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니스 건축 스케치북
매튜 라이스 지음, 정상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6월
평점 :

대학교 1학년, 이탈리아로 배낭여행을 갔다. 한 여름 무더위에 무턱대고 출발한 유럽여행. 2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지금도 스파게티를 보면, 피자를 보면, 상큼한 레몬, 올리브를 보면 저녁 노을이 질 무렵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화덕이 보이는 피자집에 들어가 도우에 토마토 소스와 치즈가 덩그러니 있는 커다란 피자를 돌돌 말아 뜨거움에 깜짝놀라고 쫄깃한 도우의 찰진 맛에 행복했던 그 시절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것들이 여행의 묘미, 향수일 것이다. 그리고 또 언제 그곳을 갈 수있을지 그리움을 담아 그시절 그때 더 여행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언젠가는 또 갈 것이다라는 희망을 품는다. 디지털 카메라도 흔하지 않았기에 필름 카메라를 들고 찍었던 사진들은 사진첩에 고이 모여 켭켭히 먼지를 쌓여있는 창고 한편에 담겨 있다.
베니스 건축 스케치북을 보면서 그때 보았던 여행지의 한 장면 한장면에 어반스케치를 했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이 책에서 느껴지는 깊이감은 진정한 여행가, 예술가의 섬세함이 담겨있다. 베니스의 역사, 건축, 음식, 미술관, 성당, 예술품들, 골목 하나하나의 지형까지 이 책을 보면서 함께 여행하고 베니스를 더욱 섬세하게 알게 되고 빠져들게 한다. 한 곳에 머물고 그곳을 그리고 담는 동안 작가는 지나가는 행인 조차 표정과 몸짓을 기억하고 그때의 시간적인 변화 속에 한편 한편 메모리한 기록들이 지금 이 책에 고이 담겨져 있다. 그 모든것의 정성과 시간에 부럽기만 하다. 여행객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손님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시간과 돈에 쫒겨 보내고 나면 시간과 함께 기억마져 희미해져 아쉬움과 그리움만 남는데 작가는 그런 걱정 없이 머물고 그리고 기록했다. 그래서 책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찰칵 손쉽게 찍어낸 사진이 아닌 붓 터치 속에 물감의 농도에 따른 번짐의 기다림 속에 이 책이 더욱 소중하고 정성이 느껴진다.
언젠가는 다시 갈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며 그때 가보지 못한 베니스도 "베니스 건축 스케치북"을 담아 함께 해 볼것이다. 그때는 나도 새 스케치북과 물감을 가벼히 들고 급하지 않게 베니스의 한곳을 머물며 기록의 시간을 정성스럽게 담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