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은상 언니를 바라봤다. 맞아, 이상해. 확실히 이상했다. 우선 눈빛부터 달랐다. 전에 없이 자애롭고 충만했다.
ㅡ39쪽

˝나한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 너한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 난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ㅡ309쪽

지송이가 냅다 찬 콩알만큼 작은 돌이 도르르 굴러갔다. 돌멩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얼핏 보기에 평지인 것 같은데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기운 땅인 모양이었다. 데굴데굴, 끝도 없이, 점차로 가속해 굴러가더니 얕은 펜스 아래를 지나 절벽 아래로 툭, 떨어졌다.
평생을 저 작은 돌멩이처럼 아슬아슬한 감각으로 살아 왔다.
ㅡ330쪽


+)
문득 <달과 6펜스>의 달이 떠오른다.
스트릭랜드는 현실을 떠나 자신의 이상이란 달을 좇고,
여기 젊은 주인공들은 현실 삶을 꾸리기 위해 달까지 간다.
달까지 가자, 라는 의미가 뭔지 몰랐던 나는
읽으면서 좀 놀랐는데,
아, 어쨌든 달은 멀ㅡ리 있고 닿기 힘든 곳이라는 거.
이 책을 읽고나니 어딘가 왜이리 헛헛하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조시한테 고집을 부리라고, 릭이 아무리 성질을 내더라도 무시하라고 해. 무슨 문제라도 있니?"
"죄송합니다. 그냥 제가 좀 놀랐어요."
"음? 왜 놀랐는데?"
"그게, 저는...... 솔직히 말해서 릭과 관련한 헬렌 씨의 요청에 강한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놀랐어요. 사람이 자신에게 외로움을 가져올 방법을 원한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 전에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외로움을 피하려는 소망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ㅡ229 쪽.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ㅡ320쪽. 폴 씨(아버지)가 클라라에게.

"말씀하신 마음이요.(...) 방이 아주 많은 집하고 비슷할 것 같아요. (...) 에이에프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이 방들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차례로 신중하게 연구해서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ㅡ321쪽.

"하지만 네가 그 방 중 하나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또 다른 방이 있다고 해 봐. (...) 조시의 마음을 안다는 게 그런 식 아닐까? 아무리 오래 돌아다녀도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방이 또 있지 않겠어?"
ㅡ324쪽.

"어쩌면 인간은 전부 외로운 것 같아요. 적어도 잠재적으로는요."
ㅡ379쪽.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에게 계속 찾고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ㅡ44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 한편 사람들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우 복잡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모건 폭포 이후에 벌어진 상황을 회복할 기회가 나에게는 아예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 P1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난 무투처럼 남의 영토에 쳐들어가서 다른 사자들을 해치기 싫어요. 영토와 가족들을 빼앗기기도 싫고요. 어쩌면 이렇게 떠도는 편이 나은지도 몰라요.˝ (잠보, 135쪽)

ㆍ비를 긋다: 비를 잠시 피하여 그치기를 기다리다.

와니니 무리는 그리 용맹하지 않지만, 늘 함께해 왔다. 강해서 함께하는 게 아니었다. 약하고 부족하니까 서로 도우며 함께하는 거였다. 그게 친구였다. 힘들고 지칠 때 서로 돌봐 주는 것. 와니니들은 그것이 무리 지어 사는 이유라고 믿고 있었다. (187쪽)

마디바가 쓸모 없다고 여길 그 모든 것들이 지금껏 와니니를 살려 주고 지켜 주고 길러 주었다.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195쪽)

아산테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것은 왕의 눈이었다. 영토도 없고 우두머리도 아니지만, 아산테는 왕이었다. 아산테는 스스로의 왕이었다. (209쪽)

와니니는 큰 소리로 포효했다.
크하하항! 크하하하항! 크하하하하항!
그것은 왕의 목소리였다. 위대한 왕의 탄생을 알리는 커다란 포효 소리가 온 초원을 뒤흔들었다.(21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난 책읽기가 좋아
윌리엄 재스퍼슨 글, 척 에카르트 그림, 이은주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의 시작은 어땠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었던가?
저학년 동화라 아이에게 좀 시시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펼치자마자 괜한 우려였음을 알게 됨.
삽화도 무척 정교하고 글과 잘 맞아 좋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도 깔끔하다.
숲의 천이 과정을 이렇게 친절하고 재밌게 알려주다니.
애정할 책이 또 한 권 생김. :-)

이제 숲에 가면 이 책이 떠오를 것 같고,
잘은 몰라도 이 숲은 어떤 단계인가 아이와 헤아려볼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