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워치 WITCH WATCH 11
시노하라 켄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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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마녀 니코와 오니의 후예 오토기, 늑대인간, 흡혈귀 등이 한 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개그풍의 판타지 만화다. 11권에서 오토기 모리히토는 재앙의 날에 대비해 한층 더 수행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모리히토가 읽고 싶은 옛날 책들은 전부 해독하기 힘든 오니 문자로 쓰여 있어서 읽을 수가 없다. 그런 모리히토를 위해 니코가 마법을 부려서 모리히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스승들을 불러낸다. 하지만 니코의 마법이 언제나 그렇듯이 효과가 있는 만큼 부작용도 있는데... ㅋㅋㅋ 

이 밖에도 초승달 모양을 보면 다른 인격으로 변하는 늑대인간 케이고가 그를 짝사랑하는 양갓집 마녀 네무와 동물원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 에피소드가 있고, 텐구인 칸시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결혼식과 장례식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에피소드가 있다. 시노하라 켄타의 대표작 <SKET 스쿨 라이프 해결사>의 등장 인물들이 나오는 특별 편도 실려 있다. 계획에 살고 계획에 죽는 파워 J 모리히토와 니코의 첫 데이트 에피소드도 귀엽고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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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해 주시겠어요? 10
핫토리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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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의 작은 휴양 도시 아타미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젊은 여성 킨메 와카나의 일상을 그린 만화다. 이웃들의 옷을 세탁하고 수선하며 일상을 보내는 킨메에게는 사실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킨메는 매일 같이 웃는 얼굴로 이웃들을 상대하며 즐겁게 일하지만, 속으로는 왜 과거의 기억이 없는지, 대체 어떤 기억인지 궁금해 하고 또 궁금해 한다. 10권까지 따라 읽으면서 독자인 나도 그 사연이 무척 궁금했는데 마침내 10권에서 알게 되었다.

​10권에서 킨메는 아타미에 놀러 온 시오와 여름 바다를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시오와 함께 생활하면서 킨메는 시오와 보내는 일상이 자신이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과거와 비슷하다는 걸 깨닫는다. 킨메는 이웃에 사는 큐쇼가 고등학교 졸업 후 아타미를 떠날 거라는 말을 들으며 자신도 아타미를 떠나볼까 생각한다. 당장은 아타미를 떠날 수 없어서 조금 이른 겨울 휴가를 계획해 시오네 집을 방문하는 킨메. 그곳에서 킨메는 그토록 알고 싶어했던 과거의 자신과 만나게 된다.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다면 책으로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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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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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는다는 것. 어려서부터 시력이 안 좋았고 지금도 안 좋은 나에게는 가까운 미래에라도 일어날 법한 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 자체에 대해서나 시각장애인의 생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일단은 앞이 보이니까, 아직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니까, 라는 경솔하고 오만한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의 첫 산문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으며 장애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건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저자의 경우 열다섯 살 때부터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병원에 갔더니 앞으로 10년 정도 계속 시력이 떨어져서 완전히 실명하게 될 거라고 했다. 어머니는 의사의 진단을 믿을 수 없다며 다른 병원에 데려가기도 하고 민간 요법을 찾기도 했지만, 당사자인 저자는 담담히 장애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했다. 시각장애인 고등학교에 진학해 안마 기술을 배우고, 줄어드는 시력에 의지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렇게 지금은 마사지사이자 작가로, 때로는 여행을 다니고 탱고를 배우며 즐거운 삼십 대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저자의 첫 타이완 여행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는 여행 팟캐스트 방송을 듣고 여행 블로그를 읽으며 공부한 끝에 시각장애인 친구 둘과 타이완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비장애인 동행 없이 불가능할 거라고 모두가 말렸지만, 철저한 준비와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한 귀인들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 어떤 한국인 여행자들은 "앞도 못 보면서 여길 힘들게 뭐 하러 왔누!"라고 혀를 끌끌 차며 말했지만, 여행을 하는 방법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다. 타이베이 시내의 거리에서 에릭 사티의 음악을 듣는 기쁨은,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한다.


나는 어둠을 훑어보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하늘을 수놓는 수백 송이의 불꽃이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 저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다. (15쪽)


책에는 도시화가 시작된 농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 딸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와의 불화가 끊이지 않았던 십 대 시절, 마사지사로 일하면서 손님들의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 깊은 곳에 담겨 있던 이야기를 듣는 요즘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이 담겨 있다. "비극을 양분으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해야지."라는 저자의 결심이 오래오래 이어져 좋은 글과 책들로 결실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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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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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 드라마를 보면 식이장애가 소재로 빈번하게 나온다. 식이장애 트리거를 경고하는 문구나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본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아직 식이장애에 대한 경각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아직도 여성 연예인들의 마른 몸을 칭송하며 의사들이 나서서 다이어트 약 광고를 한다. 대체 왜 여자들은 마른 몸을 원할까. 남자들은 왜 마른 몸의 여자를 원할까. ​

영국의 소설가 제시카 앤드루스의 신작 장편 소설 <젖니를 뽑다>의 주인공인 런던에 사는 28세 여성 '나'는 오래전부터 식이장애를 앓고 있다. 음식물을 전혀 섭취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극도의 허기를 느낄 때조차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자신을 심하게 책망하며 거울 속 자신의 몸을 노려보거나 살을 꼬집는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

소설은 '나'의 생일날 '나'가 처음으로 ('당신'으로 지칭되는) 남자친구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날 이후 '나'와 남자친구는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만, 대학원생인 남자친구가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바르셀로나에 있는 대학의 연구원으로 채용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남자친구는 '나'가 자신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가기를 원하지만, 변변한 학위도 직업도 없는 '나'로서는 무리한 부탁으로 느껴진다.

​현재의 고민은 '나'를 자꾸만 과거로 밀어낸다. '나'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정신이 불안정했던 아버지와 그런 남편에게 경제력을 의존해야 했던 어머니, 두 사람의 불화와 이혼이라는 불우한 추억과 만난다. 제2차 성징을 겪으며 이성애자 여성으로서 자연스럽게 남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를 느꼈지만, 자신의 몸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고 때로는 희롱과 추행을 일삼는 남성들 때문에 스스로의 욕구를 검열하고 억제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우리가 동경하는 여성들은 깡마르고 아름답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섹스와 마약에 대한 그들의 욕구를 과시했고, 너무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 세상의 모든 기쁨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놀기 좋아하는 젊은 여자들이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름다움과 현란한 클럽 조명을 위해 맛과 포만감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쾌락에 이르고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잡을 수 있도록 우리의 욕구를 참는 법을 배웠다. (91쪽)

종종 내가 젊은 여성이 아니라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인생 항로가 달랐을지, 또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을지, 또는 더 많은 힘을 가졌을지 궁금해지곤 했다. 덜 의식하고, 거의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 내 일부일 뿐인 육체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려 노력했다. (156쪽)


소설 초반에 '나'는 남자친구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정확히 알고 있고 그에 맞춰 진로를 착착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부러움을 넘어 질투를 느낀다. 그가 함께 바르셀로나에 가서 살자고 말했을 때에도 호의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는 '나'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나타내는 신호라고 느낀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못한 처지였던 여성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능력으로 원하는 삶을 이뤄낸 걸 보면서 '나'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역시 사람은 일을 하고 여행을 해야 한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밝은 결말이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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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적 낙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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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물을 돌보는 '식집사'는 아니지만, 식집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아한다.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 봤는데, 대상의 안녕을 바라며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애정과 노력을 들이는 모습이 숭고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소설가 김금희의 두 번째 산문집 <식물적 낙관>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저자는 출간 직후 공개한 네이버 오디오클립 '김금희 라디오'에서 칠십 개의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칠십 개라니. 하루 한 번씩 물만 줘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그걸 몇 년째 '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저자가 식물에 빠져든 시기는 마음이 힘들었던 때와 거의 비슷하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던 저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사무실에 있는 식물들에게 물을 줬다. 팬데믹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보다 심한 고독과 우울, 무기력을 느낄 때에도 식물들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식물을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돌본다 해도 모든 식물이 뜻대로 잘 자라지는 않는다. 잘 자라고 있는 식물도 부분적으로 상해서 잎을 떼거나 줄기를 잘라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니 힘들다고 비관적인 생각에 지지 말고 낙관적인 생각을 더욱더 움켜쥘 것. 이것이 저자가 식물을 돌보면서 배운 지혜다. 


책에는 저자가 돌보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 외에 식물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저자처럼 식물을 좋아한 작가 이야기(헤르만 헤세, 버지니아 울프 등), 어떤 나무나 꽃을 보고 연상한 추억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어릴 때 살았던 집의 뒷마당에 심어져 있던 목련나무를 추억하는 글이 특히 좋았다. 뒷마당이라고 해도 어른 두 명이 겨우 설 수 있을 만큼 좁은 곳이라서 어떻게 보면 나무로서는 갇혀 있는 셈이었는데, 그런데도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의 불화, 장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들을 잊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저자는 이때부터 식물이 주는 낙관의 기운을 알았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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