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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평점 :
세월호 사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천안함 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비슷한 사고인데 왜 차별하냐'는 논조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 김승섭의 책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와 천안함 사건은 둘 다 해상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정부의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여러 면에서 다르다. 세월호 생존학생 연구와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진행했던 저자는 이를 생존자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세월호 사고와 달리 천안함 사건은 산업 재해에 가깝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에게 있어 천안함은 직장이었다. 세월호 사고는 생존학생들의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반면, 천안함 사건은 생존장병들이 사건 이후에도 일하고 생활해야 하는 공간에서 일어났다. 실제로 천안함 생존장병들 중의 많은 수가 업무에 지장을 겪고, 일상 생활 중에도 수시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심하게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또한 군인이기도 했다. 군대는 일반 조직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규율과 명령 체계가 작동한다. 군인은 언제 어디서든 굳세고 단단한 태도를 보여야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털어놓기가 어려웠다.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과 군인으로서는 불명예인 '패잔병'이라는 낙인 또한 이들을 이중, 삼중으로 괴롭혔다. 군 조직 내에서 천안함 생존장병들을 가리키며 '실패했다', '창피하다'라고 비난하고, 인사나 보직 차별, 따돌림도 있었다고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 책은 주로 천안함 생존장병 문제를 다루지만 피우진, 변희수 등 이른바 '정상 군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의 군대에서 배제된 사람들과 소방공무원, 세월호 생존학생, 성소수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 등도 다룬다. 저자는 세월호 사고 당시 세월호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승객들을 구조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배를 떠났다는 이유로 비난 받는 여론이 (지금도) 거세지만, 그들 또한 세월호라는 직장에서 산업 재해를 당한 입장이며 PTSD 치료 대상임을 지적한다. 생각해 볼 만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