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푸치니 사망 100주기이다. 그가 먹여 살리는 전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이 올해 다양한 프로덕션들을 무대에 올릴 것이 분명하며, 열 작품을 모두 상연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반면, 클래식 음반시장이 불황이라 그런지, 기념음반은 안젤라 게오르규의 'A Te, Puccini'만이 발매 대기 중이며, 다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말, '크리스토퍼 놀란' 프로젝트에 이어, 나는 올해는 푸치니 프로젝트를 해보려 한다. 오페라 영상물, 리브레토, 원작물은 물론, 가곡, 현악사중주, 미사, 오르간 음악 등 가급적 많은 콘텐츠를 접해볼 것이다. 


나는 그간 두번째 작품인 '에드가르'를 제외한 9작품을 보았으며, 프로덕션의 수로는 25개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토스카인지라 6편을 보았고, 투란도트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푸치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앞서 그간 보았던 영상물들을 작품별로 되돌아 보았다.


[빌리]

짧은 초기작이기 때문에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 선택지가 이것 하나 뿐이기 때문에, 올해 여러 '빌리'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마농 레스코]

초기 출세작이지만, 이것 하나만 보았다. 도밍고와 키리 테 카나와의 케미가












[라 보엠]














'라 보엠'은 푸치니의 자전적 오페라나 마찬가지이고,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오페라이지만, 남자 넷에 여자 둘이 정신 없이 떠드는게 싫었는데, 뒤늦게 그 재미를 알았다. 파바로티와 프레니의 고전적 연출물은 기본이고, 현대적 연출물 중에는 클라우스 구스의 '우주인'이 기억에 남는다. 원작소설이 훨씬 재미있다.



[토스카]























푸치니 오페라는 안젤라 게오르규와 요나스 카우프만의 것으로 처음 접했는데, 모든 오페라 중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은 프로덕션을 찾아보았다. 특히 1막의 테너 아리아와 이중창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크리스틴 오폴라이스와 마르첼로 알바레스의 2017년 작품. 풍월당에서 발행한 대본집의 해설도 좋다.









[나비부인]














나비부인의 비극적 삶이 전~혀 공감되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나, 그래도 푸치니니까... 좋았던 영상물은 '없다.' 올해는 라 스칼라에서 발매되었던 초기 버전을 구해 보려 한다.



[사막의 아가씨]

1.5등급 오페라의 디바(?), 에바 마리아 웨스트브룩의 영상물 두 개만 보았다. 이 작품을 더 좋아하게 되려면 여러 번 더 모아야 할 듯하다.













[제비]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이거에 만족하는 걸로.














[삼부작]

푸치니 3대 천왕은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이지만, 대중들의 귀에 익은 아리아는 이제서야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소프라노를 중심으로 하였다. 둘 다 훌륭하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2022년 잘츠부르크 공연을 추천한다.






[투란도트]

























이국적인 걸 좋아하던 푸치니의 미완의 작품. 모든 것을 담으려 했으나 그의 수명이 따라주지 못했다. 두 개의 엔딩 모두 훌륭하나, 올해는 AI가 작곡한 새로운 버전의 프리미어를 기대한다. 영상물로는 베리오 버전의 2002년 잘츠부르크가 단연 으뜸이다. 

어느나라 대통령이 취임식 음악으로 이 작품의 테너 아리아를 틀었던데 어이상실. '통합'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에 '승리'를 외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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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 투란도트(베리오 피날레 버전)
TDK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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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대와 의상은 별점 다섯, 가수들은 별 셋, 오케스트라는 별 둘을 주겠다.


두 소프라노의 음색이 내 귀에는 무척 거슬린다. 투란도트 역의 가브리엘레 슈나트는 투란도트의 캐릭터에 부합하지만, 크리스티나 갈라르도-도마스 역시 류보다는 투란도트 역에 어울릴 법한 소리를 가졌다. 존 보타의 칼라프도 약간 아쉽고, 핑, 팡, 퐁 역은 허접해 보인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많이 심심하게 들린다. 직전에 본 '시몬 보카네그라'가 같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게르기예프의 지휘였는데... 지휘자가 17년만에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인지.


반면 무대미술은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판타지적이면서도 과하게 화려하지 않다. 막판 두 주연이 '사랑'에 대해 노래할 때,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서 서로의 짝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다른 푸치니 오페라들(그리고 많이 알려진 알파노 버전의 투란도트)과 다르게, 바그너처럼 조용한 끝맺음이 좋다.


올해는 푸치지 사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세계 오페라극장에 그의 작품들이 걸려질 것이다. 그 중 AI가 마지막을 작곡한 새로운 투란도트의 초연을 어디선가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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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베르디 : 시몬 보카네그라 [한글자막]
게르기예프 (Valery Gergiev) 외 / C Major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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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살시도 좋지만, 마리아 레베카와 찰스 카스트로노보의 열창이 인상적이다. 무대를 거대한 커튼으로 앞뒤를 깔끔하게 정리한 건 역시 잘츠부르크 답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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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차기작이 '오펜하이머'라는 소식을 듣고, 미리 공부하려 연초부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2011)를 읽었다. 이 평전이 '오펜하이머'의 원작이라는 것은 책을 받고 나서야 알았고... 쉬엄쉬엄 읽다보니 6개월이나 걸리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꼼꼼히 상황들을 이해하고 영화를 보게 되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그 후, 그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어져, 그러다 아직 보지 못했던 '미행'과 '테넷'도 관람하기로 마음먹었고, 아예 연대기적으로 열 편의 영화들을 차례로 보면서, 그에 관련된 영화와 책들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테넷'은 감독이 자기만 알게 만든 영화 같았고, 두어번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몇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 『테넷: 메이킹 필름북』(2020)을 읽었는데, 그야말로 제작과정을 담은 스토리북일 뿐 해설서라고 하기엔 역부족.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옛날 영화 '콘택트'를 비롯한 '마션' 등 SF영화들이 생각나서 다시 봤고('콘택트'가 '인터스텔라'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칼 세이건의 동명의 원작소설(2001)과, 그의 대표작인 『코스모스』(2006)까지 읽게 되었다. 『코스모스』는 내가 말을 더할 필요도 없이, 칼 세이건이 인류에 남긴 최대 유산인데, 이것을 소설로 작화한 것이 『콘택트』이다. 영화 못지 않게 재미있었기에 일독을 권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 감독이 참여한 첫 공식 도서』(2021)는 놀란의 어린 시절을 다룬 것은 물론, 터 '미행'에서 '테넷'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에 영감을 준 영화, 책, 작가, 철학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레이먼드 챈들러,이언 플레밍 등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원작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영화 상영 당시에는 한창 디킨스를 좋아할 때였는데 펭귄코리아 판(2012)으로 읽었고, 올해에는 창비판(2014)으로 다시 읽었다. 창비판은, 많은 리뷰처럼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원문에 충실한 직역이다. 그래서 읽는 맛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첫 문장과 끝 문장이 모두 유명한 거의 유일한 문학작품이 아닌가 싶은데(특히 끝 문장은 영화에서 사망한 브루스 웨인에 대한 추도사로 인용), 창비의 번역은 심심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디킨스의 시적인 문장들은 원문으로 읽는 게 정답이지만.













젊은 날, 놀란이 주변에 두고 읽었다는 보르헤스. 민음사 판『픽션들』(2011)의 표지 디자인은, 이 작가가 어떤 작품을 썼으며, 놀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 단편들은 '메멘토'와 '인셉션' 같은 영화에 직접적으로 영감을 제공했다. 나아가 시간을 뒤섞어 재조립하는 그의 플롯이 어디서 왔는지도.















아직은 읽지 않았지만, 놀란과 그의 영화를 만든 다른 문학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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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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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서, 그의 지적 배경이 궁금해졌다. 여러 책을 읽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보르헤스의 작품들이었다고. 그는 보르헤스의 책들을 여기저기 갖다두고 읽었다고 한다. 특히, 「기억의 천재 푸네스」와 「비밀의 기적」은 그의 작품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매우 어려웠지만 진득하게 앉아 읽었다. 보통 '환상문학'이라고 칭하던데, 그런 수식어가 과연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우리의 인지능력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기존의 통념들을 흔들어 놓는다는 것에 가깝다. 처음에는 테드 창의 SF 단편들을 읽는 느낌이었다. 


한가지 더, '픽션들'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하듯,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의 기록이나 말들을 대부분 1인칭(아마도 작가 자신의) 시점으로 검토한다. 어딘가 익숙한 설정이다. '당연히, 이것은 수기이다'라는 제사(題辭)에, 작가가 고서점들을 뒤적여 발견한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발생한 사건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작가의 서장, 사람들은 그것이 작가의 경험이라고 믿었으나, 사실은 허구이다. 보르헤스는 그렇게 움베르토 에코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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