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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세대가 몰려온다 - 생산하고 소비하고 창조하는 새로운 10대의 등장
김경훈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얼마 전 음식점에서 나보다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루는 어린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작해야 서너 살 정도 되었을까. 말도 잘 못 하는녀석이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동영상을 열었다가 인터넷 창을 열었다가 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어찌나 낯설던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의 삶은, 고등학교 입학할 때 부모님을 졸라 겨우 생애 첫 휴대폰을 마련하고 스물여덟 살 때 처음 스마트폰 유저가 된 나의 삶과 달라도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모모 세대 :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매체를 접하면서 자란 '모어 모바일(More Mobile) 세대'의 줄임말.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10대들을 가리킴.
한국트렌드연구소장 김경훈이 쓴 <모모세대가 몰려온다>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 세대를 이른바 '모모 세대'로 명명하고 이들의 특징을 분석, 새로운 수요층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성세대의 눈엔 이해할 수 없고 골칫거리로만 비쳐지는 지금의 1020 세대야말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지닌, 무궁무진한 기회의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게임을 좋아하고 웹툰에 빠져 있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이들이 어떻게 기회의 대상이란 말인가? 저자는 이들을 자라면서 혹은 어른이 되어서 비로소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스마트폰의 수혜를 입은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인류로 구분한다. 이들은 스마트폰, 클라우드, 위치기반 서비스, 증강현실, 음성인식, 웨어러블 컴퓨팅 같은 신기술을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생활 속에서 바로바로 활용해 온 그야말로 '신인류'. 저자는 이들의 모바일 활용 능력은 기성 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뛰어나며, 앞으로 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종래의 그것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모모 세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저자는 모모 세대가 머릿 속에 든 첫 번째 두뇌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번째 뇌를 활용하는, 소위 두 개의 뇌'로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설명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제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에서 검색해서 알아내고 잊어버리는 것이 그 예다. 이는 지식이란 머리로 습득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어온 기성 세대의 관념을 뒤흔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기성 세대도 어느새 지도 대신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고, 모르는 길을 배워서 가는 대신 검색해서 찾아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보면 모모 세대의 모습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이들은 또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감성을 지닌, 전형적인 '프로슈머(prosumer)' 집단이며, 무나(무료 나눔), 교신(교환 신청), 생정(생활정보), 중고거래, 알뜰소비, 구독소비 등 다양한 소비 활동을 즐기는 전천후 소비자이다. 무나, 교신, 생정 같은 말은 물론, 중고거래, 구독소비 등에도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인 나는 이런 10대들의 이야기가 마치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허나 앞으로 기획자로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홍보를 하려면 이들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하겠지... (왜 한숨이 나올까...)
이밖에도 핏에 목숨거는 세련된 취향을 지녔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협업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으며, 공부뿐 아니라 취미, 문화, 예술, 사회, 정치적인 영역에까지 발언권을 높이는 것을 모모 세대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1020 세대가 기성 세대와 다른 취향과 특성을 지니는 것은 과거에도 볼 수 있었던 현상이지만, 모바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은 모모 세대가 처음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10대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얼마 전 있었던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을 비롯해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직접 만든 벽에 붙이게 한 16세 소녀 코라 호, 블로그를 통해 여성의 교육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17세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파키스탄에서 인터넷이 아닌 스마트폰, 즉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모 세대가 이렇게 장점이 많은 세대였을 줄이야. 이제 10대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혀를 차거나 곱지 않은 눈으로 보지 말아야겠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며,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믿으며 행동까지 하는 이들이야말로 나를 포함한 기성 세대가 바라던 인류의 모습이 아닐까. 모모 세대가 어른이 되고 사회의 중심이 되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아울러,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기에 더 이상 모모 세대와 같은 신세대로 분류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10대 초반에 인터넷과 휴대폰 문화를 접한 '반(半)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기성 세대와 모모 세대의 중간자적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지금의 2030 세대가 유일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