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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의 나라 1
이즈미 이치몬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평점 :
'<신부 이야기>, <아르테>의 뒤를 잇는 치유계 판타지 만화의 등장'이라는 문구를 보고 무조건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만화다. <신부 이야기>도 <아르테>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인데, 읽어보니 역시 좋았다.
만화의 배경이나 설정은 <아르테>보다 <신부 이야기>에 가깝다. 무대는 18세기 티베트. 주인공 '칸 시바'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을 의사가 되기 위해 견습으로 일하는 중인 열세 살 소년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환자를 대하는 자세나 병을 고치는 방법 등을 배워온 칸 시바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의사로서의 실력이 상당한 편이다. 환자의 얼굴만 보고도 병세를 맞히고 혼자 힘으로 약을 제조할 정도인데, 그런 칸 시바를 마을 사람들도 예비 의사로 인정하고 잘 따르고 있다.
어느 날 칸 시바는 이민족 옷을 입은 남자의 등에 어린 신부가 업혀가는 모습을 본다. 집에 도착한 칸 시바는 아까 본 이민족 남자와 어린 신부가 자신의 집에 와 있는 걸 보고 당황하지만, 먼 길을 가는 도중에 잠깐 쉬었다 가는 손님인 줄로만 알고 극진히 대접한다. 이튿날 칸 시바는 신부가 집에 남아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이민족 남자가 실수로 신부를 놓고 간 줄 아는 칸 시바에게 아버지는 괜찮다고 한다. 정말 괜찮느냐는 칸 시바의 물음에 아버지는 이렇게 답한다. "괜찮겠지. 칸 시바, 너와 결혼할 거니까." 알고 보니 신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칸 시바의 신부'였던 것이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옛날 티베트에서는 양가에서 약혼이 성립된 후 신부의 친족 사내가 신부를 신랑 집까지 업어서 데려다주는 혼인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칸 시바와 라티는 아직 결혼한 상태는 아니고 약혼만 한 상태인데, 아직 한참 어린 데다가 의술과 약초밖에 모르는 칸 시바가 앞으로 라티와 어떻게 친해지고 결혼 생활을 해나갈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가상의 만화를 통해 19세기 티베트의 문화와 풍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작가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만화라서 낯선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