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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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어요! 올해 하반기는 <여전히 미쳐 있는> 열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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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_ (...) 우리 책임이 아니야...... 우리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 (...) 우리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했을 거야...... (...)

맹인_ (...) 하지만 어떤 명령도, 어떤 절차도 우리의 죄를 용서하지 못해. 우리의 죄는 용서나 잊는다는 걸로 해결되지 않아. 우리의 영혼에 남은 그 더러운 자국은 죽음으로도 속죄로도 지워질 수 없어.
(속죄, 202쪽)




켑_ 그래. 하지만 난 그 늙고 불쌍한 켑이 아니야. 내가 늙은 것은 맞지만, 손에 100명의 목숨이 달린 힘 있는 브레뒤모라고.

브릭_ 힘이 있다고? 하!하! 자네는 흙으로 만든 잔만큼이나 힘이 없어. 권력은 다른 곳에 있어. 자네는 범행 수단일 뿐이라고. 자네의 유일한 힘이라면 명령을 거절하는 거야.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그게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야.
(배회하는 쥐,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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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라는 제목이야 읽은 것마냥 익숙했지만
실은 영화도 본 적 없고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말은 대충격이었다.

2권 막바지를 향해 가는데, 페이지 수는 줄어가는데
왜 톰은 다시 등장하지 않는지 궁금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정말 멍,해짐.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 더군다나 남성 작가의 작품들을
지금의 시각에서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지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전에 읽은 <그리스 인 조르바>에 비하면 양호한 정도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조드 일가의 캘리포니아로의 여정과 사이에 그 시대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망해주는 챕터들은 독특하고 재밌었다. 굉장히 상세한 묘사들이 지루함을 야기할 법도 한데, 오히려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초반에 황폐한 땅과 거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기억에 남고, 고향을 떠나기 위해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묘사를 통해 조드 일가가 겪는 일련의 일들이 그들만이 처한 상황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후에 이 소설은 짐 캐이시의 철학적인 대사들, 톰의 의젓한 모습과 결심,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으로 떠오를 것 같다.
사실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모성 신화에 기대어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결말은 필연적이게도 그리 마무리되어 그 점은 무척 아쉽다.
여성, 남성이라는 클리셰적 상징ㅡ남성은 이성(머리), 여성은 가슴(감성)이라는 도식, 여성과 대지, 젖과 꿀의 흐르는 대지, 여성의 모유에서 건져올리는 희망ㅡ들이 지금에 와서 내게 큰 감흥을 주지는 못하므로.
또,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서 이 노동자들의 처지가 어떻게 해결될까, 해결될 여지는 있는 건지 내심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되었는데, 사산한 로져샨이 갑자기 성녀가 된 듯 희망적 메시지를 안겨버리니 이거 넘 종교적이잖아ㅡㅡ



쓰다 보니 아쉬운 점을 많이 쓰고 말았는데,
실은 두 권을 읽는 동안 꽤 즐거웠다.
난민이 된 사람들, 생존에 내몰린 사람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들, 그들의 불안과 분노, 그들을 경계하는 캘리포니아 사람들.
그럼에도 살아가는 난민들과 어떻게즌 계속 변화하는 세상,
거기서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들을 치밀하게 보여준 점은 좋았다.


결말은 정말 뜨악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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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는 책.
두 번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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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쪽.
그 모든 전쟁이 항상 고약했고요. 우리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우리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학대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단히 그럴싸하고 유쾌한 일이지만...... 태초부터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면 온갖 나태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위대한 변명거리가 생기니까요. 


174쪽.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내게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195쪽
노골적인 거짓말은 한 적 없다는 얘기는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내 소설은 대부분 자전적으로 읽히도록 쓰였다.


233쪽.
우리는 어떻게든 자의식을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해야 해. 


265쪽.
좋은 규칙을 만들고 학생들이 그 규칙을 지키게 하면 되지. 학생들의 영혼을 긁어댈 필요는 없어.


284쪽.
두 학교의 합동 콘서트며 무도회 때문에 우리 학교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남학생들이 만난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넌지시 흘려대던 일이며, 친구와 가본 파티는 어디냐, 방학은 어디서 보냈느냐 하는, 달라지지도 않는 뻔한 질문의 행렬을 통해 수전의 지위를 삼각축량하려 했던 일, 수전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없다는 듯 자신의 존재를 강요하다가 수전이 거절하면 오히려 드디어 자기가 수전을 떨쳐냈다는 듯 다른  아이들과 신호를 주고받던 그 남학생들 이야기. 그러느라 소년들은 가끔 수전을 댄스플로어에 버려두기까지 했다. 그녀 역시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알고 심지어 말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결코 알아채지 않으려던 그 고집. 뻔히 보이는 계락과 역겨울 정도의 자신감. 


288쪽
글을 쓰면 세상과 분리되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정말이지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그 말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인간은 불경함을 보고 움츠러들 때에야 비로소 자기가 신성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법이다. 자기 재능을 아무렇지 않게 내버린 수전이 발휘한 게 바로ㅈ그런 힘이었다. 


289쪽.
수전의 문제가 글쓰기가 아닌 남자들에게 있다는 걸 아주 분명하게 깨달았다. 아빠라고 말할 때 그녀의 목소리에 어려 있던 부친살해의 어조, 거기에서 뭔가 흥미로운 씁쓸함이 엿보였다. 문학이라는 개념을 남근중심주의 사업이라고 조롱하긴 했지만 수전 자신도 괴로워한 게 분명했다.


289쪽.
그간 문학이 내게 해준 모든 일에 감사를 표했다.


313쪽.
그(아치)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경험을 거짓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자. 사람들이 어떤 짐작 때문에 최선의 모습을 보이는 거라면 계속 그렇게 짐작하도록 내버려두었다.


336쪽.
소설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며 아치는 순수함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이끌었다. 그런 집착은 자만심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가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과 폭력이라는 꽃을 피웠다. 아치는 오랫동안, 흠결이 있고 모호한 것들에 대한 불관용이야말로 악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라는 생각을 견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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