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청춘 대폭발 - 유쾌한 청춘들의 100일 문화 실험기
류성효.송교성.장현정 지음 / 호밀밭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지역 문화, 청년문화, 인디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문화라는 것에 있어서 척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에서 자라 서일 수도 있고,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일수도 있고, 내가 딱히 그런 것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접하고 즐기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문화들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은 늘 있어왔기에 이 책이 담고 있는 경험들은 흥미로웠다.
 
 이 책은 부산 회춘프로젝트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청년문화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었고,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되는 지도 알 수 있었다. 어떤 과정을 통해 구현되는지가 생각보다 상세했기 때문에, 늘 문화기획들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궁금했던 내 호기심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왜 서울 중심의 문화 기획들로부터 벗어나 부산에서도 청년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끼를 발산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곳, 내 개인적 표현으로는 '청년들이 놀 수 있는 곳'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을 읽기 전부터 생각했던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한마디로 솔직히 문화기획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돈이 없으면 당연히 하나의 독립적 단체로 이어져나가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수익성 부분에서의 고민이 꼭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수익성 부분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화기획에 돈을 내고 참여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풍조가 필요할 것 같다. 그걸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시민들의 의식의 변화 모두 필요할 듯하다.


 

생각해보면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놓고 흐지부지하게 없어져버린 문화공간이 얼마나 많은가. 너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은 관련 지식이 일도 없는 내 눈에도 속이 빈 게 보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늘 문화라는 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변화와 성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신기하게 책을 읽으면서 어떤 열정이 느껴졌다. 아마 저자분들이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일해온 분들인데다, 이 프로젝트에 책임감을 느끼고 열정적으로 성공시키셔서 그런 것 같다.

100동안 쉬지 않고 릴레이 공연을 펼치다 보니, 고정 관객도 생기고 시민분들이 익숙해하시며 같이 즐겼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결국 어떤 문화를 기획한다는 것들이 최종적으로 목표해야 하는 것이, 그 지역민들이 익숙해하고 같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더욱 그랬다.

잘 짜인 공연은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지만, 과정에 여백을 두면 관객이 참여자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공연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백을 두고 함께 채워나가는 것, 관객이 참여할 여백을 두고 참여로 비로소 완성되는 공연이라는 게 참 멋지게 느껴졌다.


재밌는 책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맨 첫 파트에서 글씨가 파란색인 게 불편했다. 눈이 피곤하고 책을 읽는 데 좀 방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분들의 소감이나 인터뷰 같은 게 좀 더 수록되어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개인적으로 그런 걸 좋아하는 지라..ㅎㅎㅎ)

부산에서 오랫동안 지역 문화, 청년문화 분야에서 일해오신 분들이 저자이시고, 책이 실제 회춘 프로젝트라는 경험을 기록해놓은 것인 만큼, 이 분야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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