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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Tutto Verdi 21 - 가면무도회 [한글자막]
베르디 (Giuseppe Verdi) 감독, 젤메티 (Gianluigi Gelmetti) / C Major / 2013년 5월
평점 :
1막에서는 '쀼의 세계'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총독이지만, 알고보니 가장 총애하는 신하이자 친구의 부인을 범하는 만토바 공작 같은 바람둥이. 반만 맞았다. 극 초반에서 시민들에 대한 사랑을 역설하지만, 한편으로는 신하의 아름다운 부인을 탐낸다.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위험한 장소까지 쫓아가고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알고 만족해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 뿐. 탐하기를 했으나 범하지는 않는다. 절제하기로 마음먹는다.
뭔가 전작인 '시몬 보카네그라'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존경을 받는 리더, 측근의 배신과 암살. 이 무렵의 베르디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을 지지했고, 위대한 지도자 상을 제시하려 한 듯하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국내산 지도자, '가면무도회'는 수입산(스웨덴)이라는 점이 다를 뿐. 실제, 이 시기 이탈리아인들은 Viva Verdi를 외쳤는데, 이 중 Verdi는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였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 이 작품의 초연은 대성공을 거뒀다고. 예나 지금이나 국뽕은 만고의 진리인 듯.
이 작품은 아리아가 상당하다.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의 아리아들이 풍성해서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베르디는 장기인 2중창~5중창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 게다가 베르디 작품 중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아직 초기 작품들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소프라노가 바지 역할로 등장하여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대비하여 발랄함을 보여주고 있다.
공연으로 보면 전통적 연출이긴 한데, 공간적 배경이 여기가 미국인지 스웨덴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작품 자체가 검열을 피하다 보니 시공간을 이상하게 비틀어놔서 그런 듯. 마지막 가면무도회 장면이 활기차게 아름답고, 낭낭히 울리는 바이올린 솔로가 인상적이다.성악파트는 전반적으로 다 좋지만, 아멜리아 역 크리스틴 루이스의 노래는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