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 선택과 모험이 가득한 인류 진화의 비밀 속으로
이상희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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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문학과 인문, 사회 분야의 책을 읽는 편인데, 책 편식(편독?)을 막기 위해 이따금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기도 한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을 쓴 이상희 님은 한국인 최초 고인류학 박사이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상희 님의 이력은 이다혜 작가님의 책 <내일을 위한 내 일>에 자세히 나온다. 학창 시절 내내 피아노를 치다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한 저자는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그곳에서 대학에서도 접한 적 없던 고인류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한 건, '지금의 세계와 완전히 떨어진 별사람들의 세계에 매력을 느껴서'였다. 


그러나 고인류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나와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고인류에게서 자기 자신이 보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뇌의 크기를 비롯해 골반의 넓이와 모양, 송곳니와 앞니, 어금니의 크기까지도 오랜 세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는 것을 알고 나니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인종주의, 제국주의, 성차별에 입각한 편견에 사로잡혀 실제 증거가 있는데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사례들을 보기도 했다. 똑똑한 학자들이 발견된 뼈의 크기가 크면 남성, 작으면 여성이라고 분류했다니. 고인류가 성별 분업을 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남자는 사냥과 전투를, 여성은 채집과 육아를 담당했다고 믿었다는 건,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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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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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고학자 강인욱의 책이다. 저자의 책 중에서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유라시아 역사 기행>을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잘 읽혔고 쉽게 이해되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한겨레>에 연재된 글이라고 하는데(단행본으로 엮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을 추가하고 다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다루며, 내용도 저자의 전공인 시베리아와 만주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유라시아 전역과 고고학 전반을 포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지식 중에는 잘못된 것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예가 4대 문명이다. "4대 문명론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활보할 때에 만들어졌다. 문명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발달했고 나머지 지역은 미개하게 살았다는 생각은 몇몇 선진국들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22쪽) 이를 입증하듯, 최근 4대 문명의 발상지가 아닌 지역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되고 있다. 터키 남부의 대형 신전 괴베클리 테페와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토기 2만 년 전의 토기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는 용어를 배우게 된다. 이는 4-6세기에 아시아로부터 밀려 들어온 훈족에 의해 게르만족이 로마 제국 안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점차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을 일컫는다. 이때의 훈족이 유라시아 동쪽에서 맹위를 떨쳤던 흉노의 후예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 시절 흉노가 워낙 강성했기 때문에 신라에도 흉노의 후예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흉노는 유목 사회였기 때문에 단일 민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식으로 기원이나 정통성을 따지는 것은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하고 공존과 평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와 나치의 티베트 숭배다. 우생학과 인종주의에 경도된 히틀러와 나치는 '순수한' 아리아인을 찾고 찾다가 티베트에 주목했다. 이때부터 서양에서는 티베트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비롭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으며,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묘사되었듯이 서양인들의 무분별한 약탈이 시작되었다. 이런 식으로 역사를 정치적, 경제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역사를 공부하고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역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고고학이 막아준다고 하니, 앞으로 역사뿐 아니라 고고학에 관한 책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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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그들은 왜 칼 대신 책을 들었나 서가명강 시리즈 14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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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서평 전문지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이하 서리북)를 구독하고 있다. 서리북 덕분에 좋은 필자들을 여럿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을 쓴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박훈이 그중 하나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박훈 교수가 집필하거나 번역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다. (몇 해 전에 읽은, 21세기북스에서 나온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박훈 교수가 번역한 걸 뒤늦게 알고 반가웠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일본의 역사를 바꾸고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역사를 바꾼 대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지유신 전후를 다룬다. 메이지유신의 결과 약 270년 동안 지속되었던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지고 일왕 중심의 메이지 정권이 수립되었다. 그리고 이후 일본에선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이 정권의 주역으로 떠올랐으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이들은 조선 침략과 한일병합, 식민통치를 이끌었다. 


저자는 메이지유신 과정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던 네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네 인물은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다. 요시다 쇼인은 메이지유신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스승 같은 인물이다. 그는 강력한 쇄국정책이 시행되었던 도쿠가와 막부 말기에 해외의 사상과 문물에 관심을 가졌고, 유학뿐 아니라 병학에도 능통해 해군 육성을 재촉했으며, 신분과 지역의 구분을 넘어서는 협력을 제안했다(초망굴기론).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2010년 방영된 후쿠야마 마사하루 주연 NHK 드라마 <료마전>을 비롯해 메이지유신 전후가 배경인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에 반드시 나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의 대기업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존경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관습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국제적인 마인드, 이웃나라들과 반목하지 않고 협력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은 현대인들에게도 필요해 보인다. 


요시다 쇼인과 사카모토 료마가 메이지유신의 기틀을 다졌다면,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는 메이지유신을 실행했다고 볼 수 있다.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는 둘 다 '유신삼걸'로 불리지만 리더십이나 스타일이 매우 달랐다. 사이고 다카모리가 '최후의 사무라이'라고 불릴 만큼 완고한 캐릭터였다면, 오쿠보 도시미치는 유연하고 현실적이었다. 이들과 함께 유신삼걸로 불린 또 다른 인물, 기도 다카요시에 대해서는 다른 책에서 다룬다고 한다. 그 책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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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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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작 읽기에 도전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구입했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인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본래의 목적인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 앞서 이 책을 쓴 설혜심 교수의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애거서 크리스티에 관한 책을 쓴 건 팬데믹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반강제적 격리 생활을 하게 된 저자는 집에서 온갖 콘텐츠를 섭렵하다 드라마 <명탐정 푸아로>와 <미스 마플> 시리즈를 다 보게 되었다. 


어릴 때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기억과 사뭇 다른 대목이 있어서, 저자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번역 오류를 찾아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어른이 되면서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인물들의 감정이 보다 절절하게 느껴지고, 영국사를 전공하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역사적 맥락과 당시 영국의 사회상 등이 보이게 된 것이었다. 여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자서전을 함께 읽으며 알게 된 것들을 더해 16개의 주제로 정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통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영국과 유럽, 세계의 역사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는 기차, 비행기,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당시 새로 개통된 기차 노선이나 유행한 차종 등 탈것의 발전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에서 시행된 징병제와 배급제의 양상, 사보이 호텔과 리츠 호텔의 대결, 신분 상승을 위해 가난한 영국 귀족과 결혼한 미국 부자의 딸을 일컫는 '달러 프린세스' 등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는 당시 영국 사회의 단면들을 꼼꼼하게 짚어주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을 때 간과하면 안 되는 점도 지적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100년 이상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명작임이 분명하지만, 19세기 말 영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며 누렸던 영광과 그 시절의 정서를 담고 있는 만큼 독자들로 하여금 '영제국의 헤게모니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저자가 본문 마지막에 쓴 "애거서가 소설 속에 녹여 넣은 '영원한 영국(Forever England)'을 이제는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문장은, 그동안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면서 (부끄럽게도)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점이라서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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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 문자 덕후의 발랄한 세계 문자 안내서
마쓰 구쓰타로 지음, 박성민 옮김 / 눌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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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쓰 구쓰타로는 (그 무섭다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자기만의 '문자 만들기'에 열중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의 문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도 중동이나 인도의 문자를 공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공부해온 세계의 문자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티베트 문자, 벵골 문자, 타이 문자, 몽골 문자 등 알파벳이나 한자 등에 비해 덜 알려진 세계의 문자들이 실려 있고, 캐나다 원주민 문자, 롱고롱고 문자, 돌궐 문자 등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추세인 문자들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는다고 이 책에 소개된 문자들을 전부 읽을 수 있게 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보다는 전 세계에 얼마나 다양한 문자들이 있는지, 각각의 문자들은 어떤 특징을 지녔고 왜 그런 특징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가령 동남아시아 문자들은 대체로 동글동글한 모양을 지녔는데, 이는 이 지역의 문자들이 주로 야자수 잎에 쓰였기 때문이다. (야자수 잎은 줄을 쭉 그으면 잎이 찢어진다.) 반대로 북유럽 문자들은 직선 모양이 많은데, 이는 숲이 많은 북유럽에서는 나무에 문자를 새기려면 직선 모양이 편했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자, 한글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학창 시절 자기만의 문자 만들기에 열중했던 사람으로서, 저자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 대해 '대단히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다', '안경 선배다!'라며 찬사를 보낸다. (ㅋㅋㅋ) 한편 일본에서 '한국어' 강좌 대신 '한글' 강좌라고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대목도 있다. 이는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가 한국과 북한, 둘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는데, 같은 논리라면 영어도 영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등에서 사용하니 '영어' 강좌가 아니라 '알파벳' 강좌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어렵구나, 문자란. 복잡하구나, 정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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