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주인 신장판 3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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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검객 만지와 부모의 복수를 다짐한 소녀 린의 모험을 그린 만화 <무한의 주인>이 신장판으로 출간되었다. <무한의 주인 신장판>은 작가 사무라 히로아키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커버를 입힌 무삭제, 무수정 판이라서 구판을 읽은 독자들도 다시 읽어볼 만하다.


이야기는 우연한 계기로 불로불사의 몸을 지니게 된 검객 만지가 '승리야말로 검의 길'이라고 여기는 일도류의 수장 아노츠에 의해 부모를 여의고 복수를 다짐한 소녀 린과 함께 길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만지는 '백 명을 죽인 사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만지 자신은 백 명을 죽이고도 자신은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은 것을 괴롭게 여긴다. 죽지 않는 사람에게는 삶도 없기 때문이다.


3권에서는 만지와 린의 주변에 적인지 동지인지 구분하기 힘든 사람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만지와 린처럼 아노츠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 떠나기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외려 만지가 위험에 처하고 린은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부족한지 다시금 확인한다. 만지는 살아있는 한 누군가에게는 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고 야단치지만, 린은 검술 실력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자신 때문에 만지까지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 달갑지 않다.


린을 돕는 만지의 입장에선 황당할 수 있겠지만, 나는 린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어차피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복수를 한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 보이니, 차라리 만지와 둘이서 어디 한적한 곳으로 가서 편안하게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과연 나약하기만 한 걸까. 원수를 내 손으로 죽이는 것보다, 원수가 보란 듯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어쩌면 진정한 복수가 아닐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과연 진정한 정의일까.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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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의 나라 5
이즈미 이치몬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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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전통문화를 철저하게 고증한 만화 <천수의 나라>가 총 5권으로 완결되었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을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수련 중인 칸 시바가 이웃 마을에서 온 라티를 신부로 맞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5권에선 마침내 두 사람의 혼례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라티가 혼례 준비를 위해 잠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자 서운해하는 칸 시바의 모습이 귀여웠다. 라티의 오빠가 라티를 칸 시바에게 맡겨도 괜찮을지 걱정하는 모습도 애틋했다. 우연한 계기로 칸 시바의 성품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는 라티의 오빠.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람 좋게 허허 웃는 칸 시바. 둘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천수의 나라>는 작화도 내용도 모두 훌륭한 웰메이드 만화다. 덕분에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던 티베트의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었고, 당시 사람들의 순박하면서도 나름의 지혜가 있었던 생활 방식을 잘 알게 되었다. 이 좋은 만화를 이제 더는 못 읽는다니 아쉽다. 이즈미 이치몬 작가의 다음 작품도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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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움직씨 만화방 2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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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델 테스트'로 유명한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의 개인사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김하나 작가님이 추천하셔서 읽게 되었는데, 글과 그림은 물론 번역까지 훌륭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제목인 <펀 홈(fun home)>은 '장례식장(funeral home)'과 '재미있는 집(fun home)'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저자의 아버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시골 마을에서 영문학 교사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장의사로 일했다. 저자의 집이 장례식장이었기 때문에 저자와 남동생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하는 장례 일을 거들곤 했다. 아버지는 상당히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사람이었다. 저자가 '여자아이'처럼 굴지 않고 '남자아이'처럼 굴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놓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저자는 그런 아버지를 매우 싫어했다. 어서 빨리 자라서 아버지 곁을 떠나 자유롭게 살기를 간절히 바랐다.


마침내 뉴욕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 부모 품을 벗어난 저자는 도서관에서 페미니즘과 레즈비어니즘 서적을 읽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런데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 저자의 아버지가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저자는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은 것 같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그동안 감쪽같이 숨겨온 '진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라는 인간을 다시 보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은 저자와 아버지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다. 저자와 아버지는 같이 사는 동안 거의 내내 불화했지만, 책을 읽을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잘 통했다. 시골 학교의 영문학 교사였던 아버지에게 저자는 그 어떤 학생들보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수제자였고, 하루빨리 시골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저자에게 아버지는 새로운 세상을 안내해 주는 멘토이기도 했다. 마침내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 새로운 정체성을 얻은 저자의 삶과 그러지 못한 아버지의 죽음이 교차되는 장면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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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완전판 5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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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완전판>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 지구에 전염병이 퍼진다거나 신흥종교가 나라를 어지럽히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20세기 소년 완전판> 4,5권을 읽는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신천지가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판데믹이 처음 있는 현상도 아니고 신흥종교가 나라를 어지럽힌 건 90년대 일본에서 옴진리교가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한 게 먼저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이다 보니 현재 일어나는 일들과의 유사성이 더 크게 보인다.


5권에 비하면 4권은 발랄하고 경쾌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5권의 내용은 무섭고 진지하다. 친구 랜드에 끌려갔다가 무사히 도망쳐 나온 고이즈미 쿄코는 새로 온 선생님을 수상하게 여긴다. 다정했던 켄지 삼촌이 테러리스트일 리 없다고 믿는 칸나는 켄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한편 켄지의 친구들은 '얼굴 없는 소년'의 정체를 밝히려고 애쓰지만, 너무 어릴 때의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가 수십 년이 흐른 후 복수하러 온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6권을 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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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완전판 4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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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한 번 펼치면 멈추기가 힘들다. 그래서 <20세기 소년 완전판>도 전권을 구입해 한꺼번에 읽고 싶은데, 막상 신간이 나오면 참지 못하고 한 권씩 사서 읽게 된다. 완전판 말고 구판으로 읽어도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기분 뭘까...


4권에는 칸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고이즈미 쿄코'라는 여학생이 등장한다(참고로 고이즈미 쿄코는 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 중인 일본의 유명한 가수이자 배우의 이름이다). 고이즈미는 아무 생각 없이 역사 수업 주제로 켄지 일당의 테러 사건을 정하는데, 이것이 발단이 되어 친구 랜드에 끌려가 강력한 세뇌 교육을 당하게 된다. 친구 랜드에서 만난 청소부 아저씨에게 배운 기술로 세뇌를 피한 고이즈미는, 학교로 돌아와 칸나를 애타게 찾는다. 켄지의 조카로 알려진 칸나라면 친구 랜드가 벌이고 있는 악행을 이해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독자가 궁금해 하는 진실을 드러낼 듯하다가 끝내 드러내지 않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솜씨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 <몬스터>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얼른 다 읽고 영화 보고 싶다. 재밌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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