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이 든 당신
김하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사랑의 역사는 언제나 무모했고 불가능했기에 아름답고 가치가 있습니다.
- (본문 78)
김 하인 작가의 전작 ‘국화꽃 향기’를 접하지 않고 받아든 <잠이 든 당신>은 작가의 이름도 어색했고 사랑이란 소재에 목말라 하지도 않았던 내게 ‘실화’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다가 온 책이다. 아무래도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몰입도가 좋아서, 평소에도 자주 찾았다. ‘국화꽃 향기’는 읽지는 않았지만 가슴 아픈 사랑, 시한부 인생을 다룬 영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국화꽃 향기의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라니 당연히 사랑을 다뤘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리는, 울고싶은 그런 작품을 기대하며 <잠이 든 당신>을 펼쳤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잠이 들었다니, 대뜸 머리 속에 생각나는 것이 ‘식물인간’이라는 단어였다. 가끔 뉴스에서 오랫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사람들을 본 기억이 있기에 그런 이야기 중에 하나이겠거니 단순히 생각했다. 거기에 ‘사랑’과 ‘눈물’을 적절히 다루는 작가가 개입했으니 어느 정도 예상되는 수준의 감동과 눈물을 기대했다. 평소에 나는 울고 싶어서 눈물이 나는 영화를 찾듯이, 눈물이 나는 책을 읽으며 눈물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곤 한다. 거기에 때 맞춰 읽게 된 <잠이 든 당신>은 신혼 부부의 발랄함으로 시작해서 과거로의 짧은 회상 끝에 바로 사건으로 이어지며, 작품에 긴장을 앞당긴다.
석민과 선영은 신혼부부이다. 시골 우체부원과 학교 선생님의 결혼. 선영의 가족이 반기지 않았던 결혼, 거기에 선영의 사고는 처가댁의 원망을 고스란히 석민에게 쏠리게 하는 이유다. 의식불명의 선영, 거기에 뜻하지 않은 선영의 임신으로 선영의 추락 사고에 이어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다.
작가는 이야기의 곁가지를 싫어한다. 가장 간결하게 엑기스만 몰아넣는 사건과 가장 간소한 에피소드만을 나열함으로써 이야기의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억지스런 눈물과 감동 역시 과감히 빼버렸다. 어느 정도 기대했던 억지스러움이 없자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작가에 대해 오히려 호감이 생겼다. 억지스러움을 버리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사랑과 눈물, 거기에 실화라는 무기까지 장착하고서 작가는 독자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거기에 살짝 억지스러움 같은 양념만 뿌린다면 베스트셀러가 부럽지 않을 작품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양념을 포기했다. 음식으로 표현한다면 강한 양념을 포기한 담백한 전라도 음식이랄까.
작가의 이런 선택으로 독자가 눈물, 콧물 짜는 횟수는 확실히 줄어든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담백함으로 무장한 <잠이 든 당신>은 간결한 문장, 가벼운 분량으로 더 많은 독자에게 문턱을 낮추고 판단은 오로지 독자에게 넘긴다. 그러니 작품을 다 읽고 독자에 따라 가슴이 멍하거나, 뒤늦은 눈물로 베개를 적시거나, 기대한 눈물이 나오지 않음에 당황하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독자가 지나온 삶에 따라 작품에 대한 감흥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