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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여 들어다오 6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11월
평점 :
예전에는 방송을 하고 싶으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방송사에 들어가야 했다. 이제는 다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자신이 만든 영상을 송출할 수 있다. 플랫폼도 콘텐츠도 워낙 많은 시대가 되고 보니 이제는 TV도 안 보고 라디오도 안 듣는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말이다. 보고 듣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그 가치도 줄어드는 걸까. 애초에 TV, 라디오는 왜 존재하는 걸까. 사무라 히로아키의 최신 연재작 <파도여 들어다오> 6권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지난 5권에서 미나레와 미즈호, 쿠레코는 홋카이도의 왓사무라는 곳으로 취재하러 갔다가 신흥 종교 집단에 의해 납치되고 감금되었다. 대체 무엇을 믿는 신흥 종교 집단인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교주는 공중파 방송국에 다니다가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해직당한 사람으로,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다니는 미나레와 미즈호, 쿠레코의 힘을 빌려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 송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왜 하필 미나레와 미즈호, 쿠레코인지 궁금했는데, 딱히 사람을 가린 건 아니고 그냥 방송국에 다니는 사람이면 죄다 납치해 왔다고 한다(ㄷㄷㄷ).
대체 무슨 내용의 방송이기에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제작, 송출하려고 하는지도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의외로 '깊은 뜻'이 있었다. 2018년 일본 아베 총리가 TV 및 라디오 방송의 '정치적 공평성'을 요구하는 방송법 4조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미나레를 납치한 종교 단체는 바로 이 법 개정을 저지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작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여전히 인터넷, 스마트폰 없이 TV, 라디오 같은 전파 방송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원래는 이렇게 진지한 만화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진지해졌다. 근데 더 좋다. 그렇다고 왈가닥 미나레의 방송 활극 같은 분위기가 사라진 건 아니니 안심하시길. 그나저나 미나레는 라디오 DJ보다 유튜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작가님도 어렴풋이 느끼실 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