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뭐 하면서 살 거야? - 청소년의 진로와 경제활동에 대한 지식소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8
양지열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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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는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 안내서 같은 책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사회에 나와서 일자리를 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법 상식에 관한 책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 건 맞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오지 않은 채로 아르바이트나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이미 사회에 나온 직장인들에게도 유익할 것 같다.


이 책을 쓴 양지열 변호사는 중앙일보에서 8년간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사법고시에 응시한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기자 출신다운 탁월한 글솜씨를 발휘해 다수의 책을 집필했으며, 그중에는 <헌법 다시 읽기>, <내가 하고 싶은 일, 변호사> 등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법적 곤란을 겪지 않도록 법의 기초와 상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 다수 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로, 단순히 법 지식을 나열하지 않고 독자들이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게끔 소설 형식으로 쓰인 점이 돋보인다.


이야기는 중학생인 시연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시연은 학생회장 언니가 연예인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엄마에게 전한다. 마침 엄마도 그 소식을 듣고 시연의 삼촌을 소개해 준 참이다. 변호사로 일하는 시연의 삼촌은 사람들이 중요한 거래나 계약을 하기 전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미리 검토해 주는 일을 한다. 연예인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면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받기 전에 계약을 하게 되는데, 학생회장 언니가 향후 분쟁을 겪지 않도록 시연의 삼촌이 함께 계약서를 봐준 것이다.


연예인 기획사의 연습생이 될 기회는 흔하지 않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은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계산을 하는 상황도 엄밀히 따지면 업주를 상대로 음료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약은 민법에 속하는 원칙들로, 민법을 몰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민법을 알아두면 일상생활을 하다가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다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책에는 이 밖에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때 알아두면 좋은 계약 관련 사항들,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필요한 단기 근로계약서 작성하는 방법, 청년 사업가로서 창업을 할 때 필요한 법 지식, 중소기업에 취직한 경우 필요한 법 지식 등이 자세히 나온다. 스토리텔링 형식이라서 가볍게 읽기 좋고, 가볍게 읽으면서 중요한 법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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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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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신화를 주제로 한 교양 수업을 들으며 아주 힘들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한국인인 내가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지, 왜 어려운 지명이나 인물명을 외워야 하는지, 왜 어느 신과 어느 신이 사랑에 빠져서 벌어진 일을 알아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되어 애를 먹었는데, 막상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하고 나니 철학이나 정치학, 문학, 예술사 등 다른 학문을 공부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이래서 다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하는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읽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서적으로 손꼽히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인데, 오래전에 읽은 구판과는 다른 특별 합본판을 읽었다. 총 5권으로 출간된 구판을 한 권으로 엮은 특별합본판은 쪽수가 무려 1200에 달한다. 여기에 기존 책에서 선별하고 새롭게 추가한 도판 자료 220여 점을 수록했고, 오랫동안 소장할 수 있도록 양장본으로 만들어졌다. 누구나 집에 한 권씩 두고 궁금할 때마다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을 제우스, 헤라, 아프로디테, 에로스 같은 유명한 신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테세우스, 하데스, 오르페우스, 디오뉘소스, 헤르메스, 나르키쏘스 등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각각의 신들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할 뿐 아니라 해당 신을 주제로 한 명화도 소개해 다양한 분야의 교양 지식을 이 책 한 권으로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저자인 이윤기 선생의 수려한 번역과 다채로운 해설이 최고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제1권 1장의 제목은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이다. '신화 책인데 웬 신발?'이라는 의문을 가지기가 무섭게, 저자는 왕위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청년이었던 이아손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나중에 헤라로 밝혀진다)를 도와주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데, 얼마 후 '외짝 신발을 신은 사나이'가 이올코스의 왕이 된다는 전설의 주인공으로 지목되어 왕위에 오르는 신비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왜 하필이면 신발인가? 신발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테세우스, 달마, 콩쥐의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이야기로 시작해 불교와 한국의 전래동화 속 인물 이야기까지 엮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제4권과 제5권에는 각각 헤라클레스 신화와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에 관해 소개하면서 저자가 직접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이 된 장소들을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해본 적 없는 나라와 장소들이라서 여행기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고, 유적지 한곳에 가더라도 단순히 둘러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자의 지식과 식견을 담아 풍부하게 해설을 들려줘서 유익했다. 언젠가 직접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장소들을 여행할 그날을 꿈꾸며, 그때까지 이 책을 여러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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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 편지
권희경 지음 / 홍익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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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을수록 심리학만큼 세상 사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 없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사랑도 미움도, 일도 공부도,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심리로부터 시작되고, 문제가 생기고, 종국에는 해결되거나 혹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와감 심리상담센터 소장 권희경의 책 <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 나부터 안다면 덜 상처주고 덜 상처받을 텐데. 심리학을 의무교육으로 배우면 어떨까.


이 책은 주로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갈등을 일으키는 심리학적 문제들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을 볼 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러한 경향이 강한데, 여기에는 어린 시절 간절하게 원했지만 반복적으로 좌절되었던 욕구를 연인 또는 배우자가 실현해 주리라는 욕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어둡고 우울했던 모부를 보면서 실망한 자식이 밝고 쾌활한 연인 또는 배우자를 바라는 식이다. 이 경우 연인 또는 배우자가 모부를 연상케 하는 어둡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실망한 나머지 사랑이 식을 수 있다. 


나쁜 걸 알면서도 나쁜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사랑이 변할까 봐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것도, 사람의 성격이나 내면을 보지 않고 스펙이나 외면만 보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연인 또는 배우자를 탓할 게 아니라 자기 내면의 어린아이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해결책 또한 어린 시절의 경험 또는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깨달았더라도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는 게 두려워서 외면하다 보면 결국 같은 상처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고, 상처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사랑은 낭만, 표현, 섹스, 긍정, 공감, 돌봄과 관여, 신뢰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라도 결여되거나 지나치면 상대는 물론 나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사랑은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된 커플이라고 할지라도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할 때는 상대를 탓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말로써 진심을 표현하기가 힘들면 휴대전화 문자나 SNS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상대방이 불만을 표시하거나 화를 낼 때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신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상대가 나를 비난하고 공격한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불필요한 싸움도 피할 수 있고 관계를 보다 원만하게 만들 수 있는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다수 나온다. 사랑이 어려운 사람, 관계가 힘든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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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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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무식자'인 내가 웬일로 호기심이 동해서 읽은 과학 책이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비슷한 책들을 더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저자인 짐 홀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 작가다. 수학, 과학, 철학 등이 어우러진 글을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가 이 책에 실려 있다. 미국의 유명한 에세이 작가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글에 관한 글도 실려 있는데, 마침 얼마 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책을 읽어서 그의 이름을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이 반가웠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프랜시스 골턴 경, 통계학... 그리고 우생학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글이다. 우생학으로 유명한 골턴의 외사촌은 그 유명한 찰스 다윈이다. 골턴은 오랫동안 자신과 다윈을 비교하며 경쟁심을 느꼈는데, 똑똑하고 잘생긴 (것으로 알려진) 골턴이 뜬금없이 우생학에 빠진 계기 또한 다윈이었다.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것을 보고 자극을 받은 골턴은 자신도 다윈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가 인간 진화를 의도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우생학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두 번째로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브누아 망델브로와 프랙털의 발견'이다. 학창 시절 프랙털 이론을 배우고 흥미를 느꼈던 것을 기억하지만, 정작 프랙털 이론을 누가 처음 생각해낸 것인지는 몰랐다. 프랙털 이론을 처음으로 주창한 망델브로는 어린 시절 그림을 갖고 놀기를 좋아했다. 이미지와 수를 연결하는 데 능했던 망델브로는 조지 킹슬리 지프라는 언어학자가 만든 '지프의 법칙'을 알고 이 법칙이 수학에도 통할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지프의 법칙은 파레토의 법칙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 모든 법칙이 연결되어 있다니 놀라웠다.


세 번째로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무한 숭배'라는 글이다. 예부터 프랑스인들은 합리주의를 숭배하고 러시아인들은 신비주의를 숭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자는 이러한 민족적 특성이 수에 대한 태도 차이에도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단적인 예로 무한이라는 개념은 신비주의를 숭배하는 러시아 인들이 훨씬 더 좋아하는 식이다. 반대로 앙리 푸앙카레를 비롯한 프랑스의 수학자들은 무한이라는 개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프랑스보다도 경험주의적인 특성이 강한 영국의 수학자들은 어땠을까?)


조지 고든 바이런 경의 딸 에이다 바이런이 최초의 프로그래머가 맞는지에 관한 글도 흥미로웠다. 에이다의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정확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웠던 글은 역시 앨런 튜링에 관한 글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수학자이자 암호 해독가로, 2차 세계대전을 끝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지만 성 정체성 때문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앨런 튜링.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얼마 전 김원영 변호사의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알게 된 '존재하지 않을 권리' 판결에 관한 글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서문에 쓴 대로, 이 책은 과학과 수학뿐 아니라 철학과 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이슈를 총망라하여 이과 출신은 물론이고 (나 같은) 문과 출신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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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친일파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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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로 유명한 호사카 유지 교수의 책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호사카 유지 교수의 말이나 글은 자주 접했는데, 정작 호사카 유지 교수가 어떤 인물인지는 잘 몰랐다. 이 책의 책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에 따르면 195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공학부 졸업 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1988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기 시작해 2003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했고 현재까지 한일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친한파로만 알았지, 서울에서 32년을 살았고 귀화까지 한 사실은 몰랐기에 놀라웠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내용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식으로 쓰였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반일 종족주의>는 현재 한일 양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일본 우파의 논리에 근거해 쓴 책이다. "사실상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핵심 부분은 일본 우파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쪽)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일본 우파가 어떤 주장을 해왔고, 이것이 <반일 종족주의>를 쓴 저자의 논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세히 소개한다.


일본 우파의 최종적인 목표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데에 있다. '고노 담화'란 1993년 8월 자민당의 미야자와 정권의 관방장관 고노 요헤이가 발표한 것으로, 위안부가 일본군에 의해 강제적으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이 골자다. '무라야마 담화'란 1995년 8월 15일 당시 일본 총리였던 무라야마 도미이치가 발표한 것으로, 일본의 침략 전쟁과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일본 우파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기 위해 도입한 논리가 '자유주의 사관'이다. '자유주의 사관'이란 일본이 침략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라, 아시아를 백인의 지배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해방 전쟁'을 수행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주의 사관에 근거해 일본이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일으킨 대학살이나 위안부 강제연행 같은 일을 전적으로 부정하며, 일본이 아시아를 근대화하는 데 일조했고, 일본 스스로 과거를 사죄하는 태도에 대해 '자학 사관'이라고 매도한다. 이들은 일본의 과거를 사죄하는 '참된' 지식인들을 '좌경화'되었다고 비난하며 공격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일본 우파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우파들의 논리와 맞닿은 주장을 하는 한국 내 보수 우익들의 주장을 보여주는 데 있다. 흔히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한국 내 보수 우익들은 한국인들의 집단적 기억을 '반일적인', '만들어진', '교육된' 것으로 매도하며,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수탈한 게 아니라 한국의 근대화를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인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 등이다.


본문에서 저자는 강제징용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에 관해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의 논리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조목조목 보여준다. 요즘 문제가 된 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 문제도 나온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은 정대협을 공격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는 존재할 수 없었고, 존재했어도 성노예와 같은 죄악은 아니라는 식의 이상한 논리를 펼친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다면 한미일 안보 체제가 위험해질 거라며- 인권 문제와 안보 문제를 일부러 혼동하는 척 하며 일본 정부와 다르지 않은 주장을 한다.


나름 역사 공부를 많이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막연하게 한국 우파와 일본 우파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이 어떻게 연결되고 그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을 깊이 반성했다. <반일 종족주의>를 쓴 저자들의 면면을 보니 다들 한국의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렇게 한국인 대다수의 상식이나 감정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걸까. 이 책을 반복해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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