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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의 목소리 1
나츠 미도리 지음, 치쿠야마 키요시 그림, 문기업 옮김, 스기모토 아야 협력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개의 가장 좋은 친구일까. 반려동물 문화의 실태를 고발하고 반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만화 <꼬리의 목소리>를 읽고 든 생각이다.
수의사 '시시가미 타이치'는 동물보호단체의 의뢰를 받아 한 가정집을 방문한다. 시시가미는 이 집 아들이 불법으로 개를 임신시켜서 새끼를 업자에게 팔아넘기는 '브리더'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집에서 키운 것으로 의심되는 개들은 온몸에 피부병이 있고 털이 많이 빠지고 근육이 마모된, 전형적인 '사육 포기'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시가미는 치료비를 받지 않을 테니 이 집의 개들을 전부 넘기라고 사정하지만, 상대는 문도 열어줄 수 없다며 도리어 화를 낸다. 이때 어디선가 험상궂은 외모의 한 남자가 나타나 문을 부수고 억지로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의 정체는 애니멀쉘터 소장 '아마하라 시로'. 막무가내로 집 안에 들어간 시시가미와 아마하라는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한다.
표지의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내용도 귀여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시시가미와 아마하라가 목격한 충격적인 모습이란, 주인이 밥도 안 주고 산책도 안 시켜주고 목욕도 청소도 안 해줘서 치사 직전에 다다른 개들의 모습이다. 먹을 게 없어서 개들이 서로의 몸을 뜯어먹고, 연약한 새끼의 팔다리까지 뜯어먹힌 모습이다(이 장면은 너무 끔찍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책에 따르면 이러한 '동족 포식'은 주인에게 버려지고 굶주린 동물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동물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밖에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주인이라는 인간들은 개들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쓴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개를 임신시키고 그 새끼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뿐이다. 개들은 그런 인간들을 주인으로 알고 도망칠 생각도 안 한다. 시시가미는 그동안 자신이 너무 순진하게 현실을 본 것 같다고 자책하고, 아마하라는 말 못 하는 동물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인간들에게 분노한다.
동물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건 동물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동물이 가엾다는 이유로, 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동물을 억지로 떠맡거나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면서 돌보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동물을 액세서리처럼 사는 멍청한 입양자들'이 불법 번식업자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방송에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나오면 같은 같은 품종의 강아지나 고양이 구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또 다른 품종의 강아지나 고양이가 방송에 나오면 유행이 바뀌었다며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를 버리고 새로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들인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서 유기견, 유기묘 문제가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동물 개체 수 조절도 중요한 문제다. 북미와 유럽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모든 동물들이 최적의 양육과 보호를 받는 것을 목표로 개체 수 조절에 힘을 쓰고 있다. 길고양이를 제로로 만들기 위해 모든 길고양이를 보호 쉘터에 수용하고, 동물들이 때가 되면 중성화 수술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동물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거나,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를 무단으로 키우는 행위다. 그렇게 '선의로' 한 행동이 해당 동물은 물론 종족 전체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니 아찔하다.
동물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할 경우, 적정 개체 수를 초과하는 동물들은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고, 안락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희생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대만 타오위엔시의 동물 보호 센터가 과밀 상태가 되자, 수의사 젠즈청은 전염병이나 동족 포식을 막기 위해 2년간 동물 700마리를 안락사시켰고, 그 충격으로 동물을 안락사 시킨 것과 같은 약을 자신에게 주사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동물 복지 문제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다.
책의 후기는 공익재단법인 환경 복지협회 'Eva'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일본의 유명 연예인 '스기모토 아야'가 썼다. 동물 애호가로 유명한 스기모토는 2013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재지에 버려진 동물들을 직접 구조하고 입양처를 찾아주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스기모토는 "<꼬리의 목소리>를 처음 읽는 분은 그 내용에 충격을 받고, 좀처럼 믿지 못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현실입니다."라고 썼다. 정말 그렇다.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도 동물 복지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