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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배트 20 -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7월
평점 :
오늘(2020.1.15) 다 읽었다. 몇년전 12권까지 사서 읽고 중단 후 지난 주말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해서 오늘 마쳤다.
작품이 뛰어난 건 두말할 필요 없고, 그 외에 느낀 점만 간단히 말하자면, 3권을 지나면서부터 든 생각이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를 강하게 의식했다는 거다. ‘불새’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희박하다. 오직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가득 채운 세계관이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빌리배트’의 시간관은 ‘불새’보다는 좁지만 그래도 현존하는 만화가 중에서는 가장 거대한 것 같다. 선사시대부터 21세기를 꿰뚫고 있으니. 그리고 이 점은 인터뷰집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린다’가 확인해 주었다.
둘째, 이 작품은 ‘만화가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20세기 소년’부터 일본만화와 만화가를 줄기차게 강조했는데, 이 작품은 그 정점이다. 처음부터 끝이 만화고, ‘20세기 소년’이 지구를 구한 것이 음악이라면 이 작품은 만화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인 케빈 야마가타와 케빈 굿맨은 마치 데즈카 오사무와 우라사와 나오키 자신을 보는 것 같다. 작품의 공동제작자인 나가사키 타카시는 데즈카 오사무의 편집자를 한 경력이 있어 두 거장의 연결고리이다. 우라사와는 어린 시절부터 ‘아톰’을 탐독했고, 특히 ‘몬스터’부터는 작품 곳곳에 데즈카의 체취를 진하게 풍기는 등 그의 후계자를 자처한다. 케빈 야마가타라는 거장의 작품을 케빈 굿맨이 늙어서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욕망은 미완의 대작 ‘불새’를 자신이 마무리 하고 싶다는 우라사와의 소망과도 일치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것을 보고 싶다.)
셋째, 작가가 전자책을 전혀 출간하지 않는 이유를 말해준다. 나는 요즘 왠만하면 있던 책도 팔고 전자책으로 돌리는 중인데 우라사와 나오키, 타케히코 이노우에는 전자책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펜과 종이에 대한 자부심, 60-70년대 옛것에 대한 진한 향수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 앞으로도 그는 전자책을 안 낼 것 같고, 나 역시 종이책과 책장을 늘려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