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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 -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말눈치 대화법
김범준 지음 / 위너스북 / 2018년 4월
평점 :
최근 들어 '을'을 위한 대화법을 다룬 책이 많이 보인다. '갑'을 표현하는 말도 눈치 없는 사람, 불편한 사람, 무례한 사람 등등 다양하다(눈치 있는 갑, 편한 갑, 매너 있는 갑은 정녕 없는 걸까?). <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을 쓴 김범준은 유수의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이야기하는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답게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해도 막힘이 없지만, 이따금 대화하기가 무척 어려운 상대를 만날 때가 있다. 바로 '눈치 없는 사람'이다.
여기서 눈치는 그냥 눈치가 아니라 '말눈치'다. 말눈치란 '말하는 가운데 살며시 드러나는 태도'를 일컫는다. 나한테 말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다면 저자가 제시한 체크리스트를 확인해보자. 하고 싶은 말을 내뱉어야 직성이 풀린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무조건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한다, 상대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또 한 적이 있다, 내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말을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대화 중에 갑자기 흐름과 맞지 않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내가 남에게 잘 해준 건 기억해도 남이 나에게 잘 해준 건 기억하지 못한다, 말을 잘못 전달해 종종 오해를 산다, 상대가 실수하자마자 바로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이 중에 하나라도 체크했다면 말눈치가 없는 사람이다(으악 나도!!!).
말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 없다. 이 책에는 배려하는 말눈치가 필요할 때, 세심하게 살피는 말눈치가 필요할 때, 공감하는 말눈치가 필요할 때, 절제하는 말눈치가 필요할 때, 힘 있게 대화하는 말눈치가 필요할 때 등등 각각의 상황에 필요한 말눈치와 그에 부합하는 예시 문장이 잘 나와 있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슬프다, 힘들다, 속상하다 같은 말을 하면 "그건 늘 있는 일이야. 그냥 네가 참아.", "뭘 그 정도 갖고 그래. 별일도 아닌데." 같은 말 대신, "그런 일이 있었어? 정말 슬펐겠다(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 "괜찮아?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 같은 말을 하자.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충고나 조언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라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캐치하는 능력만큼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을 캐치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한테 굳이 시험 이야기 꺼내는 사람, 취업 못한 사람한테 굳이 취업 이야기 꺼내는 사람, 아직 결혼 안 한 사람한테 굳이 결혼 이야기 꺼내는 사람 꼭 있다. 이런 사람은 눈치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이고 갑질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좋고 편하다고 계속 갑질하다보면 언젠가 자신의 고함 소리가 녹음된 음성 파일이 인터넷상을 떠돌고, 그동안 숨겨왔던 치부(어쩌면 비리와 부패, 범죄까지)가 온 천하에 드러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하시길. 그때까지 세상의 모든 '을'들은 참은 게 아니라 힘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