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인용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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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적 금성출판사 추리소설 전집을 통해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출간되면서 읽으려 생가한 걸 차일피일 미루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을 계기로 전자책이 대여로 풀렸길래 결제했다.


금성출판사 본을 여러 번 읽었는지 상당히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번 독서에서는, (최근 내 독서의 경향에 따라) 작품이 씌어졌을 당시인 1930년대 영국의 풍경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벤틀리를 시속 130km로 밟으려다 시간이 안 맞을 것 같자, '항공 택시'를 이용하는 장면이 있는데, 130km는 지금도 빠른 속도인데(나도 이렇게는 잘 안 밟는다) 그 당시 도로가 그렇게 잘 되어 있었다는 점, 현재 공공기관 주도로 강력히 추진 중인 UAM이 이때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나 하는 점이 경이롭기만 하다.


많은 추리소설들이 그렇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 작품 역시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이 두드러진다. 초반을 보자. 목사 아들 보비가 기차 일등칸에 있던 소꿉친구이자 백작의 딸인 프랭키를 만나는데, 자신의 차표는 일등석이 아니기 때문에 옮겨야 하는 상황. 이때 (미녀) 프랭키는 검표원에게 미소를 지으며 친구가 조금만 함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검표원은 기분좋게 수락한다. 보비는 '미소만 지으니까 되는구나'하고 감탄한다. 이 장면은 어릴 때에는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나름 복선이다. 작품은 '사람은 이성의 아름다운 외모에 끌려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는데, 여기서 밑밥을 깔아둔 것이다.


이외에도 인간심리 혹은 대중심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등장인문들의 대사를 통해 표출되는데, 상당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호기심 많은 청춘남녀가 단서(lead)를 좇아 실마리를 풀어가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지만, 이런 통찰이 작품의 진짜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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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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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위해 책을 읽은 적이 없는데,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저자가 창조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은 언제나 힘들기 마련. 『반지의 제왕』때에도 그런 것처럼, 그와 필적한다는 『듄』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스파이스'라는 물질이다. 스파이스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자, 캐릭터들의 중요한 동기였다. 아라키스 행성을 갖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의 원천이요, 원주민인 프레멘의 삶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게 식물인지, 가루같은 형태인지 뭔지 분명치 않았다. 상상이 안되었는데, 심지어 영화에서조차 그 정체는 소개되지 않는다.  


동시에 가장 명백한 것이 스파이스이기도 하다. 아라키스 행성이 '사막'이라는 점릉 감안한다면, 이곳은 중동을 상징하는 곳일 것이다. 위에서 '욕망의 원천'이라고 했는데, 서구인들이 중동 지역에서 욕망하는 것은 두 가지일 것이다. 근대까지는 후추, 현대에 이르러서는 석유. 후추는 물론 인도에서 건너왔지만, 중간지대에 자리잡은 터키, 아라비아 반도에서 그 무역을 독점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결국 마젤란 등이 대체항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었다. 석유는 말할 것도 없는 현대사회의 근간이다. 탄소중립성을 이유로  석유 사용량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감산하자마자 세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동의 석유는 양차 세계대전이 확대된 원인이자 종결시킨 결정적인 이유였으며, 고립주의를 고수했던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처하게 된 배경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지난 추석 연휴 직전에 석유의 역사를 다룬 대니얼 예긴의 역작『황금의 샘(The Prize)』를 읽었고, 추석 때부터 이 『듄』을 읽기 시작했다. 『듄』에서 하코넨 일가와 조합이 스파이스에 집착한데서 보인 모습은 미국과 중동에서 유전 개발에 뛰어든 혁신가들의 그것과 같았다. 그래서 처칠이 말했다고 하지 않은가. '패권은 모험에 대한 보상(the prize)'이라고.


책의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원수에게 아버지를 잃고 그곳을 탈출하여 천신만고 끝에 다른 부족의 우두머리가 되어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다는 서사는 어디서 많이 보던 것들이다. '복수'라는 점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게 하고,  현지인과 동화된다는 점에서 영화『늑대와 춤을』이나 『아바타』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사막에 꽃을 피우려는 생태학자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에도 등장한다. 아버지를 잃은 스타크 형제들의 모험과 복수를 그린『얼음과 불의 노래』의 원형이라고도 할 만하다. 거기에, SF라고는 하지만 주된 무기가 칼이라는 점에서는 『스타워즈』와 닮았다. 이렇게 놓고 보니, 그 많은 명작들에 영감을 주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덧붙여, 영화는 꽤 괜찮았다. 오니솝터 등 각종 탈 것, 목소리, 방어막 등에 대한 묘사가 뛰어났고,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선물 같은 것이었다. 반면, 원작을 안 읽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예컨대, 카인즈 박사가 갈고리를 들고 있는 장면이 그것일 것이다. 영화를 즐기고픈 사람은 책을 꼭 먼저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1권만 읽고 그만두려 했지만, 어렵사리 읽고나니 또 영화까지 보고 나니 완주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영화는 1권에서 끝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읽을 책들의 목록은 늘고나는데 고민이 깊어가는 가을 밤이다. 


*리디북스에서 대여로 읽음

**번역은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김승욱 번역가는 『분노의 포도』 이후 두번째임 

***영화는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아이맥스 2D레이저로 보았음

처음이란 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 시간이다.

무앗딥이 속했던 곳이 바로 아라키스 행성이라는 사실에 가장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가 칼라단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 때까지 그곳에 살았다는 사실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행성 아라키스가 영원히 그가 속한 곳이다.

그는 ‘공포에 맞서는 기도문‘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베네 게세리트의 기도문이었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왜 인간을 가려내기 위한 시험을 하는 거죠?" 그가 물었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자유라고요?"
"옛날에 사람들은 생각하는 기능을 기계에게 넘겼다. 그러면 자기들이 자유로워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기계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노예로 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유전적인 특징들이 정체될가 봐 두려워하지. 사람들의 핏속에는 계획 없이 무작정 유전적 특징들을 뒤섞으려는 충동이 있어..."

"이것을 명심해라.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네 가지다..." 그녀는 관절이 커다랗게 불거진 손가락 네 개를 들어 올렸다. "...현자의 지식, 위대한 자의 정의, 올바른 자의 기도, 용감한 자의 용맹.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아무것도 아냐..." 그녀는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쥐었다. "...다스리는 법을 아는 통치자가 없다면 말이다. 이것을 너희 가문의 체계적인 지식으로 만들어라!"

"귀머거리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일종의 귀머거리가 아닌가? 우리 주위를 온통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감각이 부족한 까닭인가? 주위에 있는 것을 우리는..."

"나를 파멸시키는 데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나?"

"칼라단에서 우리는 해군과 공군을 이용해서 지배했다. 이곳에서는 사막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군사력을 긁어모아야해. 그게 네가 받을 유산이다, 폴,.."

"...인간은 각자 자신의 자리가 있을 때, 자기가 이 세상의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어떤 사람이 속한 자리를 파괴하는 건 곧 그 사람을 파괴하는 거예요..."

"난 절대 반역자를 믿지 않아. 나 때문에 반역자가 된 인간이라 해도 말이야."

"...당신은 당신의 충성심이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했지만, 난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소. 당신이 내게 충성하는 대가로 나 역시 당신에게 나의 신의를 주겠소... 완전한 신의를."

베네 게세리트의 격언 중에 ‘눈에 모든 것을 의존하면 다른 감각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었다. 폴은 이 격언을 되새기며 다시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인간과 인간의 활동은 인간이 살고 있는 행성 표면에서 질병과도 같은 존재였다. 자연은 질병들을 보정해서 제거하거나 분리시키고, 자신의 방식대로 그것들을 시스템 속에 통합시키는 경향이 있지."

스틸가가 말했다. "네가 선택한 이름이 마음에 든다. 무앗딥은 사막에서 현명하게 살아가야 하는 동물이야. 무앗딥은 스스로 물을 만들어내지. 무앗딥은 태양을 피해 몸을 숨겼다가 서늘한 밤에 움직인다. 무앗딥은 다산이어서 온 땅 위에서 번성하지. 무앗딥을 우리는 ‘아이들의 교사‘라고 부른다. 우리들 사이에서 우슬이라고 불리는 폴 무앗딥이여, 그건 네 인생의 강력한 기초가 되어줄 것이다. 너를 환영한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죄책감은 실패했다는 감정에서 시작되는 법이지."

"가능한 한 명령을 적게 내려야 한다." 그의 아버지가... 언젠가... 아주 오래전에 이렇게 말했다. "일단 명령을 내리기 시작하면 항상 명령을 내려야 해."

"어떤 물건을 파괴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그것을 장악하고 있는 거야."

성난 사람이 분노 때문에 내적인 자아가 들려주는 말을 부정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당신이 어떤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건 아니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이오.

제시카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해 봐라, 챠니. 저 공주는 아내라는 이름을 갖겠지만 첩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거야. 결혼으로 자신과 묶여 있는 남자에게서 단 한순간도 부드러움을 맛보지 못하겠지. 하지만 우리는 말이다, 챠니, 첩의 이름을 달고 있는 우리는 역사가들에 의해 아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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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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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는 사람 없어. 나하고 나 자신, 그리고 또 나뿐이지.」


30대 초중반에 읽었고, 40대 초반에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완연히 다르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반항기 어린 성장소설로만 생각했다. 세상을 향한 냉소와 어른들의 위선에 대해 퍼붓는 독설이 좋아서, 당시 나에게 큰 충격을 준 명작이었다. 10년 가까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읽은 지금은 그 충격이 덜하다. 대신 길잃은 방랑자의 고독을 느꼈다.


홀든 콜필드는 짧은 여행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을 경멸한다. 그런데 그 경멸하는 표현이, 왠지 밉지 않다. 과도하게 들리지 않고 오히려 공허하다. 중반부에서 그가 밝히길 무척 외로워서 그런 것이고(마치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고백하듯, 그들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독한 외로움,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읽을 때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명작으로 읽힌다. 또 10년이 후 읽게 되면 나는 홀든의 부모 나이가 되어 있을 것이고, 다른 느낌이겠지만 역시 명작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정말로 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우리 부모님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와 같은 데이비드 코퍼필드 식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난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지 않다. 우선 그런 일들을 이야기하자니 내가 너무 지겹기 때문이고,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했다가는 부모님이 뇌출혈이라도 일으킬 것 같기 때문이다. - P9

만약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측에 끼게 된다면,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편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 아니. 그런 시합은 있을 수 없다. - P19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 P32

「오리들이 그곳에서 헤엄을 치고 있잖아요? 봄에 말이에요. 그럼 겨울이 되면 그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 P113

망할 놈의 돈 같으니라구. 돈이란 언제나 끝에 가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버린다. - P154

「같이 있는 사람 없어. 나하고 나 자신, 그리고 또 나뿐이지.」 - P201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빌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 P229

「지금 네가 떨어지고 있는 타락은, 일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좀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건 정말 무서운 거라고 할 수 있어. 사람이 타락할 때는 본인이 느끼지도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야. 끝도 없이 계속해서 타락하게 되는 거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 P247

「...빌헬름 스테켈이라는 정신분석 학자가 쓴 글이다. (중략) 이렇게 쓰고 있어.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P248

「교육받고 학식이 높은 사람만이 세상에 가치 있는 공헌을 한다는 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교육을 받고, 학식이 있는 사람이 재능과 창조력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기기 쉽다는 거지. (후략)」 - P250

「그 밖에도 학교 교육이란 건 많은 도움을 주지. 학교 교육이라는 건, 어느 정도까지 받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지. 자기의 사고에 맞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맞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돼. 나중에는 자기 사고의 일정한 크기에 어떤 종류의 사상을 이용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될 거야.게다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사상들을 하나하나 시험해 보는 데 드는 시간도 절약해 주고 말이지. 결국 학교 교육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크기를 알게 해주고, 거기에 맞게 이용하게 해주는 거야」 - P251

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것뿐. 이를테면, 스트라드레이터나 애클리 같은 녀석들까지도. 모리스 자식도 그립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끝>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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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1 - 바이러스 밀리언셀러 클럽 7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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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을 원작으로 한 영화 '쇼생크 탈출'과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좋아하지만 책은 처음이다.  '스탠드'를 선택한 동기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군부대에서 실험용으로 쓰던 바이러스가 유출됐고 미국 전역이 일대 혼란에 빠진다. 그 바이러스를 매개로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임신한 여대생, 막 뜨려고 하는 무명가수, 농아인 등은 각자의 위치에서 바이러스의 희생자들을 목격한다. 그리고 1권 말미에 새로운 빌런의 등장을 예고한다.


최고의 이야기꾼답게,읽어나가는 속도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왜 그의 작품들을 할리우드가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완독 여부는 일단 1부가 끝나는  2권까지 읽어보고 결정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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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1~3 + 호빗 세트 - 전4권 톨킨 문학선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김보원 외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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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걸쳐 볼 영화이기에, 영화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 10여년 전부터 책으로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워낙 잘 읽히지 않던 터였다. 이번에 나온 전면개정판은 좀 괜찮다고 본다.


영화의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들을 한번만 읽고는 제대로 된 리뷰를 남기기는 어려우므로, 몇가지 인상적인 점들만 적고자 한다.


- 당연한 말이지만 (책을 집어든 목적이기도 하고) 배경, 맥락, 주요동기 들을 잘 알 수 있었다. 쉘로브, 팔란티르, 갈라드리엘, 마술사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 20세기 문학적 성취이다. 공간에 대한 회화적 묘사가 상당하다. 곳곳에 액자식 구성을 차용한 점도 흥미로운데, 예컨대, 사루만은 영화와 관련되어서는 단 한번만 등장한다(영화에 다루지 않은 부분에서 두 번 정도 등장).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전래동화 수준으로 평면적인 데 그친 점이 아쉽긴 하다.


- 방위에 대한 이야기가 장황하다. 동으로 갔다, 북으로 갔다, 남쪽으로 꺾었다가, 인두인대하 동쪽에 뭐가 있고 이런 부분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반지원정대』말미에 이르러서야 대충 동쪽에 모르도르가, 서쪽에 로한이, 남쪽에 곤도르가 있다는 등 체계가 잡혔는데,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참 죽을 맛이었다.


- 아무래도 서양문학, 특히 전쟁을 다룬 작품들이 시인들의 노래('서사시') 형태로 다뤄지다보니 호메로스의 서사시들과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갖은 모험 끝에 대규모 전쟁에서 적을 물리치고 왕의 자리를 되찾는 서사는 그러한 노래들의 흔한 소재니까. 다만, 세계를 구한 인물로 '인간'이 아닌, 반인족 '호빗'을 설정했다는 점이 다른 톨킨만의 매력일 것이다. 선악을 뚜렷하게 구분한 점이 퇴보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 프로도와 샘이 단순한 주종관계를 넘어 동성애 코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와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관계는 고대 희랍에서 남성 간 이상적인 연애로 여겨졌다는 경향을 반영해 동성애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신라의 사다함과 무관랑의 사이도 그렇게 보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샘이 희한하리만치 프로도에 대해 충정을 보이지만, 원작에서는 '살아하는 프로도 나리', '제 옆에서 주무세요' 등 대사로 볼 때 여지가 충분하다(샘이 로지와 결혼하여 많은 자손을 낳았음에도 그러한 추측은 유효하다).


- 에오윈은 영화에서 단순히 검술을 좋아하는 여전사로 보여졌지만, 여기서는 자신의 주어진 성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즉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페미니즘을 다루고자 한 것 같다(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제2빌런 캐릭이었던 나즈굴의 군주는 'man'의 손에는 절대로 죽지 않을 운명이었지만, 결국 woman인 전사의 칼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다만, 파라미르와의 로맨스를 시작하면서 다시 여성성으로 돌아가는 한계는 있었다.




- 영화 '왕의 귀환'에서 아르웬이 필멸의 인간이 되고자 하면서 죽어가는 설정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원작에서는 아니나다를까 그런 얘기가 없다. 반면, 케이트 블란쳇의 배역인 '갈라드리엘' 부인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배우가 그 고혹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 솔직히 번역이 매력적이지는 않다. 역자들이 영문학 전공자들이고, 톨킨의 저서를 주로 번역한 점이 이 전집에 권위를 실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꽤 재미있었음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던 게 번역이 20% 정도는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간간이 오타도 보였다. '그런데 보라!' 이런 부분도 별로였다. 그러나 톨킨의 번역지침에 따라 우리 고유말을 살렸다는 점은, 옛말이나 방언을 살린 우리문학의 성취만큼이나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잘 압축했고 톰 봄바딜 등 지루한 부분은 쳐내는 등 등장인물을 간소화했다. 더불어 나즈굴이나 사우론이 내뿜는 공포감은 극대화했으며, 골룸의 행동과 심리 묘사는 원작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전쟁에 임한 왕들의 비장미 -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에서 세오덴 왕의 독려, 모르도르에서 아라곤의 독려 - 는 좋아하는 장면들인데, 모두 제작진의 창작이다.


책을 마무리하고 나서도, 나는 이 책을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독립적인 문학작품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본다. 장르문학에 대한 나의 편견이 여전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지금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만 다시 읽어 나가는 중인데, 그러다가 작품이 더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아닐 것 같다. 


리디셀렉트에서 읽었으며,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 끝냄. 

** 『호빗』은 읽지 않았으며, 읽을 계획 없음. 영화 1편 보다가 잠든데다, 이 작품에서도 호빗 동네 이야기는 재미있지는 않았기 때문임

이 책은 주로 호빗에 관한 것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는 그들의 성격에 대해서는 많이,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될 것이다. - P41

"...그건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ㅂㄴ지야. 그 반지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나 그 반지에 완전히 압도당하게 되어 있네. 반지가 사람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지..." <반지원정대> - P124

"인간들은 위대한 반지들 중 하나만 가져도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어. 물론 더 성장하거나 힘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죽지 않고 생명이 유지되는데, 그러다가 결국은 순간순간이 권태로워지지.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에게 자기 형체를 감추기 위해 반지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몸이 점점 ‘소멸‘되지. 그러다가 영원히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반지를 지배하는 암흑의 권능이 감시하는 미명의 지대를 헤매게 되어 있어. 언젠가는 말이야. 혹 의지력이 강하거나 원래 선량한 사람이라면 그 순간이 다소 지연될 수도 있겠지만, 의지력이나 선량함이라는 것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일세. 결국엔 암흑의 권능에 사로잡히고 만다는 것이지.." <반지원정대> - P125

지상의 요정 왕들에겐 세 개의 반지,
돌집의 난쟁이 왕들에겐 일곱 개의 반지,
어둠의 권좌를 앉은 암흑의 군주에겐 절대반지
어둠만 살아 숨쉬는 모르도르에서.
모든 반지를 지배하고, 모든 반지를 발견하는 것은 절대반지,
모든 반지를 불러 모아 암흑에 가두는 것은 절대반지
어둠만 살아 숨쉬는 모르도르에서. <반지원정대> - P128

"...그 어둠의 그림자는 한번 패한 뒤에도 언제나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나지."
"우리 시대에는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나도 그렇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그런 심정이겠지. 하지만 시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거야..." <반지원정대> - P130

"...힘의 반지는 자신을 스스로 지킨다네. 반지가 주인을 버리고 떠날 수는 있지만 주인이 그것을 버릴 수는 없는 거야.기껏해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있지. 하지만 그것도 반지의 노예가 되기 전의 초기에나 가능한 일이야..." <반지원정대> - P139

"...살아 있는 이들 중 많은 자가 죽어 마땅하지. 그러나 죽은 이들 중에도 마땅히 살아나야 할 이들이 있어. 그렇다고 자네가 그들을 되살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죽음의 심판을 그렇게 쉽게 내려서는 안 된다네." <반지원정대> - P147

"하지만 어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용기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얻어집니다. 희망을 가지십시오." <반지원정대> - P193

"... 지금은 휴식을 취해야 하지. 세상이 어둠 속에 들 때는 듣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중략) 편히 자! 밤의 소리도 두려워하지 말고, 회색 버드나무도 두려워 말게..." <반지원정대> - P285

황금이라고 해서 모두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방랑자라고 해서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속이 강한 사람은 늙어도 쇠하지 않으며,
깊은 뿌리는 서리의 해를 입지 않는다. <반지원정대> - P371

‘흰색! 시작할 때는 그 색이 적격이지. 흰색은 염색을 할 수도 있고, 흰 페이지는 글을 적을 수도 있고, 흰빛은 쪼개질 수도 있으니 말이오.‘ ‘그럴 경우에 그것은 더는 흰색이 아니오. 어떤 사물의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그것을 파괴한다면 그는 이미 지혜의 길을 벗어난 것이오.‘ <반지원정대> - P545

"... 절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절망이란 아무 의심 없이 종말을 확신하는 이에게만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본 뒤 남은 필연을 인식하는 것은 오히려 지혜입니다. 거짓된 희망에 매달리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우둔하게 보이겠지요..." - P568

"...강한 자나 지혜로운 자는 멀리까지 갈 수 없습니다. 그 길은 강한 자 만큼의 희망을 가진 약한 이가 가야 하는 길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인 것은 사실 그런 식이었습니다. 강자들의 눈이 다른 곳을 향하는 동안, 작은 손들은 바로 자신들이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겁니다." <반지원정대> - P569

"... 사실 암흑군주의 위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는, 바로 그와 맞서 싸우는 동지들 간에 분열이 일어나는 때요." <반지원정대> - P742

"아마도 올바른 선택이란 없는지도 모르오." <두개의 탑> - P20

"간달프의 계획은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안전을 내다보고 세워진 것은 아니었네. 비록 끝이 암울하더라도 거부하기보다는 시작하는 게 나은 일들이 있지..." <두개의 탑> - P73

"...우리와 우리의 모든 친구들에게 전쟁이 닥쳐와 있어. 반지의 사용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전쟁이지. 그것을 생각하면 내 가슴은 크나큰 비애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네. 많은 것들이 파괴될 것이고 모든 것이 상실될 수도 있으니까..." <두개의 탑> - P196

"...펠렌노르의 성벽을 수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해야겠소. 이렇게 폭풍이 눈앞에 닥쳐왔을 때는 그대들의 용기가 가장 좋은 방어책이 될거요..." <왕의 귀환> - P20

"...아쉬울 때에 도움과 충고를 무시하는 자존심은 어리석음일테니." <왕의 귀환> - P38

"당신은 백성들에 대한 의무가 있소."
"그 의무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그렇지만 저도 에오를 왕가의 후손 아닌가요? 보모가 아니라 여전사 아닌가요? 전 머뭇거리기만 하면서 아주 오래 기다려 왔어요. 이제는 비틀거리지 않으니, 제 인생을 제 뜻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왕의 귀환> - P90

"의지가 부족하지 않으면 길이 연린다고들 하지..." <왕의 귀환> - P131

"이번에도 그 암흑 기사 대장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가 퍼뜨리는 공포는 그보다 먼저 강을 건넜습니다." <왕의 귀환> - P157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그게 얼마나 될 것 같은데? 그는 이 세상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강국을 몰락시킨 무기를 갖고 있잖아. 바로 굶주림 말이야." <왕의 귀환> - P168

세오덴 왕이 답했다.
"그 일을 하려고 우리가 멀리 달려왔소. 우리는 그것을 시도할 것이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는 오직 내일이 알려줄 것이오." <왕의 귀환> - P194

"...사실 그것은 여럿이 아닌 단 하나의 주인만 사용할 수 있소. 그러니 그는 우리 가운데 가장 강한 자가 다른 이들을 누르고 그 반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다툼을 벌일 시간을 예상할 거요. 그럴 때에 그가 돌연히 행동을 취한다면 그 반지는 그를 돕겠지." <왕의 귀환> - P288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도 틀림없이 멸망할 텐데 그렇게 죽는 편이, 차라리 새 시대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인식하며 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오." <왕의 귀환> - P289

"그 분의 바람은 제겐 명령입니다." <왕의 귀환> - P290

"사람이 성문보다는 나은 법이지. 사람들이 성문을 버리고 달아난다면 어떤 성문도 적에 대항해서 견뎌내지 못할 겁니다." <왕의 귀환> - P292

그는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이제 돌아왔어." <왕의 귀환>

Fin. - P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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