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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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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무한도전> 'MH상사' 편에서 상사 역을 맡은 유재석이 다른 멤버들한테 워드로 회의 자료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워드를 쓸 줄 모르는 정준하가 직접 손으로 쓰고 그려서 만든 회의자료가 워드로 만든 자료보다 나아서 화제가 되었다. 방송을 보면서, 처음에는 나도 다른 무도 멤버들처럼 정준하가 미련하다고 생각했는데, 만들어진 자료를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보면 정준하 같은 직원이 능력이 되든 안되든 맡은바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진짜 괜찮은 직원이 아닐까.

내가 보낸 이메일의 응답률은 고작 5퍼센트에 불과했다. 전화 통화는 완전 시간 낭비였으며 불과 5명만이 대답해줬다. 다만 타자로 친 편지의 경우 응답률이 38퍼센트로 이보다는 훨씬 더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숫자들은 펜으로 쓴 편지의 응답률과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더 낮았다. 펜으로 쓴 편지의 응답률은 무려 74퍼센트나 됐다. (p.155)

미래학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리처드 왓슨의 저서 <퓨처 마인드>에도 비슷한 부분이 나온다. 저자는 설문조사 문항을 각각 이메일, 전화, 타자로 친 편지, 손으로 쓴 편지로 보냈는데, 그 중 손으로 쓴 편지의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손편지라니. 이메일이나 타자로 치면 금방 끝날 일을 누가 일일이 편지를 써서 보낼까 싶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디지털 문화가 발달할수록 그 반향으로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이고, 깊은 사고를 하는 사람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보니 몇 년새 손글씨, 핸드메이드 제품, 요리, 인테리어 등 직접 손으로 창조하는 활동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고, 명상, 수련 등 정신적인 활동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기업과 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최신 기종의 디지털 기기를 광고하고, 그것을 사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의 모습을 홍보하지만, 한편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끄고 자기 안으로 몰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가 매우 바쁘면 두뇌는 더 이상 이성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생각들을 지지하고 말 것이다. 지나치게 바쁘거나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는 속임수, 위선, 노골적인 거짓말이 팽배하게 된다. (p.42) 

디지털 문화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나쁜 것은 디지털 문화가 발달하여 사람들이 정보에 많이 노출될수록 진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디지털 기기가 발달해도 그것을 작동시키고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것을 말해주기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일부러 쓴소리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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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후의 세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구글 이후의 세계 -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낼 인터넷의 미래
제프리 스티벨 지음, 이영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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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구글이라는 기업에 관한 책일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현재와 그 미래에 대한 책이었다. 저자 제프리 스티벨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40세 이하 인물 중 가장 영향력 있는 40인'에 선정될만큼 IT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의 연구는 인터넷을 인지과학과 접목시켰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 책에도 인터넷이 인간의 뇌와 어떤 유사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는지, 앞으로 인터넷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저자에 따르면 인터넷은 인간의 뇌의 작동방식과 매우 유사하고, 기술이 발전하여 차이점이 극복될수록 점점 더 비슷해져서 종국에는 '인터넷과 인간의 뇌가 수렴되는 시대(p.6)'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인터넷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과학 지식뿐 아니라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학문, 즉 인지과학이나 심리학 같은 분야가 더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한다. 

뇌는 개별적인 정보들이 아니라 패턴을 통해 인식을 한다. 뇌는 기억에 저장된 지식을 활용해 예측을 한다. 뇌는 직관을 가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직관은 나이가 들수록 더 다듬어지고 향상된다. 나이가 들수록 뉴런은 죽지만, 그 대신 지혜가 높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뇌는 약점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탁월하게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뛰어난 검색엔진도 뇌의 직관력에는 도저히 근접할 수가 없다. (p.89) 

하지만 컴퓨터가 인간의 뇌의 수준을 금방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인간의 뇌는 20대 이후로는 기능이 쇠퇴하고, 그 쇠퇴하는 분만큼을 경험과 지혜 등으로 채운다고 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기능이 쇠퇴하지는 않지만, 경험과 지혜를 쌓지 못한다. 인풋을 처리하여 아웃풋을 만드는 것. 컴퓨터는 프로세서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인간의 뇌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구글을 비롯한 유수의 IT업체에서는 뇌과학자를 고용하여 연구를 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인간의 뇌와 유사한 인터넷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래학자 커즈와일은 1998년에 이런 예측을 했다. "2019년이 되면 1000달러짜리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연산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 수많은 상업적인 거래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질 것이다. ...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대부분 사람을 직접 거치지 않고 행해질 것이다. ...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지능을 갖췄다는 뜻 - 옮긴이) 컴퓨터가 널리 퍼질 것이다." (p.210) 그는 당시 2009년에는 고해상도의 화면을 가진 개인용 컴퓨터가 나오고, 유선통신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인간의 뇌의 수준을 따라잡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좋은 미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발을 확장하여 자동차를 만들고, 눈을 확장하여 영상매체를 만든 것처럼 뇌를 확장시킨 컴퓨터가 만들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심지어 인간 자신은 날지도 못하는데 비행기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그러니 저자의 주장대로 조만간 인터넷과 인간의 뇌가 수렴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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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혁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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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는 경제사, 경제사상에 대해 정리한 개념서 같은 책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시큰둥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서문보다도 먼저 배치되어 있는 우석훈 님의 해제를 읽으면서 책에 대한 마음을 다잡았다.(?)  

TV에서 떠드는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수에 대한 낙관적 얘기들은 죄다 정치권과 업자들이 하는 얘기일 뿐이다. 저축이 없는 국민들, 이제 우리 중에 돈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빚 없으면 부자라고 하는 그런 시대, 지금 평균적인 한국인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경제 문제는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p.5) 

이 말은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집 일이다. 부모님은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전재산을 다 바치고도 모자라 빚까지 진 '하우스푸어'이고, 아버지는 정년퇴직을 얼마 안 남겨둔 '베이비붐 세대'이며, 나와 동생은 가진 것이라곤 달랑 대학 졸업장뿐인 '88만원 세대'다. 왜 나라는 전보다 잘 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집 살림은 돈 한 푼 쥐어볼 여유가 없이 팍팍한 것일까. 우리 가족이 누구처럼 비싼 차를 타고 명품백을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경제학 혁명>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인 데이비드 오렐은 경제학의 발전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주류 경제학의 탓으로 돌린다. 정확히는 주류 경제이론을 신화처럼 믿고 따르는 학계와 대중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른바 주류 경제학이라고 불리는 신고전파 경제학은 학교에서만 유효할뿐 더 이상 학계에서도 '쉬쉬하며' 거부하고 있는 이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다', '자유시장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보장한다' 등 이미 대중에게 너무나도 당연시되는 명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해 오해하고 폐단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 수학 등 '이과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논리적으로 주류 경제학에 대해 반박하고, 각광받고 있는 비주류 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하였다. 특히 비주류 경제학은 환경경제학, 페미니즘경제학, 행동경제학 등을 포함하는 말인데, 이제는 서점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라서 '비주류'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점이 없지 않다. 그만큼 인간의 합리성과 이성, 경제학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대중은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용어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는 여전히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필요한 것은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현실에 적합한 새로운 경제학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경제를 운영하는 정부와 재계, 학계에서 얼만큼 이 같은 관점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책 뒷장의 추천사를 보니 추천자들이 전부 서울대, 삼성경제연구소 등인 것으로 보아 국내 주류 연구기관에서도 이러한 관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관점은 재야 내지는 비주류층만의 것이 아닌 모양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그리고 어려운 사람일수록 수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경제학 연구가 진행되어 하루빨리 경제정책에도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신간평가단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하게 느꼈던 점이 있다. 바로 이제까지 신간평가단에서 읽은 도서들의 내용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 우선 <GDP는 틀렸다>에서 2009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GDP를 대체할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기획했다는 내용,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에서 니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 이론, 그리고 이번달에 읽은 <퀀트>까지...! 그만큼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알차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더불어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도서 선정 수준이 높다는 것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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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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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한 책이다. 꽤 두껍지만, 논픽션이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되어있을테니 쉽게 읽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어려웠다. 금융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읽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주식 투자 한 번 해본 적 없는 위험회피 성향의 인간인 나한테는 어려웠다. 

아니, 그보다도 ........무서웠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 때는 2006년 3월 8일, 월스트리트 포커의 밤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낮에는 우수한 트레이더이자 빈틈없는 증권브로커들이지만, 밤이 되면 도박에 열광하는 호주머니가 넉넉한 '꾼'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이 비밀스런 행사는 명석한 두뇌와 배짱으로 월가의 새로운 거물들로 부상하고 있는 선택된 인재들의 모임이었다. 금융계의 상류사회는 너무도 은밀해서, 이 방에 있지 않은 외부인들은 아마 그들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무대 뒤에서 일상적으로 내리는 결정들은 세계 금융시스템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자금 흐름을 좌우했다. (pp.11-2) 

이 책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활약한, 명석한 두뇌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좌우해온 수학천재들이 여러명 등장한다. '퀀트'는 바로 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이들 모두 명문대 출신에 거대 금융사에 소속되어 있거나 일찍이 자기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바로 도박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금융이나 도박이나 일정한 판돈을 누가 많이 가져가냐를 두고 벌어지는 두뇌 싸움이다. 그러니 금융계의 수학천재들이 도박에 관심이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도박은 판이 벌어진 곳에서 끝나지만, 금융은 가계와 기업, 국가 재정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천재들이 금융 거래를 마치 도박처럼 여긴다면 이들에게 돈을 맡긴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같은 경제에 속한 이들은 어떻게 될까? 판돈을 전부 따겠다는 욕심은 가진 돈을 모두 잃는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예가 바로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다. 아무리 천재들이 뛰어난 두뇌와 방대한 통계 자료에 기반하여 완벽에 가까운 투자 공식을 만든다 해도, 시장에는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로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나심 탈레브는 이를 '블랙 스완'이라고 불렀다. (이 책에도 나심 탈레브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즉, 백조는 모두 흴 것이라는 '관념'은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를 발견한 것만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공식은 단 한 번의 오류나 예상치 못한 변수만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천재들에게 돈을 맡긴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돈을 잃었다면, 이 천재들은 과연 돈을 벌었을까? 흔히 투자를 하면 투자자는 돈을 잃고 투자를 돕는 중개인만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들 역시 금융가로서 엄청난 부를 얻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투자 실패나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안좋은 모습으로 업계를 떠났다. 

돈을 맡긴 사람도, 돈을 관리한 사람도 졌다면, 대체 누가 이 '게임'에서 이긴 것일까? 윈윈도, 제로섬도 아닌, 승자가 없는 이 게임을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게다가 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닌 실제로 있었던 일. 

읽는내내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이해하기 어렵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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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유랑 - 서른 살 여자, 깡 하나 달랑 들고 꿈을 찾아 나서다
윤오순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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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읽느라 뒷부분은 대강 읽어서 아쉽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찬찬히 읽어봐야지. 
그래도 앞부분은 꼼꼼히 읽었으니 리뷰를 남긴다.   

<공부 유랑>. 이 책의 저자는 상고 졸업 후 증권사에 취업하여 10년을 근무한 후 뒤늦게 배움의 뜻을 품고 대학에 들어가 철학을 전공했다. 늦게 이룬 배움의 재미가 더 컸는지, 저자는 졸업하자마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 공부를 하고, 다시 일본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다니며, 그야말로 '공부유랑' 인생을 살았다.  

저자의 '유랑기'를 읽으며 새삼 '공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잘 하지도 못해서 이렇다 하는 대답은 못 하만, 적어도 조상들의 공부와 현대인들의 공부가 다르다는 것은 알겠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있듯이, 옛사람들은 공부를 스스로를 수양하고 주변을 다스리고 나라에 보탬이 되는 길, 즉 '도(道)'의 차원으로 생각했다. 요즘으로 치면 국가 고등고시나 다름없는 과거시험도 급제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도를 수행하는 방법 중 하나로 보았을 것이다. 반면, 이제는 '사'자 붙는 직업으로 추앙(?)받는 학문인 의학, 법률, 통역 등은 공부가 아닌 기술이라고 보아 중인들이나 배우게 하였다.  

반면 현대인들이 하는 공부는 입시, 취업, 자격증 취득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문학은 학과 존폐 위기에 놓였다. 옛날 사람들처럼 휴일도 없이 밭을 일구고 소를 키울 필요는 없어졌지만, 그만큼 남는 시간에 더 공부를 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밥벌이도 안 하고 공부만 하는 사람을 오히려 '한량'이라고 부르며 놀린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공부철학은 요즘 세상과 참 안 어울려 보인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도 특이하지만, 전공도 철학, 지리학, 예술경영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고보니 전공도 죄다 돈 안 되어 보이는 것들이다.) 게다가 돈도 없고 인맥도 없이, 마치 옛날사람처럼 발품을 팔아 교수를 찾아다니고 모르는 것은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학위 과정을 밟았다. 순전히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움직였다.  

물론 공부가 열정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리뷰를 읽다가 저자가 이렇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평을 보았다. 확실히 좋은 지도교수를 만난다거나 기숙사장이 된다거나 장학금,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에 선발되는 것은 실력뿐 아니라 운도 작용할 것이다. 저자도 책 곳곳에서 '운명', '우연' 같은 단어를 썼다.  

하지만 운보다도, 그 운을 만들어주는 열정이 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참 많다. 그래서 진심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보기가 더 쉬울지 모른다. 오랫동안 공부한 교수들의 눈에 저자가 더 특별하게 보였던 것이고,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났던 것처럼 말이다. 만약 '공부의 신'이 있다면 그 신마저도 그녀를 기특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책 여기저기에 저자가 성실하게 살아온 모습이 느껴져서 좋았고, 저자의 공부 철학에 깊이 공감했다. 다만 공부법이든 유학생활이든 학문적 성취에 관한 것이든 무엇 하나 포인트를 잡아서 촘촘히 내용을 연결했더라면 저자의 열정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져서 더 멋진 책이 되지 않았을까. 공부만큼이나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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