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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해적 캡틴 하록 호화판 1
마츠모토 레이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등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또 다른 걸작 <우주해적 캡틴 하록> 호화판이 출간되었다. 호화판답게 양장본으로 되어 있고, 원화의 색상을 재현한 컬러 페이지도 실려 있다.
때는 서기 2977년. 지구의 바다가 사멸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류 종말의 때가 왔다'라며 포기했지만, 캡틴 하록은 새로운 인류의 빛나는 미래를 믿고 무한의 바다 '우주'로 떠났다. 얼마 후 외계인 마존이 우주에서 내려와 지구를 침략하고, 타다시의 아버지 다이바 박사는 권력자들에게 경고하지만 권력자들은 다이바 박사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골프나 치러 다닌다. 그런 다이바 박사 앞에 수상한 여자가 나타나 다이바 박사를 살해하고, 혼자 남은 타다시는 지구가 지금 어떤 위기에 알려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혹해 그가 타라고 한 배에 올라탄다. 그 배의 이름은 아르카디아호. 그 남자는 바로 우주해적으로 악명이 높은 캡틴 하록이다.
우주의 무법자 캡틴 하록은 타다시에게 누구를 위해 살지 말고 나처럼 자유롭게 살아보라고 충고하지만, 타다시는 지구를 위해, 지구인의 용기를 위해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게으르고 패기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구에서 살기보다, 캡틴 하록과 함께 아르카디아호를 타고 우주를 누비며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타다시는 아르카디아호에 오른다.
흔해 빠진 SF 만화의 도입부 같지만,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는 작품 곳곳에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과 철학을 담았다. 가령 이런 문장이 있다. "약육강식... 그것이 우주를 지배하는 본래의 규칙이지만... 그 규칙에 충실히 따르는 종족에게 습격을 받는다면... 골프장이나 오페라극장에 정신이 팔린 이 별 사람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지금 지구인들이 돼지처럼 평화를 탐하고 있는 것도, 외우주에서 죽어간 많은 동포를 희생시켜 손에 넣은 잠깐의 꿈이지. 희생시킬 제물이 없어졌을 때, 그 돼지들에게 자신을 희생할 용기가 있을까?" 작가의 시니컬한 시선이 담긴 문장이, 1978년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구성과 빼어난 작화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