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1 - Volume 1 사도, 습격
사다모토 요시유키 지음, Khara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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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 에반게리온)은 성인이 되기 전과 후, 이렇게 두 번에 걸쳐 TV판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있다. SF 만화나 메카닉물의 열렬한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에반게리온은 제법 재미있게 보았고 지금도 몇 장면은 기억이 선명하다. 에반게리온은 작품 자체도 흥미롭지만, 90년대 세기말을 강타한 '에바 신드롬'이라든가 2000년대 이후 극장판이 새로 개봉될 때마다 벌어지는 기현상 등 작품 외적으로도 주목할 점이 많다.


최근에는 2019년 여름 넷플릭스 방영이 결정되면서 에반게리온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맞춰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화화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도 함께 출간되었다.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작화를 맡았고, 내용은 TV판 애니메이션의 전개를 따른다. 일반적인 단행본 만화책에 비해 판형이 넓어서 작화가 크고 시원해 보인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장판> 1권 '사도, 습격'의 내용은 이렇다. 서기 2000년, 남극에 거대한 운석이 추락해 세계 인구가 반으로 격감하는 '세컨드 임팩트'가 일어난다. 그 후 15년. 지구가 겨우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 인류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온다.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정체불명의 거대 전투병기군단 '사도'다. 사도에 대항하기 위해 인류는 전천후 생체 전투병기 '에반게리온'을 개발해 실용화한다. 파일럿으로는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선발된다. 첫 번째가 에바 0호기의 파일럿 아야나미 레이, 두 번째가 에바 초호기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다.


주인공 신지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헤어져 10년 이상 삼촌 집에서 자랐다. 14세의 어느 날, 신지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름에 방위부 연합군 특무기관 '네르프'의 본부로 온다. 신지의 아버지 겐도는 따뜻한 인사 한 마디 없이 신지를 독선적으로 대하고, 신지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과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에바의 파일럿이 된다. 그러나 조종법도 모르는 신지가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 없고, 사도로부터 극심한 공격을 당한 신지가 의식을 잃고 모두가 포기한 그 순간 신지가 '폭주'해 가까스로 세상을 구하고 목숨을 건진다.


20여 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고 여러 번 봤는데도 만화판으로 읽으니 또 새롭고 재미있었다. 만화판은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인물들의 심리를 꼼꼼하게 보여주고, 주요 장면을 강조해서 제시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가령 1권에서는 10년 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냉대를 당한 신지가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 카츠라기 미사토와 함께 살고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된 신지가 낯선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주로 에바와 사도의 전투 장면에 혹했기에, 만화판을 읽을 때는 인물 간의 드라마를 새로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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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의 목소리 1
나츠 미도리 지음, 치쿠야마 키요시 그림, 문기업 옮김, 스기모토 아야 협력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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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개의 가장 좋은 친구일까. 반려동물 문화의 실태를 고발하고 반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만화 <꼬리의 목소리>를 읽고 든 생각이다.


수의사 '시시가미 타이치'는 동물보호단체의 의뢰를 받아 한 가정집을 방문한다. 시시가미는 이 집 아들이 불법으로 개를 임신시켜서 새끼를 업자에게 팔아넘기는 '브리더'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집에서 키운 것으로 의심되는 개들은 온몸에 피부병이 있고 털이 많이 빠지고 근육이 마모된, 전형적인 '사육 포기'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시가미는 치료비를 받지 않을 테니 이 집의 개들을 전부 넘기라고 사정하지만, 상대는 문도 열어줄 수 없다며 도리어 화를 낸다. 이때 어디선가 험상궂은 외모의 한 남자가 나타나 문을 부수고 억지로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의 정체는 애니멀쉘터 소장 '아마하라 시로'. 막무가내로 집 안에 들어간 시시가미와 아마하라는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한다.





표지의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내용도 귀여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시시가미와 아마하라가 목격한 충격적인 모습이란, 주인이 밥도 안 주고 산책도 안 시켜주고 목욕도 청소도 안 해줘서 치사 직전에 다다른 개들의 모습이다. 먹을 게 없어서 개들이 서로의 몸을 뜯어먹고, 연약한 새끼의 팔다리까지 뜯어먹힌 모습이다(이 장면은 너무 끔찍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책에 따르면 이러한 '동족 포식'은 주인에게 버려지고 굶주린 동물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동물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밖에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주인이라는 인간들은 개들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쓴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개를 임신시키고 그 새끼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뿐이다. 개들은 그런 인간들을 주인으로 알고 도망칠 생각도 안 한다. 시시가미는 그동안 자신이 너무 순진하게 현실을 본 것 같다고 자책하고, 아마하라는 말 못 하는 동물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인간들에게 분노한다.





동물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건 동물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동물이 가엾다는 이유로, 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동물을 억지로 떠맡거나 끝까지 책임질 수 없으면서 돌보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동물을 액세서리처럼 사는 멍청한 입양자들'이 불법 번식업자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방송에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나오면 같은 같은 품종의 강아지나 고양이 구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또 다른 품종의 강아지나 고양이가 방송에 나오면 유행이 바뀌었다며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를 버리고 새로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들인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서 유기견, 유기묘 문제가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동물 개체 수 조절도 중요한 문제다. 북미와 유럽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모든 동물들이 최적의 양육과 보호를 받는 것을 목표로 개체 수 조절에 힘을 쓰고 있다. 길고양이를 제로로 만들기 위해 모든 길고양이를 보호 쉘터에 수용하고, 동물들이 때가 되면 중성화 수술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동물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거나,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나 고양이를 무단으로 키우는 행위다. 그렇게 '선의로' 한 행동이 해당 동물은 물론 종족 전체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니 아찔하다.


동물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할 경우, 적정 개체 수를 초과하는 동물들은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고, 안락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희생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대만 타오위엔시의 동물 보호 센터가 과밀 상태가 되자, 수의사 젠즈청은 전염병이나 동족 포식을 막기 위해 2년간 동물 700마리를 안락사시켰고, 그 충격으로 동물을 안락사 시킨 것과 같은 약을 자신에게 주사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동물 복지 문제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다.





책의 후기는 공익재단법인 환경 복지협회 'Eva'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일본의 유명 연예인 '스기모토 아야'가 썼다. 동물 애호가로 유명한 스기모토는 2013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재지에 버려진 동물들을 직접 구조하고 입양처를 찾아주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스기모토는 "<꼬리의 목소리>를 처음 읽는 분은 그 내용에 충격을 받고, 좀처럼 믿지 못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현실입니다."라고 썼다. 정말 그렇다.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도 동물 복지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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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
호시 요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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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것'을 그려내고 싶었다." <오늘의 네코무라 씨>, <아이사와 리쿠>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만화가 호시 요리코가 신작 <B&D>를 발표하면서 밝힌 작품의 의도다. 작가의 의도대로 이 만화는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등장인물은 2살짜리 천재 치치와 주변의 형들이다. 총 41편의 단편과 2편의 새로 그린 단편이 실려 있는데 하나같이 시시껄렁한 농담 수준의 일상을 담고 있다. 형들이 어떤 여자가 찾아왔는데 오른쪽 어금니가 금니였다느니, 커피 젤리 위에 프레시 크림을 얹어 먹으면 더 맛있다느니 하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꼬맹이 치치는 학교에 입학한다. 한참 나이 많은 형, 누나들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척척 풀고, 백 점 맞은 시험지를 형들에게 나눠줘서 의도치 않게 곤란한 상황을 만드는 걸 제외하면 대체로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오늘의 네코무라 씨>, <아이사와 리쿠>를 뛰어넘는 독특한 만화인데, 그렇다고 아주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어떤 형이 치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아빠처럼 부모님 회사의 사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네가 가장 하고 싶은 걸 해라'라고 하시더라고." 멋대로 아빠의 꿈은 자신이 회사를 이어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아버지의 진짜 꿈은 '가족이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자식이 부모의 꿈을 멋대로 넘겨짚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이시다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썼던 '스무 살이 되어서 해낸 일 20가지'라는 작문을 읽고 해낸 일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닫고 좌절한다. 스물이 넘었는데 영어도 못 하지, 자동차 면허도 없지, 비행기도 탄 적 없지, TV에도 나간 적 없지, 그런 자신에게 정이 뚝 떨어진다고 하자 친구들은 초4인 네가 너무 높은 꿈을 꾼 것뿐이라며 위로한다. 이어지는 이시다의 말. "하지만 한 게 하나밖에 없었다고! '의자 없이도 냉장고 위를 볼 수 있다.'" 친구들의 말. "큰 거 했네," ㅋㅋㅋ


호시 요리코의 만화가 으레 그렇듯이 빵 터지게 재밌지는 않지만 묘한 매력과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그나저나 2년 가까이 나오지 않고 있는 <오늘의 네코무라 씨> 신간은 언제 나오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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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야화담 1
마츠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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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한밤중에 읽다가 너무 무서워서 몇 번을 멈췄던 만화다. 요괴 만화라고 해서 <불쾌한 모노노케안>이나 <나츠메 우인장>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장르도 분위기도 한참 다르다.


평범한 외모의 남자 고등학생 '사사키 토키히토'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그림자에 나비가 앉아있는 것을 깨닫는다. 이상한 일이지만 해를 가하지 않으므로 그대로 뒀더니 나비의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이윽고 나비떼에 쫓기는 신세가 된 사사키는 오래되어 보이는 여관 앞에 서 한 남자를 만난다. 남자가 말한다. "저희 숙소에서는 '숙박비'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그 대신 당신의 '비밀'을 하나 받아갑니다." 사사키가 비밀이 없어서 숙박비를 낼 수 없다고 말하자 남자의 표정이 변하고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코너에 몰린 사사키가 고민 끝에 밝히는 비밀의 실체는 더욱 아찔하다.


단편으로 끝나는 줄 알았던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더욱 구체화되고 넓어진다. 사사키가 들어간 여관의 이름은 무언가 문제를 안고 있는 인간이 방문하는 숙소 '무라쿠모야'. 사사키처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숙박비 대신 자신의 비밀을 내야 하는 것이 이 숙소의 규칙이다.


요괴 이야기, 귀신 이야기를 싫어하는 편이 아닌데 만화의 생생한 그림으로 접하니 훨씬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이런 공포 만화는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데 그 이유는 뭘까. 마라탕에 중독되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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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란 1
암미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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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보기만 할 뿐 손에 넣을 순 없는 것을 일본인들은 '절벽 위의 꽃(高嶺の花)'이라고 한다. 안미츠의 만화 <절벽 위의 란>은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미모면 미모,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서 '절벽 위의 꽃'이라고 불리는 여고생 '타카미네 란'이 같은 반 남학생 '사에키 아키라'를 좋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맨스 만화다.


란은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좋지만 남자친구는 없다. 공부도 운동도 전교 톱인 란에게 감히 대시해 오는 남자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란은 학교 화단에 물을 주다가 아키라에게 물을 뿌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란에게 아키라는 별일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그 쿨한 모습에 란은 마음의 문을 조금 연다. 얼마 후 빈 교실에 남은 두 사람. 아키라는 란에게 왜 원예부에 들어갔느냐고 묻고, 란은 '꽃들이 남같지 않아서'라고 답한다('나는 꽃처럼 예쁘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꽃처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하는 존재다'라는 뜻인 것 같다). 그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키라는 점점 더 란에게 다가오고, 란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꽃을 좋아하는 아키라의 모습에 점점 더 끌린다.


꽃을 좋아하는 란과 꽃집 아들 아키라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천천히 가까워지는 모습이 순수하고 귀엽다. 밝고 깨끗한 분위기의 순정 만화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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