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부터는 읽지만 말고 사지만 말고 이야기하자고 결심하며

월별로 페이퍼를 써 보기로 했다.

 

평점을 매기는 것을 부정하지만 다음의 의미로 개인적인 기록의 별을 남겨 보기로 했다.

 

★★★★★ 평생을 두고 읽을 책

★★★★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을 책

★★★       좋은 책이지만 다시 읽지 않을 책

★★          다 읽지 않을 책

★             책? (그런 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를.)

 

 

읽는-읽은 책

 

  ★★★★

 

 1. 아마 내가 황정은의 팬이 아니라면 네 개의 별을 놓지 않았으리라.

  영원한 팬이 있겠지만 나이가 달라지면서 팬이 되는 사람도 달라진다. 십대 나의 우상이었던 조지 마이클이 생을 달리 했다.

 이십대가 되면서 더 이상 팬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의 열은 언제까지도 남아 있는 터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

 황정은은 사십대에 팬이 되었다. 내가 그쯤의 나이가 되어서 그녀가 작가가 되었기에 그렇게밖에 팬이 될 수 없는 물리적 환경이 있다지만 물리적 환경이 인과의 고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십대의 내가 왜 그녀의 소설에 매료되었는지 아직 설명하지 못한다.

 

2. 우리 삶에는 슬픔이 고요하게 고여 있다.

 황정은을 읽으면 오래된 슬픔은 고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쓰여진 글을 계속 읽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 고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슬프다.

 그리하여 아무 것도 읽지 않은 듯하다.

 

 그녀는 책의 머리에서 아무도 아닌,을 사람들은 자꾸 아무 것도 아닌,으로 읽는다고 했다.

 아무도 아닌,보다 못한 아무 것도 아닌 아픔을 이야기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아무 것도 읽지 못하고 있다.

 

 (2017. 1. 7)

 

 

 

1. 하루키는 내가 읽지 않을 작가였다.

 베스트셀러 작가, 누구나 이야기하는 작가는 읽지 않는다는 어린날의 치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치기가 무슨 소용이라는 것을 조금씨 느끼는 나이가 되어 간다.

 2권까지 읽었다. 

 '하오체'와 '해요체' 같이 공존하기 어려운 두 문체를 혼용하는 것이 못내 거슬리지만,

 뭔가 이야기가 아닌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에 (내가) 힘겹지만

 그래도 읽게 만든다!

 그게 하루키의 힘인가.

 

(2017. 1. 7) 

 

 

1. 내가 아는 한 교수는 지난 학기 두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하나는 기말고사 시험 후 수업을 한 번 더 했다는 것. 기존에도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시험을 본 후에는 모범 답안을 작성하여 메일로 보내준 적이 있었다. 또 학생들의 답안을 일일이 채점하여 나눠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는 것.

평가는 단순히 학생들의 성적을 점수로 환산하여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 그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것.

교수는 채점한 답안지를 나눠주고 같이 답안에 대해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우리가 무엇을 함께 얻어냈는지, 무엇을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성적이 부담스러었을 게고 교수는 그렇게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을 본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또 자신이 아는 대부분의 수업들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부담스러웠을 게고, 요즘 친구들은 그러한 부담을 강의 평가로 표현해 해당 수업을 폐강시키는 힘을 행사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의 변화를 실천하기로 했다.

그리고 수업의 말미에서 이러한 과정이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임에도 자신은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도 한 번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적을 점수로 평가하는 것보다 이러한 과정이 더 필요한 시간임을. 우리는 이렇게나 당연한 것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그래서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많을 것인가 생각해 보자며 수업을 마쳤다고 한다.

 

또 하나는 상대평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메일을 써 보냈다는 것. 교수는 모두가 A+를 받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수업 목표이며 이를 목표로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수와 학생들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상대평가라는, 폭력적인 제도로 인해 노력과는 별개로 60%의 학생들은 무조건 C 이하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진 건 교수들이 신뢰할 수 있는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최초의 원인이었을 것이기에 같은 교수로서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점수가 사람을 실망하게 하고 화 나게 하지만, 이딴 메일이 별로 위로될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말고 아쉬워하자고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 친구가 이번 수업에서 어떤 모습이 좋았고 어떤 모습이 기대되었는지를 덧붙이면서.

 

내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한 교수의 이야기를 길게 이야기한 건 결국 이 소설이 삶의 변화, 작은 시작으로부터 시작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세상의 변화가 누군가의 거대한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삶의 곳곳에 있는 작은 변화가 모여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2. 가족과, 아이와 함께 하는 삶에서 책읽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씩 아이가 커가면서 같이 일찍 자는 대신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 방법을 통해 주말 동안 읽은 책이다. 내 삶에서 어떤 책을 이렇게 빨리 읽어냈다는 것은 기록할 만한 일이다.  

 

이 책은 신형철 평론가의 말 때문에 읽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파링>은 나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첫째, 고아 소년이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르다 소년원에 가서 권투를 배우고 세계챔피언이 됐다가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는 이 낡고 닳은 소재를 2016년에 읽게 되다니. 둘째,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그리고 이번에도 그가 몇 마디 말로 이 소설을 가장 잘 설명했다는 것, 이 책이 가진 의미를 그렇게나 잘 표현하는 능력이 부럽고도 부러웠다.

 

3.  책이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이야기하게 한다면 난 그 점만으로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첫 시작이 갖는 부족함이 있을지 몰라도 내가 이만큼 이야기했다면 참 고마운 이야기이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4. 별점은 ★★★

 

(2017. 1. 9)

 

 

 

★★★★★★

 

책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는 말을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진정으로 해 준다고도 한다. 나에게는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을 읽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그는 2013년에 생을 달리했지만 나는 그를 2017년에 진정으로 만났고 이것이 우리가 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17.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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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분노하고 있다.

분노는 감정의 하나이지만
감정적으로 분노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차갑게 차갑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감정에 의해 쉽게 풀리지 않는다. 분노는
철저하게 머리로 해야 하며 그 냉철함으로
흔들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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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쇼팽 : 피아노 협주곡 1번 - Masters
쇼팽 (Frederic Chopin) 작곡, 클레츠키 (Paul Kletzki) 지휘, 폴 / Warner Classics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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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에 젖기 전 가을은 가장 청명한 맑음을 보여준다. 때를 놓치지 않고 이 음악을 찾아 듣는다. 여러 연주가 있지만 이 연주가 시간을 잊고 회자되는 이유를 새삼 느끼다.
음악이, 계절이, 삶이 하나를 이루는 순간,
바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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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1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죠 ..저도 최근에 자주 들었어요 ..폴리니 의 강렬한 마음이 그런 애수를 다잡아 주곤하죠!^^
 
[수입] 샤를 뮌슈 - RCA 녹음 전집 [오리지널 커버 86CD 한정반 박스세트]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외 작곡, 뮌슈 (Charles Munch / RCA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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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음악의 시대에 살았던 한 인생의 연주를 이토록 편하게 들을 수 있다니... 기쁘지만 결핍의 시대만큼 소중하게 들을 수 있을까. 하지만 들으리, 생상의 교향곡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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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1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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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칼의 노래>를 떠올리다. 이야기보다는 마음을 읽는 역사소설이다.

역사는 사실로 짜여진 그물이겠지만
사실 속에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사실의 앞과 뒤에 있었을 것이다.
우린 사실을 보겠지만 사실을 움직인, 혹은 그것을 놓친 마음을 읽고 싶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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