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프리카의 별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책표지가 강렬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모서리 끝까지 완전히, 빽빽히 다홍색인데다가 약간의 백색의 틈만 있을 뿐 하단부도 또 다홍색으로 아프리카의 마실을 묘사 한 듯하다. 이 같은 강렬함으로 스토리가 전개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내심 두근거린다
< 아프리카의 별 > ........ 정미경 작가님~
- 등장인물 : 승, 바바
"정오의 사막은 붉은 빛이다 . 이 시간엔 부러 그러지 않아도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
새장 안에 들어 있는 건 민들레 꽃이 아니라 카나리아 한 마리다. 왜 새장 안에 새가 있으리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내 새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 모든 질문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준비된 자가 무방비한 자에게 느닷없이 휘두르는 주먹처럼. ..........'사랑한다면 놓아 주어야 하는 걸까요?' 그의 마지막 질문은 카나리아에 관한 것이 아니다. 부재하면서 온통 저 남자를 사로잡는 것은 누구일까?
자마 알프나. 죽은 자들의 광장.
해가 막 지평선 아래로 내려간다. 도화선의 마지막까지 타들어간 유황덩어리가 한순가 폭발하듯, 석양은 크고 아름다운 불꽃으로 흩어지며 하늘을 가득 채운다. 보고 있는 동안, 불꽃은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수천 조각의 빛을 뿌리고는 흩어진다, 그 빛 속에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가루라도 들어 있는 걸까. 광장 여기 저기서 불은 더욱 세차게 피어오른다. 징그러워라. 사람들은 해가 지자마자 막 사라진 태양을 미친 듯이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이란, 치명적인 극단이다. 삶의 균형을 잃게 하고 때로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거짓말을 하는 게 맞다면, 여자 역시 사막 중독자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에 꼼짝없이 붙들려 있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까닭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붙들렸을 땐 더욱. 이성의 배설물이나 닳아빠진 담요의 털만큼이나, 사막 역시 기이한 애착의 대상이 아닐까.
작살 같은 햇빛과 온몸의 구멍마다 파고드는 모래. 천지간에 펼쳐진 하나의 색채와 완전한 적막. 사막에 발을 디디게 되면, 누구라도 처음엔 진저리를 친다. 살갗을 비늘고 만들어버릴 듯한 햇살로부터 황황히 달아나 제자리로 돌아간 사람은 안도감마저 느끼게 된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문득 이상한 그리움에 빠져든다. 자신이 그리워하는 곳이 과도한 햇빛과 숨막히는 열기로 가득한 모래의 바다란 데 생각에 미치면 설마 그럴 리가, 싶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다시 사막 여행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그저 사막의 심장 깊숙이 들어가 머무는 것. 온갖 고통과 불편을 달게 받아들이며.
잊을 걸 알아서 뭐 해, 싶지만 그래도 여행자들은 굴러다니는 사막풀 하나조차 기어이 이름을 물어댄다. 헤어질 것들은 모두 간절해지는 것인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자신은 어느새 여기 머무는 자가 되었는가. 알고 있다. 질문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은 분노를 통제하지 못했다.
'자카란다예요' '포르투갈 사람들은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 기념으로 제 나라에서 가져온 이걸 심었어요. 로마 유적지에 스페인어 가이드, 정복자의 기념식수, 그러니까 이건 유럽 제국의 아프리카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풍경인 거죠'
'.............그러니, 제국의 침략이 없었다면 이 사람들은 지금 도대체 뭘 먹고 살고 있겠어요?' 현실적으로 재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이 이쓴 사람이라면 이 단세포적인 말에 어이가 없어할 테지. 제 옆얼굴에 꽂히는 경멸의 시선을 즐기게 되는 것도, 스스로에 대한 분노의 한 방식이겠다.
방금 보았으되 남자는 기시감 속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없다. 사랑한다면 놓아주어야 하는 걸까요? 물었을 때 뺨을 때려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살짝 미칠 수 있다면 이 열기를 견디기가 좀 수월할까. 사막은 은유를 헤아릴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사막엔 칼로 자른 듯 선명한 두 개의 세계 외엔 없다. 빛과 어두움. 그러니, 운명의 모호함에 질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중독될 수밖에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