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살해 당할까

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소설가 쓰노다는

자신의 병실에서 유령을 보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충격적인 병실의 이야기.

그곳에는 동반자살을 시도한 이들이 입원해있었고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 후로 유령을 봤다는 목격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쓰노다가 입원하기 전에 있던 환자도

병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쓰노다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일었고

소문의 진상을 파헤쳐 보기로 하는데...

.

.

.

유령을 쫓는 추리소설.

알 수 없는 존재를 쫓는 일이 섬뜩하기도 하지만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던 그들은 회삿돈 팔천만 엔을 횡령하고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오점투성이고 온통 수수께끼투성이다.

팔천만 엔이라는 돈의 출처도 오리무중이지만

이 사건은 동반자살로 쉽게 마무리가 되어버렸다.

추리소설가인 쓰노다는 그곳에서 일어났던 죽음들이

단순한 자살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몸이라 경찰로 재직 중인 친구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사건을 하나씩 파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사라져 버린 팔천만 엔.

온갖 소문들. 그리고 유령.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시게 경감과 쓰노다에게 온 협박편지까지.

더욱 기괴한 것은 유령이 쓰노다의 아내를 닮았다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된 죽음. 이제는 쓰노다도 위험하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매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가 풀린다는 것이다.

이 소설도 동반자살한 이들에게서 시작해서 오히려 이들의

죽음은 그저 억울한 죽음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유령 소동도 알 수 없었던 죽음도 그리고 쓰노다의 위험도

더 큰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사건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죽음이 뒤따른다.

그렇게 쓰노다와 이시게 경감은 언제 살해를 당할지 모른다.

서로 우스갯소리로 놀려대기도 하지만 두려움은 스멀스멀 올라온다.

늘 이들보다 한반 앞선 유령, 아니 그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념으로 단서를 쫓던 이시게 경감.

비리를 감추기 위해 시작한 죽음은 도미노처럼 또 다른 죽음을 불렀다.

그렇게 끝도 없이 넘어지는 도미노도 끝은 있는 법.

그 끝에 다다랐을 때는 허탈함마저 든다.

추리의 끝이 시시해서가 아닌 인간의 탈을 쓰고 저질렀던

그들의 만행이 너무 소름이 돋아 말을 잃은 허탈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들의 만행의 끝을 독자에게 남겨준다.

우리 마음껏 이들을 단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내 판결은 사형이다.

치밀한 트릭이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인다.

보기 좋게 속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또 이런 것에 있으니 말이다.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밑줄 굿기-

"죽는다는 소리 입에 달고 사는 놈이 죽은 적 없고 죽인다는 놈도

입만 살아있는 법이야"

253쪽

그곳에는 살아있는 시체가 있었다.

"여기, 제 여동생 가가야 아야코입니다. 이렇게 비참한 모습이 됐어요"

고사쿠 도미코의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세평 남짓한 다다미방

한가운데에 요가 깔려있고 그 위에 아야코가 누워있었다

뼈와 가죽만 앙상한 모습 이게 정말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결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397쪽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숨 가프게 내뱉은 말

"도모이치 네 동생은 살해당했단다"

기억에서 어느 순간 지워진 동생.

동생과 함께했던 시간도 워낙 짧았기에 도모이치는

동생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마지막 말이

내내 걸렸던 도모이치는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기로 한다.

23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어떤 이끌림이 그를

동생의 죽음의 자리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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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만에 다시 발매된 미스터리 소설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40여 년 전의 글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다.

소개 글을 보지 않고 이 소설을 만났다면 신작이라고 믿을 만큼

이야기의 흐름이 신선하고 꽉 차있다.

23년 전에 죽은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다가 만나는

또 다른 사건들과 죽음들

과거에서 찾는 죽음의 실마리들은 신기하게도

현재에 와서 퍼즐이 맞춰진다.

그리고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의 등장과 함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도모이치를 함정에 빠지게 한다.

이야기를 따라 추리하다 보면 첫 번째 단추는 맞춰진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하지만 그렇게 의기양양하고 있을 때 또 다른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정교하게 깔려있는 복선에 잘도 걸려 넘어진다.

그리고 보기 좋게 모든 추리는 실패하게 된다.

그렇게

왜 이 소설이 복선의 신이라 불리는지 책을 덮고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사건을 추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일본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듯한 전쟁의 폐허와

고립되어 있는 농촌의 민낯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현재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위해

마지막 남은 인간의 양심 한 조각마저 버려버리는 이들의

악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본의 추리소설의 일인자 미쓰다 신조가 극찬한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정말 최고의 소설이 될 것이다.

-밑줄 긋기-

외딴 시골 마을은 겉보기에 조용하고 한산한 것 같지만 실은 사람들의 은밀한

눈과 귀, 특히 시간이 남아도는 노인들의 예리한 감시망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듯했다. 117쪽

그 순간 도모이치는 살의를 느꼈다. 어제 마오와 이야기했던 인간의

살의에 다한 의미가 뼛속까지 와닿았다. 진정한 살의란 이토록 단순한 것이다

몇 번을 죽여도 시원찮을 인간이 이렇게 눈앞에 존재할 때는....

359쪽

내가 지킬게요

내가 지킬게요 ㅣ 책고래마을 63
김미라 지음, 김세진 그림 / 책고래 / 2025년 10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진돌이는 시골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살았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랑 둘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형님이 내려왔어요,

그리고 자꾸 할머니를 데리고 가려고 해요

이웃집 할머니까지 오셔서 염려 말고 가래요

진돌이는 함께 가고 싶어서 멍멍 짖었답니다.

진돌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진돌이는 형님에게 잡혀서 목줄을 맸어요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았답니다.

진돌이가 묶이자 고양이도 두더지도 진돌이를 놀려댔어요.

혼재 주고 싶었지만 묶여있는 진돌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답니다.

그저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오시지 않고

가끔 형님이 와서 밥과 물을 주고 다시 떠났어요.

그렇게 하루 이틀 진돌이의 기다림은 시작이 되었답니다.

시골집에 묶여 혼자 덩그러니 있는 진돌이를 보고

너무 눈물이 났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림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

진돌이는 아마 엄청 외롭고 무서웠을지도 몰라요.

동물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니랍니다. 사람과 똑같이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을 표현할 줄도 알아요.

특히 반려견은 더 그렇죠.

진돌이의 기다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할머니는 돌아오셨을까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동물들도 마음이 있음을 알게 돼요

그리고 사람과 어떻게 교감을 하는지도 알게 된답니다.

말 못 하는 동물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어요.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은 다 귀하답니다.

부모님과 함께 읽으며 진돌이의 마음을 이야기해 보세요

아이에게 동물에 대한 사랑을 알게 해줄 수 있는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책 '내가 지킬게요'

선물하기에도 너무 좋은 이 그림책 적극 추천합니다.

그림책 ‘꿈이 왔어요‘

꿈이 왔어요 ㅣ 우리 아이 인성교육 25
미요시 아이 지음, 김보나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8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지요.

꿈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찾아간답니다.

어른도 아이도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꿈은 모두에게 찾아가요

그리고 밤새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죠.

꿈속에서는 못하는 게 없어요.

하늘을 날기도 하고 괴물과 싸우기도 하고 말이죠

신나는 모험을 즐기게 해주는 멋진 꿈이에요.

그런 꿈이 살며시 물러날 때는 아침이 왔을 때랍니다.

우리가 모두 일어날 때 꿈은 그때

조용히 쉬러 가죠.

그리고 오늘은 또 어떤 꿈을 선물할지 회의를 한대요.

고마운 꿈.

아이와 꿈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엄마 아빠는 어떤 꿈을 가장 많이 꾸는지 먼저 얘기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꿈속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보세요.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잀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어른들에게는 동심의 세계로 빠지게 만드는 그림책이기도 하고요.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네가 남긴 365일

네가 남긴 365일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9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소꿉친구가 죽기 전에 남긴 노트 한 권.

그곳에는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 담겨있다.

유고는 자신의 남은 1년을 친구의 소원을 대신하는 걸로

보내기 위해 하나하나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점점 소꿉친구에 대한 진짜 마음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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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365일'의 후속작 '네가 남긴 365일'.

등장인물의 이름과 사연도 바뀌었지만 남은이의 그리움을 담은

이번 소설은 전편 못지않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무채병.

색을 점점 잃어가는 병

그리고 발병 일 년 후에는 반드시 죽는 병.

그런데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색이 없었다.

온통 회색인 세상. 그리고 소년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얘기해 줬던 소녀.

그렇게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던 소녀는 세상을 떠난다.

소녀가 떠나고 소년은 색을 보게 된다.

색을 잃어가는 게 아닌 잃었던 색이 돌아오는..

하지만 슬프게도 그것도 무채병. 결국은 죽음이라는 결론의 병.

남겨진 자의 슬픔은 단순히 누군가를 떠나보냄만이 아닌

무채병이라는 병까지 소년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그에게 노트 한 권을 남긴다.

건강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노트를..

소년은 자신의 남은 일 년을 소녀를 위해 쓰기로 하고

노트에 적힌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는데

소년의 삶이 바뀌고 있다.

옆에 소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소년에게

친구들이 있고 우정이라는 멋진 마음들이 쌓여간다

웃을 일 없었던 소년에게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소녀에 대한 그리움은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다다른 노트의 마지막은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남겨진 자에게 잊히고 싶지 않았던 간절한 소녀의 마음이 와닿는다.

소녀에 대한 그리움을 애써 참고 눌렀던 소년의 마음이 와닿는다.

소녀의 죽음에 눈물조차 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이

이상했지만 슬프지 않았던 게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내 소녀를 놓아주지 못했던 소년이 이제 자신의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소녀에게로 간다. 기쁜 마음으로...

죽음이 주는 남은 자들의 상실감 그리고 그리움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소녀와 소년의 시선에서

너무 잘 담아낸 소설이다. 힐링 소설이라기에는 슬프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에 마음이 애틋하면서 포근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 둘의 조건 없는 우정에 훈훈해진다.

일본 특유의 감성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밑줄 긋기-

가에데의 죽음은 하나의 사실로만 내 가슴에 존재할 뿐이다. 그렇구나 죽었구나

이제 없구나 그 이상의 감정은 끓어오르지 않는다

"........... 아니야."

야자와가 팔자 눈썹을 만들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째서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감정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뿐이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슬픔이 복받치는 타이밍은 저마다 다르니까"

105쪽

잊는다는 건 지우는 게 아니라 잠시 묻어두는 것이었다.

즐거운 기억이 쌓여갈수록 과거의 추억은 잠시 깊숙한 곳으로 밀려난다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사라졌다고 착각했을 뿐

실은 줄곧 거기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서랍 밑바닥에 깔려있던 기억이

고개를 쳐드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 기억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눈부신 동시에 괴롭기 때문일 것이다.

3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