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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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과 그 이후에 열린 2016~2017 촛불집회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국정 농단을 계기로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적극적으로 정치를 감시하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조차 국민의 눈을 속이고 무단으로 국정을 우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촛불집회를 계기로 한국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의 책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한국 정치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를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공화정을 택한 건 대한민국임시정부 시절부터다. 그전까지 우리나라는 왕이 있는 군주정 국가였다. 조선이 일본에 강제병합되고 왕조가 무너지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군주정 대신 공화정을 택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내에서 대통령제를 택할지 국무총리제를 택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을 때 이승만은 대통령제를 택했고 스스로 초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대통령제와 국무총리제(내각제)를 둘러싼 갈등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지금도 가끔 수면 위에 오른다.


대통령제를 택하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즉 '제왕적 대통령'이 나타난다는 우려가 있지만, 한국의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제왕적'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과거 독재 국가 시절의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지만, 문민정부 이후의 대통령은 여당이 국회의 다수파가 아닌 경우(즉 여소 야대의 상황이 되면)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이 통과되기 힘든 문제를 겪는다. 게다가 5년 단임제라 정권 초기에만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한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집권 3년 차를 고비로 지지율이 낮아지고 통치력이 저하되는 레임덕 현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5년 단임제를 미국처럼 4년 연임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종종 나온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선거 제도 개혁'이다. 선거 제도는 왜 중요하며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일단 현재 한국에서 채택한 선거 제도는 다수제 혼합형 선거제도다. 다수제란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후보자 1인이 당선되는 제도다. 혼합형 선거제도란 지역대표와 비례대표를 함께 선출하는 것을 뜻한다. 다수제의 문제점은 사표가 많이 발생해 민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가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 수를 결정하는 비례대표제다. 비례대표제를 택할 경우 소수정당에 유리하고 다수 정당에 불리하다. 현행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과 정당 명부에서 얻은 의석을 단순 합산한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투표가 의석 배분의 기준이 되고 그 안에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게 된다.


촛불집회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치 개혁을 소망했지만 현재로서는 진행 속도가 더디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공감대 부족'을 든다. 정치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정치의 기득권 세력이다. 기존 정치의 기득권 세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재로서는 새로운 정부가 아무리 새로운 정치 개혁안을 들고 나와도 강력한 반발과 저항에 부딪혀 그 뜻을 이루기가 어렵다. 결국 정치 개혁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임을 내세우는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데, 수백, 수천 가지의 생각을 지닌 국민들의 뜻을 모으기가 워낙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한국 정치의 발전으로 나아가는 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소망에 나도 마음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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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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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하다? 미국의 신경정신과 의사 루안 브리젠딘의 책 <남자의 뇌>는 이러한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호르몬이다. 임신 8주부터 남자의 뇌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여자의 뇌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 호르몬이 작용하는 것처럼, 남자의 뇌에서는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뮬러관억제물질(MIS) 같은 호르몬이 작용한다. 이 같은 호르몬의 작용으로 남자의 뇌 회로와 신경 체계가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이게 된다. 호르몬의 영향은 일생 동안 똑같지 않고 계속 변한다. 또한 같은 남자끼리도 사람마다 다르다.


아동기의 남자의 뇌는 경쟁에 집착하고 공격성이 증가한다. 본능적으로 '남자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남자끼리 경쟁하는 것을 즐긴다. '여자애 같다'라는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어느 시기부터는 여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린다. 청소년기의 남자의 뇌는 성적인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부모를 피하고 권위에 도전한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성적인 정보란 정보는 모조리 수집해 또래들끼리 공유하며 그것으로 자신의 권위를 인정받고 지위를 확인한다.


남자들은 왜 감정적인 문제에 대해 느낌이 아니라 논리로 대응할까. 저자에 따르면 이 또한 성호르몬이 문제다. 과학자들은 남자와 여자의 뇌에 다른 성의 호르몬이 주입되었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실험해봤다. 그 결과 여성 호르몬을 주입받은 남자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고, 남성 호르몬을 주입받은 여자는 정신적인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같은 남자(여자)끼리도 호르몬의 양이나 구성 정도에 따라 보이는 특징이나 성격이 다를 수 있다.


어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또 어떤 남자는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자 남자의 뇌는 이성애자 남자보다 이성애자 여자의 뇌와 비슷하다.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반만 똑같은 이란성 쌍둥이보다 성적 지향을 공유할 확률이 더 높았다. 성적 지향은 타고난 것이며, 후천적 또는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 통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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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1 - 만화로 떠나는 벨에포크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1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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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리는 시대가 따로 있다. 바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정확히는 프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까지의 약 40년 동안이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아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 시기를 가리켜 후대 사람들은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La belle epoque)'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는 작가 신일용이 특별히 애정하는 이 시대의 일들을 만화로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라 벨르 에뽀끄' 직전의 유럽 정세를 총 6장에 걸쳐 소개한다. 제1장에선 나폴레옹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의 이야기를 그린다. 18-19세기의 프랑스는 혼돈 그 자체였다. 나폴레옹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졌다가 바로 그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하면서 다시 왕정이 부활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7월 혁명을 일으켰다가 다시 왕정이 부활하고 2월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졌다. 나폴레옹 3세는 나폴레옹 1세의 동생의 아들로 2월 혁명으로 제2공화정이 들어섰을 때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나폴레옹 3세의 치적은 화려한데, 그중에는 조선으로 함대를 보내 강화도에 있는 외규장각에서 도서를 훔쳐 간 것도 있다(병인양요).


제2장에선 나폴레옹 3세가 활약하던 시대에 독일을 통치했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스마르크의 젊은 시절까지만 해도 프러시아는 독일 연방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정치 신인이었던 비스마르크는 독일 연방 내에서 프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했고,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스타급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비스마르크의 최대 공적은 독일 연방 내에서 프러시아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여 승리한 것이다. 이때부터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강대국 중 하나에서 독일 연방의 일원 정도로 격이 낮아졌고, 독일 연방의 주도권을 잡은 프러시아는 군국주의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제3장에선 프러시아와 프랑스가 맞붙은 프러시아-프랑스 전쟁을 그린다. 전쟁의 결과 프러시아가 승리했고, 전쟁에 패한 프랑스는 영토 일부를 프러시아에 빼앗기고 막대한 액수의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비스마르크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제4장에선 파리 코뮌의 구체적인 경과를, 제5장에선 파리 코뮌 붕괴 이후 비참했던 프랑스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역사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프러시아와의 전쟁에 진 프랑스 국민들이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했는지를 저자의 생생한 그림으로 알 수 있었다.


제6장에선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일어난 메이지 유신을 통해 아시아의 정세를 보여준다. 이는 비록 이 시대가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리지만 그것은 일부 유럽 제국주의 국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식민 통치를 받았던 국가들한테는 고통스럽고 험난한 시대였음을 상기시켜 준다. 지금도 이름이 전해지는 위대한 작가, 예술가들이 활약했던 '아름다운 시대'의 이야기는 아마도 2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듯하다. 2권에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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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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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를 쓴 미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루안 브리젠딘은 의과대학 시절 남성 의사들의 뿌리 깊은 성 편견을 목도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월경과 임신, 출산 등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구 데이터가 나오기 어렵고 그래서 여성에 대해서는 연구할 방법도 없고 필요도 없다는 남성 교수의 말에 저자는 깊은 분노를 느꼈고 그때부터 여성의 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야 뒤센베리의 책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역시 의료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 편견을 다룬다. 대다수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계도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하고 주도해 왔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 환자들이 받는 진료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을 야기했다. 저자가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는 지식의 간극이다. 남성 의사는 여성 환자의 몸과 건강에 대해 잘 모른다. 성별이 달라서 모르는 것도 있지만 제대로 된 학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의학서는 남성을 기준으로 하고 의학적인 연구 또한 남성을 표본으로 삼는다. 이로 인해 남성 의사는 여성의 몸과 질병에 대해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니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그것은 '남성을 위한 의학'이지 '여성을 위한 의학'이 아니다. 여성을 위한 의학은 지금보다 더 많은 연구와 발전이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신뢰의 간극이다. 오랫동안 서구의학은 여성이 겪는 수많은 질병과 질환을 '히스테리'라는 포괄적인 진단명으로 통칭해 왔다. 여성 환자가 몸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의 남성 의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 '호르몬 주기 때문에 그렇다',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설명을 얼버무리는 것이 그 예다. 의사가 여성 환자의 말을 믿지 않아서 생기는 불상사는 통계로도 입증되었다. 응급실에서 복통 치료를 받기까지 남성은 49분, 여성은 65분이 걸린다. 같은 심장마비 환자라도 남성보다 여성이 7배 더 많이 집으로 돌려보내진다. 어떤 여성들은 자기 병명을 아는 데만 해도 12년의 세월을 소요했다. 여성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건강염려증이라고, 히스테리라고 말하며 돌려보내는 의사들 때문이다.


의사가 의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대체 누가 의학적으로 설명한단 말인가. 환자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건 설명하기 힘들다는 변명이 아니라 그 힘든 설명을 해주는 노력이고 성의다. 병원에 가도 흡족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여성들은 점점 더 병원 가기를 기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작은 병이 큰 병이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안 그래도 여성은 남성과 동일 업무를 해도 남성에 비해 6~70퍼센트의 보수밖에 못 받는데 의료비 지출은 더 많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지 않아 여성들이 겪는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도 어마어마하다. 임신과 출산은 질병이 아닌데도 질병 취급하면서 질병에 해당하는 보험 혜택이나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의사들이 여성 환자의 질병이나 질환을 히스테리로 간주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성 환자가 '히스테릭한 여성'으로 보일까 봐 자신의 질병이나 질환을 감추거나 축소하는 것도 문제다. 저자가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에게 자기 몸과 질병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의료 서비스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도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 자신이 몸과 건강을 지키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따로 자신의 몸과 건강을 챙기지 않아도 의료계가 알아서 챙겨주는데 여성들은 따로 공부하고 노력해야 겨우 아픔을 면할 수 있다니. 이런 상황을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 또한 '여성 특유의 히스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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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 어제, 오늘, 내일 달라지는 내 감정의 모든 이유
루안 브리젠딘 지음, 임옥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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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레지던트 시절, 여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남자에 비해 2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여자아이들이 초경을 하는 12~13세까지는 남자와 여자의 우울증 발병률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춘기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가 여자의 우울증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정신분석학이 아닌 생물학의 관점에서 여자의 우울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자와 남자의 성호르몬 차이가 둘 사이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같을까, 다를까. 여자와 남자의 뇌는 크기가 서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뇌가 9퍼센트가량 크다. 하지만 크기만 다를 뿐 동일한 수의 뇌세포를 가지고 있다.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뇌세포가 좀 더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뇌는 남자의 뇌에 비해 1~2년 정도 일찍 발달한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언어를 빨리 습득하고 사회성이 빨리 발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적 능력은 여자의 뇌나 남자의 뇌나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10대부터다. 에스트로겐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시점에 이르면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의사소통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시점에 이르면 남자아이들은 점점 더 말이 없어지고 스포츠나 게임 같은 경쟁에 몰두한다. 이러한 경향은 사람마다 그리고 호르몬이 분비되는 양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여자라도 에스트로겐이 비교적 덜 분비되면 사교 활동보다는 경쟁에 치중할 수 있다. 남자라도 테스토스테론이 비교적 덜 분비되면 경쟁보다 사교 활동에 열을 올릴 수 있다. 무엇이 정상이거나 비정상이라고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성호르몬 분비가 늘 같은 경향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여자의 경우, 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면 오히려 공격 본능이 높아질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경쟁자를 공격하기 위해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이 그 예다. 여자의 뇌는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고대 여자 조상들의 신경회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갈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쉽게 느끼고 오래 간직하는 편이다. 반대로 남자의 뇌는 생존보다 육체적 위협에 민감하다. 그래서 여자가 갈등 상황을 쉽게 감지하고 오래 생각하는 반면, 남자는 쉽게 감지하지 못해고 빨리 잊는다.


남자가 여자의 외모를 보는 것만큼 여자도 남자의 외모를 본다. 이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면 몸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수컷일수록 면역체계가 튼튼하고 건강한 정자를 제공해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성적 취향은 월경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란기에는 우수한 정자를 제공할 만한 잘생긴 외모의 남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고, 임신 가능성이 낮은 월경기에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남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여자의 뇌는 임신과 출산, 완경 이후에도 변화를 겪는다. 이 밖에도 여자의 뇌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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