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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짱과 고양이 : 때때로 오리
네코마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7월
평점 :
'1970년대를 추억하는 레트로 일상 코믹에세이'라는데 1980년대생인 나도 적지 않은 대목에서 공감했다. 회사원인 아빠, 전업주부인 엄마, 마지막에 태어난 귀여운 여동생까지. 켄이 남자 아이인 것만 빼면 나의 가족과 구성이 비슷하고, 부모님의 직업이나 취미, 성격, 심지어 생김새까지 거의 일치해서 마치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빠져들어 읽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76년의 어느 시골 마을. 다섯 살 소년 켄은 늦잠 자기를 좋아하고 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평범한 아이다. 과묵한 아빠의 취미는 사진 찍기인데, 사진을 찍는 대상은 항상 켄이다. 켄이 고양이와 노는 모습, 켄이 맛있게 국수를 먹는 모습, 켄이 자는 모습 등 켄이 자라는 모습을 한 순간이라도 놓칠까봐 카메라를 손에서 놓치 못하고 연신 셔터를 눌러 댄다. 엄마는 옆에서 '사진 현상비'가 한두 푼이 아니라고, 심지어 죄다 비슷비슷하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켄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아빠 앞에서 깜찍하게 포즈를 취하는 켄의 모습을 보니 나도 어린 시절 엄마 아빠 앞에서 켄과 똑같이 포즈를 취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엄마 아빠가 보물처럼 다뤘던 필름 카메라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얼마든지 찍었다 지웠다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밖에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은 '사진 현상비'가 뭔지 알까(모를 거야 아마...).
모처럼 외출하는 엄마를 따라간 켄이 맛있는 오므라이스를 얻어먹는 장면도 귀여웠다. 이 장면을 보니 나도 어린 시절 엄마가 친구 만나러 갈 때마다 따라갔던 기억이 나고, 그 때 얻어먹었던 맛있는 음식들 생각도 새록새록 났다. 요즘은 외식하는 일이 하도 흔해서 새롭지도 않지만, 나 어릴 때만 해도 요즘처럼 음식점이 많지도 않고 외식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가족들 생일이나 친척들 결혼식 정도. 아니면 엄마 친구 모임, 아빠 친구 모임 따라가서 얻어먹는 게 전부였는데 그 때가 참 좋았다. 지금은 외식하면 내가 돈 내야 돼 ㅠㅠ
살이 쪄서 뚱뚱한 줄 알았던 엄마가 알고보니 임신 중인 걸 알고(ㅋㅋㅋ) 충격받은 켄의 모습도 귀여웠다. 얼마 후 진통을 느끼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간 엄마와 아빠. 외할머니가 켄을 돌보러 올 때까지 옆집 아주머니가 켄을 돌봐주는 에피소드도 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와 똑같아서 놀랐다. 나도 여동생이 태어날 때 엄마 아빠는 응급차 타고 병원 가고, 나 혼자 집에 남아 있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돌봐줄 때는 뾰루퉁하게 있다가 외할머니가 오자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