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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서점
여원 지음 / 담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를 통해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엉켜있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풀어줄 사람.
무화수가 선택한 사람. 몇 천년의 시간을 기다려 나타난 사람.
그렇게 저승 서점을 운영하며 질서를 잡아줄 사람이 드디어
저승에 왔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숙희라는 여자다.
염라대왕도 의아했지만 무화수의 선택이니 숙희와 계약을 맺는다.
자신의 주어진 삶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은 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저승 서점,
그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그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그렇게 숙희의 저승 서점 일이 시작되었다.
자신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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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판타지 소설이다.
죽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힐링 소설이 자 너무 슬픈 소설이다.
때로는 화가 나지만 인과응보의 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속이 시원해지기도 한다.
못다 한 삶.
오는데 순서는 있어도 가는데 순서는 없다는 말이 있다.
부모보다 아이가 먼저 갈 때가 있고 아팠던 이보다
건강했던 이가 먼저 가기도 한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신의 삶을 끝내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사고로 인한 죽음이다.
뺑소니든 아니면 살인자에 의한 살해든 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목숨을 빼앗긴 이들의 소원은
언제나 남은 이들의 걱정과 먼저 떠난 그리운 이들과의 만남이다.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
지옥 같았던 아버지에게서 잠시 벗어났던 청년의 이야기는
정말 꺼이꺼이 울었다. 아버지의 진심 어린 울부짖음이
마음을 아프게 찔러서 나도 잠시 그를 미워했던 마음이
죄송해지기까지 했다. 죽음 직전까지 아들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이 안쓰러우면서도 얄미웠지만
죽음 후에 자신 앞에 있는 아들을 보고 어떤 말을 먼저 할지
사실은 궁금했고 조금은 반가워하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을
완전 뒤엎어버린 아버지의 절규는 다시 생각해도 눈물 버튼이다.
아버지의 직감이었겠지. 보자마자 그렇게 오열한 이유가 말이다.
원수처럼 미워했지만 그 속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자간의 사랑이 꽁꽁 감춰져 있었다.
시리즈 소설로 계속 나올 것 같다.
아니 나와야 된다.
아직 숙희의 사연도 정확히 모르고 무화수의 꽃도 이제 막
봉오리가 맺었으니 활짝 피어날 또 다른 이들의 사연들이
더 필요하다. 이승과 저승의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오늘도 숙희와 인현은 저승 서점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마음이 지쳐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한바탕 울고
다시 일어나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당신 곁에는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있으니
지금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하고 싶다.
-밑줄 긋기-
"원망이라는 감정은 상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풀리는 법입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때는 원망을 넘어 원한이 되지요. 지금의 숙희 님은
아직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115쪽
"숙희 님 우리가 지키는 건 정의가 아니에요 균형입니다"
인현의 목소리가 조용하지만 힘 있게 울려 퍼졌다.
"이승과 저승은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히 죽은 자를 인도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못다 한 생을 온전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고 삶과 죽음의 균형을 맞추는 일입니다. 아주 작은
기적과 함께 말이지요. 대신 살아있는 동안 그에 합당한 처벌이 가능하니
조금만 참으십시오"
138쪽
인연이란 단지 스치듯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과 시감을 엮어내는 일이다
이름도 기억도 마음도 완전히 이어진 순간 유승찬과 순혜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15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