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뮤즈 - 스타일 하나로 세계를 사로잡은 패션 피플 30인
조엘 킴벡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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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우스갯소리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같은 옷을 입어도, 아무리 좋은 명품 옷을 입어도 입는 사람의 얼굴에 따라 패션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는 뜻인 듯 싶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대단한 패션 감각의 소유자라도 사람 됨됨이가 별로라면 어떨까. 화려한 외모 때문에 일단 한번 눈길은 갈 수 있지만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든가, 술자리를 한다든가, 같이 일을 한다든가, 평생을 보낼 친구가 된다든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패션 뮤즈>는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칼럼니스트인 조엘 킴벡이 현재 가장 '핫'한 패셔니스타 30인과 실제 촬영 현장에서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받은 인상과 직접 대화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에는 요즘 잘 나가는 패셔니스타들에 대한 소개 내지는 가십을 담은 책인가 했는데, 읽어보니 저자가 직접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 모델들과 작업하면서 알게 된 '리얼 스토리'를 담은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무엇보다도 이런 패셔니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하고 있는 사람이 나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 책에는 지젤 번천, 미란다 커, 케이트 모스 같은 모델부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키이라 나이틀리, 사라 제시카 파커, 아만다 사이프리드, 클로에 셰비니 등 세계적인 여배우들까지, 그야말로 '핫'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대단한 패셔니스타들이 나온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들이 패션 스타일만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것. 큰일이든 작은일이든 언제나 즐겁게 임하는 미란다 커, 연기하는 패셔니스타가 아닌 패션을 이해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사라 제시카 파커 등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은 사람 됨됨이도 괜찮다는 것을 느꼈다.

  

국내에도 유명한 패셔니스타이자 내가 좋아하는 (^^) 알렉사 청도 이 책에 나온다. 알렉사 청은 누구보다도 감각적인 패션을 선보이며 젊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패셔니스타이다. 그런데 정작 알렉사 청 본인은 자신의 패션이 칭찬받는 것이 부끄럽고 당황스럽다니. 그녀의 패션을 좋아하고 수시로 참고하는 나로서는 처음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인터뷰를 찬찬히 읽으면서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저 옷이 좋아서, 패션을 사랑해서 그때 그때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뿐인데, 세계 전역으로부터 패셔니스타로 칭송을 받고 가는 곳마다, 입는 옷마다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면 과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편하게 티셔츠 한 장, 청바지만 입고 나간 것뿐인데 '스타일 좋다', '무심한듯 시크하다'며 매거진을 도배한다면 나라도 황당할 것 같다. 패셔니스타들의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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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 요니’s 디자인 스튜디오 - 패션 디자이너 스티브 J & 요니 P 솔직담백 디자인 스토리
스티브 & 요니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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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J & 요니 P를 처음 본 건(실제로 본 건 아니고) 몇 년 전 TV에서였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 특집이었던 것 같다.  이상봉을 비롯해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적인 패션 도시에서 활약하는 여러 디자이너들이 소개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겉모습부터 독특한 디자이너 한 쌍이 유난히 내 눈에 들어왔다. 디자이너들은 보통 모노톤의 단순한 차림을 하며 본인보다 옷을 빛내려고 하는데, 이 커플은 모델보다도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서 특이하고 신기했다. 마치 남에게 보이고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직접 입고 즐기기 위해 옷을 만든다는 듯이. 나중에 알고보니 그 때 본 노숙자마냥 머리가 길고 헝클어진 남자는 스티브 J였고, 눈 주위를 검게 칠한 여자는 요니 P였다. 이름하여 스티브 J & 요니 P. 그렇다.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 커플이다.

 

나만 그들을 눈여겨 본 것은 아닌지 두 사람은 그 후 TV, 잡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누비며 승승장구했다. 최근에는 <이효리의 골든12>에 이효리의 셀러브리티 친구로 등장하기도 했고,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3>에도 나왔다. <골든12>도 재미있게 보았고 현재 방영 중인 <도슈코3>도 매주 광분하며(?) 보고 있는 시청자로서 방송에 두 사람이 나올 때마다 참 반갑고 좋았다.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이 TV에 나오기라도 하는 듯이ㅎㅎ. 볼 때마다 두 사람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살아온 사람들인지 궁금했는데 마침 동생이 두 사람이 같이 쓴 책이 있다고 알려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스티브 요니's 디자인 스튜디오>는 스티브 J와 요니P 두 사람의 첫만남부터 다사다난했던 영국 유학생활,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그들의 목소리로 쓰여진 에세이다. 요니P는 최근 케이블 방송 <소나기>에 강연자로 나와서 영국 유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도 이 책에 나온다. (더 자세히 ^^) 두 사람이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부터 결혼 생활 등등 사적인 이야기는 물론,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영국 유학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 유학 생활의 어려움,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만드는 과정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두 사람의 팬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지망생 또는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또한 사진과 패션 일러스트 등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글을 읽는 재미뿐 아니라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사랑에 빠지는 사내커플도 많고, 한 분야에서 일하다가 만나는 커플도 많지만,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커플이자 파트너로서 오래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업종에 있다보면 경쟁자, 라이벌이 되는 경우도 생기고, 한 가정의 남편과 아내라는 위치가 되면 자연히 한 사람은 일을 포기하고 집에 눌러 앉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스티브 J와 요니 P는 사업 파트너이자 부부로서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적인 커플이다. 따로 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일들도 많았고, 서로 보완하고 재능을 북돋우며 시너지 효과를 거둔 면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이 화보인지 매거진인지를 함께 보다가 스티브 J가 옆에 있던 요니 P에게 '이 사진 좋지 않아?'라고 물으려는 순간 요니 P가 바로 그 사진을 가리키며 '이 사진 좋지 않아?'라고 물었다는 에피소드가 책에 나온다. 나와 같은 것을 보고,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 것을 같이 생각하고 꿈꾸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지구상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을 운명적으로 만났다면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일과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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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日1食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1日1食 시리즈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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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좋게 하려면 좋은 화장품을 무작정 많이 바르지 말고 하루나 이틀 정도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채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한다. 피부 자체의 재생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매 끼니마다 먹으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에 먹는 양을 줄이거나 일정 기간 단식을 하면서 몸을 정화시키면 영양의 흡수력도 높아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법륜 스님도 어느 인터뷰에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단식'이라고 말씀하셨다.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이 바로 단식을 시작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먹는 양을 줄임으로써 건강을 되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1일 1식>의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는 일본의 의사다. 저자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자신의 건강은 잘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경영하던 병원을 이어받게 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었고, 그 결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식을 하는 나쁜 습관이 생겼다. 당연히 체중이 15kg이나 불었고, 급기야는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부정맥이 일어나 의식을 잃을 뻔 하는, 아주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저자는 비로소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되었고, 기왕이면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저자는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사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육식을 끊고 채소 중심의 식사를 하고, 하루 세 끼가 아니라 한 끼만 먹는 - 이른바 '1일 1식' 건강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으라니.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학교에서 하루에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무려 의사가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괜찮을까?' 심지어 이런 생각도 들었다. '건강에, 아니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저자가 10년 동안 몸소 체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여 그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몸 속에 들어가면 모두 내장지방이 된다. 내장지방은 추울 때 열을 내는 기능을 하는데, 이는 옛날옛적 원시인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신체를 환경에 적응시킨 결과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한겨울에도 난방의 혜택을 받아 밖에 밖에 있지 않는 한 추위를 느낄 일이 별로 없다. 그 결과 내장지방이 쌓이고 쌓여 몸을 뚱뚱하게 만들고,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그런데 '1일 1식'을 하면 몸에 내장지방이 쌓이지 않게 할 수 있다. 한 끼 먹은 음식이 다 소화가 되면 공복이 되고 이 때부터 에너지를 내기 위해 내장지방이 연소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은 이제부터 내장지방을 태우겠다는 신호이니 앞으로는 민망해하지 말고 즐기자. (^^) 뿐만 아니라 공복 때 우리 몸에서는 '성장 호르몬'이 나온다. 성장 호르몬의 또 다른 이름은 '회춘 호르몬'인데, 이 호르몬은 다이어트, 근육생성, 피부미용 효과는 물론, 상처를 치유하고 항암 작용까지 한다. 또한 '시르투인 유전자'라는 장수 유전자도 활성화된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으로 다이어트와 미용, 항암과 수명연장에 이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니, 그 어떤 운동이나 약보다도 음식과 식습관이 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1일 1식'을 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하루에 딱 한 끼만 먹기. 그리고 그 한 끼는 '1즙 1채(국물요리 1, 반찬 1)'로 구성하기. 단,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인만큼 국물과 반찬은 자기가 가장 먹고 싶은 것으로 고른다. 육류든 생선이든 채소든 상관 없다. 한 끼는 배가 60%가 찰 정도로만 먹는다. 반찬은 기왕이면 계란이나 작은 생선 등 통째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성장기 어린이와 폐경 전의 여성은 몸에 내장지방이 많지 않으므로 1일 1식을 할 필요는 없고 3식을 다 해도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세 끼를 먹더라도 한 끼 구성을 '1일 1식'의 방법을 따라 1즙 1채로 소박하게 꾸리면 건강에 좋을 것 같다. 

 

'1일 1식' 자체도 충격적인데, 책을 읽다보면 그것보다 더 뜻밖인, 의사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든 내용이 많다. 먼저 '칼로리 계산 하지마라'. 저자가 다이어트를 하면서 직접 해보니 이것보다 바보 같은 짓이 없다고 느꼈다는데, 보통 비만 클리닉 같은 데에서 의사들이 '칼로리를 계산해라', '하루에 뭘 먹었는지 빠짐없이 기록해라' 이런 얘기를 하는 것과는 다른 주장이라서 신선했다. 그것보다 더 신기했던 건 '아침식사 먹지마라'. 보통 아침식사는 꼭 먹으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저자는 오히려 아침식사를 굳이 안 해도 된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건 '운동 하지 마라'.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해야한다는 건 상식이라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얘긴데, 저자는 운동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살을 빼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운동을 하지 말고 식습관을 바꾸라고 한다. '칼슘 보조제 먹지 마라', '햇볕을 많이 쐬지 마라', '물 많이 마시지 마라' 같은 주장도 참 신기하다.

 

이런 걸 보면 건강에 대한 상식 중에는 남들이 말하니까, TV나 신문에 나와서 등등의 이유로 근거를 모른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꽤 있는 것 같다. 사람 몸이 다 다르고, 예전과 요즘의 환경이 다른데 하나의 원칙만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다양한 사람들 - 특히 전문가들 -의 연구 결과를 꾸준히 접하면서 나에게 맞는 건강비법을 찾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 아닐까.

 

 

며칠 있으면 추석 연휴다. 명절이고 연휴라서 좋기는 하지만, 송편, 전 등 맛있는 명절 음식을 '덮어놓고 먹다보면 돼지꼴을 못 면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다. 과연 이번 추석에는 음식의 유혹에 흔들지지 않고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눙무리ㅠㅠ) 명절엔 무조건 많이 먹는다는 생각을 전환해서, 이번 추석을 아예 '1일 1식' 하는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만약 안타깝게도 음식의 유혹에 흔들려 많이 먹는 불상사가 생긴다해도 연휴가 끝나면 '1일 1식'을 하면서 몸을 리프레쉬 하면 괜찮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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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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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흑과 백의 전쟁이고,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겨우 마칠 수 있는 한 판의 인생이다. 바둑이 전쟁이고, 인생이라면 바둑을 회사 생활에, 그리고 인생에 비유한 책이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2012년 1월 20일 Daum 만화속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최장기간 평점 1위를 고수 중인 웹툰을 단행본으로 만든 만화책 <미생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가 바로 그런 책이다. 연재 기간 내내 ‘만화가 아닌 인생 교과서’, ‘직장생활의 교본’, ‘샐러리맨 만화의 진리’ 등으로 불리며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미생>은 단행본으로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나는 웹툰으로는 보지 못하고 이번에 단행본으로 1,2권을 만났는데 왜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는지 읽으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바둑 만화, 샐러리맨 만화가 아니라 어느 누리꾼의 말대로 '인생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미생>은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아가던 청년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하고 회사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면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장그래는 현대를 사는 청춘들의 표상이다. 요즘 세대들이 흔히 바둑을 두는 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욕심 어린 기대로 천재 소리를 들으며 (공부든 무엇이든) 한우물만 파다가,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거나 나이가 들었으니 어서 한 사람 몫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부담 어린 시선을 못 이기고 재능이 채 익기도 전에 떠밀리듯 사회로 나온다. 그렇게 설익은 상태로 맞닥뜨린 사회가, 사회생활이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위로해주는 어른은 책 속에나 있다.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이 순식간에 경쟁자가 되어 뒤통수를 갈기는 건, 지난 주말 웃으면서 본 TV 오디션 프로그램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시종일관 무심한 장그래의 표정을 보며 나는 젊은 세대들의 '채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자신에 대한 무력감을 읽을 수 있었다.

 

1,2권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가슴 아팠던 장면은 장그래가 회사에서 쪽잠을 자다가 어린 시절의 우상인 조훈현, 이세돌 같은 바둑 기사들을 꿈 속에서 만나는 씬이다. 아주 짧은 씬이지만, 그 씬에서 나는 장그래가 겉으로는 담담한 척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자기도 그들처럼 시대를 풍미한 바둑 기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을 못 이루고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샐러리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샐러리맨을 꿈꾸고, 회사 다니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서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른 꿈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샐러리맨이 되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렇게 무의식까지 흔들며 괴롭힌다면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장그래가 부디 회사 생활을 슬기롭게 해낸 다음 바둑 기사의 꿈도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


<미생>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바둑이라는 두뇌 게임과, 게임보다 더 치열하고 경쟁적인 직장 생활 스토리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사실 직장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만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바둑에 관한 만화도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접목하니 각각의 특징이 비슷하게도 보이고 다르게도 보이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각 편 초반에 나오는 조훈현 9단과 녜웨이핑 9단의 1989년 9월 전설의 매치의 진행 과정은 바둑을 전혀 모르는 내 눈에도 너무나도 흥미롭게 보여서 바둑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미생이라는 제목도 실은 바둑에서 쓰는 말이라고 한다.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드는 것을 ‘완생(完生)’이라고 말하고, 그 전에는 모두 ‘미생(未生)’ 즉,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 상대로부터 공격받을 여지가 있는 말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가는 모두가 열심히 일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현대의 직장생활을 완생이 아닌 미생으로 보았고, 주인공 장그래를 통해 월급과 승진만이 아닌 직장생활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하는데, 책 내용에 딱 맞는 제목인 것 같다. 아직까지는 미생인 장그래가 앞으로 어떤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며 완생에 다다르는지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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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 1 : 변신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1
천계영 지음 / 예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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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교복, 체육복만 입었고, 그나마 집에서 입는 사복도 순전히 어머니가 당신 취향대로 골라서 사주신 옷뿐이었다. 사람들이 보통 본격적으로 멋부리기 시작하는 대학교 때에는 여대에 다닌다는 핑계로 역시 패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대학은 여름, 겨울 학기 수업을 듣지 않는 한 봄, 가을에만 다니는데, 봄, 가을에는 입는 옷이 많이 겹쳐서 옷 값이 굳는다고 아주 좋아했다.

 

그러다가 패션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내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힘들게 번 돈으로 사는 옷, 기왕이면 내 마음에 쏙 들고, 좋은 옷으로 사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 때 마침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인터넷 쇼핑몰! 백화점이나 지하상가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가면 점원이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게 너무 싫었는데, 인터넷 쇼핑몰은 그런 일도 없고, 쇼핑몰마다 가격도 비교할 수 있고, 쿠폰이나 적립금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 때부터 하루에 한 번 이상 즐겨찾기 목록에 추가해 놓은 인터넷 쇼핑몰을 순방하는(?) 취미가 생겼고, 매 시즌마다 장바구니를 채우고 비우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패션도 조기교육이 중요한지, 스무살 넘어서 시작한 쇼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나한테 어울리는 옷을 잘 모르는 데다가, 예뻐 보이면 무턱대고 사다보니 제대로 못 입고 버리거나 남에게 주는 옷도 많았다. 가장 황당한 때는 모델이 나랑 비슷한 체형이라고 생각해서 고심 끝에 옷을 구입했는데 사이즈가 애매하게 안 맞거나 핏이 안 살 때. 그 때마다 옷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이 문제라며 애써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지만, 대체 왜 옷을 눈으로 볼 때와 직접 입었을 때의 느낌이 영 다른 건지 화가 날 정도였다.

 

+

 

그러다가 만난 책이 바로 <드레스 코드>. <오디션>, <예쁜 남자>의 작가 천계영 님이 D모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웹툰을 단행본으로 만든 책이다. 천계영 님 하면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바로 그 만화 <언플러그드 보이>를 만든 분으로 기억하는 분도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언플러그드 보이>로 천계영 님의 만화를 보기 시작했고, <오디션>에 열광했으며, 그 이후에도 <DVD>, <하이힐을 신은 소녀>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애독해온 팬이다.


사실 처음 <드레스 코드>를 접했을 때 '이 만화가 정말 천계영 님 만화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시피 천계영 님 만화 하면 모델이나 아이돌 가수를 연상시키는 길쭉길쭉하고 늘씬한 8등신 그림이 떠오르는데, 이번 만화는 3등신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고 통통한 그림체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패션은 또 어떤지, 천계영 만화 하면 또 떠오르는 게 인물들의 기상천외하고 화려한 패션인데, 이번 <드레스 코드> 속 주인공 '계영'은 거의 늘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 그린 사람은 분명 천계영인데, 천계영 만화 같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왜 작가님이 이번 책에서 이렇게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를 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님의 어린시절 꿈은 바로 의상 디자이너. 중학교 때는 미국에 사는 친구가 보내 준 <VOGUE>지를 닳도록 읽으면서, 잡지 속 8등신, 9등신 미녀들의 몸을 수없이 그리고, 그들의 패션을 따라 그리셨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잡지 속 세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작은 키에 비루한 몸매.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 환경상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패션에 신경쓰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다. 게다가 계영 님의 어머니가 패션에 있어 매우 보수적인 분이셔서 여자아이들의 로망인 하늘하늘한 레이스 양말, 공주 같은 원피스는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었다. 그러나 계영 님에게는 만화가 있었다. 만화 속에서는 현실의 나와 달리 근사한 몸을 가진 사람들을 원없이 그릴 수 있었고, 내가 감히 입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옷, 현실에 존재할까 싶은 옷까지도 그릴 수 있었다.

 

계영 님도 처음에 이 만화를 구상하실 때는 기존 작품들과 비슷한 풍으로 그리려고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화는 만화일뿐, 작가님의 진심이 담겨있고 생활이 담긴 만화를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하셨고, 그 결과 계영님 자신이 몇 년에 걸쳐 패션 테러리스트에서 패셔니스타로 거듭나는 리얼 스토리를 담게 되셨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드레스코드> 1권에는 총 10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옷 쇼핑하는 방법부터 네크라인, 칼라, 사이즈 측정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정보가 담겨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패션에 관한 유명한 책은 꽤 읽어봤다고 자부하는데, 이 책에는 내가 전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정보들만 쏙쏙 요약 정리된 느낌이 들어서 소장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키가 크고 통통한 편이라서 옷을 고를 때 어떻게 하면 더 슬림해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신경쓰는 편인데, 이 책에 따르면 나 같은 체형은 실루엣을 X자로 만들고, 기왕이면 목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하의를 고를 때는 허리선이 높은 옷을 골라야 한다고 나와있다. 그림으로 봐도 어떤 스타일이 더 통통해보이고, 더 날씬해보이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신경쓰이는 항목이 바로 '커다란 뿔테안경 벗기'. 눈이 너무 건조해서 렌즈를 잘 못 끼는데 스타일을 위해서는 안경을 벗어야 하는 것일까. 안 그래도 요즘 제일 고민하고 있는 건데 책에 딱 나와서 심란~하다. 안경 써도 예쁘게 보이는 방법, 어디 없나?

 

<드레스 코드>에 패션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옷이라는 것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입는 것만은 아니다. 옷은 내 몸의 확장이자, 내 자아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어떤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알고, 또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것은 그동안 소홀히 대했던 내 몸을 확실히 이해하는 과정이자, 나의 정체성 내지는 자아를 새롭게 발견하는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도 단순히 패션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바로 이런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에서 보면 작가님 자신도 패션을 공부하고 매주 직접 쇼핑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안 좋은 추억을 마주하기도 하고, 앞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지 계획하기도 했다. 또한 주변에 옷 때문에, 몸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귀중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해나가는 과정, 그것이 패션의 진정한 의미이자 우리가 패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참된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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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를 통해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패션에 관한 새로운 깨달음도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직 단행본으로는 1권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앞으로 작가님이 어떤 과정을 거쳐 패션 테러리스트에서 패셔니스타로 거듭나시는지 계속 지켜보고 싶다. 물론 나도 지금은 그저 패션을 그저 보기만 좋아하고, 유행 따라가기에 급급한 초보 패션 피플이지만, 이 책과 함께 하면서 패셔니스타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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