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노믹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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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 - 상상력이 만드는 거대한 부의 세상
수잔 기넬리우스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거나 책을 너무 열심히 읽으면 옛 어른들은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며 말리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말을 부모님께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나 예술가 등 소위 '돈 못 버는 직업'을 가진다고 하면 부모님은 물론 친척 어른들까지 말린다는 것은 주변의 몇몇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하다못해 자식이 취직 잘 되는 경영대나 법대를 가지 않고 인문대를 간다고 하면 말리는 사례도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 부모님은 참 독특한 분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소설과 영화, 만화, 드라마 등 문화 예술계에서 창작자의 작은 상상력 하나가 산업 전반을 뒤흔들 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는 이미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교생 귀여니는 자신이 쓴 인터넷 소설 몇 편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어린 나이에 많은 부를 거머쥐었고, 만화 <궁>은 완결이 나기도 전에 드라마로 만들어져 중화권, 일본 등지에 수출되며 한류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스토리가 거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한 최고의 사례는 역시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다. 영국 내 초판을 겨우 500부 찍었던 이 문제작(!)은 64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시리즈 전체가 4억 부 이상 팔렸으며, 영화, DVD, 오디오북 등으로 재생산 되었고, 관련 머천다이징 제품 역시 400개 이상 제작될 만큼 세계적인 신드롬을 낳았다. <스토리노믹스>는 바로 이 <해리포터>의 사례를 토대로 문화 및 예술상품의 마케팅과 브랜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해리포터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가난에 시달리던 미혼모였던 조앤 롤링은 수십억 달러의 자산가가 되었다. 그러나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할 때 문학사상 최고로 돈을 많이 버는 소설가가 되려는 생각 따위는 애당초 없었다. 그녀는 단지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책을 사랑해주길 원했다. 그녀는 해리포터의 세계 속에 자신의 영혼을 쏟아 부었고 전 세계는 이에 반응했으며, '살아남은 아이(The boy who lived)'는 마케팅과 브랜딩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오래 따르게 될 전례를 남겼다."
이 책에는 먼저 조앤 롤링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스토리가 강력한 경제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토리 자체가 완성도가 높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조앤 롤링이 어떤 상황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집필하였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출간하게 되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는 조앤 롤링이 기차를 타고 가다가 <해리 포터>의 전체 줄거리를 모두 구상했으며, 잘 안 팔릴 것이라며 수많은 에이전시와 출판사로부터 거절 당했고, 기적적으로 어느 비서의 눈에 띄어 출판의 기회를 잡은 등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그러나 <해리포터>의 인기는 작품성만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다. 전체 7부작 중 1권이 출간되자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앞으로 <해리포터>를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를 두고 조앤 롤링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다. 그 결과 <해리 포터>라는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마련되었고, 실제로 매우 성공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버즈의 활용이다. <해리포터>의 팬들이 온라인 게시판에서 줄거리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뒷이야기를 상상하거나, 또는 2차 저작물을 만들거나 공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작품이 저절로 홍보되고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앞으로 개정될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이런 온라인 버즈의 역할을 축소시켜, 오히려 문화 예술 분야의 발전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이외에도 브랜드 관리, 유통 및 판매 전략, 미디어 믹스, 머천다이징, 테마 공원 등 <해리포터>의 다양한 마케팅 사례가 등장한다. <스타 트렉>, <하이스쿨 뮤지컬>, <포케몬> 등 다른 사례도 자주 언급되므로 문화 예술 분야의 경영 및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