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마리코 7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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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8권은 7권에 이어 마리코가 과거의 유명 작가인 코자쿠라 쵸코의 신작 소설을 자신의 웹 매거진에 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마리코는 우여곡절 끝에 코자쿠라 쵸코로부터 신작 소설을 쓰겠다는 말을 듣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코자쿠라는 절필 기간이 너무 길었던 탓인지 영감을 떠올리지 못하고, 웹 매거진 론칭이 얼마 남지 않은 마리코는 점점 애가 탄다. 아무리 노력해도 글이 써지지 않자 코자쿠라는 마리코가 유령 작가로 자기 대신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리코는 내키지 않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코자쿠라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지 못한다.


한편 마리코는 카리스마 편집장 쿠라하라 테츠로로부터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상점가를 부흥시킬 아이디어를 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상점가 또한 일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역 앞이나 도시 중심에 있는 상점가에서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체인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고 인터넷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상점가를 찾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고 문을 닫는 가게나 아예 철거되는 상점가마저 늘고 있는 추세다.


쿠라하라 테츠로의 사무실이 있는 상점가도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코자쿠라는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에 밀려나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말하지만, 마리코는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문을 닫는 가게들의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마리코는 쿠라하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상점가를 부흥시킬 방안을 생각해보는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는데도 실패한 일이 마리코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의 아이디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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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6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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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문학지에 정기 연재했던 출판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마리코는 직접 웹 매거진을 만들어 자신처럼 연재처를 잃은 작가들의 글을 소개하기로 결심한다. 마리코는 누구나 아는 거물 작가를 영입하면 흥행에 성공할 거라는 조언에 따라 작가를 섭외하기 시작하고, 마침 아르바이트하는 술집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절필하고 잠적 중인 코자쿠라 쵸코를 우연히 만나 그를 영입하려고 한다.


코자쿠라 쵸코의 저택으로 찾아간 마리코. 알고 보니 코자쿠라의 저택은 으리으리한 외관과 달리 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쓰레기가 가득 쌓인 상태였다. 한때는 모든 사람이 동경하는 소설가였던 코자쿠라가 쓰레기 저택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리코는 큰 충격을 받는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코자쿠라의 쓰레기 저택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코자쿠라 또한 충격을 받는다.


작가는 아마도 코자쿠라를 통해 저장강박증 문제를 지적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강박장애의 일종인 저장강박증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배우자나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잃은 충격으로 사소한 것 하나도 버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퇴직 또는 실직 등으로 인해 기력을 잃고 사고 자체를 멈춰버릴 수도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져서 쓰레기를 버리고 집안을 정리하는 일이 젊은 시절보다 힘에 부치고 부담스럽게 느껴져서일 수도 있다.


코자쿠라의 경우는, 젊은 시절 사귀었던 남자들에게 받은 상처나, 잘 나갈 때 출판계 사람들에게 받았던 불합리한 대우 등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쓰레기를 버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마리코는 코자쿠라의 상태를 간파하고 코자쿠라를 달래주는 동시에, 쓰레기 저택 일로 하락한 코자쿠라의 평판을 회복하기 위한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낸다. 너무 너무 멋있는 마리코 편집장님! 7권에서도 멋진 활약 보여주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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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다리로 간다 2
히다카 쇼코 지음, 강세모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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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타분한 전통을 뒤엎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신선한 자극을 준다. 히다카 쇼코의 만화 <세월이 흘러 다리로 간다>도 마찬가지다.


이 만화는 긴자 니혼바시에 자리한 노포 포목점 '미츠보시'의 젊은 주인 토라사부로가 전통적인 운영 방식을 개선하며 겪는 시행착오와 성공을 그린다. 백화점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최신 경영 방식을 배운 토라사부로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미츠보시의 운영 방식에 의문을 느끼고 직접 바꾸기로 한다. 디데이는 얼마 남지 않은 니혼바시 개교식 날. 모든 도쿄 사람들이 기대해 마지않는 니혼바시가 개통되는 날, 니혼바시를 찾은 사람들이 변화된 미츠보시의 모습을 본다면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것이고 매출도 크게 상승할 거라고 토라사부로는 생각한다.


하지만 니혼바시 개교식 날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일이 발생하고 이 날만을 기다리며 준비해온 미츠보시에게 위기가 닥친다. 이때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토라사부로가 미츠보시의 첫 여성 직원으로 채용한 토키코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한다. 이제까지 여성이라고 무시당하고 제대로 된 일거리조차 받지 못했던 토키코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고 미츠보시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다.


낡은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나가는 토라사부로와 미츠보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그중 최고는 단연 토키코다. 당대에는 드문 여학교 출신으로, 그 시대의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일찍 혼인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길을 택한 토키코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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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다리로 간다 1
히다카 쇼코 지음, 강세모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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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카 쇼코의 만화가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 호기심에 구입해 본 책이다. BL 색채가 짙은 만화가로 알고 있는데, 명성(?)과 달리 이 만화는 BL 보다 시대물의 색채가 더 강하고, 남성 캐릭터들도 멋지지만 여성 캐릭터들이 정말 멋지다.


때는 메이지 말의 도쿄. 지금의 긴자와 가까운 니혼바시에 자리한 노포 포목점 '미츠보시'의 셋째 아들 호시노 토라사부로가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다. 3년 만의 귀국인데도 직원들은 토라사부로를 냉랭하게 대하고 가족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버는 돈이 족족 토라사부로의 유학자금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미츠보시는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망하기 일보 직전인 상태. 참다못한 직원들은 경영을 맡고 있는 토라사부로의 큰형 아리토라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고, 하필 이때 귀국한 토라사부로에게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한편, 도쿄의 유서 깊은 우산 가게의 딸인 토키코는 당대에 드물게 여학교를 졸업한 재원이지만, 웬만한 남자보다 큰 키와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 탓에 스무 살이 넘도록(!) 시집을 못 가고 집에서 잔소리를 듣는다. 토키코는 예전부터 옷에 관심이 많아서 도쿄의 유명한 포목점들이 제작하는 카탈로그를 닳도록 들여다보면서 혼자서 패션 공부를 한다. 그런 토키코 앞에 근사한 양복을 차려입은 타카토 레이지라는 남자가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미츠보시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미츠보시에서 여성 직원을 채용한 역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토키코는 타카토가 사기를 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때 도쿄 제일의 포목점이었던 미츠보시에서 일하고 싶어서 애가 탄다.


전통을 고수하느라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포목점을 이어받은 토라사부로의 혁신이 기대되는 가운데, 미츠보시 최초의 여성 직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토키코의 활약 또한 기대된다. 인물 캐릭터도 좋고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작화까지 좋아서 별일이 없는 한 완결까지 계속 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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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 상
미우라 시온 원작, 쿠모타 하루코 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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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읽고 영화도 봤는데 만화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 만화판 <배를 엮다>를 보기 전에 든 생각이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이 만화에 사로잡혀서 다른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 


이야기의 무대는 '겐부쇼보'라는 출판사다. 사전편집부에 근무하는 아라키 코헤이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뒤를 이어 사전편집 일을 맡아줄 후배 편집자를 찾는다. 그의 이름은 마지메 미츠야. 대학원 졸업 후 겐부쇼보에 취직해 영업1부에 배속되었으나, 영업 사원답지 않은 후줄근한 외모와 고지식하면서도 깐깐한 성격 때문에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마지메에게서 사전편집자의 재능을 알아본 아라키는 마지메를 사전편집부로 데려오고, 전부터 사전편집부에 있었던 니시오카는 마지메의 영입을 반가워하면서도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를 보인다.


한편 마지메는 새로 이동한 사전편집부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웬 아리따운 여성이 자신의 하숙집에 새로 들어온 것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은 하숙집 주인의 조카로, 이름은 카구야이고 직업은 일식 요리사다. 카구야에게 첫눈에 반한 마지메는 당장이라도 카구야와 사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말주변 없고 어수룩한 자신의 성격을 좋아해 줄지 자신이 없다. 고민 끝에 마지메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연모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절절한 연애편지로 카구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는데 과연 잘 될까.


만화판 <배를 엮다>는 소설과 영화에는 없는 만화적 상상력과 새로운 설정이 추가되어 <배를 엮다>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물론, <배를 엮다>를 전부터 알았던 독자까지도 새삼 그 매력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마지메의 동기이자 라이벌인 니시오카에게 덧붙여진 새로운 설정은 마지메와 니시오카의 관계 해석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마지메가 사모하는 카구야도 소설이나 영화보다 훨씬 요염하고 대담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전을 편집하는 과정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새로운 단어를 수집하는 모습, 어떤 단어에 대한 가장 적확한 정의를 찾는 모습, 생각지 못한 용례를 발견하는 모습 등 소설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을 만화로 보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사전은 물론 언어, 말과 글, 책 만드는 과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일한다는 것, 일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만화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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