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의 말 - 평등을 향해 걸어온 대법관의 목소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헬레나 헌트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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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했는지 모른 채 살다가, 작년 6월 긴즈버그의 생애를 담은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보고 비로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 9월 긴즈버그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이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볼 때도 느꼈지만,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소수' 취급하는 비이성적인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인 학문인 법과 그것을 체계화하는 언어를 무기로 유례없는 성취를 해낸 대단한 분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책은 크게 법, 시민의 자유, 나의 인생 -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긴즈버그가 직접 작성한 법정 의견서와 언론 매체, 강연, 포럼 등에서 한 발언들 중에서 긴즈버그의 사상과 철학의 정수가 담긴 부분을 발췌해 소개한다. 긴즈버그의 생애와 업적을 세세하게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서, 긴즈버그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 책을 읽기가 다소 힘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긴즈버그의 생애를 담은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보고 나서 이 책을 읽었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긴즈버그의 다양한 면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 좋았다. 긴즈버그는 젊은 시절 스웨덴의 민사소송 사례 연구를 위해 2년 정도 스톡홀름에서 지낸 적이 있다. 이때 스웨덴 여성들이 미국 여성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사회에 발언하고 참여하는 모습에 큰 자극을 받았고, 여성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가가 어떤 법적,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긴즈버그가 오페라를 무척 좋아했고 직접 오페라 무대에 오른(무려 라이벌 대법관과 함께!) 적도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인간을 사랑했고, 더 많은 인간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애쓰다 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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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 식물의 이름을 이해하는 법
리처드 버드 지음, 이선 옮김 / 궁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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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팟캐스트를 즐겨듣는 편이다. 식물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진행자의 입에서 식물의 학명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저런 어려운 이름을 어떻게 외우는지 궁금하고 신기하다. 식물의 학명을 보다 쉽게 외울 수 있을까 싶어서 구입한 게 이 책이다. 책에는 라틴어로 된 수많은 식물 용어의 어원과 역사, 의미 등이 자세히 나온다. 


식물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지만(예: 한국에선 장미, 미국에선 'rose', 일본에선 '薔薇'), 학명은 동일하다(장미의 학명은 'Rosa hybrida'). 식물의 학명은 18세기에 이르러 체계화되었다. 1753년 린네가 현대적 체계의 명명법을 고안했다. 라틴어로 학명을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이유는, 라틴어가 당시 서양 세계의 공용어이기도 했고 과학의 언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라틴어가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사어(死語)라서 더 이상 변형되지 않는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는 식물의 학명에 주로 쓰이는 접두사, 접미사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식물의 색깔과 무늬, 형태, 질감, 크기뿐 아니라 자라는 방향, 향기와 맛, 개화기, 서식지, 다른 것들과의 유사성 등에 따라서도 학명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람의 이름을 딴 학명도 많은데, 성비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뛰어난 여성 식물학자였던 율리아 므오코세비치는 페오니아 므로코세윗스키, 프리물라 율리에 등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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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2-1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원사를 위해 라틴어라니 갸웃했는데 학명 얘기군요. 아 정말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네요.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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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팟캐스트의 진행자가 책을 내면 '청취료' 명목으로 반드시 사서 읽는 편이다. 이 책도 그렇다. 같은 제목의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여러 번 정주행해서 내용은 잘 알고 있지만, 나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나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나보다 앞에 서서 이야기하고 계신 분들이라 실은 열 권을 사도 부족한데 한 권밖에 못 사서 죄송하다. 


이 책은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해 범죄 심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같은 제목의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가스등>을 보고 가스라이팅을, <적과의 동침>을 보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미저리>를 보고 스토킹 범죄를, <걸캅스>를 보고 디지털 성범죄를, <번지 점프를 하다>를 보고 그루밍 성폭력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영화를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 속 범죄 상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면서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은지 등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하다. 로맨스,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범죄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이런 식의 분석은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영화는 실제 범죄 사건에서 수사관들이 놓치고 있는 맹점을 부각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실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식으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영화를 그저 허구의 즐길 거리로 보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처럼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영화 속 범죄(특히 강간) 장면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영화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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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 / 궁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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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출입이 어려운 요즘. 가까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을 키우며 위로와 치유의 힘을 얻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일까. 예부터 선조들은 꽃을 가꾸고 나무를 돌보며 삶에 거름이 되고 양분이 되는 지혜를 얻었다. 이 책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에 바로 그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 이선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식물을 접하며 배운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본문은 '서로 사랑하기', '모두 함께 살기', '끝내 살아남기', '다시 돌아보기' 이렇게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챕터에는 각 주제에 해당하는 사자성어와 그에 관한 식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두 함께 살기'이다. 식물 하면 심어진 자리에 그대로 자라서 주변과 조화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노지에서 자라든, 집안 베란다에서 자라든, 한곳에 밀집해 자라는 식물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햇빛과 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환경에 맞게 자신의 '몸'을 바꾸면서까지 '적자생존'을 도모한다. 이는 인간이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들도 '성격'이 제각각이라서, 어떤 식물들은 제 땅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 호두나무, 소나무, 유칼립투스, 가죽나무, 단풍나무, 양버즘나무 등이 대표적이다(117쪽). 그렇다고 이런 나무들만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각자도생'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도나 아스팔트 틈 같은 곳을 뚫고 자라는 민들레, 질경이, 중대가리풀 같은 '고진감래'형 식물들이 그렇다.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나 앙코르와트의 테트라멜레스 등은 작은 뿌리들이 죽지 않고 버텨서 커다란 바위를 뚫고 전 세계인이 찾는 유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살아있는 '수적석천'의 예를 보면서, 우리도 작은 힘이나마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서문에서 저자는 "아무리 인간세상과 식물세상이 흡사하다 해도 '식물국회', '식물정권', '식물정당' 등의 표현은 달갑지 않"다고 밝힌다. 정말 그렇다. 제 기능을 못하는 국회나 정권, 정당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그것들을 식물에 비유하는 것은 식물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자 식물에 대한 모욕이다. 인간은 식물로부터 배울 수밖에 없고, 배워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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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삶의 지도를 확장하는 배움의 기록
이길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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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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