대상을 무조건 많이 모은다고 좋은 게 아니다. '모으기' 이전에 '알아보기'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알아보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저자는 '미술관 방문'을 든다. 에디터인 동시에 여러 권의 예술서 작가, 그림책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미술 작품을 보면서 그들의 편집자적 관점 또는 시각 배우는 법을 소개한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에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아무도 보거나 경험하지 못한 걸 보거나 경험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보거나 경험한 걸 '다르게'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각 장에서 다양한 미술 작품을 소개하며 각각의 작품을 만든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외부의 인풋을 소화하고 재배열한 다음 자기만의 해석을 내놓았는지 설명한다. 각각의 방법이 실제 매거진 제작이나 기업 컨설팅 현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있어서 유용했다. 전문 에디터는 물론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츠를 생산하고 편집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쿠로코의 농구 프리미엄 BOX 1~5 세트 - 전5권 - A5판형 재편집판 1~5권 + 연재 콘티북 + 클리어 스탠드 5개 + 특별 수납 박스 + <킬블루> 포토카드
후지마키 타다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램덩크> 이후 최고의 농구 만화로 평가 받는 인기작 <쿠로코의 농구>의 박스판 

<쿠로코의 농구 프리미엄 BOX 1>이 출시되었습니다. ​ 


<쿠로코의 농구>는 저의 가까운 혈육이 인생 만화로 손꼽는 작품 중 하나라서 

저도 애니메이션으로 접한 적이 있는데요, 박스판이 출간된 김에 만화로도 읽어보면서 

작품 특유의 열정과 감동을 느껴볼까 합니다. 










<쿠로코의 농구 프리미엄 BOX 1>은 '프리미엄'답게 사양도 풍성합니다. 


① 기존 코믹스 1~9권분이 수록된 A5판형 재편집판 1~5권 

② BOX 1 한정 특전인 연재 콘티북 

③ 신규 일러스트를 사용한 특별 수납BOX 

④ 신규 단행본 커버 일러스트를 사용한 클리어 스탠드 5개 ​ ​ ​ 




*********





① 기존 코믹스 1~9권분이 수록된 A5판형 재편집판 1~5권






내용은 쿠로코와 카가미의 만남부터 

인터하이까지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고 하네요! ​ ​ ​ ​ 





*********





② BOX 1 한정 특전인 연재 콘티북





개인적으로 후지마키 타다토시 작가님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이 특전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 ​ ​ 





*********




③ 신규 일러스트를 사용한 특별 수납BOX








박스 커버도 멋진데, 

커버를 벗기면 나오는 신규 일러스트가 정말 멋있습니다! ​ ​




*********


 ​ 


④ 신규 단행본 커버 일러스트를 사용한 클리어 스탠드 5개






다섯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모두 멋있어서, 

<BOX 2>에서 공개될 두 캐릭터들의 일러스트가 더욱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킬블루 1
후지마키 타다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기 만화 <쿠로코의 농구>, <로봇X레이저빔>의 작가 후지마키 타다토시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킬 블루>. 이야기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무서운 외모의 킬러 오오가미 쥬조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수수께끼의 생물 병기에 찔려서 중학생의 모습이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겉모습은 중학생이지만 속은 애 딸린 이혼남이자 무시무시한 킬러인 쥬조는 그렇게 팔자에 없는 줄 알았던 학교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만화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쥬조가 자신의 내면이 '아저씨X킬러'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자신과 가장 거리가 먼 존재라고 여겼던 소심한 범생이가 되어가는 장면들이다. 남학생들이 시비를 걸 때마다 속으로는 한 방 먹이고 싶지만 전문 킬러가 아이들을 상대로 진심으로 싸우면 안 되니까 화를 억누르다 보니 소심한 놈으로 오해받고, 딸 같은 여학생들에게 추근대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여학생들의 호감을 산다든지 하는 장면들이 웃겼다.


어릴 때는 공부와 담을 쌓았던 쥬조가 어른이 되어 공부를 하면서 갑자기 공부의 재미에 눈 뜨는 에피소드도 재미있었다. 나 역시 쥬조와 비슷한 삼십 대 후반으로서, 학창 시절에는 왜 배우나 싶었던 과목들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할 때가 종종 있는데, 쥬조 역시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공감이 갔다. 쥬조의 학교 생활을 중심으로 소소한 에피소드가 주로 펼쳐지는가 싶었는데, 1권 마지막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새로운 인물들의 추가가 예고되어 다음 전개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 힘든 나날을 보내던 수연은 세들어 살던 다가구 주택에 불이 난 것을 핑계로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엄마가 살고 있는 도시로 간다. 고향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엄마는 수연에게 자신이 밥을 해주는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렇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때로는 식당 일을 거들고 심부름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던 수연은 일 문제로 상의하기 위해 서울에 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이주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에는 일견 별일 없이 살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별일이 없지 않다. 표제작 <별일은 없고요?>의 수연은 고독한 타향 살이와 회사 생활로 인해 심신이 모두 지친 상태다. <사람들은>의 두 은영은 어머니와 사별하고 깊은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른>의 '나'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를 여의고 슬픔에 빠진 상태에서 혈연도 아닌 아줌마로부터 깊은 위로를 받는다. <여름밤>의 상은은 고단한 시절을 함께 지나온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거나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쓸쓸해 한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위해>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셋이서 살았던 수현은 '조용히 살라'는 할머니의 당부에 따라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고 표현을 자제하며 자랐다. 하루 세 끼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을 만큼 가난했던 수현은 어른이 되고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서 점차 형편이 나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수현은 옆집 아이 유리가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보여서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처음에는 도움을 거부했던 유리가 점점 수현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서 둘만의 특별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이어지는 단편 <이 세상 사람>은 가정 폭력 피해자인 '나'가 캠핑장에 갔다가 어떤 장면을 목격하면서 경험하는 감정을 그린다. <서울의 저녁>은 예전에는 한 집에서 같이 살았지만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는 친구를 그리워 하는 내용이고, <파주에 있는>은 남편이 죽은 후 대학 후배의 집에서 지내는 현경이 첫사랑의 메일을 받고 재회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느 단편도 서사가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편이지만, 대체로 이별 또는 상실이 원인으로 제시되며, 재회 또는 귀향으로 과정이 전개되며, 공감 또는 회복으로 결말이 난다.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뻔한데 왠지 모르게 좋고, 계속 따라 읽게 되는 매력은 분명히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지음 / 스위밍꿀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희의 별명은 '사랑의 신'이다. 어느 모임, 어느 집단에 속하든 누군가의 구애를 받고 끊임없이 연애를 하기 때문이다. 오월의 어느 밤에도 그랬다. 주희는 어느 모임에 나갔다가 우연히 한 테이블에 둘러 앉게 된 사람들 중 한 명인 현우와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 주희의 관심은 현우가 아니라 다른 두 사람 - 솔아 언니와 지원 언니에게 있었다. 이들은 '되기 전 모임'이라는 일종의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는데, 주희는 다른 두 언니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현우를 이용한다. 현우는 이를 모르지 않았고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점점 그런 주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김화진 작가의 연작 소설 <공동의 이동 경로>는 글쓰기 모임의 네 멤버 - 주희, 솔아, 지원, 현우- 가 각각 주인공인 네 편의 단편을 포함해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신>의 뒤를 잇는 <나의 작은 친구에게>는 타투이스트인 친구 지원을 좋아하는 솔아가 주인공이다. 솔아는 지원이 해준 공룡 문신이 사라지는 사건을 겪으며 복잡한 기분을 느낀다. <나 여기 있어>는 솔아의 마음을 사실은 알고 있는 지원이 주인공이다. 지원은 우울증을 앓았던 친구 효진이 사고로 죽은 후 자신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자신에게 다가와 준 솔아에게 고마운 감정을 품고 있지만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이무기 애인>은 주희의 애인인 현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기자 지망생이었던 현우는 '되기 전 모임' 멤버 중에서 글쓰기와 가장 거리가 멀었던 자신이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는 것에 열등감을 느낀다. 주희의 애인은 자신이지만, 사실 주희의 관심은 솔아와 지원에게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주희와 헤어지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주희가 원망스럽다. 마지막 단편 <공룡의 이동 경로>는 지원이 솔아에게 해준 공룡 문신 '피망이'가 주인공이다. 솔아는 문신조차 영원하지 않다며 한탄했지만, 사라진 문신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