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 창의적인 삶을 만드는 뇌과학자의 생각법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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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 건 기억이 나는데 뭘 기록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더 답답할 때는 어디에 기억을 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인데, 그럴 때마다 건망증 혹은 치매를 의심하는 것, 혹시 저뿐인가요?...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가 쓴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억은 '저장하기', '보존하기', '출력하기(생각해내기)' 이렇게 3단계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장하기'와 '보존하기'에만 관심이 있다. 학교 시험도 학생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저장하고 보존했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마지막 단계인 출력이다. 저장하고 보존한 기억들을 적시, 적소에 생각해낼 줄 아는 사람, 생각해낸 기억들을 재구성하고 재조립해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생각해내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훈련을 통해 얻을 수도 있다. 생각해내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귀찮다', '필요 없다'라고 단정 짓고 피하는 일들을 일부러 해보는 게 좋다. 저자의 경우, 50대가 되었을 때 마라톤에 도전하고 영어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둘 다 처음에는 '괜히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고 막막했다. 일본에서 이미 잘나가는 학자이고 작가인데 괜한 일에 도전해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해 초심자 단계부터 차근히 레벨을 올리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체력을 얻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영어로 쓴 책을 영어권 국가에서 출간하는 기쁨도 누렸다. 


요즘같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무척 쉽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서 남들 다 보는 드라마를 보는 대신 유튜브에 접속해 화제가 되고 있는 동영상을 찾아서 보자. 그게 싫으면 평소에 궁금했지만 직접 해볼 엄두는 나지 않았던 일에 관한 동영상을 찾아서 보는 건 어떤가. 요즘은 아이패드로 악기 연주도 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외국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주문해서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이렇게 매일 새롭고 자극이 되는 경험을 쌓으면 뇌가 늙을 시간이 없다. 이 밖에도 눈여겨볼 조언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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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로 본 세계사 - 문화 교류가 빚어낸 인류의 도자 문화사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8
황윤 지음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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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황윤의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큰 기대 없이, 언택트 시대에 가상으로 경주 여행한 셈 치려고 구입한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책의 내용이 좋고 무엇보다 글에서 묻어나는 저자의 식견이 예사롭지 않아서 책을 다 읽자마자 저자의 다른 책들을 전부 구입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도자기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최초의 도자기가 만들어진 건 중국의 고대 왕국 상나라 시대(기원전 1600~기원전 1046)로 추측된다. 당시 제작품을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표면이 균질하지 못하고 만듦새가 조잡해 보인다. 이때는 흙으로 만든 자기보다 청동기를 선호했다. 그래서 초기 단계의 도자기를 보면 형태나 색채가 청동기 시대의 제기와 비슷해 보인다. 중국의 도자기는 송나라 때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중국의 4대 발명품은 종이, 인쇄술, 화약, 나침판인데, 이 가운데 세 개가 송나라 때 나온 것일 정도로 송나라 때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문화 부흥기였다. 송나라를 대표하는 도자기는 '여요'다. 


송나라 사대부들의 이상향을 표현했다는 여요는, 현재 완전한 형태로 남아서 전해지는 것이 많지 않아 매우 귀한 대접을 받는다. '비색'으로 유명한 고려청자 역시 실은 송나라의 여요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고려청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반도에서는 도자기 '원조국'인 중국이 수입할 만큼 높은 수준의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러다 조선 후기부터 일본에 추월 당했는데, 단기적으로 보면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의 도공들을 데려갔기 때문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전부터 상류층을 중심으로 도자기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 있었고(ex. 차 문화),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양 열강들과 무역하며 도자기를 주요 수출 상품으로 정하고 개발한 덕분이다. 


조선백자가 한반도에서만 유행한 양식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당시 세계적인 트렌드는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백자가 아니라 화려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청화백자였다. 이는 당시 명, 청 왕조가 서아시아와 교류하며 서양풍의 화려한 양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은 '소중화' 사상에 입각해 새로 나타난 양식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며, 과거 송나라 시대에 유행한 여요를 본뜬 백자를 만들었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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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중국상식 - 62가지 질문으로 들여다본 중국인의 뇌 구조
이벌찬.오로라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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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은 중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운 이후로 십 년 넘게 손을 놓고 있었는데, 지난여름 중국 드라마 <진정령>을 보고 중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생겨서 중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중국어 공부와 함께, 중국 관련 책들도 꾸준히 찾아 읽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이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서 중국 관련 기사를 쓰는 이벌찬, 오로라 기자가 공저했다. 이벌찬 기자는 베이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오로라 기자는 7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3년간 중국에서 생활했다. 


이 책은 현재의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이렇게 다섯 개의 테마로 정리하고, 각각의 테마에 해당하는 최신 뉴스를 소개한다. 미중 무역 갈등이나 중국의 사드 보복, 동북공정처럼 한국의 언론 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한 내용도 있고, '할아버지는 왜 자꾸 중국을 중공이라 부를까?', '중국 남자는 왜 자상할까?'처럼 언론 보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가져봤을 법한 중국 관련 의문에 답하는 내용도 있다. 주목할 만한 중국의 문화 현상으로는 왕훙(왕홍) 열풍과 애국주의 영화, 사회주의 래퍼, 먹방 금지, <동물의 숲> 금지 등이 나온다. 몰랐던 내용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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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s 2020-12-22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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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이야기를 창조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책이 좋아서 윌 스토의 다른 책들 중에 국내에 소개된 것이 더 있는지 찾아봤는데, 2020년 12월 현재 국내에 번역된 윌 스토의 책은 이 책뿐이라 아쉬웠다(윌 스토의 다른 책들도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인간이 왜 이야기에 끌리고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드는 존재다. 소설가나 영화감독 같은 직업적 이야기꾼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일상에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야기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을 극복한다.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순간에는 모든 인간이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인간은 아무런 목적이나 사명 없이 태어나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야기 안에서는 아무리 별 볼일 없는 사람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못지않은 뛰어난 존재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영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웅 신화에 기반한 서사 작품을 접하면 본능적으로 흥미를 느끼고 열광하게 된다. 이때 영웅은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어느 정도 성공하고 매력도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나 결함이 있는 존재일 때, 사람들은 더욱 깊은 애정을 느끼고 공감한다. 뛰어난 작가와 영화감독들은 이런 인물, 이런 서사를 기막히게 만들어낸다. 


책의 후반부에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징들에 대한 뇌과학적 분석이 자세히 나온다. <길가메시 서사시>, <리어 왕> 같은 고전 작품부터 <해리 포터>, <레볼루셔너리 로드>, <라라랜드> 같은 최신 작품까지 다양한 예시가 나온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창작물의 원리뿐 아니라 똑똑한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거나 신흥 종교에 빠지는 이유 등도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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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인권 상영관 - 청소년을 위한 영화 속 인권 이야기
최하진.박인숙 지음 / 예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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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후 마치 내가 영화 속 인물의 삶을 살아낸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인물인데도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영화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불가능한?) 희망마저 품게 된다. 


이 책 <언택트 인권 상영관>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영화 칼럼니스트 최하진과 변호사 박인숙이 공저한 이 책은,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아동,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고 환경권, 동물권, 행복추구권, 생명권 등 다양한 법 지식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책에 소개된 영화는 <칠드런 액트>, <로제타>, <자전거 탄 소년>, <가버나움>, <아름다운 비행>, <청원>, <우리들>, <4등>, <여행자> 등이다. 


영국 영화 <칠드런 액트>는 존경받는 가정법원 판사인 피오나(엠마 톰슨)이 백혈병에 걸려서 3일 안에 수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데도 종교를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소년 애덤(핀 화이트헤드)의 재판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국의 아동법은 법정이 미성년자(아동)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아동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 애덤이 살 권리와 종교적 신념을 추구할 권리 중 무엇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까. 그것을 판단할 책임이 판사에게 맡겨져 있는 것은 온당할까. 나 역시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많은 생각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한국 영화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인 선(최수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가운데 지아(설혜인)라는 절친이 생겼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사이가 멀어지면서 다시 왕따가 되는 상황을 그린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를 그리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른들 간에도 종종 벌어지는 권력 싸움과 패거리 문화, 폭력 문제 등을 두루두루 다룬다. 아이들 문제라고 얕보지 말고, 인간의 보편적 문제라는 관점으로 진지하게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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