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보이차 한잔 (마힐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한 가지를 답을 찾기 보다는질문을 품는 사람으로 살아 가려고 합니다. 경험하고, 사유하고 글을 쓰며 질문은 다듬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19 Apr 2026 12:12:06 +0900</lastBuildDate><image><title>마힐</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787192594687707.pn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마힐</description></image><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두 개의 초한지 외전, 유방론(劉邦論)</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23501</link><pubDate>Fri, 17 Apr 2026 23: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23501</guid><description><![CDATA[유방론 2편. 사람의&nbsp;마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nbsp;사람들은&nbsp;유방이&nbsp;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용인술이 뛰어났다고 한다.즉 자신에게 필요한 인재를 잘 썼다는&nbsp;뜻이다.맞는 말이지만&nbsp;인재를 잘 썼다는 것은&nbsp;결과에&nbsp;대한 하나의 분석일 뿐이다.우리는&nbsp;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nbsp;질문이 있다.유방은 어떻게&nbsp;사람을 움직일 수 있었는가.&nbsp;유방의 진짜 능력은 사람의 재능을 알아보는 것에만&nbsp;있지 않았다.&nbsp;그는 사람의 결핍을 보는 데 천재적이었다.보통 사람은 상대를 마주할&nbsp;때 자기의&nbsp;입장에&nbsp;빠져 상대를 가늠한다.상대방은&nbsp;어느 정도 수준일까,&nbsp;내가 상대보다 무엇이 월등한가, 상대를 어떻게&nbsp;하면&nbsp;이용할&nbsp;수 있을까. 상대와&nbsp;나를 두고 저울질을 한다.그런데 유방은 달랐다.&nbsp;그는 상대를&nbsp;마주하면서 저 사람이 지금 무엇에 굶주려 있는 지를 먼저 보았던 것 같다.돈이 필요한가.&nbsp;자리가 필요한가.&nbsp;명예가 필요한가.&nbsp;인정이 필요한가.&nbsp;자기 재능을 한 번 마음껏 펼쳐 보고 싶은&nbsp;무대가 필요한가.유방은 상대의&nbsp;욕구를 먼저 보았다.그리고 거기서&nbsp;그는&nbsp;멈추지 않았다.&nbsp;상대의 욕구는 결핍에서 오는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그래서&nbsp;그는 상대의&nbsp;결핍을 채워&nbsp;주었다.돈을 원하면 돈을 주었고,&nbsp;직위를 원하면 직위를 내주었다.명예를 원하면 이름을 올려주었고,&nbsp;무대를 원하면 아예 판을 열어주었다.이건 단순한 포상이 아니다.&nbsp;이건 사람이라면&nbsp;누구에게나 있는 결핍의&nbsp;공간을 보았던 것이다.그리고 그 결핍의 공간을 자신이 채워준 것이다. 그래서 유방 곁의 모인&nbsp;사람들은 모두&nbsp;유방을 통해 결핍을 채웠다.&nbsp;그들은 결국&nbsp;유방만을 위해 일한&nbsp;것이 아니었다.&nbsp;오히려 유방이 깔아준 판 위에서&nbsp;자기 욕망을 실현하려고 더 열심히 뛴다.바로 이&nbsp;지점에서&nbsp;유방이&nbsp;다른 어떤 제왕적 위치의 인물들과 차별점을 가진다.그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다.대신 사람이 스스로 움직일 이유를 만들어 준다.&nbsp;자, 그대는&nbsp;자리를 원했지? 여기 자리가 있다.그래, 그대는 이름을 남기고 싶었지? 여기 전장이 있다.좋아, 네 재능을 증명하고 싶었지? 내가 무대를 열어 줄게.유방은&nbsp;결국 판을 깔아 준 것이다.이렇게 판을 깔아주면&nbsp;그다음부터 사람은 유방의 명령 때문에만 움직이지 않는다.자기 안의 결핍과&nbsp;허기&nbsp;때문에 움직이기&nbsp;시작한다.유방은 그것을 일찍이&nbsp;간파했다.사람은 자기의 욕망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그러나 유방의 진짜 천재성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그는 상대방의&nbsp;결핍을 보고,&nbsp;그 결핍을 채워주고,&nbsp;거기서 끝내지 않았다.그렇게 채워진 욕망으로부터&nbsp;그 사람의 능력을 기대 이상으로 뽑아냈던&nbsp;것이다.즉, 상대가 가진 모든 잠재적 재능을 전부 발휘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nbsp;보통 사람은 누군가를 만족 시키면 거기서 멈추고&nbsp;상대에 대한 댓가를 바란다.자리를 줬으니 됐지,&nbsp;돈을 줬으니 됐지,&nbsp;명예를 줬으니 됐지,&nbsp;이쯤에서 생각한다.그런데 유방은&nbsp;이미&nbsp;알고 있었다.한 번 채워진 결핍은 사람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nbsp;오히려 더 크게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자리를 받은 사람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뛰고,&nbsp;명예를 얻은 사람은 그 명예를 키우기 위해 더 나아가고,&nbsp;무대를 얻은 사람은 그 무대 위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고 더 깊이 달려든다.유방은 바로 그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러니 그의 용인술은 단순히&nbsp;사람을&nbsp;잘&nbsp;쓰기가 아니다.그건 사람의 욕망을 읽고,&nbsp;그 욕망을 충족시키고,&nbsp;충족된 욕망을 다시 자기 판의 동력으로 바꾸는 심리적 설계 능력이다.이런&nbsp;능력이야 말로 유방의 진영에 인재가 모이게 한 근원이 아니었을까.&nbsp;우리 같은&nbsp;보통 사람은&nbsp;자기 생각에 빠져 남을 잘보질 못한다.&nbsp;그런데 유방은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남의 허기를 먼저 보았다.&nbsp;아마 장량 조차도 그 능력 만큼은 유방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장량은 판을 읽는 사람이었지만,&nbsp;유방은 사람을 어떻게&nbsp;작동 시키는지&nbsp;알고 있었다.&nbsp;&nbsp;항우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 선명하다.항우는 자기가 바로&nbsp;무대다.그는 너무 강하고, 너무 높았고, 너무 눈부셨다.&nbsp;그래서 부하들은 항우를 따라가기도&nbsp;바빴다.항우 밑에서는 자기 욕망을 펼칠 공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nbsp;것이다.항우는&nbsp;이미 보통 사람의 능력을 초월한 소위&nbsp;만렙이기 때문이다.&nbsp;그러나 유방은 항우와&nbsp;다르다.&nbsp;그는 자기가&nbsp;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nbsp;그는&nbsp;남들이 자기 욕망을 걸고 뛰어오를 수 있는 판을 열어준&nbsp;것이다.한신에게는 군사를 맡기고,&nbsp;장량에게는 계책의 무대를 주고,&nbsp;소하에게는 뒷일의 권한을 주었으며,&nbsp;항우 진영에서 귀순한 진평에게 까지&nbsp;각자의 욕망을 걸 자리를 주었다.이러니 부하&nbsp;입장에서는 안 하고 배길 수가 없다.그건 충성 이전이며&nbsp;명령 이전의&nbsp;일이다.어쩌면 중독에 가깝지&nbsp;않았을까.그러나 그 중독은 단순한 흥분이 아니다.그건 자기 욕망이 살아 있는 무대 위에 올라선 사람의 흥분이다.&nbsp;유방은 사람들에게&nbsp;“나를 위해 뛰어라”&nbsp;라고 말하기 전에,&nbsp;“네가 원하던 것을 여기서 해보라”&nbsp;고 말했다.그래서 유방 진영은 단순한 적을&nbsp;이기기 위한 군대가 아니었다.각자의 결핍과 욕망이 유방이&nbsp;펼쳐준 판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집단이었던&nbsp;것이다.그것이 반복될&nbsp;수록, 어느 순간 사람들은 유방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nbsp;유방의 운명 안에서 자기 운명을 실현하려는 사람으로&nbsp;변해버린다.이것이야말로 유방이 만든 집단 무의식이자 운명 공동체가&nbsp;아니었을까.결핍이 만들어 낸 운명 공동체가 끝내 항우라는 완벽한 산을 허물어 버린 것이다.&nbsp;유방, 그는 인간 내면에 감춰진 결핍과 욕구를 보았다.그 어떠한 두려움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이 제왕의 마음이라면 상대의 결핍을 보는 눈은 제왕의 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nbsp;<br>By Dharma &amp; Mahea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17/pimg_778719259509765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23501</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두 개의 초한지 외전, 유방론(劉邦論) 1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16381</link><pubDate>Tue, 14 Apr 2026 15: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16381</guid><description><![CDATA[유방론 1편.&nbsp;유방의 굴기(崛起), 제왕(帝王)의 마음&nbsp;중국 속담중에&nbsp;“三个臭皮匠，顶个诸葛亮 (sān ge chòu pí jiàng, dǐng ge Zhū Gě Liàng)”&nbsp;이란 말이 있다.직역은 ‘세 명의 냄새나는 가죽 기술자가 제갈량과 맞먹는다’&nbsp;라고 풀이하는데, 본래 뜻은 ‘세 명의평범한 기술자가 합치면 지혜로운 제갈공명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nbsp;는 뜻이다.제갈공명이 어떠한 인물인가. 삼국지에 나오는 수 많은 주인공들 중에 가장 지혜롭고 신비로운 인물이 아니던가.그러한 제갈량 조차 세 명의 평범한 사람이 모이면 맞먹을 수 있다는 민간에서 전해져 오는 속담이다.아무리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힘을 합쳐 지혜를 짜내면 반드시 똑똑한 한 사람을 능가할 수도 있다. 그 속담에 딱 들어 맞는 인물이 삼국지 전에 이미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한나라를 세운 한고조 유방이다.&nbsp;2300년전, 약육강식이 지배하던 춘추 전국시대를 마침내 종식시킨 진시황은 자신의 통일 제국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다.하지만 통일 한지 겨우 15년 만에 진시황이 죽자 진이란 거대한 제국은 곧바로 무너지기 시작했다.“王侯将相，宁有种乎？(Wáng hóu jiàng xiàng, níng yǒu zhǒng hū?)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는가 “&nbsp;라고 외치며 진승과 오광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의 불꽃은 마른 들판에 급속도로 타 들어가는 불길처럼 번져 중국 전역을 불태우기 시작했다.진의 폭정으로 억압된 분노를 폭발한&nbsp;농민들은 수도 함양으로 진격했다. 그러나 썪어도 준치라는 속담처럼 통일 제국이였던 진의 정규군을 성난 민중의 힘만으로는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진승 오광의 반란의 불 길은 진압될 것 같았지만, 옛 초나라 장군 가문 출신의 항우가 진의 군대를 박살 내며 반란의 불 길은 더욱 크게 번져갔다.&nbsp;이때, 유방의 고향 패현(沛縣)까지 반란의 불꽃이 이어졌고, 일개 사수의 정장(泗水亭长)이었던 유방이 패현을 장악한 패공(沛公)이 되었다.사수의 정장은 지금으로 치면 파출소장 정도인데 이때 바로 지역 시장의 위치까지 올라 간 것이다.사실 유방과 항우는 지금 현대 중국의 강소성(江苏省)&nbsp;지역 출신들이다. 유방은 서주(徐州), 항우는 숙천(宿遷)과 소주(苏州)지역 에서 자랐다.강소성 지역은 대륙을 관통하는 두 개의 강, 황허와 양쯔강 중 양쯔강 아래 지역을 지배했던 옛 초나라였다. 그래서 후에 항우가 진을 멸한 후 옛 초나라를 이어서 초패왕(楚覇王) 이라 정한 것이다. 결국 유방과 항우는 초나라라는 국가 정체성과 지역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훗날 항우진영에서 유방에게 넘어온 인재들도 이러한 지역문화의 공유 때문에 왕래가 가능했던 것이다.&nbsp;그러나 유방은 초패왕 항우에 의해 당시의 촉 땅(지금의 사천성)으로 밀려나가게 되고 한중왕(漢中王)에 책봉되었다. 지금이야 중국인들의 정체성을 한나라(漢朝)&nbsp;한(漢)을 기원삼아 한족(漢族)이라고 내세우지만 정작 한의 시조인 유방 자신은 ‘한’&nbsp;이란 국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유방의 참모 소하(蕭何)의 거듭된 설득으로 유방은 ‘한’&nbsp;이라 국호를 겨우 받아 들였다고 한다.원래 한중(漢中)이란 지역은 한수(漢水: 장강의 주요 지류)가 흐르는 곳으로 하늘의 은하수와 닮아 땅의 은하로 비유 되었다. 그래서 땅이 비옥하여 훗날 패권을 다지기 아주 좋은 곳이며 하늘과 짝을 이루는 아름다운 이름이라 하여 천한(天漢)이라 부르며 이것은 하늘의 명(天命)에 따르는 것이라 설득했다는 것이다.&nbsp;당시 유방은 초패왕 항우를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치였다. 진의 수도인 함양을 먼저 입성하여 관중왕이라 책봉될 줄 알았지만 항우의 서슬퍼런 눈빛에 울며 겨자 먹기로 쫓겨나가야 했다.험난하기로 유명한 촉의 땅으로 들어가며 유방과 그의 군사들은 이제 다시 중원으로 못 나올 줄 알았다. 유방은 분명 분노했겠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홍문연에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항우에게 공포를 떨었겠지만 그는 그 공포에 사로 잡히지 않았다.유방은 촉에 도착한 후 자포자기 하지 않고 곧 바로 준비해서 고작 4개월 만에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항우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드디어 유방의 반격으로 천하쟁패가 시작된 것이다.&nbsp;유방은 항우 앞에서 언제나 꼼짝도 못하고 주눅이 들었는데 어떻게 항우와 대적할 생각을 했을까?항우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유방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이후 이어지는 천하쟁패는 불과 4년만 걸렸다. 진시황 사후 3년만에 진의 제국을 멸망 시켰고, 다시 4년만에 당시 아무도 넘볼 수 없었던 초패왕 항우를 이긴 것이다. 하지만 이 천하쟁패 기간중에 유방이 파죽지세로 항우를 몰아 부쳐서 이긴 것이 아니다.오히려 매번 싸움에서 유방은 거의 항상 탈탈 털렸다. 팽성 전투에선 56만의 유방의 연합군이 항우의 3만 정예병에 터지고 도망쳐야 했다.또 형양성 전투에서도 항복까지 하고 죽을 뻔했지만 겨우 목숨만 건져 나와야 했다.영혼이 나갈 정도로 유방은 늘 항우에게 쫓겨나가야 했고, 목숨을 건 탈출은 한 두번이 아니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방은 항우에게 도전했다.도전하고 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또 패하는 모습에서 챔피언에게 죽지 않을 만큼만 얻어 터지고, 그리고 다시 재충전해서 또 도전하는 유방의 모습이 보인다.그리고 마침내 유방은 항우와의 천하쟁패에서 승리하였다.아무 배경도 없고, 무력도 약한 유방이 귀족 출신에다 역발산기개세&nbsp;(力拔山氣蓋世)의 항우를 어떻게 이겨서 천하를 재통일 시킬 수 있었을까.&nbsp;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줄 정도의 상대를 만나면 고양이 앞에 쥐처럼 아무 것도 못하게되는데 유방은 어떻게 항우에게 대항할 의지가 꺽이지 않았던 것일까.과연 유방은 정말로 하늘이 내린 천자였을까.벌꿀오소리 같은 유방이 호랑이 같은 항우에게 달려든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유방은 항우에게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항우가 패기를 지녔다면 유방은 똘기로 뭉쳤던 것일까.&nbsp;2300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수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분석했었다.그들은 유방과 항우의 출신과 인물 성향등을 비교 분석하며 여러 이유들을 밝혀냈다.그 이유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뽑는다면 크게 세가지다.&nbsp;첫째, 유방의 용인술(用人術)이다.즉, 항우가 범증이라는 책사 하나를 잘 활용하지 못했지만, 유방은 인재를 알아보고 적극 기용하여 장량, 한신, 소하 같은 인물로 하여금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꿨다는 것이다.장량은 귀족 출신이며 과거 진시황 암살을 시도할 만큼의 의기가 높은 인물로 유방을 보자마자 유방의 두뇌가 되었다. &nbsp;한신 역시 뛰어난 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해 그냥 묻힐 뻔한 인물이지만 유방은 그에게 파초대원수라는 직함을 주고 유방의 전군을 통솔시켰다.소하는 유방과 같은 패현 출신으로 원래 유방보다 지위가 높은 상사였지만 유방을 패공으로 모시면서 모든 전투의 후방에서 꼭 필요한 군수 물자를 끊임없이 지원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유방의 용인술이야 말로 항우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점이다. &nbsp;둘째, 유방의 포용력이다.비록 유방은 천민 출신이지만 귀족 출신인 항우에 비해 포용력이 넓었다.항우가 전투에서 적들을 모두 죽이며 공포를 불러 일으켰지만 유방은 항우와 달리 감싸 안으며 민심을 안정시켰다. 그러한 포용력이 천하의 민심을 사로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nbsp;셋째, 유방의 정치적 명분이다. &nbsp;유방은 진시황에게서 내려온 악법(恶法）을 약법삼장（约法三章）으로 만들어 우선 민심을 사로잡았고, 항우가 초의제를 시해한 것을 꼬집어 역적으로 몰아 명분을 세웠다. 그것은 그가 민심에 의한 정치적 명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nbsp;결국 이러한 분석은 대체적으로 유방이라는 개인의 힘이 많이 약하니 조직적인 구조로 힘을 재편성해서 항우의 개인적인 출중한 능력을 이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즉 &nbsp;“三个臭皮匠，顶个诸葛亮 (sān ge chòu pí jiàng, dǐng ge Zhū Gě Liàng)”&nbsp;이란 속담이 딱 어울리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nbsp;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든다.유방이 조직을 구성하고 그 적합한 인물들을 통솔하는 그 장악력은 개인적 능력이 아닌가?과연 유방의 개인적 능력은 정말 형편없었을까. &nbsp;항우는 유방의 군대를 셀 수 없이 깨트렸지만 결국 유방의 마음은 깨트리지는 못했다. 이점&nbsp;주목할 필요가 있다.사람은 반복해서 지면,&nbsp;몸보다 먼저 마음이 진다.&nbsp;패배가 쌓이면 현실보다 먼저 내&nbsp;마음의&nbsp;판사가 항복한다.&nbsp;나는 안 된다고, 여기까지라고, 저 사람은 넘을 수 없다고.&nbsp;보통 사람은 실패를 만나면 선택하게&nbsp;된다.&nbsp;포기하거나, 타협하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자기 수준을 낮춘다.그런데 유방은 그렇지 않았다.그는 다시 준비하고, 곧바로 실행한다.&nbsp;또 모으고, 또 나가고, 또 부딪힌다.&nbsp;그리고 또 깨진다.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보여도 또 한다.그건 언제나&nbsp;비합리적이다.제왕의&nbsp;마음은&nbsp;어쩌면 그런 비합리성 속에서 나오는&nbsp;것이 아닐까 싶다.&nbsp;그래서 초한전쟁의 승부는&nbsp;마지막 해하의 전투에서만 갈린 것이 아니라,&nbsp;그 이전 수많은 패배를 유방이 어떻게 통과했는가에서 이미 갈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nbsp;항우는 유방의 몸을 몰아붙였지만,&nbsp;유방의 마음은 끝내 항복 시키지 못했다.나는 유방을 천민 출신 황제로만 보고 싶지 않다.&nbsp;그건 지금의&nbsp;우리에게 던지는 너무나&nbsp;쉬운 위로같다.많은&nbsp;사람들이 유방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도 유방처럼 될 수 있다는 식의 희망을&nbsp;내세우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듣기에&nbsp;달콤하지만, 그만큼 얕다.&nbsp;유방의&nbsp;신분은&nbsp;낮을지언정,&nbsp;그 내면의 디폴트는 결코 범인의 것이 아니었다.무수한 실패를 당하고도 끝내 자기 존재의 중심을 내주지 않는 사람이&nbsp;바로 유방이었다. 항우는 유방과의 싸움에서 거의 매번 이겼지만 마지막 해하전투 패배 한번에 최후를 맞이했다.&nbsp;유방이 천하를 얻은 것은&nbsp;인재를 잘 써서 만이 아니라,&nbsp;무너져야 할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nbsp;아닐까.항우는 유방의 군대를 꺾었으나,&nbsp;유방의 마음은 꺾지 못했다.어쩌면 초한지의 진짜 시작은&nbsp;바로 거기에서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유방의&nbsp;꺾이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제왕(帝王)의 마음이다.<br>&nbsp;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14/pimg_778719259509350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16381</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두 개의 초한지, 살아 남은 자들의 진술: 다섯 째 날, 내 비록 명재상은 아닐지라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9994</link><pubDate>Sat, 11 Apr 2026 11: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9994</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100일차&nbsp;&nbsp;폐하.신 진평(陳平)은 이제 더 오래 이 말을 붙들고 있을 수 없을 듯합니다.그래서 오늘은 폐하께, 신이 살아왔던 지난 초한전쟁부터 삼십년 간을 마지막으로 아뢰고자 합니다.&nbsp;신은 일찍이 항우 진영에 있었사옵니다. 홍문연에서 처음으로 한왕을 뵈었고, 그날 신은 한왕을 통해 천하의 향방이 누구에게로 기울 것이지 어렴풋이 보았습니다. 이후 신은 항우를 떠나 한왕께 귀의한 것도, 결국 그날의 인연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옵니다.그때의 항우는 말도 못할 정도로 강했지만 결국 천하는 한왕의 손에 들어 갔습니다. 고조께서 천하를 얻은 것은 하늘의 뜻이었습니다.신은 고조께서 한왕 시절, 항우와 싸운 전반 십오 년의 천하쟁패와 고조께서 돌아가시고 궁중에서 이어진 후반 십오 년의 피바람을 모두 겪었습니다.그러니 지금부터 신의 하는 말은 한낱 늙은 신하의 넋두리가 아니라, 초한지 삼십 년을 끝까지 건너온 한 사람의 진술이라 여겨 주십시오.&nbsp;여태후께서 돌아가실 때 신의 마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진시황제의 죽음이었습니다.그때의 진나라는 외부의 적에게 먼저 무너진 것이 아니었습니다.죽은 황제의 빈자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내부에서부터 무너졌습니다.환관 조고는 욕심으로 그 자리를 더럽혔고, 명재상 이사는 제국의 무게를 알면서도 끝내 그 무게를 지켜내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여태후가 죽은 뒤, 신은 두려웠습니다.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 무척 겁이 났습니다.자칫 잘못하면 한나라 마저 진나라의 뒤를 따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살아남은 우리에게 수습해야 할 문제는 진시황 사후보다 더 어려웠습니다.여산을 비롯한 여씨 일문은 이미 왕과 요직의 자리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고, 병권 또한 그들 손에 있었습니다. 그들이 있는 한 그 어떠한 것도 수습할 수가 없었습니다.이건 단순히 정국을 안정 시키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이미 자리를 잡은 권력 집단을 벗겨내고도, 나라가 다시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nbsp;그래서 신은 유방 황제가 저희에게 남겨 준 유훈에 따라 다시 조정을 개혁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핏줄보다 병권을 먼저 확보해야 했고, 명분보다 순서를 먼저 정해야 했습니다.주발(周勃)은 칼을 들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신은 그 칼을 언제, 누구에게 향하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여씨를 벤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그 뒤에 누구를 세우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유씨 성을 가진 아무나 앉힌다고 나라가 바로 서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한 번 피로 얼룩진 궁궐은 이름 하나 바꾼다고 곧장 맑아지지 않습니다.&nbsp;그래서 황제를 고르는 일은 핏줄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다음 질서의 얼굴을 고르는 일이었습니다.신은 가장 먼저 폐하를 생각했습니다.폐하께서는 유방 황제의 8명 황자들중에 *4번째 황자 이셨습니다. 2대 효혜제 (유영)께서 일찍 병으로 돌아가시고 그분의 후손인3대와 4대는 모두 어려서 사직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 했습니다.폐하께서는 여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셨으나 가볍지 않았으며, 온화하셨으나 약해 보이지 않으셨습니다.폐하께서는 세상을 뒤흔들 상은 아니지만, 세상을 안정시킬 만한 상이십니다.그래서 우리 공신들은 움직였습니다.여씨 일족을 제거하고, 병권을 거두고, 여씨의 천하를 다시 유씨의 이름 아래로 돌려놓았습니다.이 한 걸음은 단순한 정변이 아닙니다.진시황 사후 무너졌던 제국의 빈자리를, 이번에는 다시 무너지지 않게 초석을 닦는 일이었습니다.&nbsp;천하쟁패의 십오 년은 유방 황제와 항우가 천하의 주인을 다투 던 시기였습니다.그러나 후반 십오 년, 유방 황제가 죽은 뒤 혈통과 후계와 외척이 칼이 되어 벌어진 또 하나의 초한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되기까지 도합 삼십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고조께서 나라를 세우고 나서 다시 나라의 기틀을 잡는 마지막 수가 폐하께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심으로 비로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nbsp;진정한 천하쟁패의 끝은 유방 황제께서 천하를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다.또 여태후가 권력을 쥔 것으로도 아니었습니다.죽은 자들의 자리를 살아남은 자들이 어떻게 처리하는가, 바로 그것이 진정한 천하쟁패의 마지막이라고 신은 여겼습니다.폐하께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신 순간에서야 신은 비로소 알았습니다.유방 황제는 밖에서 나라를 세우셨고, 여태후는 안에서 그 나라를 피로 붙드셨습니다.폐하의 즉위는 그분들이 흘리신 피 위에서 처음으로 제국이 안정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신 겁니다.이제야 비로소 천하는 안정되었고 한은 오래 이어질 제국의 기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nbsp;신, 진평은 장량 같은 깊은 계책을 쉽게 내놓지 못합니다.또한 소하처럼 조정의 실무도 능숙하게 처리도 못 합니다.신은 늘 한 걸음 물러서 있었고, 숨을 죽여야 할 때 숨을 죽이며 버티기만 잘 했습니다.그러니 누군가는 신을 두고 그저 살아남은 사람이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맞습니다.신은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았기에 마지막 판을 볼 수 있었고, 끝내 마지막 질서를 잡을 &nbsp;수 있었습니다.&nbsp;폐하.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그가 영웅이든, 황제이든, 반역자이든 죽음과 함께 그의 소리도 닫힙니다.그래서 역사란 끝내 살아남은 자들의 진술만 남게 됩니다.항우는 전설이 되었고, 유방 황제는 나라를 남겼으며, 여태후는 피를 남겼습니다.신, 진평은 그 남겨진 것들 위에서 마지막 질서를 골랐습니다.&nbsp;이제 신이 바라는 것은 둘 뿐입니다.폐하께서 성군이 되시어 이 한나라를 오래 이끌어 가시는 것과 폐하께서 어서 빨리 태자를 책봉하는 것이옵입니다.나라가 흔들리는 것은 나라의 주인이 없기 때문입니다.신은 진의 몰락을 보았고, 또 한의 피바람도 보았습니다.부디 이제부터 폐하의 한나라는 다시는 그런 주인이 없는 재앙을 겪지 않게 하옵소서.&nbsp;마지막으로 신이 떠나게 되면 신의 장례는 검소하게 치러 주십시오.신이 끝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이 나라가 오래도록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삼십 년간 불었던 피바람을 지나 겨우 봉합된 이 나라가 기틀을 잡아 부디 오래토록 이어진다면, 신의 삶 또헛되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을 겁입니다.&nbsp;신, 진평은 비록 명재상은 아니었을지라도, 폐하께만은 끝내 좋은 재상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폐하, 신은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nbsp;부디 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 주옵소서.<br>&nbsp;By Dharma &amp; Maheal&nbsp;주:&nbsp;*4번째 황자:&nbsp;유항(劉恆BC&nbsp;203년 ~ BC&nbsp;157년)&nbsp;으로 유방의 8명의 아들 중 나이 순으로 네번째 임.유항의 어머니는 유방에게 그리 사랑받지는 못했으나, 아주 처신을 잘하여 여태후 눈에 띄지 않아 이들 모자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음. 훗날 태종 효문황제(太宗 孝文皇帝) 가 됨. 보통 ‘한문제’&nbsp;라 부르며 한나라 치세중 가장 성군으로 불리게 됨. 그로인해 그동안의 내외적 혼란을 전부 정리가 되고 이후 한경제, 한무제로 이어지는 한나라 400년 기틀을 만들었음. &nbsp;<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11/pimg_778719259508973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9994</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두 개의 초한지, 살아 남은 자들의 진술: 넷째 날, 여후가 죽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7059</link><pubDate>Thu, 09 Apr 2026 21: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7059</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9일차&nbsp;&nbsp;여후가 죽었다.내게는 또 다른 항우가 죽은 것과 다름 없다.전쟁터에서 항우를 마주한 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 였다. 궁정에서 여태후 또한 그러했다.항우는 성밖에서 기세로 천하를 짓눌렀고, 여태후는 궁 안에서 눈 빛으로 사람의 숨을 눌렀다.그들 앞에서는 숨소리조차 함부로 낼 수 없었다.&nbsp;사람들은 항우가 죽은 뒤 초한지가 끝났다고 말했지만, 틀렸다.항우는 해하에서 죽었으나, 항우가 남긴 공포는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었다.그것은 여태후의 궁 안에서 다시 살아 움직였던 것이다.&nbsp;나는 원래 패왕 항우 곁에서 책사로 있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서 그의 강함을 지켜봤다.그는 기세로 사람을 압도했고 그 기세만으로도 사방을 떨게 만들었다.반면에 여태후는 항우와 달랐다. 그녀는 항우처럼 기운으로 사람을 누르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여인의 몸에 깃든 냉담한 의지는 항우 못지않게 사람을 떨게했다. 그녀의 내려 보는 눈 빛은 뾰족한 칼날처럼 차갑고 날카로왔다. 여태후의 눈 빛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냉담함 속에 감춰진 칼 날이었다. 항우가 성밖의 패왕이었다면, 여태후는 궁 안의 패왕이었다.그래서 나는 본능적으로 나를 감싸야 했다. 그래서 숨을 죽였다.&nbsp;왕릉은 나와 달랐다. 그는 곧은 사람이었다.여태후가 여씨 일문을 왕으로 세우려 할 때, 왕릉은 정면으로 반대했다.한고조가 창업을 한 후 공신들과 함께 맹세한 *백마지맹(白馬之盟)&nbsp;을 이유로 들었다.그 맹약에서 유씨가 아니면 왕이 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천하가 함께 친다고 맹세를 했다.왕릉은 그 맹약을 언급하며 우리를 향해 호통을 쳤다. 어찌 이제 와 여씨 집안을 끌어 들여 그 맹약을 깨려 하느냐고.그 충신의 말은 옳다.하지만 너무 옳아서, 오히려 그 자리에서는 쓸 수 없는 말이었다.여태후는 불쾌해했고, 왕릉은 곧 파직 되었다.곧은 말은 때로 사람을 빛내지만, 옳고 곧은 말이 나라를 살리지는 못한다.&nbsp;나는 여태후 앞에서 절대로 맞서지 않았다.우리는 늘 고개를 숙였다. 여태후는 그런 우리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나는 왕릉에게 말했다.조정 한가운데서 얼굴을 맞대고 다투는 일이라면 내가 왕릉만 못하다.그러나 사직을 보전하고 유씨의 후사를 안정시키는 일이라면, 왕릉이 우리만 못하다.&nbsp;나의 이 말은 변명이 아니다. 그것은 나만이 사직을 지키는, 왕릉과 다른 방식이다.&nbsp;사람들은 이런 것을 처세라 부를 것이다.맞다. 처세다.그러나 이곳에서는 처세가 곧 목숨이었고, 목숨이 있어야 다음 판도 있었다.&nbsp;나는 고조께서 살아 계실 때부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비참한 말년을 지켜 보았다.한신은 참을 줄은 알았으나 굽힐 줄은 몰랐다. &nbsp;팽월은 전쟁이 끝난 후, 쓸모가 없어졌다. 영포도 마찬 가지다. 심지어는 고조와 같은 패현 출신이었던 노관과 번쾌까지 무사하지 못했다. 오히려 고조가 사수의 정장시절 부터 늘 대립했던 옹치는 말년까지 무사했고, 항우 집안의 항백도 항씨 후손을 이을 수 있었다.이들을 보며 내가 깨우친 것이 하나 있다.&nbsp;권력자에게 토사구팽을 당해 죽는 이유는 미움을 사서가 아니었다.대개는 두려움을 샀기 때문이었다.사람은 밉상이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그러나 황제가 두려워하는 순간, 그때부터는 그 사람의 목숨은 위태해 진다.여태후 밑에서는 그 법칙이 더 잔인해졌다.그녀 앞에서는 잘못된 한마디가 반역이 되었고, 지나친 충성조차 오히려 의심을 샀다.한 번 칼이 궁 안으로 들어오면, 밖의 요란한 전쟁보다 안의 소리 없는 전쟁이 더 모골이 송연해진다.&nbsp;나는 그것을 너무나도 많이 지켜봤다.그래서 너무 높이 날지 않으려 했고, 너무 앞에 서지 않으려 했다.숨을 죽여야 할 때다. 여태후가 살아 있는 동안은 바로 그런 때였다.여태후의 아들 유영, 혜제가 죽은 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유씨의 천하라기보다 자기 피붙이들을 왕으로 세우고 지키는 일이었다.여태후에게 유씨가 세운 한나라는 점점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다. 그녀는 권력의 화신이라기 보다, 끝내 집착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집착은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렸다.나에게 기다림은 비겁함이 아니다. 적어도 이 궁 안에서는 그렇다.&nbsp;나는 여태후를 섬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없었다면 한이란 나라는 바로 무너졌을 &nbsp;것이다.그녀를 거스를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내 목숨과 선제가 남긴 한나라의 다음 시간을 함께 저울질하며 버틴 것이다.이제 여후는 죽었다.어쩌면 이제부터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절대권력이 사라진 자리는 늘 피 바람을 부르고야 만다.&nbsp;우리에게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제 곧 다시 한번 피바람이 세차게 몰아 칠 것이다. 어서 움직여야 할 때다. 지체해선 안 된다. 살아 있는 나, 진평(陳平)은 여후의 죽음 이후를 수습해야만 한다. &nbsp;&nbsp;<br>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9/pimg_778719259508772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7059</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두 개의 초한지, 살아 남은 자들의 진술: 셋째 날, 궁안의 항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5173</link><pubDate>Wed, 08 Apr 2026 22: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5173</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8일차&nbsp;&nbsp;훗날 사람들은 &nbsp;내가 척부인을 인간돼지&nbsp;(彘: 체)로 만든 일부터 나를 기억할 테지?그 사건 이후 나는 악랄한 여자, 악독한 여자, 피로 권력을 지킨 냉혈한 황후로 여겼을 테니까.틀린 말은 아니야.그러나 사람은 하루아침에 괴물이 되질 않지. 심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절망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분노로 바뀌고, 분노가 나를 잠식하는 순간이 오는거야. 이때는 이미 내 손에 칼이 쥐어져 있더라구. <br>나는 참고 견디다 &nbsp;황후가 됐어. 그런데 말이야, &nbsp;황후의 자리가 곧 남편의 곁에 있다는 뜻이 아니더라구.황제 곁에는 늘 척부인이 있었어. 그 젊은 여자는 가까이 있었고, 난 멀리서 지켜 볼 수밖에 없었어.여자의 질투라고? 그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내가 제일 미워한 것은 그 여자의 태도였어. 그 여자는 내 아들 유영(劉盈)&nbsp;을 폐(廢)하고 자신이 낳은 아들 유여의(劉如意)를 태자로 책봉해달라고 황제에게 간청한 거야. 척부인은 황제의 총애만 믿고 우리를 제거하려고 했던 거야. &nbsp;난 분노로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어. 내가 어떻게 유영을 키웠는데? &nbsp;전쟁 난리 속에서도, 항우의 손아귀 안에서도,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내가 끝까지 지켜냈는데...이제 와서 감히 내 아들 위에 서려는 그 계집의 아들을 황제에 오르게 해달라고? 더구나 유방은 어느새 유여의가 자기와 더 닮았다고 말하고 다녔어.그 요망스러운 여자의 말에 황제가 속았던 거야. 내가 두려워한 것은 그 여자에게 내 남편의 사랑을 빼앗기는 일이 아니야. 그 보다 문제는 내 아들의 자리와 내 목숨까지 함께 흔들리고 있었던 거야.그동안 내가 어떻게 견뎌온 시간인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nbsp;그래서 &nbsp;결국 나는 장자방을 찾아갔어. 무릎을 꿇고 유영을 지켜달라고 애원했지.장자방은 내 뜻을 알고 *상산사호(商山四皓)를 끌어 들였지. &nbsp;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태자는 폐위가 되었을 테지.... 그래도 나는 안심하지 못했어. 척부인이 무슨 음모를 꾸며 다시 또 지 아들을 계승시키려고 할 지...&nbsp;유방이 죽자 나에겐 이들 모자를 한 번에 죽일 기회가 왔어.조나라 왕으로 있던 유여의를 장락궁으로 불러들였어. 내 아들은 황제에 올랐어도 마음은 나와 지 애비처럼 독하지 못해. 오히려 여의가 어리다고 형으로서 돌봐 주는 거야. 난 다급했지. 황제 모르게 처리해야 했거든. 그래서 황제가 사냥 나간 틈을 타서 독주를 먹여 죽여 버렸어. 황제는 몰라. 그 아이를 살려 두는 한 내 아들 유영은 결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없어.이런 일은 애미에게만 보이는 법이 거든.<br>그 다음은 바로 척부인을 붙잡았어. 나는 그녀의 팔다리를 자르고, 눈을 뽑고, 귀를 자르고, 약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었어.그리고 돼지우리에 던져 넣었지. 인간돼지로 만든 거야. 내가 잔인하다고? 그래. 그때의 내 눈에 그 여자는 더 이상 사람으로 보이질 않았던 거야. 그 여자가 팔다리를 가지고 했던 모든 짓을 멈추게 하고 싶었어. &nbsp;그래서 잘랐어.또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만들었어.내가 미쳤다고? 난 복수를 한 거야. 단지 잔인하게. 척부인에게 당한 무시와 공포가 그들 모자를 그렇게 만든거야. 세상사람들이 날 욕해도 좋아. 패현 시절 여치는 예전에 이미 죽고 나, 여후만 남았어.난 황후야. &nbsp;이 궁궐 전체가 모두 내 뜻대로 움직여야해.더 이상 나도 한 구석에 숨어 숨죽여 &nbsp;지내지 않을 꺼라고. &nbsp;혜제(惠帝)가 된 유영은 나중에 그 참상을 보고 우울증을 앓게 되었어. 이 어미가 한 행동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내게 소리쳤지. 아들에게 그 말을 직접들은 나의 마음은 찢어 졌지만 그 애는 정말 몰라. 내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그 사건 이후 혜제는 국정 일에 관심을 잃었어. 내가 대신 관여할 수 밖에 없게 되었어.그러다 아들 혜제는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지.어쩌면 애미의 업보를 받았다는 소문도 듣게 되었지. 아니야. 혜제가 죽은 게 나 때문이 아니야.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나 때문이 아니라고. &nbsp;유영마저 죽고 나니, 내 주위엔 아무도 보이질 않아. 아무도 내 곁에 오지 않으려고 해. 궁정안의 대신들은 모두가 날 무서워 해.그래서 나는 유일한 내 친족인 여씨 집안을 궁중에 불러들이고 싶었어. 내게 &nbsp;남은 혈육은 여씨 친족만 남은 거야. 세상은 권력에 향한 탐욕이라 부를지 모르지. 하지만 내게 그것은 마지막 남은 피붙이를 붙드는 일이었어. 그래서 여씨 집안을 거침없이 궁안으로 끌어들였지. 그러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서늘한 그림자가 남아 있어.&nbsp;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저들은 모두 내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해.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두려워 해. 개국공신들 조차도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이제 난 두려워 하던 존재가 아니라 두려움을 주는 존재로 바뀐거야. 내가 그토록 무서워 했던 항우를, 여기 궁정에선 내가 항우가 된 거야. 난 항우가 주는 공포를 아주 잘 알지.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숨을 턱 막히게 하던 공포 말이야. 지금 이 궁궐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바로 나야. 나는 드디어,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그 존재가 되어버린거야. 그래 난, 궁안의 항우가 된 거였어.&nbsp;그런데 아쉽게도 나의 지독했던 천운이 다해가. &nbsp;살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거든.남편이 성 밖의 적들과 싸웠다면, 나는 궁궐 안의 적들과 싸워야 했어. 내가 죽게 되면, 내 유일한 피붙이인 여씨 집안은 어떻게 될까. 남편이 세운 이 나라는 계속 남을까. 아니면 진나라처럼 다시 혼란 속으로 무너질까.내가 죽은 뒤의 일은, 또 다른 살아남은 자가 말해 주겠지.&nbsp;By Dharma &amp; Maheal &nbsp;<br>주: &nbsp;&nbsp;&nbsp;*상산사호(商山四皓):&nbsp;&nbsp;진시황의 폭정을 피해 산시성(陝西省)&nbsp;상산(商山)에 숨어 지내던 네 사람의 선비를 말함. 모두 흰 수염을 기르고 있어, 흰 호(皓)가 쓰였음.&nbsp;유방이 천하쟁패 시절, 상산사호를 모셔 오려고 했으나 도무지 모실 수가 없었는데 태자 책봉 문제로 여후가 어려움을 장량에게 상의하자 장량이 모셔와 태자 유영 곁에 세웠다. 이에 유방은 상산사호가 유영을 비호하는 것을 보고서는 척부인 아들 (유여의)로 교체할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8/pimg_778719259508656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5173</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두 개의 초한지, 살아 남은 자들의 진술: 둘째 날, 나 여치, 황후가 되기까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3456</link><pubDate>Wed, 08 Apr 2026 01: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3456</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7일차&nbsp;<br>세상 사람들은 나를 여후(呂后)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나를 두고 독한 여자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악랄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 여후는 악녀로 알려졌다.내가 남긴 피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마지막 얼굴일 뿐이다.그 얼굴이 만들어지기까지 내가 어떤 시간을 건너왔는지는 잘 말하지 않는다.&nbsp;나, 여치(呂雉) 는 본래 여씨 집안의 부잣집 딸이었다. 아버지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며, 나를 패현의 한 사내에게 시집 보냈다.그 사내의 이름은 유계였다.처음 그를 마주한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건들거리며 묘하게 웃는 그 사내는 사수의 정장 노릇을 한다고 했지만, 옷차림은 번듯하지도 않고, 말과 행동은 어딘가 가벼워 보였다.내 눈에는 유망한 관리라기보다 술과 장난에 빠져 사는 사내로 밖에 안 보였다.이런 남자에게 내가 왜 시집와야 하는지, 당시에 어렸던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아버지는 완고했다.“저 사람은 그릇이 크다. 네가 아직 모른다.”난 믿지 않았다.내 눈에는 그저 집에 잘 붙어 있지도 않고, 패거리들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어딘가 미덥지 못한 사내였으니까.&nbsp;시집온 뒤 내가 먼저 배운 것은 남편의 사랑이 아니라 집안의 살림이었다.시부모를 모셔야 했고, 형님 식구들까지 챙겨야 했으며, 집안의 빈 구석은 늘 내 손으로 메워야 했다.남편은 늘 동생이라 부르는, 어설픈 패거리들을 데리고 마을 곳곳에 참견하고 다녔다. 그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밤낮으로 드나들었고, 나는 술상을 차리고 밥을 내고 뒤를 치웠다.그들은 나를 형수라 불렀고, 나는 겉으로는 웃으며 그 소리를 들었지만 속으로는 한숨이 많았다.부잣집 규수로 자라던 내가 어느새 시골 아낙이 되어 있었다.옷소매를 걷고 밥을 짓고, 아이를 안고, 집안을 지키고, 술 취한 사내들 뒷자리를 치우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는 몰랐다.그 시간이 훗날 나를 얼마나 질기게 버틸수 있게 만들었는지.&nbsp;유계는 이상한 사내였다. 미덥지도 못했고, 집안을 잘 돌보는 남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다. 그와 술을 마시고 떠들던 패거리들은 그를 얕보면서도 떠나지 않았다.그는 늘 허풍치고, 때로는 한심해 보일 만큼 느슨했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를 중심으로 모였다.나는 여러 번 생각했다.저 사내는 대체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가.처음에는 몰랐지만, 세월이 지나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나라의 명령으로 죄인을 호송하게 되었다.걱정도 되었지만 무사히 빨리 돌아오기를 빌었다.유계가 호송하던 죄인들이 도망쳤다는 소문이 들렸다. 이제 남편은 더 이상 패현으로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사수의 정장에서 하루 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그때부터 내 삶도 같이 바뀌었다.남편이 도망자가 된 집안이 어찌 평안할 수 있겠는가.이때부터 내게 불안은 일상이 되었다. 이제 오히려 예전 사수의 정장 시기가 그리웠다.유계는 산으로 숨었고, 패현은 들 끓었다.&nbsp;마침, 진은 무너지며 천하는 흔들렸으며, 어제의 관리가 오늘의 도적이 되고, 오늘의 도적이 내일의 장수가 되는 세상이 왔다.유계는 패공이 되어 돌아왔다.패현에서 술 마시며 건들 거리던 사내가, 이제는 사람들이 칼을 맡기고 목숨을 거는 사람이 된 것이다.나는 한편으로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놀랐다.그러나 놀랄 틈도 없이 세상은 우리를 시대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다.&nbsp;패공의 아내가 되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졌겠는가.밥 짓는 손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고, 불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오히려 불안과 근심은 더 커져만 갔다.패공의 아내라는 말은 좋은 옷감이 아니라, 더 큰 근심으로 짠 옷 같았다.유계가 진을 멸하러 나서고, 다시 서쪽으로 가고, 다시 항우와 맞서게 되는 동안 내 삶도 함께 전장으로 끌려 들어갔다.&nbsp;천하 사람들은 초한쟁패를 유방과 항우의 싸움으로 기억하겠지만, 내게 그저 그 시간은 그저 살아남아야 하는 시간이었다.유계가 패현을 떠난 뒤의 일곱 해 동안, 내게는 하루하루가 칼날 위에 선 것 같았다.잡혀 죽을까 두려웠고, 버려질까 두려웠고, 내 아들과 딸이 변을 당할까 두려웠다.무엇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항우라는 이름이 날 공포에 몰아 넣었다.&nbsp;그 이름은 사람의 이름이라기보다 재앙 같았다.항우가 이겼다는 말이 들리면 가슴이 내려앉았고, 유계가 또 살아남았다는 말이 들리면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항우에게 사로잡혀 있던 시간은 지금도 내 몸이 먼저 기억한다.나는 포로였다. 목숨이 내 것이 아닌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고, 언제 모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때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시아버지께서 기름이 끓는 큰 솥 앞에서 죽음에 내몰리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나 역시 시아버지와 함께 기름 솥에 빠지게 될 까 두려워 몹시 떨었다.무서운 항우의 말 한 마디에 사람의 목숨이 달렸던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그때 나는 온 몸으로 알았다.세상은 도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힘이 없으면 효도도, 명분도, 눈물도 다 소용없다는 것을.&nbsp;유계가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 기어이 항우와 맞서는 동안 나도 억척같이 살아남았다동시에 나의 마음은 점점 변해져 갔다.순진하게도 남을 의지하거나, 언젠가 편안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것들은 아무 소용도 없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나는 버텨야 했다.유계가 끝내 천하를 얻어 황제가 되면, 이 지옥 같은 세월도 끝날 것이라고 믿었다.패현의 형수로 산 세월도, 포로로 떨며 견딘 세월도, 자식의 목숨을 품에 안고 버틴 날들도, 언젠가는 다 지나갈 것이라 믿었다.&nbsp;마침내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항우가 죽은 것이다.그리고 유계는 황제가 되고 한나라가 세워졌다.천하는 모두 그의 것이 되었다.사람들은 유계의 세상이 되었다고 했지만 내게는 이상하게도 그날부터 다른 두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항우는 분명 죽었지만, 항우에 대한 공포는 죽지 않았다.&nbsp;황제가 된 남편 곁에 서 있는 저 거대한 이름들, 한신, 팽월, 영포를 볼 때마다 나는 늘 예전의 항우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세상은 이미 유씨의 천하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천하는 완전히 남편의 손에 들어온 것 같지 않았다.&nbsp;한신은 남편을 깔 보는 것 같았고, 팽월은 음흉했으며, 영포는 너무 사나웠다. 난 그들을 경계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의 불안한 두려움은 분노로 변했다. 분노는 쌓여서 독한 마음으로 굳어졌다.나는 그때 부터 그들을 남편 대신에 먼저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다.바깥의 적이 사라졌다고 해서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오히려 더 무서운 싸움은, 우리가 쌓아온 것을 지키는 싸움이었다.&nbsp;패현의 형수 노릇만 하고 있어서는 더는 궁중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술상을 차리는 손만으로는 궁궐 속 적들의 칼을 막을 수 없다. 이때 나에 남겨진 것은 단 하나였다.죽음을 오가는 삶 끝에 끝내 남은 것은 독함 뿐이었다.독함은 생존이라는 체에 거르고 걸러진 내 생의 단 하나 남은 결정체였다.&nbsp;<br>By Dharma &amp; Mahea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8/pimg_778719259508568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3456</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두 개의 초한지, 살아 남은 자들의 진술: 첫째 날, 유방의 노래, 대풍가(大風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1158</link><pubDate>Mon, 06 Apr 2026 23: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1158</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6일차&nbsp;<br>패현에 돌아왔다.사람들은 내가 천하를 얻어 드디어 금의환향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 사수의 정장 노릇이나 하던, 유씨 집 망나니 셋째 아들 유계가 나라의 황제가 되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내 나이 마흔일곱, 내 고향 패현을 떠났다.그때는 사실 사지로 가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 망할 놈의 진시황 노역에 죄수를 호송하던 길이 내 운명이 바뀔 줄이야.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죄수들은 도망갔고 나와 남아 있는 모두는 돌아가면 곧 죽을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남은 죄수들을 풀어주고, 나 또한 도망치어 숨어 살기로 했다.그러나 이 선택이 나의 운명을 뒤바꿔 놓았다. 그래서 운명이란 놈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도망자 신세에서 패현으로 돌아와 보니 어느 덧 내가 패공이 되었다. 그것도 잠시, 나와 형제들은 다시 패현을 떠나야 했다.진을 멸하지 않고서는 패공이 되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패현을 떠나야만 새로운 나로 바뀌는 것 같다. &nbsp;패현을 떠난 몇 년동안 우리 형제들은 끈질기게 살아 남아 진을 몰아 냈다.진은 무너져야 했고, 관중은 먼저 들어가야 했었다.천하는 어느 새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 하나를 잡으려고 서로 다투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내가 황룡이라면 청룡 한 마리가 먼저 여의주를 잡고 있었다. 난 그걸 뺏으려고 덤비고 또 덤볐다.여의주를 움켜 쥔 청룡, 그가 바로 항우다.&nbsp;우리가 서로 차지 하고자 했던 여의주는 진이었다. 우리에게 진은 천하였고 여의주 였다.항우는 강했다. 그는 정말 인간이 아닌 듯 했다. 세상의 기운이 그 한 사람에게 모두 들어 있는 것같았다. 그 앞에 서면 &nbsp;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몸이 먼저 떨린다. 나 역시도 늘 그랬다.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난 늘 그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nbsp;사실 나는 그보다 뭐든 뒤 떨어졌다. 전장에서는 늘 얻어 터지고, 언제나 도망다녀야 했다.팽성에서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죽을 고비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넘겼다. 특히 홍문연에서의 술잔 앞에서는 정말이지 내 목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겨우 장자방과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촉으로 밀려났다. 이때 사람들은 아마 내가 거기서 끝날 줄 알았을 것이다.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nbsp;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나는 늘 졌으나 아주 무너지지는 않을 만큼만 졌다. 그건 정말 신기했다.항우가 한 번 이길 때 나는 두 번, 세 번 다시 일어섰다.군사가 흩어지면 다시 모으고, 성을 잃으면 다시 취하고, 판이 깨지면 다시 어떻게든 짜버렸다.한신, 장량, 소하가 있었고, 팽월과 영포 같은 자들도 그 판 안으로 들어왔다.나는 항우처럼 천하를 혼자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지금 다시 생각하면, 항우는 전투를 이기는 사람이었고, 나는 전쟁을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었다.&nbsp;쉰 넷이 되어 항우는 죽고 나는 비로소 황제가 되었다.&nbsp;세상 사람들은 거기서 초한지가 끝났다고 생각한다.해하의 노래가 끝났고, 오강의 칼이 떨어졌고, 한나라가 섰으니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하지만 내게는 그때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었다.&nbsp;천하를 얻은 뒤, 다시 일곱 해가 지났지만 나는 쉬지 못했다.한신은 죽었고, 진희가 반란을 일으켰고, 흉노를 치러 나갔다가 백등산에서 포위되어 하마터면 모든 것이 거기서 끝날 뻔했다.팽월과 영포 같은 이름들이 여전히 그림자처럼 내 곁을 맴돌았다.황제가 되었으나 갑옷을 벗지 못했고, 천하를 얻었으나 마음은 늘 칼집 위에 얹혀 있었다.&nbsp;돌아보면 내 삶은 참 묘하다.앞의 일곱 해는 천하를 얻는 시간이었다.뒤의 일곱 해는 얻은 천하가 흩어지지 않게 붙드는 시간이었다.나는 첫 번째 일곱 해 동안 패현의 유계에서 한나라 황제로 올라섰고, 두 번째 일곱 해 동안 황제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무너질 수 있는 나라를 붙들고 있었다.그러니 천하를 얻는 일과 나라를 세우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항우를 이기는 것과 한나라가 되는 것도 같은 일이 아니었다.&nbsp;내 나이 예순 하나, 이제 다시 패현으로 돌아왔다.이제서야 돌아와 보니, 젊은 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때의 나는 항우만 넘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항우가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천하를 위협하는 칼은 성밖에서만 번득이는 것이 아니었다.오히려 나라를 세운 뒤에 칼 바람이 궁궐 안을 향해 불 것이다.이제 술이 돌고, 옛 얼굴들이 보이고, 고향의 바람이 불어온다.그 바람 앞에서 나는 마침내 노래를 부른다.&nbsp;大風起兮雲飛揚(대풍기혜운비양) / 큰 바람이 일어나니 구름이 날아오르고威加海內兮歸故鄕(위가해내혜귀고향) / 위엄이 천하에 미치니 고향으로 돌아왔노라安得猛士兮守四方(안득맹사혜수사방) /어찌 맹사를 얻어 사방을 지키게 할 것인가 - 대풍가(大風歌)&nbsp;, 유방&nbsp;사람들은 이 노래를 승전가라 부를 것이다. 그 또한 맞다.패현 출신의 비루했던 한 사내가 천하를 얻고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승전가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그러나 정작 내 마음은 마지막 한 구절에서&nbsp;걸린다.어찌 맹사(용맹스런 신하) 를 얻어 사방을 지키게 할 것인가.천하를 얻었으나 아직 지킬 일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흔히들 이걸 수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성은 눈에 보이는 바깥 성만이 아니다.바깥의 적은 이미 죽었으나, 안의 싸움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nbsp;나는 안다.내가 평생 싸워온 것은 항우였으나, 내가 죽은 뒤 이 나라가 다시 마주할 것은 항우 같은 적이 아닐 것이다. 혈통과 총애와 후계와 공신과 외척, 웃는 얼굴 속에 감춰진 음울한 눈빛과 침묵 속에 숨겨진 칼들이 궁궐 안에서 다시 천하를 흔들 것이다.&nbsp;항우의 &lt;해하가&gt;가 한 영웅의 마지막 노래였다면, 나의 &lt;대풍가&gt;는 이제 앞으로 불게 될 불안한 시작을 알리는 노래인지도 모른다.&nbsp;나와 항우의 초한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또 다른 초한전쟁은 다시 시작될 것 같다.나는 패현의 바람 앞에서 그것을 어렴풋이 느낀다.내가 세운 한나라는,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나 또한 죽으면, 진시황 뒤의 천하처럼 다시 어지러워지는 것은 아닐까?&nbsp;이제 내 남은 운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내 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살아남은 자가 들려 주게 될 것이다.&nbsp;<br>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6/pimg_7787192595084196.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201158</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인정(認定)과 사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7235</link><pubDate>Sun, 05 Apr 2026 01: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7235</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5일차&nbsp;다리 위를 지나던 말이 갑자기 무엇에 놀랐는지 요동을 친다.놀란 말을 진정시키는 사이 온 몸이 시커먼 사내가 다리 밑에서 불쑥 뛰어 올라왔다.자객이다. 조양자, 이 칼을 받고 죽어라.&nbsp;자객은 칼을 들어 말에 탄 사람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말의 고삐를 잡은 자가 당황하는 사이 호위 무사들이 칼을 빼어 달려드는 자객을 막았다.호위 무사의 활약으로 결국 자객은 잡혀서 말탄 조양자(趙襄子)에게로 끌려왔다.잡혀 온 자객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졌으며 옷 밖으로 드러난 모든 피부는 마치 문둥병 환자와 같았다.네 이놈~ 누구냐? &nbsp;어째서 날 해하려 하느냐.&nbsp;조양자는 잡혀 온 자객의 흉측한 얼굴을 보는 순간 놀랐다.이 자객은 예양(豫讓)이란 이름의 지백(智伯)의 가신이었기 때문이다.지백은 조양자의 정치적 정적으로 둘은 서로를 죽이고자 다투었으나 최종 승자는 조양자였다.이에 예양은 죽은 자신의 주군 지백의 복수를 위해 조양자를 해치려 한 것이다.예양의 지백을 위한 복수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이미 예양은 조양자의 집의 뒷간에 숨어 들어가 암살 시도를 했으나, 조양자는 다행이 큰 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예양을 붙잡았다.예양이 주군을 위해 복수하겠다는 기개에 감동한 조양자는 예양의 의리가 가상해서 살려 주었었다.그런데 예양은 다시복수의 칼을 들고 나타났다.그러자 조양자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예양의 집요함보다, 옷칠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과 검게 변한 피부였다.도대체 네 놈 얼굴과 피부는 왜 그렇게 되느냐?&nbsp;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얼굴과 온 몸에 옻칠을 했소. &nbsp;왜 이렇게 까지 해서 날 해치려 하는 거냐?차라리 네가 내게 거짓으로 투항해서 내 신하가 되어 기회에 따라 몰래 복수하는게 더 쉽지 않겠는가?&nbsp;아니오. 난 당신을 죽이려는 마음을 감추고 당신 신하가 될 생각이 없소. 그건 두 마음을 품고 주군을 섬기는 것인데 난 그렇게 할 순 없소. 난 세상 사람들에게 두 마음을 품고 주군을 섬기는 행위가 부끄러운 일임 세상에 알리고 싶소.&nbsp;듣고 있던 조양자는 예양에 기백에 탄복하여 진심으로 예우를 다해 묻기 시작한다.&nbsp;그대의 충심에 대해 나 조양자는 진심으로 탄복하오. 하지만 그대는 지백을 섬기기 전에 범씨와 중항씨를 섬기지 않았었나? 당시 그대가 모셨던 범씨와 중항씨를 지백이 죽여 버렸소. 그럼 지백이 바로 당신의 옛 주군의 원수나 마찬가지인데 그때 당신 왜 지백에게 복수 하질 않았소? 왜 오히려 이미 죽어버린 지백을 위해 이렇게까지 복수를 하는 것이오? &nbsp;조양자는 예양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예양의 옛 주군을 지백이 죽였고, 지백은 조양자가 죽였다.그럼 조양자는 분명 예양의 옛 주군들 복수를 대신 해준 셈인데, 오히려 예양은 조양자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가?&nbsp;신이 본래 범씨와 중항씨를 곁에서 모셨으나, 그들은 제게 보통 사람으로 대우했습니다.저 역시 그들을 보통 사람에 대한 보답을 했을 뿐입니다.그러나 지백은 저를 국사로 대우해 줬습니다. 그러면 저는 지백을 국사로서 보답해야만 합니다.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아름답게 단장합니다. &nbsp;예양의 말에 조양자는 탄복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nbsp;그대의 지백을 향한 충절은 깊고 그대의 명예도 이미 충분하게 이루었소. 그러나 과인은 그대를 이미 한번 용서해 주었소. 이제 과인은 그대를 다시 놓아 줄 수는 없소.&nbsp;신은 군왕의 말씀에 이견이 없소. 하지만 신에 죽음은 마땅하나, 원컨데 군왕께서 입던 옷을 제게 주신다면 그 옷을 칼로 치고, 그로써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게 하옵소서. &nbsp;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nbsp;조양자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예양에게 건네고, 예양은 다시 칼을 뽑아 조양자의 옷을 세번 찌른 후, 마침내 지백에게 보답을 이루었다 외친 후, 그 자리에서 칼에 몸을 엎었다.&nbsp;이것은 사마천의 사기의 자객열전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예양의 일화이다.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女爲悅己者容(여위열기자용) /&nbsp;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아름답게 단장한다.&nbsp;예나 지금이나 예양 같은 사람은 드물다. 세상은 이런 충절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어리석다고 할지도 모른다.그러나 과연 그것이 비웃을 일인가.인간은 결국, 자신을 알아준 한 사람의 마음을 끝내 잊지 못하는 존재가 아닐까.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nbsp;<br>By Dharma &amp; Mahea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5/pimg_778719259508210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7235</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우희여! 우희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4524</link><pubDate>Fri, 03 Apr 2026 16: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4524</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4일차&nbsp;力拔山兮氣蓋世(역발산혜 기개세) / 힘은 산을 뽑고 기세는 세상을 덮을만 하나時不利兮騅不逝(시불리혜 추불서) /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마저 달리지 않는구나騅不逝兮可奈何(추불서혜 가내하) / 오추마가 달리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나虞兮虞兮奈若何(우혜우혜 내약하) / 우희여 우희여 그대를 어찌 해야 하나!- 해하가(垓下歌)/ 항우(項羽)&nbsp;깊은 밤, 온 진영 곳곳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 가락은 잠 못이루는 병사들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초나라 대장의 막사 안에서 술을 마시던 항우도 울적해지며 &lt;해하가&gt;를 읆조린다.진의 마지막 명장 장한을 상대로 펼쳤던 거록 전투의 대승리, 팽성을 점령한 유방의 56만 대군을 3만 정예병으로 처참히 깨 부수었던 팽성 전투. 그리고 수 많은 고함과 비명 속의 전투 속에서 항우는 애마 오추마를 타고 피 바람 부는 전장의 흙 먼지를 뚫고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nbsp;주마등처럼 스쳐가는 항우의 무용(武勇)은, 이제 우희의 볼에 흐르는 눈물처럼 서서히 지워질 차례가 되었다. 경극 &lt;패왕별희&gt;의 백미는 그 사랑하던 항우의 여인, 우희가 가날프게 항우의 장검으로 목을 긋는 장면이다. 서초패왕 항우와 우희의 마지막 이별, 이들은 이제 곧 저승에서 다시 만날 것이지만 애절함은 더욱 깊어진다. &nbsp;今日固決死，願為諸君快戰，必三勝之(금일고결사, 원위제군쾌전, 필삼승지)令諸君知天亡我，非戰之罪也 (영제군지천망아, 비전지죄야)오늘은 죽기로 했다. 너희를 위해 통쾌하게 싸워 반드시 세 번 이겨 보이겠다.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전투의 잘못이 아님을 너희가 알게 하겠다.&nbsp;- 사기. 항우본기 / 사마천 중에서&nbsp;나, 항우는 힘이 없어서 진 것이 아니다.다만 하늘이 유방을 선택했을 뿐!지금부터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nbsp;너무나도 압도적으로 강했던 서초패왕, 스스로 봉황이 되어 하늘을 날아 올랐으나, 한 낱 참새떼 같은 유방의 패거리에게 쫓김을 당할지 어찌 알았으랴.항우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을 배에 태워 떠나 보내고 홀로 유방의 백만 대군 앞에 섰다.압도적인 수의 병사지만 아무도 감히 혼자인 항우를 대적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그는 이미 충분히 자신을 하늘을 향해 증명했다.이제 마지막 순간이 왔다. 항우는 유유히 흐르는 오강(烏江)을 뒤로 한 채, 자신을 맹렬하게 불 태웠던 운명의 불꽃을 스스로 소멸시켰다.그의 나이 31세였다.항우는 그날 이후 전설이 되었다.&nbsp;사실 &lt;초한지&gt;의 이야기는 &lt;삼국지&gt; 보다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다.하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입체적인 면은 훨씬 다양하다. 그들이 당시에 선택했던 사항들이 이후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다.등장 인물들의 교훈은 2천년이 훨씬 옛날 이야기 이지만 아직도 유용하다.진시황의 야심, 이사의 공포, 조고의 술수, 장량의 도의, 소하의 분석, 유방의 똘기, 항우의 패기, 한신의 비루함 등은 우리 마음속의 감춰진 본성과 다르지 않다.역사속 박제된 인물들을 현재로 소환하여 그들의 마음 속을 내 마음에 비추어 보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초한지는 인간에 대해 지칠 때 한번 씩 곁에 두고 읽어 보면 좋은 안내서가 되리라 본다.&nbsp;초한지는 우리의 마음 속 이야기다.우희여! 우히여!내 마음을 나는 어찌 알 것인가.&nbsp;<br>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3/pimg_778719259508058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4524</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 홍문의 연(鴻門宴) 에서 살아남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2516</link><pubDate>Thu, 02 Apr 2026 16: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2516</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3일차&nbsp;장막 안의 팽팽한 기운을 가르는 한 줄기 빛은 차갑다.쓱삭 하고 잘리는 허공의 소리는 어느새 빛을 쫓는다. 장막의 벽에 비춰진 춤추는 검은 그림자.순간, 그림자의 손 끝은 날카로운 검이 되어 무섭게 한 곳으로 날아간다.지켜보는 자에게 날아 오던 칼 끝이 어느새 다시 돌아 나와 그림자 속으로 감춰진다.다시 검과 손 그리고 몸이 하나에서 각각으로 돌고 돈다. &nbsp;어느덧 항장의 살기를 띈 검무는 점점 빠르게 날아 오르고 있다. . 장막의 고요한 정적 속에 지켜보는 자는 싸늘함만 느낄 뿐이다.&nbsp;항장이 휘두르는 날카로운 검무의 마지막은 내 목이 하늘로 치솟으며 끝 날 것만 같았다. 살기등등한 패왕(覇王)&nbsp;항우 앞의 패공(沛公)&nbsp;유방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긴장을 감춘 웃음 밖에 낼 수 없었다.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 넣고 있는 심정이다.*홍문의 연(鴻門宴), 유방은 그날 밤 연회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nbsp;범증은 항우에게 홍문의 연회가 시작되기 전 세가지 계책을 세워 신신당부를 했다.<br>상책은 패공이 도착하는 즉시 함양성 문을 열어 주지 않았던 그의 죄를 물어 목을 베어야 합니다.만약 그게 안되면 연회 때 무장한 병사를 숨겼다가 제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병사를 보내 치십시요.마지막, 하책으로는 유방이 술을 좋아하니 반드시 취하면 실수하게 될 테니 그때 가차없이 베십시요.항우는 호방하게 웃으며 패공 유방의 목숨이 오늘 밤 다 할 것을 지켜보라 장담했다.&nbsp;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는 속담이 바로 홍문의 연이라는 사지(死地）에 들어간패공 유방에게 해당되지 않을까.유방은 그날 밤, 결국 &nbsp;호랑이 굴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고야 말았다.&nbsp;&nbsp;어떻게 유방은 당대 최고의 책사 범증이 설계한 그 사지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을까.항우의 숙부 항백의 도움 때문인가. 아니면 진평의 거짓으로 따른 술잔 때문인가. 아니면 번쾌의 목숨을 건 술 대작 덕분인가. 춤추는 칼 날 끝에 자신의 목이 떨어져 나갈 수 있었던 홍문연에서 살아나온 유방은 과연 정말로 운이 억세게 좋았던 것일까.&nbsp;사실 초한지에서 가장 긴장감을 드러낸 장면이 바로 홍문에서의 연회이다.누가 봐도 유방이 항우에게 죽임을 당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가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방은 그 사지에서 살아 남아 천하쟁패의 승리자가 되었다.유방이 이날 밤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여러 조건 가운데 가장 밑 바탕이 된 조건이 있다면, 유방의 운도 아니고 어쩌면 나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당시 유방의 나이는 (여러 이설이 있지만) 약 50세이고 항우는 24세 정도 되었다고 한다.둘이 진의 수도 함양을 치기 전에 의형제를 맺었는데 나이가 많은 유방이 형이 된 것이 아니라 항우가 형이 되었다. 나이 차이가 그렇게나 나는데 젊은 항우가 형이 되고, 나이 많은 유방이 동생을 자처한 것이다. &nbsp;현대 사회에서도 내세울 게 별로 없을 때 나이를 가지고 마지막에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일부 꼰대라고 부르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사실 내세울 게 별로 없으니 나이라는&nbsp;계급을&nbsp;내세운다. 사수의 정장이자 도망자 우두머리, 그리고 패공이 된 유방은 정말로 내세울 게 ‘나이’&nbsp;밖에 없는 사람이다.하지만 그런 그가 16살이나 어린 항우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동생이 되길 마다하지 않았다.어떻게 유방은 내세울 게 나이 밖에 없는 사람이 오히려 나이를 초월할 수 있었을까.&nbsp;사실 유방은 항우와 같은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진을 통일한 진시황 보다 고작 3살 어린 나이였다.즉 유방은 진시황 과 같은 세대로 항우 같은 나이는 자신의 아들 뻘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방은 항우보다 인생의 경험이 더 넓고 깊었다. 진시황의 굴기와 몰락을 지켜봤으며 스스로 마을 건달 노릇하며 인간 본성과 심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했었다. 이건 나이가 젊다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경험치 인 것이다.사람들은 유방이 사람을 잘 쓰는 용인술이 항우보다 훨씬 좋아서 천하를 차지 했다고 한다.하지만 그 보다 더 깊은 층엔 나이가 항우보다 많아서 였다고 하면 나만의 비약일까.&nbsp;굽힐 장소에서는 굽힐 줄 알며, 뻣뻣하게 곧을 장소에선 곧게 펼 줄 아는 자.&nbsp;그렇게 행 할 수 있는 자가 바로 유방이였다.만약 유방이 항우와 같은 세대 였다면 의형제를 맺는 자리에서 은근히 자존심을 내 세웠을 것이다.유방의 인생은 항우보다 한 세대를 넘는 경험치가 있었기 때문에 형, 동생이란 허울은 아무런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였을까.나이가 많아 경험치가 많다는 것은 사지에서도 누구 보다 &nbsp;침착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그는 그렇게 자신이란 틀을 부순 사람이다.이미 ‘나&nbsp;라는 상(我相)’&nbsp;이 없는 사람에게는 죽음의 사신도 범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였을까.만약 유방이 젊었다면 결코 홍문연에서 살아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nbsp;자신이 점점 나이를 내세우는 꼰대가 되어 간다면 유방을 한번 떠올려 봄도 좋을 듯하다.나이는 계급이 아니라 경험의 표식이다.나의 홍문연은 아직 진행 중이다. 나는 살아 남을 수 있을까.&nbsp;&nbsp;주:&nbsp;*홍문의 연(鴻門宴):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관중 왕이 되는 조건을 초회양이 걸었다. 유방과 항우는 각각의 군사를 데리고 서쪽과 동쪽에서 출발했는데 결과적으로 유방이 먼저 함양을 점령했다. 후에 항우가 이 사실을 알고 함양에 진입하려 했지만 유방은 성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항우는 함양 근처 홍문이란 곳에서 유방을 불러 연을 베풀었다. 사실상 죽음의 연회였다. <br>&nbsp;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2/pimg_778719259507939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2516</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초한지, 선택의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0499</link><pubDate>Wed, 01 Apr 2026 15: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0499</guid><description><![CDATA[<br>-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2일차&nbsp;&lt;泰山不讓土壤(태산부양토양)，故能成其大(고능성기대)&nbsp;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故能就其深&nbsp;(고능취기심)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그 큼을 이루고, 바다는 가는 물줄기 하나도 가리지 않기에 그 깊음을 이룬다.&gt; - 사기 &lt;이사 열전&gt; 중에서&nbsp;이 문장은 진(秦)나라의 재상 이사(李斯, 기원전 280~208년)가 *축객령(逐客令)을 거두어 달라며 진왕에게 올린 상소문의 한 구절이다. 진왕은 그의 상소를 받아들여 인재 등용에 있어 작은 것을 버리지 않고, 미미한 재능까지 품게 되었다. 이사의 조언대로 진왕은 마침내 6국을 통일하고 스스로 시황제가 되었다. 이사는 진이라는 변방의 나라를 거대한 제국으로 설계한 명재상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명성은 세세생생 이어질 것만 같았다.그러나 이사에게 예상치도 못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진시황이 전국 순시중에 급사하게 된 것이다. 진시황의 유언대로 장남 부소가 황위를 계승해야 했지만 진시황의 또 다른 아들 호해의 스승인 환관 조고가 호해를 후계자 자리로 밀었다.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조고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교묘한 말로 이사를 설득했다.부소가 즉위하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말, 몽염이 권력을 잡으면 지금의 영광도 사라질 것이라는 말, 자손과 가문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말 앞에서 이사는 흔들렸다.결국 그는 조고의 뜻 대로 부소가 아닌 호해를 선택한다. 명재상이었던 이사가 어떻게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nbsp;사실 이사는 옳고 그름을 전혀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알면서도 스스로 무너졌다.그를 무너뜨린 것은 조고의 혀가 아니라, 그 혀에 반응한 자기 안의 공포였다.선택의 순간 조고의 말은 조언이 아니라 유혹이 되었고, 유혹은 공포로 변하여 이성을 가려 버렸다.천하를 설계하던 사람이 끝내 자기 자리, 자기 권력, 자기 안위부터 계산한 것이다.&nbsp;한신도 또한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 괴통은 그에게 여러 번 충고했다.지금 제나라를 얻었으니, 더 이상 남의 장수가 아니라 스스로 한 축이 되라고 조언했고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자기 운명을 자기 손으로 붙들라고 간절히 설득했다.그러나 한신은 받아들이지 못한다.천하는 읽었으나, 자기 안의 결핍은 끝내 다 읽지 못한 것이다.굴욕을 참는 법은 알았지만, 독립을 감당하는 법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괴통의 조언은 한신에게는 끝내 받아들일 수 없는 자유의 무게였는지도 모른다.&nbsp;항우에게도 이러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범증은 여러 번 그에게 조언을 했다. 홍문연(鴻門宴)에서는 유방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항우는 끝내 실행하지 못했다. 천하의 판을 굳히기 위해 팽성을 떠나지 말라고 했지만 떠났다. 초회왕을 옹립해야 했지만 결국 죽였다. 그러나 항우는 범증의 조언을 하나도 듣질 않았다.과연 항우는 범증의 조언을 알아듣지 못했던 것일까.사실 항우는 범증의 &nbsp;조언을 알아듣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영웅상이 너무 단단했다.범증의 말은 옳았으나, 옳은 말이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특히 항우처럼 자기 자신에게 이미 매혹 된 사람에게는 옳고 그름은 모두 자기상보다 중요하지 않았다.자신의 영웅상에 압도되어 끝내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한 인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죽어서 전설이 된 것일 수도 있지만...결국 이사는 공포에 무너졌고, 한신은 결핍에 붙들렸고, 항우는 자기 자신에게 갇혀 버리고 말았다.반면에 &nbsp;유방은 달랐다.&nbsp;도망자의 무리에서 패현으로 돌아온 유계는 패공(沛公)이라는 호칭을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오히려 소하가 그보다 더 정돈되어 있고, 더 믿음직해 보였다. 유계는 여전히 사수의 정장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소하는 물러섰고, 유방을 밀어 올렸다.유계는 50평생 이렇게 까지 자신이 올라갈지 몰랐다. 그래서 사양했다. 그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실패하면 모두가 끝이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이다.유계는 결국 소하의 말을 받아들였다.유계는 소하의 감언이설 같은 유혹에 넘어 간 것인가.그러나 그것은 유혹에 넘어간 것이 아니었다.소하는 유계의 공포를 자극하지 않았다. 그에게 허영도 부추기지 않았다.다만 지금 이 판에서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당신이 그 자리를 올라야 한다고 설득했다. 오히려 자기보다 큰 책임의 자리로 한 걸음 올라간 것이었다.그 순간부터 유계는 패공 유방이 되었다.&nbsp;이렇게 보면 초한지의 인물들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그들은 우리 안에 있는 여러 겹의 마음을 비추어 보여준다.이사 안에는 공포 앞에서 무너지는 내가 있다.한신 안에는 인정받고 싶어 끝내 독립하지 못하는 내가 있다.항우 안에는 자기 확신이 너무 커서 남의 말을 듣지 못하는 내가 있다.그리고 유방 안에는, 두렵고 누추하고 모자라 보이지만 그래도 자기보다 큰 책임의 자리로 한 걸음 올라가려는 내가 있다.&nbsp;조언과 충고 그리고 유혹은 늘 비슷한 얼굴을 하고 내게 다가 온다. 둘 다 길을 제시하고, 둘 다 내 귀에 속삭인다. 문제는 그 말이 무엇이냐보다, 그 말을 듣는 내 안에 무엇이 있느냐이다.내 안에 공포가 가득하면 유혹이 조언처럼 들리고, 내 안에 허영이 가득하면 독이 되는 말조차 격려처럼 들린다. 반대로 내 안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으면, 쓰디쓴 말도 비로소 조언이 된다.&nbsp;그러니 사람을 망치거나 살리는 것은 능력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결정적인 순간, 조언과 유혹을 어떻게 분별할 것인가.그리고 그 분별을 가로막는 자기 안의 공포와 허영과 결핍을 얼마나 아는가.문제는 늘 내 안에서 만들어 낸다.&nbsp;초한지는 전쟁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선택의 이야기다.더 정확히는, 선택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다.그 똑똑한 이사도, 천재적 장수 한신도, 초패왕 항우도 선택 앞에서 무너졌다.유방만이 결과적으로 자기보다 큰 책임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움직여 천하를 얻었다.&nbsp;&nbsp;선택의 순간에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바깥의 혀가 아니라, 그 혀에 흔들리는 내 안의 무엇인지도 모른다.이사도, 한신도, 항우도, 유방도 결국은 내 안에 존재하는 여러 얼굴들 중의 하나 일 뿐이다.오늘 나는 누구의 얼굴로 이 하루를 선택하고 있는가.&nbsp;주:&nbsp;*축객령(逐客令): 진나라에서 실시한 외국인 추방령이다. 당시 진에는 육국의 떠돌이 문사, 재사들이 모여 있어 간첩활동을 하기도 했으므로 그걸 방지하고자 나라 안의 외국인(진을 제외한 6국 사람들)을 모두 추방하고자 명을 내렸음.<br>&nbsp;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401/pimg_778719259507845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90499</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일반천금(一飯千金)의 비극</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6281</link><pubDate>Tue, 31 Mar 2026 13: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6281</guid><description><![CDATA[&nbsp;다시, 100일 정진&nbsp;&nbsp;91일차&nbsp;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고, 때가 왔을 때에 단행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게 됩니다. 걱정거리는 욕심이 많은데서 생기고, 사람의 마음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nbsp;한왕의 신하로 있지만 군주를 벌벌 떨게 할 만한 위력이 있고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는데, 당신은 앞으로 위태로울 뿐입니다. &nbsp;괴통은 한신에게 말했다.유방과 항우가 다투는 이 천하에서, 이제는 한신이 제나라의 왕이 되어 천하를 셋으로 나누고 형세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이른바 천하삼분론이다.그러나 한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듭 거절했다.흔히 한신의 비극은 괴통의 계책을 따르지 않은 데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사마천의 『사기』에도, 한신이 여후에게 죽임을 당하며“내가 괴통의 계책을 쓰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는 뜻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nbsp;한왕 유방을 떨게 하고, 초패왕 항우조차 두렵게 만들었던 한신이 어째서 괴통의 말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인의 손에 허망하게 죽어야 했을까.그것이 단지 유방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을까.나는 한신의 비극을 다른 곳에서 보게 된다.&nbsp;한신은 어릴 때부터 가난했다.늘 굶주렸고, 사람들에게 기대어 밥을 얻어먹었다. 한때는 시골 정장 집에서 여러 날 밥을 얻어먹었으나, 그 집 부인이 그를 못마땅하게 여겨 끝내 밥을 주지 않게 되었다. 결국 한신은 그 집을 떠났다.그러다 너무 배가 고파 괴로워하던 어느 날, 빨래터의 한 아낙이 그를 보고 밥을 주었다.그 뒤로도 여러 날 그 아낙에게 밥을 얻어먹은 한신은 기뻐하며 말했다.내 반드시 이 은혜를 크게 갚겠소.&nbsp;실제로 한신은 훗날 초왕이 된 뒤, 자신에게 밥을 준 그 아낙을 찾아가 일반천금(一飯千金)의 고사대로 천금을 주어 보답했다. 자신에게 과하지욕(胯下之辱)의 굴욕을 준 건달도 찾아내어 죽이지 않고 장교로 삼았다. 옛날 밥을 주었던 정장 집에도 다시 찾아가 그 값을 치렀다.&nbsp;그런데 그 시절 빨래터의 아낙은 한신의 보답 앞에서 오히려 화를 냈다.대장부가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하니, 내가 왕손을 불쌍히 여겨 밥을 주었을 뿐이오. 어찌 보답을 바랐겠소?&nbsp;바로 이 말이 한신의 핵심을 찌른다.한신은 스스로 대장부라 여겼고, 실제로도 세상은 그의 큰 뜻을 알지 못했다. 그의 재능은 분명했고, 포부 또한 컸다. 그러나 그에게는 치명적인 결핍이 하나 있었으니.빌어는 먹어도 스스로 벌어먹지는 못한 것이다.&nbsp;배가 고파 죽게 생겨도, 일을 해서 끼니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보다는 누군가의 인정과 도움 속에서 버티는 쪽이 먼저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굶주림을 견디는 힘은 있었으나, 자기 삶을 자기 손으로 꾸리는 힘은 끝내 약했던 것 아닐까.&nbsp;한신은 미래를 보았다. 큰 뜻도 품었다. 굴욕도 참았다.마침내 자신의 재능으로 천하를 뒤흔들었다.그러나 그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배고프면 남에게 기대고, 굴욕이 와도 참으면 되고, 때가 오면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줄 것이라는 습성이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빌어먹는 것은 견뎠지만, 스스로 벌어먹는 독립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셈이다.&nbsp;그래서 그는 제나라를 얻고도 완전히 자기 길로 나아가지 못했다.한신은 스스로 얻은 땅 위에 서서도, 한왕 유방에게 자신을 가제왕(假齊王)으로 봉해 달라고 청한다.제나라를 손에 넣은 사람이, 형식이나마 왕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유방은 이 요구에 크게 분노했다. 자신은 항우와의 싸움 속에서 목숨이 오가는 판에 서 있는데, 한신은 작위부터 요구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장량과 소하의 만류 끝에 유방은 한신을 제왕으로 세웠지만, 바로 그 순간 유방은 한신을 두려운 존재로 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nbsp;이렇게 보면 한신의 비극은 괴통의 계책을 따르지 않은 데만 있지 않다.어쩌면 더 깊은 곳,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결핍과 의탁의 습성에 있었는지도 모른다.늘 인정받기를 바라고, 남이 자리를 주기를 기다리고, 굴욕은 참고 견디면 된다고 여기는 태도.그것이 결정적인 순간, 독립의 결단을 가로막은 것은 아닐까.괴통의 계책도, 무섭의 충고도, 결국은 이제는 남의 밑에 서지 말고 스스로 한 축이 되라고 말했다.그러나 한신은 끝내 그 자리로 나아가지 못했다.그러니 항우에게 몸을 의탁하기도 했고, 유방의 신하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nbsp;그에 비해 유방과 항우는 전혀 달랐다.유방은 비록 낮은 신분에 구차한 모습도 있었지만, 언제나 자기 무리를 모아 스스로 살아남았다.건달 노릇을 하든, 사수의 정장을 하든, 도망자들의 우두머리가 되든, 늘 자기 식으로 판을 만들었다.항우는 본래 귀족 출신이었고, 능력 또한 출중하여 스스로 중심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그런데 한신은?셋 중 가장 뛰어난 전술과 능력을 지녔음에도, 스스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한신의 비극은 천재적 재능이 아니라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해서 벌어진 것이다. 그러니 태사공 사마천이 한신의 비극을 안타까워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이해가 된다. &nbsp;남이 주는 밥으로는 목숨을 이어갈 수 있어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사람은 제 밥그릇을 스스로 책임 질 수 있어야 한다.자기의 밥은 스스로 벌어 먹자. &nbsp;By Dharma &amp; Maheal&nbsp;&nbsp;&nbsp;<br>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31/pimg_778719259507727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6281</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과하지욕(跨下之辱)을 견디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3267</link><pubDate>Mon, 30 Mar 2026 09: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3267</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90일차&nbsp;여기 한 사내가 있다.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언제나 장검을 차고 다녔지만 늘 궁핍하게 살았다. 그는 오늘도 도박판에서 자신의 애인이 춤을 추며 번 돈을 전부 탕진했다.아름다운 여인이 춤을 추고 노래해서 번 돈을 사내는 술과 도박으로 써버렸다.사람들은 회음(淮陰: 지금의 강소성)지역 최고의 무희가 이런 기생오라비 같은 사내에게 빠진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nbsp;어느날 회음의 건달 하나가 이 사내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는 시비를 걸었다.&nbsp;어이, 자네, 허리에 긴 칼은 왜 차고 다니나? 멀쩡하게 생긴 놈이 여자한테 빌어먹고 다니는 주제에 칼은 왜 필요한가.어울리지도 않는데, 차라리 그 칼을 내게 넘기지 그래? 내가 그 칼로 진나라 놈들을 썰어 버릴테니.자네가 그러고도 남자인가? 자네의 그 꼴은 도저히 봐 줄 수가 없어.이봐, 자네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날 베고 여길 지나가던가, 아니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구.&nbsp;사내는 자신을 모욕하며 도발하는 건달 앞에서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듣고만 있다.싸움이 일어날 기미에 주위의 사람들은 건달과 사내를 에워싸며 몰려 들었다.사내는 천천히 자신의 장검에 손을 갖다 댔다. 뽑아서 단 칼에 베어 버리면 된다.주위의 모든 이들이 긴장하고 사내를 주시했다. 사내의 손은 장검에서 땅 바닥으로 짚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건달의 가랑이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nbsp;사내의 이런 행동에 사람들은 실망했고, 곧 놀림꺼리가 되어버렸다.&nbsp;훗날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 불렀다.&nbsp;내가 그 순간 모욕을 참지 않고 단칼에 상대를 베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필부의 용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봤자 난 사람을 죽인 죄인밖에 더 되지 않나? 그러나 그 순간의 굴욕을 참음으로써 난 더 큰 포부를 실현할 수 있었다. &nbsp;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그 사내가 이루어낸 성과를 당시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 사내가 바로 당대에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여긴 패왕 항우(覇王項羽)를 꺽고 천하쟁패의 결전에 종지부를 찍은&nbsp;파초대원수 (破楚大元帥), 한신(韓信)이었다.&nbsp;초한지(楚漢志)는 사실 초한대전이라는 전쟁의 무용담보다는 비극적 인물 역사에 가깝다.유방을 제외한 항우 그리고 한신 모두 비극적 최후를 맞이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항우의 천하쟁패의 실패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바로 한신의 마지막이다.한신은 유방과 항우를 같이 비교하면 독특한 특징이 있다.유방은 밑바닥의 감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고, 항우는 귀족의 명예로 스스로가 전설이 되었다.하지만 한신은 그 둘의 성질을 묘하게 함께 지녔다. 바닥의 생활도 알았고, 귀족의 기개도 가졌다. 그래서 더 크게 떠올랐고, 그래서 더 위험해진 것이다.&nbsp;유방, 항우, 한신 중에 자신의 개인적 능력으로 가장 자수성가를 이룬 인물이 바로 한신이다.한신은 천하쟁패 시기에 항우와 유방의 편에 모두 서봤다.그가 최종, 누구의 편에 섰느냐에 따라 천하를 쟁취하게 되는 주인이 달라지게 된다.하지만 그의 출중한 개인적 능력과 전장에서의 화려한 공적도 결국 천하 통일 후 버려졌다.즉 *토사구팽(兎死狗烹)이 된 것이다.한신에 대한 안타까움은 출중한 개인 능력에 비해 너무나 자기 자신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이다.한신의 재능을 두려워하는 유방 앞에서 자신을 낮춰야 했거나, 아니면 항우와 유방과의 경쟁에서 제 3의 위치로 스스로를 자립했어야 했다. 즉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에 가려 자신의 처지를 살펴보지 못한 것이다.그는 젊은 시절 자신을 감추듯이 천하 통일 후에도 자신을 감춰야 했지만 유방을 너무 얕보았고, 너무 믿었다. 초한지의 가장 비극적 인물, 한신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한신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강렬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인물이었다.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만이 아니라, 내려 놓음이 아니었을까.<br>By Dharma &amp; Maheal &nbsp;&nbsp;<br>*초한지 속에는 한신과 관련된 많은 사자성어를 접하게 된다.방금 거론된 과하지욕, 토사구팽 말고도 *일반천금(一飯千金), *배수일전(背水一戰), *다다익선(多多益善), *사면초가(四面楚歌), *십면매복(十面埋伏) 등이 모두 한신과 연관된 고사 성어들이다.이들 성어는 현대 일상에서도 많이 쓰인다.<br>주: &nbsp;*과하지욕(跨下之辱): 가랑이 아래의 굴욕, 한신이 더 큰 포부를 위해 잠시의 굴욕을 견뎠다는 고사*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 사냥이 끝나면 개는 삶아 먹는다, 한신이 마지막 죽음에 이르게 된 고사*일반천금(一飯千金): 밥 한끼에 천금을 갚는다. 한신이 가난했던 시절, 얻어먹은 끼니를 훗날 천금으로 보답했다는 고사*배수일전(背水一戰): 등 뒤에 물을 두고 전투를 벌임,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곳에서 사생결전을 벌인다는 고사*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유방과의 군사능력 문답에서 한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고사&nbsp;*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에 초나라의 노래 소리, 한신에게 포위당한 초나라 병사들이 절망적 상황에서 고향 초나라의 노래를 부른다는 고사&nbsp;*십면매복(十面埋伏) : 십면이나 되는 매복을 깔아 놓음, 한신이 항우를 잡기 위해 곳곳에 매복을 숨겨 놓았다는 고사.&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30/pimg_778719259507574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3267</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사수(泗水)의 정장(亭长)</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1291</link><pubDate>Sun, 29 Mar 2026 16: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1291</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9일차&nbsp;전국시대, 중원을 차지한 일곱 강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패권 다툼은 끊이질 않았다.그 혼란한 시대에, 열세 살 어린나이로 진(秦)의 왕위에 오른 소년 정(政)이 훗날 천하를 통일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중원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진은 마침내 여섯 나라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하나로 묶었다.그리고 정은 스스로를 시황제(秦始皇帝)라 칭했다.이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곧 그의 것이었다.그는 아방궁을 짓고, 천하의 부와 권세를 손에 쥔 채, 자신만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 수 있기를 꿈꾸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능의 끝에 서서, 그는 자신의 제국 또한 영원하리라 믿었을 것이다. &nbsp;&nbsp;하지만 *무소불위&nbsp;(無所不爲)한 시황제에게도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바로 북방의 흉노들였다.오랑캐 흉노는 굶주린 이리떼처럼 끊임없이 제국의 경계를 흔들었다.그들이 날 뛰는 황무지와 자신이 다스리는 풍요로운 제국 사이에 필요한 것은 경계를&nbsp;세우는&nbsp;것이다.시황제는 북방의 요새와 성벽들을 연결해 거대한 방어선을 세우도록 했다.방어선은 어느 덧 그 길이가 만리나 이르렀다.훗날 사람들은 그것을 만리장성이라 불렀다.그러나 그 장대한 성벽은 황제의 위엄으로 쌓인 것이 아니었다.수많은 여섯 개국의 백성들의 땀과 피, 그리고 이름 없이 죽어간 이들의 죽음으로 세워진 것이었다.당시 사람들에게 만리장성을 쌓는 노역에 끌려간다는 것은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성을 쌓다 죽으면 그 시체를 그대로 흙과 돌 사이에 벽으로 만들어 묻어버린다고 했다. 그 노역은 언제 끝날지도,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될 지도 모를 잔인한 일이었다.&nbsp;그 무렵, 패현사수(沛縣泗水: 지금의 강소성 서주)&nbsp;&nbsp;지역의 조그만 정장(亭长: 오늘날 파출소장)출신인 유계(劉季)에게도 제국의 명령이 떨어졌다.죄수 백 여명을 호송해 북방 노역 현장으로 데려가라는 명령이었다.유계는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젊은 시절부터 별다른 재주 없이 동네에서 하는 일이라곤 껄렁거리며 건달처럼 살아왔다. 굳이 재주라고 한다면 제법 허풍 떨 줄 알았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형님처럼 챙길줄은 알았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점 때문에 우습게 보면서도 이상하게 따랐다. 그런 유계에게 생애 처음으로 제국의 중대한 호송 임무가 맡겨진 것이다.정해진 기한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호송 하던 죄수가 한 명이라도 모자랄 시 호송을 책임진 유계는 목을 바쳐야만 했다. 왜 하필이면 내가? 라는 생각에 유계는 자신에게 일을 맡긴 소하(蕭何)&nbsp;나리가 원망 스러웠다. 패현의 하급 관리 였던 소하는 평소에 사고를 치는 유계와 그 패거리들을 여러 번 감싸주곤 했다.이번에 소하 나리가 어쩔 수가 없다고 맡긴 일인데 이렇게 된 바에 그동안 신세진 것 갚는 셈치자.&nbsp;유계는 대나무로 죄수들을 모두 고정 시키고 백명을 한 명이 움직이는 양, 앞에서 진두 지휘를 했다.과연 유계는 호송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을까.&nbsp;유계 일행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제 시간에 닿기 위해 밤길에도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게다가 어느 순간 인원 수를 세어보니, &nbsp;몇몇 죄수들은 이미 틈타 달아난 뒤였다.아, 이제 어떻게 한다지? 제 시간에 도착 못해서 죽게 될 것이고, 설사 제 시간에 맞춘다고 해도 도망친 인원 때문에 또 죽게 될 텐데... 이를 어쩐다?순간 유계는 죄수들을 돌아다 봤다.죄수라고 하지만 그건 폭정을 일삼는 진시황의 입장에서지, 사실 이들 모두 망한 육국의 백성들 아닌가. 그들이나 자신이나 불쌍한 백성에 불과 한데, 이제는 서로 같은 죄인으로 모두 목이 잘리겠구나.그래,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야...&nbsp;자, 너희들 모두 풀어 주겠다. 해방이다.어차피 우리는 노역 현장에 가면 모두 죽는다. 그럴 바엔 지금 당장 제 살 길을 찾아 흩어져라.도망쳐라. 살려고 한다면, 지금 이때 뿐이다. 유계는 죄수들을 풀어줬다. 그리고 그 순간 부터 자신도 도망자가 되었다.이제 유계는 더 이상 사수의 정장이 아닌 죄수를 놓아준 죄인이자 자신도 달아나야 하는 도망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흩어진 것은 아니었다. 몇몇은 오히려 유계를 따르기로 작정했다.그들 역시 어디로 달아나도 결국 죽을 운명이라면 차라리 자신을 살려준 유계와 함께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유계는 이제 자신을 따르는 망국의 백성들을 이끌고 산속으로 숨었다. 다시 일개 도망자에서 도망자 우두머리가&nbsp;된 것이다.이 도망자들의 우두머리가 훗날 막강했던 진을 무너뜨리고 천하를 차지하게 되리라고는, 그 당시엔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nbsp;사수의 정장(亭长)&nbsp;유계(劉季), 그가 곧 한 제국을 세운 유방(劉邦: B.C 246~B.C 195: 출생은 여러개의 이설이 있다.)이다.이 날 유방에게 죄수 해방이라는 결단이 없었다면 역사 속에서 한나라는 없을 것이다.&nbsp;초한지(楚漢志)는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쟁패를 다룬 역사 소설이다.사마천의 사기에는 유방보다 항우를 먼저 거론한다. 나 역시도 젊을 때는 항우의 휘황찬란한 무력에 열광했다. 하지만 나이를 어느 덧 먹고 보니 그에게 한참 못 미치는 유방에 더 끌리는 이유는 뭘까.유방, 그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든다. &nbsp;주: &nbsp;*무소불위&nbsp;(無所不爲):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즉 권능의 최정점을 뜻함.<br>&nbsp;By Dharma &amp; Mahea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29/pimg_778719259507499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81291</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진정한 참회(懺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8496</link><pubDate>Sat, 28 Mar 2026 02: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8496</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8일차&nbsp;제가 지은 모든 악업죄, 선행 없는 모든 탐심죄, 몸으로 입으로 뜻으로 지은 죄일체 모든 잘못을 참회 합니다.죄는 본래 자성 없고 마음 따라 일어나니 마음 만일 없어지면 죄업 또한 스러지네죄와 망심 모두 놓아 마음 모두 공하여야 이를 일러 진실한 참회라 하네<br>참회진언(懺悔眞言)우리들의&nbsp;삶의 길을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대행 스님의 뜻으로 푼 천수경 중에서-&nbsp;불교에서 참회(懺悔)는 단순히 자신이 지은 잘못을 고백하고 뉘우치는 행위가 아니다.보통 뉘우친다는 의미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용서를 구하면 어느 정도 잘못이 탕감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따라온다.하지만 불교는 기본적으로 업이란 개념을 깔려 있다.업은 용서를 구하고 뉘우치면 없어지는 개념이 아니다.붓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연기법은 바로 업의 원칙을 구조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잘못을 저지른 행위에는 반드시 인과관계에 의한 업이 따라온다. &nbsp;참회는 업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면으로 받아 들이는 태도를 지녔다. 따라서 불자는 자신의 지었던 잘못이 업이 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업을 녹이는 마음 가짐을 수행으로 삼는다. 참회에는 업을 녹이는 수행 끝에 마침내 깨달음의 세계에 한 걸음 내딪겠다는 서원도 함께 포함된 것이다.&nbsp;잘못을 저질렀다면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과 잘못에 대한 댓가는 충분히 받겠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우리 마음 속 깊이엔 양심이란 것이 작동하기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다면 마음이 괴롭다.그 괴로운 마음으로 인해 죄를 인식하게 된다.그러나 진정한 참회란 잘못을 저지른 ‘나’&nbsp;조차 본래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내가 없는데 무슨 잘못이 있고 참회가 있을 것인가.‘나’&nbsp;라는 상(我相)을 완전히 녹이는 것. 결국 모든 잘못은 내가 있다는 ‘아상’&nbsp;때문에 벌어진 것일지도...&nbsp;<br><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 &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28/pimg_778719259507366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8496</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서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6353</link><pubDate>Fri, 27 Mar 2026 0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6353</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7일차&nbsp;서시&nbsp;-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nbsp;<br><br>지금 회사와의 노동쟁의를 반추할 수록 내 탓이 아닌가 싶어진다.&nbsp;내가 제대로 살았다면 이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nbsp;회사의 잘못 보다 내 잘못이 더 큰 것이 아닐까?<br>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떠올랐다.&nbsp;시인은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랬다.&nbsp;하지만 그 역시 인간인지라 잎새를 흔드는 약한 바람에도 괴로워 했다.&nbsp;밤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다.&nbsp;하지만 별을 동경하는 만큼 스스로 일어나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롭게 느껴진다. 사실 죽음 앞에선 별도 바람도 동경도 아픔도 없다. 그래서 모든 죽어가는 것은 평등하다.&nbsp;그렇기 때문에 사랑해야만 한다.&nbsp;<br>내게 주어진 길, 그 길이 어떠한 길이던지 회피하지 말고 걸어야 한다.&nbsp;내 앞에 26년의 삶을 살았던 중국에서의 마무리가 비록 아름답지 못하지만 그 역시 사랑해야 한다.&nbsp;나도, 회사도 사실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nbsp;별이 동경의 대상이긴 하나 내가 별이 될 수는 없다.&nbsp;그저 잎새를 스치는 바람에 아파하는 인간으로서 살아갈 뿐이다.&nbsp;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노래하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을 잊지 말자. 오늘,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내 안에서 다시 흘러나왔다.<br><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 &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27/pimg_778719259507215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6353</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그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3748</link><pubDate>Wed, 25 Mar 2026 23: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3748</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6일차&nbsp;400장 가까이 되는 문서를 노동국 창구에 &nbsp;제출했다.내가 13년간 정식 직원으로 근무했다는 증거 서류들이다.급여가 입금된 은행의 현금 흐름표, 세금 납부 기록, 업무 결제 보고서, 고객과의 업무 이메일, 결제를 받았던 각종 품의서와 기안서등의 서류를 변호사와 함께 추리고 추렸다.변호사의 주장은 명확하다. 정식 직원으로 일을 했으며, 회사가 불법으로 해고 시켰다는 것이다. 나와 변호사는 이것을 입증해야 한다.반면에 회사는 전혀 반대의 논리를 펼칠 것이다.계약직이며, 회사는 불법 해고가 아닌 자발적 계약 종료일 뿐이라고 할 것이다.회사가 어떤 증거를 제출할지 아직은 변호사도 모른다.과연 나는 정식직원이었는가, 아니면 계약직이었는가불법 해고인가, 아니면 합법적 계약 종료인가.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던 노동의 형태를 이런 식으로 다시 정의하게 될 줄 몰랐다.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까.나도 참 궁금하다.&nbsp;이제 무언가를 보게 되고, 무언가를 듣게 되더라도 보는 것에, 듣는 것에 끄달리지 말자.분명한 것은 눈 앞에, 귓가에 들리는 모든 것은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그 현상은 잠시 드러났다 사라지는 것들이다.내게 다가오는 현상을 그냥 마주할 수 있기 되기를 다짐해 본다.<br><br>By Dharma &amp; Maheal&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25/pimg_778719259507085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3748</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피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0691</link><pubDate>Tue, 24 Mar 2026 20: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0691</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4, 85일차&nbsp;문의 하러 왔는데요. 회사가 일방적으로 고용자의 비자를 취소나 말소를 시키는 경우도 있나요?정상적이라면 쌍방이 업무 종결을 합의한 후 취업 비자를 취소 말소 시키는 게 맞습니다.예외적으로 회사가 어떤 특수한 이유가 있다면 단독으로 비자 말소 신청을 할 수는 있습니다.대신 심사를 해야 하는데 그 심사가 통과 되면 고용자의 비자는 종료가 되고 한 달 안으로 출국해야 합니다.그렇다면 현재 회사와 노동 쟁의중일때는 비자 취소를 잠시 중단할 수는 없나요?그건 회사와 상의해 보시죠. 저희들은 상급 기관이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회사랑 협의를 보는 게 좋을 겁니다.&nbsp;회사랑 협의가 안 되서 노동쟁의 신청을 했는데 어떻게 협의를 하란 말인가?회사는 비자 말소라는 카드로 아예 나를 중국에서 내 보내려는 시도를 할 것 같다.이제 막 시작된 노동쟁의인데 회사는 현재 공격적인 수단을 &nbsp;꺼낸 셈이다.강제 추방이란 수를 꺼내 든 회사. 달리 보면 이런 수를 둘 수 밖에 없는 회사의 조급함이 느껴진다. 덩달아 나역시도 혹시나 하는 조바심도 든다.회사도, 나도 우리는 서로 조급해 하고 있다.노동쟁의 자체 판을 뒤집으려면 회사는 나를 중국에서 내 보내야 한다.난 어떻게해서든 노동쟁의를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쫓아내려는 자와 안간힘을 쓰고 버티는 자. 둘 다 팽팽하다.&nbsp;오후에는 은행에 다시 들러 지난주 못 받았던 은행 현금 흐름 명세표를 받으러 갔다.서류 뭉치는 500장 정도 되어 보였다.13년 치 모든 내역을 뽑아다 준 것이다. 내가 필요한 부분만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그걸 일일이 사람이 체크해서 짜집기를 해야 한단다.은행 시스템이 내가 생각하는 자동 처리 방식이 아니라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하지만 여기는 중국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받아 들여지게 된다.다시 1시간 기다렸다.&nbsp;문서 한 장, 한 장에 도장을 찍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 은행의 매니저 급 간부 직원 말로는 자기들도 낙후 된 방식인 것을 알고 개선 중이란다.&nbsp;내가 26년 전 중국의 은행에서 제일 놀랐던 점이 은행 창구가 전부 유리로 막혀 있다는 것이었다.유리도 엄청 두꺼워 마이크를 켜서 대화를 해야 하는 정도였다.게다가 당시엔 버스를 타도, 택시를 타도 운전석 부분엔 전부 유리로 막아 놨다.은행, 택시, 버스에 쳐진 칸막이 유리를 보고 혹시 강도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충격이었다.그리고 다음으로 놀란 것은 은행의 업무 처리 속도였다.어찌나 느리게 업무를 처리 하는지...그런데 2026년인 지금도 달라진 것 같지 않다.서류 하나 발급 받는데 이틀에 걸쳐 총 5시간을 기다렸으니 말이다. &nbsp;하루 종일 밖으로 다니니 금방 피곤해진다. 피곤하면 만사가 귀찮아 진다.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nbsp;<br><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24/pimg_7787192595069190.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70691</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아직 멀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65569</link><pubDate>Sun, 22 Mar 2026 12: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65569</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2,83일차<br>아니, 장난 하세요? 도대체 무슨 일을 지금까지 하신 거예요? 이게 뭡니까?<br>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내고야 말았다. 나의 큰 소리에 은행 안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br>정말로 죄송합니다. 다시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월요일날 고객님 댁으로 발송해 드리겠습니다.<br>매니저 급으로 보이는 급하게 직원이 다가와서 사과를 했다.<br>아니요. 됐어요. 제가 월요일 오전 9시 까지 다시 올께요. 그때 까지 꼭 만들어 주세요.<br>으름장.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키가 큰 여성 매니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사실, 나도 이렇게 까지 고함을 지를지 몰랐다.4시간 전, 오후 3시 정각, 북경 왕징에 있는 한국계 은행에 들어섰다.&nbsp;노동국에 내야 할 자료 중에 은행에서 입출금이 된 내역들이 있다.&nbsp;회사와의 노동관계를 입증하려면 회사가 내 개인 계좌로 보낸 급여및 비용들을 정리해서 발급을 받아야 한다.&nbsp;이 정도 업무면 은행에서 금방 될 줄 알았다.<br>번호표 8번, 오전부터 오후까지 나를 포함에 내가 8번째 고객이라는 뜻이다.&nbsp;그만큼 은행은 한가했다. 창고에 내 신분증을 주고 내가 요청하는 서류에 대해 설명한 후 창구 여직원의 업무를 기다렸다.직원 말로는 자료가 본점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내가 요청한 자료의 검색 기간이 10년이 넘는 지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미리 내게 양해를 구했다. <br>好的(하오더), 没问题（메이원티)! 좋아요, 문제 없어요. 라며 기분 좋게 유리 창고 맞은 편의 앳딘 모습의 담당자에게 대답을 건넸다.&nbsp;그리고는 기다렸다. &nbsp;기다림에 무료해서 유튜브도 시청하고, 미리 사온 커피도 마시며 그녀의 업무가 끝나길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뭔가를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br>언제쯤 끝날까요? 글쎄요, 우리 쪽 은행에는 고객님 자료가 없어서 고객님이 개설했던 은행에서 자료를 받아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br>원래 중국의 은행은 계좌를 개설한 지점이 아니면 같은 이름의 은행이라도 업무처리가 상당히 느리다. 20년전 상해에서 만든 은행 통장을 말소를 하려고 하니 북경에선 안되서 상해에 가서 처리했던 이력이 있다.&nbsp;그만큼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폐쇠적이고 낙후된 면이 있었기 때문에 담당 직원의 말에 수긍이 갔다.&nbsp;그래서 또 기다렸다. 두 시간이 지났다. <br>아직도? 아직도.<br>세 시간이 지났다.<br>혹시 은행 퇴근할 시간이 아닌가요?네, 4시반에 은행업무는 끝났어요. 하지만 고객님 업무로 인해 연장 중입니다.아이고, 이런 죄송하게도... <br>그러고 보니 은행 출입구 샷터문은 반쯤 내려가 있는데 은행엔 나 혼자 창구 앞에 앉아 있다.&nbsp;하지만 10명은 남짓한 은행 직원들 대부분은 서로 이야기를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nbsp;7시가 다 되어 가는데 드디어, 내가 요청했던 서류를 보고 서명을 해달라고 서류를 유리창 아래 구멍으로 건네 준다.&nbsp;서류를 보는 순간, 이거 잘못 됐음을 직감했다.<br>아니, 금액중 어느 것이 입금 된 것이고, 어느 것이 출금 된 것인지 표시가 전혀 없는 데요?그건, 고객님이 직접 계산해 보면 알죠. 최종 금액에 금액이 많으면 들어 온 거고, 적으면 빠진 거죠. 직접 더해보고 빼보세요.<br>그럼 여지껏 은행에서 만들어 준다는 서류의 의미가 뭐란 말인가?&nbsp;허탈해진 마음 속에서 울분이 치솟았다.&nbsp;아니 그래도 한국에서 대표적인 이름을 가진 은행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을 하지? 담당 직원에게 보다 은행 자체가 문제라 생각되었다.&nbsp;이러다 아마도 이 은행은 곧 문을 닫지 않을까 싶었다.&nbsp;하루 방문 고객이 총 8명, 내가 마지막 방문 고객인데 4시간에 걸쳐 해준 업무도 제대로 못하는 은행이 앞으로 계속 운영될 수 있을까 싶었다.&nbsp;아무리 북경에 한국인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수준으로 까지 떨어졌는지 몰랐다.한국에서 중국을 악마화하고 후진국이란 관점이 많은데, 요즘 중국의 관공서만해도 서비스 수준이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업무 태도와 처리 방식은 깔끔해졌다.&nbsp;그런데 오히려 한국의 큰 은행은 예전 중국의20년전 수준으로 퇴보해 버린 것이다.<br>오늘도 진흙탕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nbsp;내가 지녔던 여유도, 담담함도 이번엔 모두 진흙탕 속에 흠뻑 빠진 셈이다.&nbsp;내가 지녔다고 착각했던 여유도, 담담함도 사실 조급함의 다른 이름인 것은 아니였을까.어쩌면 이번 노동쟁의가 아무런 소득 없이 결말을 맞이 할지도 모른다.&nbsp;그럴 때 나는 여전히 여여함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은행 서류 4시간. 중국 생활 26년이지만 아직도 적응 안된다. &nbsp;&nbsp;난 아직도 멀었다.<br><br>By Dharma &amp; Maheal&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22/pimg_778719259506668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65569</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자전거 타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63328</link><pubDate>Sat, 21 Mar 2026 01: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63328</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1일차&nbsp;큰 애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 몸에 안간힘을 쓴다. 아이의 표정은 굳었고 볼은 빨개지고 이마엔 땀이 맺혔다.아이 바로 뒤에서 두 손으로 잡아 쓰러지지 않으려는 아이와 함께 나도 어느새 큰 소리를 쳤다.“멈추지 말고, 계속 페달 밟아.”내가 손만 놓으면 아이의 자전거는 얼마&nbsp;못가서 바로 쓰려져 버린다.덩달아 아이도 같이 자전거 핸들을 놓쳐 버린다.도대체 몇 시간을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큰 아이 초등 2학년때는 몸이 살이 많았다. 아니 그냥 또래 보다 확실히 뚱뚱했다.운동 신경도 나를 닮아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자전거 타기를 연습 시키면서 확실히 운동 신경이 없음을 깨달았다. &nbsp;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으려면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발바닥으로 페달을 계속 밟고 돌려야 한다. 몸의 무게 중심을 페달에 맞추어 계속 이동 시켜야 한다.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서있지를 못한다.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페달, 그리고 핸들을 잡은 양손의 균형이 모두 고정되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면 자전거와 몸은 기울어지고 급기야는 쓰러진다.자전거에게 움직임은 세우는 것이다.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의식도 없이 그저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야 넘어지지 않는다.결국 끊임없는 중심 이동이 바로 자전거가 달리는 원리이다.이건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과정이다.그래서 어릴 때의 자전거 타기는 한번 배우면 평생을 간다.&nbsp;정식 해고 통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 차를 반납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회사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nbsp;회사와의 소송이 매듭 지어지면 반납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결국 이번 주에 차량을 반납했다. 그 뒤로 나는 자전거를 다시 타기로 했다. 내 아이들처럼 어릴 때 배웠던 자전거 타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nbsp;큰 아이가&nbsp;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다시 뒤에서 잡아주고, 페달을 밟게 하고, 뒤쫓아 가길 무수히 반복해서야, 어느덧 아이의 자전거는 넘어질 듯 안 넘어가며 갈팡지팡을 오고 갔다.그렇게 비틀거리던 자전거는 서서히 중심이 잡히고 안정적으로 힘차게 달린다.아이의 동년의 자전거 타기는 이제 내게 다시 이어져 노동 분쟁이란 자전거 타기로 투영되어졌다.내 아이가 이제는 성인이 되어 자기 삶을 달려나가 듯, 나 역시도 이제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정되지 말고 끊임없이 굴리자.&nbsp;그래야 넘어지지 않고 세워진다.<br><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21/pimg_778719259506559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63328</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 두 개의 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9560</link><pubDate>Thu, 19 Mar 2026 12: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9560</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80일차새벽에 꿈을 꾸었다.&nbsp;큰절 두 개가 서로 이웃으로 나란히 붙어 있다.양쪽 모두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다니던 절에서 *천도재(薦度齋)를 준비했다.그런데 나의 천도재는 원래 다니던 절이 아닌 이웃에 있는 절에 가서 지내야&nbsp;한단다.원래 절에서 나의 위패와 향, 초, 그리고 물을 챙겨 준다. 그걸 쟁반에 담아 이웃 절로 가지고 가는데 가만히 보니 초도 작고, 향도 단지 하나 뿐이다.이웃 절 상단에 놓다가 그만 잘못하여 초를 넘어뜨려 불이 꺼지고 물에 빠져 버려 다시 쓸 수 없게 되었다. 아, 잘 됐다. 다시 돌아가 얻어오자.절로 돌아가니 내가 다니던 민턴 클럽에 가입한지 얼마 안된 여성회원이 초와 향들을 챙겨주는 것이다.현실에서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꿈에서는 이것 저것 다 챙겨주는 것이다.헝겁 가방에 담아 이웃 절 법당에 들어가니, 내 위패를 놔둔 곳에 이미 초도 켜져 있고 향도 사르고 있었다. 게다가 그곳 스님께서 이미 독경까지 마친 상태였다.스님 바로 뒤에 앉아 있던 그 절의 어느 청년법우가 나를 향해 옆에 앉으라고 한다.내가 평소에 앉는 좌복보다 이웃 절의 좌복이 너무 커서 다시 돌아가 좌복을 가져 올까 하고 망설였다.그 순간, 천도재가 끝났단다.그 절 공양주 분께서 오늘의 재주（齋主）분이 누구냐면서&nbsp;*공양(供養)하고 가라고 모시러 왔다.아니, 그 공양주분은 내 어린시절 친한 친구 어머니가 아니신가.서로 너무 반가워 얼싸안고 기뻐했다.이제는 아까 향과 초를 챙겨줬던 여성 회원까지 나타나 같이 공양간으로 가면서 꿈에서 깼다.&nbsp;이 꿈은 아마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무의식에서 만들어 낸 것 같다.천도재는 바로 현재 내가 치르고 있는 회사와의 분쟁을 해소하는 의식일 것 같다.그리고 익숙한 절은 나의 기존 익숙한 상황이며 이웃 절은 새로운 환경에 처한다는 의미 같다.향과 초 그리고 물은 실제 천도재에서 중요한 도구들이다. 아마도 분쟁에서 쓰일 법적인 자료나 증거를 상징할 지도 모르겠다.여성 회원등장은 조력자 일 것이다. 익숙한 사람이 아닌 사람이 뜻 밖에도 도움을 줄 것 같다.이웃 절에서 천도재를 이미 마쳤다는 것은 분쟁의 해소를 뜻한다.그리고 좌복이 커서 망설였다는 것은 내 자리가 &nbsp;분명 크게 있지만 아직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 보여진다. 내 무의식이 꿈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미 분쟁은 내가 어떻게 해 보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이미 절차대로 진행 되어질 것이고, 이 과정 중에 여러 어려운 점이 분명 생기겠지만 다행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되리라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 이런게 자화자찬 아니겠는가? &nbsp;&nbsp;<br><br>*천도재(薦度齋): 불교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 즉 영가(靈駕)들이 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마음을 모아 정성을 드리는행사이다. 단순히 극락왕생을 비는 의식이 아니라 내가 전생에 알게 모르게 지었던 업들을 녹여내고 부처님의 법에 따라 수행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공양(供養): 시주할 물건을 부처님전에 올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공양의 뜻은 아주 폭이 넓다. 수행적인 면에서 부터 배고픈 중생의 고통을 벗어나게 해주는 의미까지 두루 넚다. 여기서는 공양간 즉 절의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를 공양이라고 한다.<br>By Dharma &amp; Maheal&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9/pimg_7787192595063540.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9560</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법, 그 기원에 대해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7363</link><pubDate>Wed, 18 Mar 2026 1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7363</guid><description><![CDATA[날짜:2026년03월17일&nbsp;&nbsp;&nbsp;&nbsp;&nbsp;&nbsp;(출생18649일 중국생활 9567일)오늘의정진:&nbsp;법, 그 기원에 대해서-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8, 79일차&nbsp;기원전 2100년, 수메르의 우르남무 법전은 &nbsp;사람 사이의 충돌을 벌금으로 조정했다. &nbsp;기원전 1754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은 &nbsp;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nbsp;징벌을 내렸다.법을 통해 복수를 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복수가 아니라 복수를 멈추기 위한 기준이 되었다. &nbsp;법의&nbsp;형태는 달랐지만 목적은 같았다. &nbsp;분쟁을 끝내는 것이었다. 그 목적은 고대 법이든 현대의 법이든 다르지 않다.&nbsp;법은 처음부터 정의를 실현하기&nbsp;위해&nbsp;존재한&nbsp;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충돌을 일정한 틀 안에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nbsp;것이다.우리는&nbsp;법이&nbsp;진실을 찾아 줄 것이라고 믿지만 그건 어쩌면 우리의 순진한 환상일지도 모른다.현대의&nbsp;법은 입증 가능한 것만을 다루기&nbsp;때문이다.&nbsp;아쉽게도&nbsp;법은 정의를 완성하지 않는다. &nbsp;현실의&nbsp;법은 판단 가능한 기준 안에서 결론을 내리기&nbsp;때문이다.&nbsp;동양에서 법(法)은 물&nbsp;수 ’水’를&nbsp;상징하는 삼수변&nbsp;‘氵’&nbsp;에&nbsp;갈 거 ‘去’&nbsp;가&nbsp;합쳐진 글자이다.물이 간다는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즉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른다. 어디에도&nbsp;치우침 없이 적용되는 기준, 그리고 어긋난 것을 가르고 제거하는 질서를&nbsp;담았다.&nbsp;이때의 법은 순응과&nbsp;냉정한 기준이&nbsp;서로 섞여 있는 듯하다.&nbsp;&nbsp;그러나 이후 도가(道家)의 사유가 더해지면서 인간은 법을 따르는 것보다 흐름에 따르는 삶을 더 높은 경지로 보기&nbsp;시작했다. &nbsp;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가&nbsp;말한 ‘최상의&nbsp;선은 물과 같다’&nbsp;는 말은 법의 기준을 넘어 존재의 방식으로 확장된 선언이었다. &nbsp;불교 또한 이 흐름 위에 놓였다.&nbsp;집착을 내려놓고, 인연에 따라 흐르는 삶. &nbsp;이 지점에서 동양은 법 위에 도를 얹는다. &nbsp;법은 기준으로 남겼지만, &nbsp;도는 그 기준마저 초월하는&nbsp;경지로 들어선 것이다.&nbsp;서양의&nbsp;법&nbsp;‘law’&nbsp;는 ‘놓여진 것’에서 어원을&nbsp;찾는다. &nbsp;정해지고 고정된 규칙이며&nbsp;법은 하나의&nbsp;선(線),&nbsp;즉 라인(Line)이 되었다. 그 선을&nbsp;넘으면 처벌되는 경계를&nbsp;가지게 되었다. &nbsp;동양이 기준 위에 ‘흐름’&nbsp;을 얹었다면, &nbsp;서양은 기준 자체를 중심으로&nbsp;발전했다.&nbsp;&nbsp;그러나&nbsp;동양이든, 서양이든&nbsp;흐르든, 고정되든 결국 법은 인간이 만든 가장&nbsp;강력한 장치가 되었다.특히 권력이 강할 수록 법은 권력자에 따라 이용되었다.&nbsp;고대에는 계급에 따라 처벌이 달랐고, &nbsp;현대에도 정보와 자원, 경험을 가진 쪽이 &nbsp;법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활용한다. &nbsp;그래서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이지만&nbsp;사실은&nbsp;강한 자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된&nbsp;불편한 진실이 있다.평등과 공정은 이미 실현된 상태가 아니라 &nbsp;법이 끊임없이 지향하는 방향에 가깝다. &nbsp;&nbsp;법이 무너지면 정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nbsp;질서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에&nbsp;지금도 유지되고 믿게 된다.결국 법이 원하는 것은 사회질서 유지와 분쟁의 해결이다.그 해결을 합의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강제력이 동원된다. 그&nbsp;과정에서 모든 사람이&nbsp;다 똑같이&nbsp;법의&nbsp;판결에 동의하지&nbsp;못한다. 법은 그저&nbsp;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구조이기&nbsp;때문이다. &nbsp;&nbsp;법은&nbsp;그러한 불편한 진실위에&nbsp;정의와 공정이라는 언어를&nbsp;덧씌우게&nbsp;되는 것은 아닐까.&nbsp;냉정하게 보면&nbsp;법은 정의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다. &nbsp;단지&nbsp;법은 &nbsp;정의와 진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nbsp;붙잡고 있는 최소한의 형식이다. &nbsp;결국 법은&nbsp;인간이&nbsp;살아가는 사회&nbsp;구조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지 모든 분쟁을 해결하는 만능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법을 믿고 싶어한다. 그 어떤 신앙보다도 법이 공정하게 판단해주길 믿는다. 그래서 인간은 모순이다. 법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만큼은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믿음을 동시에 가지기 때문이다.&nbsp;중국 생활 9567일이면 26년이 넘은 시간이다. 26년을 중국에서 살고 있지만, 회사와 분쟁에 휩싸였다.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26년의 살았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이 또한 업보일까?미련한 생각이지만 미련하게 생각해본다. &nbsp;&nbsp;By Dharma &amp; Maheal&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8/pimg_778719259506258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7363</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探春 (탐춘) 봄을 찾아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4614</link><pubDate>Mon, 16 Mar 2026 22: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4614</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7일차&nbsp;探春&nbsp;(탐춘)&nbsp;봄을 찾아서盡日尋春不見春&nbsp;(진일심춘불견춘)&nbsp;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은 보지 못하고<br>芒鞋遍踏朧頭雲&nbsp;(망혜편답롱두운)&nbsp;신이 다 닳도록 언덕 위 구름까지 따라 갔다.歸來偶過梅花下&nbsp;(귀래우과매화하)&nbsp;허탕치고 돌아 오다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다春在枝頭已十分&nbsp;(춘재지두이십분)&nbsp;어느덧 봄은 이미 매화가지 끝에 &nbsp;있었네&nbsp;북경에도 봄이 왔다.불과 2주전에 눈이 펑펑 쏟아졌었는데...어느덧 아파트 단지의 나무 가지에는 파릇한 발아 싹들에게 조금씩 물이 오르고&nbsp;있다.그중에는 아주 이르게 꽃이 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내게도 봄은 이미 와 있었다.&nbsp;&lt;탐춘&gt; 은 '봄' 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송나라 때 시이다.작자는 미상으로 알려졌으나 비구니 스님이 지었다고도 전해진다.수행자가 도를 찾는 구도의 여정을 봄을 찾는 것에 비유했다.봄도, 사랑도, 깨달음도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우리는 항상 쫓기듯 밖으로 대상을 구하는 습성이 있다.구하는 대상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늘 밖으로 향한다.그렇게 내가 있는 자리가 바로 구하는 것의 시작임을 늘 잊는다.밖에서 찾지 말고 안에서 찾자.어쩌면 구한다는 것조차 필요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봄은 때가 되면 스스로 찾아온다.사랑도, 깨달음도 스스로 찾아 올 것이다.&nbsp;<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6/pimg_778719259506126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4614</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신심명, 그 이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1881</link><pubDate>Sun, 15 Mar 2026 17: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1881</guid><description><![CDATA[날짜:2026년03월14일&nbsp;&nbsp;&nbsp;&nbsp;&nbsp;&nbsp;(출생18646일 중국생활 9564일)오늘의정진:&nbsp;신심명, 그 이후-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6일차&nbsp;“무엇이 부처 입니까?”눈 앞의 눈 빛이 맒은&nbsp;어린 사미승(沙彌僧) 이 부처에 대해 물었다.“그대의 마음은 무엇인가?”이제 부처에 대해 묻는 사미승의 마음을 보고 싶어 졌다.’“저의 마음은 무심입니다.”‘자신의 마음이 무심임을 안다면 어찌 부처의 마음을 모르겠는가?’“그대 마음이 무심이라면 부처님은 무슨 마음인가?”사미승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드러난다.‘부처와 나의 마음이 둘이 아님을 아직 모르는가?’“화상이시여, 자비를 베푸셔서 해탈하는 법문을 내려주시옵소서.”사미승이 합장을 하며 간절한 마음을 내보였다.“누가 그대를 속박 했는가?”사미승은 잠시 멈칫하다가 답한다.“아무도 속박한 자가 없습니다.”사미승은 아직 순수하고 진실하다.“옳다. 아무도 속박한 자가 없다면 그대는 무엇에서 벗어나려는가?본래 벗어날 것이 없거늘 어찌 다시 해탈에 이르려 하는가?”사미승의 맑은 눈이 커지며 빛이 나기 시작한다.“그대는 내 곁에 머물라.”사미승은 스승의 예를 올린다.&nbsp;이 14세의 어린 사미승은 그날 이후 승찬 (僧璨, ?~606)대사 곁에서 9년간 머물게 된다.그가 바로 훗날, 승찬의 법을 이은 4조 도신(道信: 580~651) 이다.&nbsp;해가 지기 전, 하늘은 어느 순간 다시 한번 불 타오르듯 밝아진다.회광반조(回光返照), 빛을 돌이켜 다시 한번 비추어 본다는 뜻이다. 어린 도신의 마음은 스승과의 문답에서 회광반조를 얻은 것이다.승찬의 신심명은 도신에게 회광반조를 일으켰다.나의 어두운 순간에도 어쩌면 다시 한번 밝아질 순간이 찾아오게 됨을 잊지 말아야겠다.진흙탕 정진은 계속 된다.<br><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 &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5/pimg_7787192595059852.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51881</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진흙탕 속의 연꽃 정진</category><title>진흙탕 정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9576</link><pubDate>Sat, 14 Mar 2026 11: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9576</guid><description><![CDATA[날짜:2026년03월13일&nbsp;&nbsp;&nbsp;&nbsp;&nbsp;&nbsp;(출생18645일 중국생활 9563일)오늘의정진:&nbsp;진흙탕 정진-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5일차&nbsp;모르는 전화를 받아 보니 상대방은 자기는 경찰이라고 했다.&nbsp;당신이 oo 이요? 왜 회사 차를 돌려주지 않고 있소? 얼른 회사로 돌려 주세요.네, 맞아요. 회사 차는 제가 가지고 있어요. 언제든지 돌려 줄 수 있어요.그런데 회사가 아직 저한테 해고통지서를 주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노동쟁의를 신청한 상태에요.그래서 해고 통지서를 주면 바로 절차에 따라 돌려 줄꺼예요. 아니면 노동쟁의 결과가 나와야 해요.에이, 일이 복잡하게 됐구만. 그럼 얼른 알아서 해결 하쇼. 일단 신고가 들어 왔으니 여권 번호를 대시오.네, 알려 드려야죠. 혹시 신고자가 xx 가 아닌가요? 맞소, 그 사람이 자기는 출장중이라 전화로 내게 신고를 했소.네, 고마워요. 그 사람은 사실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에요. 그럼 뭐요? 회사 직원이 아닌 사람이 신고 했단 말이오?네, 그건 경관님께서 다시 확인해 보셔야 겠어요. 일단 전 회사의 정식 통지서가 오면 돌려 줄꺼예요.알았소, 전화기 끄지 말고 항상 전화 오면 받으쇼.&nbsp;회사를 상대로&nbsp;노동쟁의 신청을 한 것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치사한 생각이 올라왔다. 13년간 일한 회사의 마무리가 이제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했다.회사는 정식 해고 통지를 주지 않고 구두로 해고를 했다. 경제 보상금과 사회 보험을 주지 않으려는 계산으로 정식 직원이 아닌 계약직 직원으로 변경시켰다.13년 동안 정식 직원이라 믿고 일했는데 그동안 계약직으로 일해왔다는 황당함에 회사에 정식 항의를 했으나 모두들 외면했다.억울한 심정에 결국 노동 중재를 신청했다. 과연 나는 13년 동안 북경에서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인가?<br>변호사 상담했다.증거를 모으란다. 내가 정식 직원임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단다.넘치고 넘친게 업무자료인데, 정리가 필요하다. 노동쟁의 신청을 들어간 것이 회사에 전달되니 회사는 여러 수단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br>사무실에 있는 내 짐을 가져 가지 않으면 바로 처리하겠다.핸드폰 번호는 회사 것이니 말소 시키겠다.취업비자를 취소 할 테니 그렇게 알아라.회사 총경리에게 개인적 채무를 진 사실을 근거로 차용증을 써서 내라.<br>연 사흘간 문자와 전화로 압박을 하고 급기야는 감정을 자극하는 말 까지 쏟아내었다.이때 나의 마음을 지켜고 보고자 했다.같이 소리 치고 싶고, 욕하고 싶고, 당장 눈에 보이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br>아, 업식이다. 이게 다 눈에 보이는 환상이자 업식이다.지켜본다. 올라오는 내 감정만 지켜 본다.상대의 말과 행동에 나는 어떤 마음이 올라 오고 있는가.앞으로 정진은 진흙탕속의 한바탕 정진이 될 것이다.과연 진흙 속에서 연꽃은 피어날 수 있을까.<br><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4/pimg_778719259505867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9576</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선어록/신심명</category><title>신심명(信心銘)을 마치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7797</link><pubDate>Fri, 13 Mar 2026 12: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7797</guid><description><![CDATA[날짜:2026년03월12일&nbsp;&nbsp;&nbsp;&nbsp;&nbsp;&nbsp;(출생18644일 중국생활 9562일)오늘의정진:&nbsp;신심명(信心銘)을 마치며-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4일차<br>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온 이후 선은 탄생했다.부처님의 말씀이 교라고 한다면,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한다.붓다의 육신은 사리로 남아 수 많은 불교도들의 경배를 받고 있지만붓다의 마음은 선으로 남아 수 많은 수행자들을 이끌고 있다.단비구도의 마음으로 부처의 마음을 이어간 달마의 제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하지만 그들이 법을 이을 수 있었던 공통점은 바로 하나다.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진 경지를 체험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nbsp;라는 육체적 공간을 넘어 갇힌 세계를 벗어났고, &nbsp;과거 미래 현재를 구분하는 시간을 초월했다.오직 ‘마음’&nbsp;이라 쓸 수 밖에 없어서 마음이라고 표현한다.즉 마음을 깨친 것이다.<br>심즉불 (心則佛)&nbsp;마음이 바로 부처임을 깨친 것이다.<br>그래서 신심명은 선의 스승들이 부처로 가는 가장 요긴한 길을 알려주는 지도와 같다.부처로 가는 길은 무수히도 많다.경전을 쓰고, 독송하고, 외우기도 하고, 참선을 하고, 기도도 한다.하지만 그 모든 수행이 바로 마음을 떠나지 않고서는 이룰 수가 없다.승찬 스님은 문둥병이라는 병을 가지고 마음의 길에 들어섰다.혜가 스님은 불안이라는 심리를 가지고 마음의 길에 들어섰다.달마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여정 속에서 이미 마음에 도달했다.2500년전, 붓다가 가신 길을 지금도 여전히 우리 중에 누군가는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이다.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찾고, &nbsp;또 걸어갈 사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오직 자신의 믿음만 지켜 볼 뿐이다.그 믿는 마음이 바로&nbsp;신심(信心) 이요.그 신심이 바로 부처로 가는 길이다.<br>지도무난 (至道無難)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유혐간택 (唯嫌揀擇)오직 간택하는 마음 조차도 꺼리지 말라단막증애 (但莫憎爱)&nbsp;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조차도 걸리지 않는다면통연명백 (洞然明白) 모든 통하여 명백하게 드러난다.신심불이&nbsp;&nbsp;(信心不二）믿는마음은 둘이 아니요불이신심 （不二信心）둘이 아닌 것이 바로 믿는 마음이라.<br><br>By Dharma &amp; Maheal &nbsp;&nbsp;&nbsp;&nbsp;<br>그저 마음 속 깊이 계신 스승님들께 합장 경배하며 신심명 관노트를 회향(廻向)합니다. &nbsp;廻向: 돌릴 회 , 향할 향, 회향은 불교에서 자신의 공덕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 향한다는 뜻임.<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3/pimg_778719259505758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7797</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선어록/신심명</category><title>언어도단(言語道斷)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6287</link><pubDate>Thu, 12 Mar 2026 16: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6287</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4일차&lt;言語道斷/언어도단/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nbsp;&nbsp;非去來今/비거래금/과거 미래 현재가 아니다&gt;<br>부처의 법이 인도에서 전해진 지 1000여년,점점 쇠퇴해지는 법을 걱정한 &nbsp;스승 반야다라는 제자 달마로 하여금 동쪽으로 다시 이어가게 했다. 달마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왔다. 부처의 법이 동쪽에서 다시 이어졌다.달마는 소림굴에서 자신이 이어온 법을 혜가에게 전수했다.이심전심(以心傳心), 오직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법은 불타가 생존시 부터 전해지는 방식이었다.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전수법은 세상이 다하는 날 까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단비구도의 상징으로 외팔이 된 &nbsp;2조 혜가를 향해 어느 한 수행자가 &nbsp;공경을 담아 외팔로 합장을 올린다. <br>스님, 제가 문둥병을 앓고 있습니다.그래서?이 병을 낫고 싶습니다.문둥병 이라는 그 병의 실체를 꺼내 보거라.이렇게 여기 저기 썩어가는 이 몸이 실체 입니다.아니다. 그건 네 몸이지 병이 아니다.몸이 병이 아니라면 병은 이 몸안에 있습니다.그래 병이 몸안에 있다면 얼른 꺼내 봐라. 내가 고칠 수 있다.안됩니다. 몸안의 병은 꺼낼 수가 없습니다.그래, 몸안의 병은 꺼낼 수가 없다. 그런데 그대는 몸안에 병이 있음을 어찌 아는가.몸 밖의 살이 썪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몸 밖의 살이 썪는 것이 병 때문임을 그대는 어찌 아는가?문둥병 수행자는 병이 있음을 어찌 아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했다.그러나 병이 있음을 어떻게 아는가, 누가 아는가, 내 몸이 병이 아니고 &nbsp;내 몸안의 병도 아니라면 무엇이 날 썪어가게 하는가.스님, 모르겠습니다. 몸 밖의 병도, 몸안의 병도 꺼낼 수 없습니다.그래, 이제 비로소 그대의 병은 다 낫게 되었다.<br>신심불이(信心不二)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고, &nbsp;&nbsp;불이신심(不二信心) 둘이 아닌것은 믿는 마음이니언어도단(言語道斷)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nbsp;&nbsp;비거래금(非去來今) 과거 미래 현재가 아니다&nbsp;혜가의 말에 문득 수행자는 말이 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병의 실체가 없음을 아는 그 마음을 얻은 것이다.이제 그대의 병은 더 이상 그대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스님, 이제서야 제가 문둥병이라는 이름을 붙들고 있음을 알았습니다.그대, 그걸 알았다면 내 법은 그대에게로 전하노라.&nbsp;혜가는 외팔로 문둥병 수행자의 머리에 손을 댄다.문둥병 수행자는 업드려 절을 하고 눈물을 흘린다. 이후 문둥병 수행자는 정말로 문둥병이 낫았다. 3조 승찬대사, 그는 단비구도(斷臂求道)의 스승, 혜가를 이어 부처의 법을 이어 받은 것이다.그리고 지금 우리에게&nbsp;*신심명(信心銘)이라는 깨달음의 소식을 전하기에 이르렀다.시간과 공간을 넘어, 언어가 끊어진 자리에 승찬 스님의 울림이 아직도 퍼져나가고 있다.그대, 보이지 않는가.<br>주: 言語:&nbsp;말씀 언, 말할 어 : 언어의道斷:&nbsp;길 도, 끊어질 단 : &nbsp;길이 끊어지고非去:&nbsp;아닐 비, 지나갈 거 : 과거가 아니다.來今: 올 래, 이제 금: 미래와 현재<br>&nbsp;*신심명(信心銘): 4언 (四言) 2구 (二句)로 된 73게송으로 146구 584자로&nbsp;된 짧은 경전이다. 3조 승찬(僧璨&nbsp;?~606)&nbsp;대사가 지었음. &nbsp;대승경전의 핵심인 불이사상과 화엄경의 정수가 모두 포함 되어 있어 수행자라면 계속 두고 읽어 주면 좋을 것 같음. 오늘은 신심명 마지막 구절로 관노트 신심명을 마치고자 합니다.<br><br>By Dharma &amp; Maheal&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2/pimg_778719259505693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6287</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선어록/신심명</category><title> 알량한 마음과 *단비구도(斷臂求道)</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3446</link><pubDate>Wed, 11 Mar 2026 11: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3446</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2일차&lt;信心不二/신심불이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고, &nbsp;&nbsp;不二信心/불이신심/둘이 아닌것은 믿는 마음이니&gt;&nbsp;한 겨울의 칼을 베는 듯한 바람 소리가 소림굴 안까지 들려온다.하지만 그 어떤 휘몰아치는 눈 바람도 소림굴 안의 고요를 깨드리지는 못했다.단지 굴 앞에서 언제부터 인지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하는 수행자의 마음의 파동만 느낀다. <br>그대는 누구인가.소승은 신광(神光)이라 하옵니다.왜 나를 찾는가.대사께서 천축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한번 뵙고 싶습니다.그대의 알량한 마음으로는 나를 볼 수 없다.<br>알량한 마음이라니... 신광은 결심했다. 품 안의 칼을 빼내 들었다.시퍼런 서슬의 칼날에 휘몰아 치는 눈 바람에 쌓여 있는 자신의 몸이 비춰졌다.신광은 망설임 없이 오른 손에 쥔 칼로 왼팔을 끊어내기 시작했다.흰 눈위에는 뚝뚝 떨어지는 선혈로 번져졌다.칼을 집어 던지고 끊어낸 왼팔을 들고 신광은 소림굴을 향해 외쳤다.<br>이 팔 하나를 바치겠습니다. 이래도 알량한 마음입니까.알겠다. 팔을 잘라 도를 구하는 그대의 신심이(信心) 그러하다면 이제 말 해보게.저의 마음이 불안합니다. 도무지 그 불안을 없앨 수가 없습니다.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그럼 내게 가지고 오게. 내가 그 불안한 마음을 단박에 없애겠네.<br>신광은 불안한 마음을 찾으려 했다. 불안한 마음의 근원이 어디에 있던가.<br>저는 젊었을 적 군대에서 싸우느라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 살생의 마음 때문에 괴롭습니다.그런데 그 마음을 꺼내 보여드릴 수가 없습니다. 꺼내지도 못할 마음을 그대는 불안하다는 감정만 붙들고 있지 않는가.그렇다면 이미 그대의 불안한 마음이란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닌가.<br>신심불이(信心不二)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고, &nbsp;&nbsp;불이신심(不二信心) 둘이 아닌것은 믿는 마음이니&nbsp;순간, 신광은&nbsp;마음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팔을 잘라 바쳤던 그 신심과 불안을 떨게한 마음이 모두 사실 둘이 아니였던 것이다.즉 불이심이 곧 믿음이 되는 것이고, 믿음이&nbsp;곧 불이심(不二心)&nbsp;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보리달마의 법이 신광에게로&nbsp;이어지는 시절인연이 도래한 것이다.이후 달마는 신광에게 새로운 법명을 내렸다.그가 바로 이 신심명(信心銘)을 남긴 승찬(僧璨)&nbsp;대사의 스승,&nbsp;2조(祖)&nbsp;혜가(慧可, 487~593)&nbsp;였다.&nbsp;주: 信心:&nbsp;믿을 신, 마음 심&nbsp;: 믿는 마음不二:&nbsp;아닐 불, 둘 이 : &nbsp;둘이 아니다.不二:&nbsp;아닐 불, 둘 이 : 둘이 아님은信心: 믿을 신, 마음 심: 믿는 마음이다. *단비구도(斷臂求道): 팔을 잘라 도를 구하다. 혜가는 진리를 얻고자 자신의 팔을 잘라 도를 구했다는 의미로 간절한 구도심을 대표하는 성어이다. <br><br>By Dharma &amp; Maheal&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1/pimg_778719259505550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3446</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선어록/신심명</category><title>여시여시(如是如是）！</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1621</link><pubDate>Tue, 10 Mar 2026 11: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1621</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1일차&lt;但能如是/단능여시/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하면&nbsp;&nbsp;何慮不畢/하려불필/마치지 못할까 무엇을 걱정을 하랴&gt;&nbsp;화려한 누각 아래 황금 빛 나는 곤룡포를 입은 황제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br>짐은 살아있는 부처와 다름 없소. 황금 빛 불상을 모든 절마다 크게 안치하고, 많은 불경들을 편찬했으며, 수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고 있기 때문이요. 나의 이러한 공덕은 불법을 널리 흥하게 하고 나라를 번성하게 할 것이오.그대가 그토록 서역에서 온 대단한 인물이라면 나의 공덕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오.<br>눈 앞의 누더기를 눌러 쓴 파란눈의 이역의 수행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br>왜 말이 없소, 이처럼 불법을 흥하게 한 나의 공덕이 얼마나 되겠소.빈승이 볼 때, 대왕의 공덕은 “&nbsp;무(無)”&nbsp;입니다. 무(無)? 아니 무라고, 그럼 아무 공덕이 없다는 말이오?<br>수행자는 아무 말 없이 합장만 할 뿐이었다.황제는 화가 났다. 자신의 공덕을 인정해 주지 않다니. 생긴 것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이게 무슨 천축 제일의 승려라고? 얼굴은 산적처럼 생겼고, 하는 짓도 못 마땅하다. 아마 소문은 거짓임이 틀림없다. 그대는 나랑 안 맞는가 보오, 그냥 물러 가시오.<br>왕에게 핀잔을 들은 수행승은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숭산 소림사로 향했다.수행승은 나지막히 읖조렸다.아직은&nbsp;좀&nbsp;더... 하지만 곧 시절 인연은 도래 하리라.<br>일즉일체(一即一切) 하나가 곧 일체요일체즉일(一切即一) 일체가 곧 하나이니단능여시(但能如是) 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하면하려불필(何慮不畢) 마치지 못할까 무엇을 걱정을 하랴&nbsp;소실산 기슭 동굴 속으로 들어간 수행자는 동굴 벽을 향해서 앉았다.어두운 동굴 속에서 자신이 왜 서역에서 동쪽으로 왔는지&nbsp;부터 다시 생각했다.아, 스승님,스승님께서는 일찍이 불타의 가르침이 자신의 대에서 끊어지는 것을 염려하셨다.<br>가라, 동쪽으로, 그대가 동쪽으로 가서 희미해져가는 불을 이어지게 하라.동쪽에는 분명 이 법을 좋아하고 깨닫는 자가 많을 것이다.두려워 하지 말고 염려도 말고 그냥 떠나시게. &nbsp;내 그대에게 붓다로 부터 이어진 법을 전수하노라. 그렇게 스승 반야다라에게서 이어진 법은 달마에게 전해졌다.<br>꽃이 피고, 떨어지는 비에 꽃도 지고, 바람이 불어, 낙엽이 흩어진다.눈이 내리고, 어쩌다 다가오던 산짐승의 발자국도 조용해진다. 동굴 밖은 수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오직 동굴 안에만 깊은 고요함으로 시간이 멈춘 듯 했다.유(有)는 곧 무(無)로 돌아가고 있다. 변하고 있다.이제 달마는 소림굴에서 시절인연이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 오고 있음을 알았다.여시여시(如是如是）！결국 그러할 일은 그러하게 되어지라. &nbsp;주: 但能:&nbsp;다만 단, 능할 능 : 다만 ~할 수 있다면如是:&nbsp;같을 여, 바를 시 : &nbsp;이와 같다.何慮:&nbsp;어찌 하, 생각할 려 : 어찌 ~생각하겠는가不畢: 아닐 불, 마칠 필: 마치지 아니 함을, 즉 끝내지 못함을By Dharma &amp; Maheal&nbsp;&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10/pimg_778719259505451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41621</link></image></item><item><author>마힐</author><category>선어록/신심명</category><title>하나의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39707</link><pubDate>Mon, 09 Mar 2026 12: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39707</guid><description><![CDATA[- 다시, 100일 정진&nbsp;&nbsp;70일차&lt;一即一切/일즉일체/하나가 곧 일체요&nbsp;一切即一/일체즉일/일체가 곧 하나이니&gt;&nbsp;간 밤에 그렇게 달고 시원했던 물이 아침에 보니 더럽고 역겨운 해골 바가지에 담긴 구정 물이었다니.똑 같은 물인데 왜 간 밤에는 맛있었고 아침에는 구역질이 났는가.해골물의 실체를 체험한 후 스님은 당나라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원효(元曉, 617~686),&nbsp;이제 진리를 찾아 더 이상 밖으로 구할 필요가 없어졌다. 도반으로 함께 수 차례 고난을 만났어도 의지가 되었던 원효스님이 돌아간다는 말에 의상은 흔들렸다. <br>결국 홀로 가야 하는 구나. 그래, 진리를 체험하는 것은 본래 혼자다. 의상과 원효는 본래 모두 화랑 출신이며 출가하여 스님이 된 이후 깨달음을 얻어 백성을 구제하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원을 세웠었다. 때마침, 현장 법사가 죽음을 무릎 쓰고 마침내 서역의 경전을 가지고 당나라로 들어 왔단다. 우리도 함께 당나라로 건너가 현장 스님에게 법을 구해야 한다고 다짐했다.10년의 세월 동안 바다를 건너다 풍랑을 만나 겨우 목숨만 건져 돌아오거나, 고구려 군사에게 붙잡혀 겨우 빠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nbsp;법을 구할 수만 있다면... 중생을 위해, 나라를 위해서라면...이제 저 바다만 건너면 드디어 당나라에 도착하는데... 의상(義湘, 625년 ~ 702년)은 도반 원효스님의 결정을 받아 들이고 홀로 당나라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의상과&nbsp;원효는 서로 다른 길을 갔던 것인가.<br>일즉일체(一即一切) 하나가 곧 일체요일체즉일(一切即一) 일체가 곧 하나이니&nbsp;의상스님은 당나라에 도착 후 동경하였던 삼장 현장법사께 가르침을 받고자 했다.현장법사의 천축을 향해 법을 구하는 여정과 의상스님이 당에 가겠다는 구도심이 서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인연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의상스님이 당나라에 도착한 뒤 얼마 안가서 현장법사는 열반에 드셨다. 의상스님의 인연은 삼장 현장 법사가 아니었다. 그의 인연은 화엄종(華嚴宗)이었다. 화엄경의 &lt;입법계품&gt;에는 선재동자가 법을 구하기 위해 선지식 53인을 만난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의상스님은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만나듯 화엄종의 초조인 지상지엄(至相智儼602~668) 스님에게 화엄의 법통을 이어 받게 된다.그때 탄생 된 것이 바로 법성계(法性偈)이다.<br>법성계는 &nbsp;화엄경 80권의 막대한 분량을 단지 7언 30구 210자로 뽑아낸 정수중의 정수에 해당된다.화엄의 핵심 구절, &nbsp;일중일체 다중일,일즉일체 다즉일(一中一切多中一,一卽一切多卽一)즉 하나안에 일체가 있고, 일체안에 하나가 있다.신심명의 일즉일체, 일체즉일(一即一切,一切即一)과 만나는 지점이다. <br>승찬스님은 현장법사나 의상조사 처럼 법을 구하러 떠난 사람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심명은 화엄의 핵심을 포함하고 있다.어쩌면 승찬스님은 원효스님처럼 일체유심조를 깨달았지도 모른다.아니 분명 승찬스님 또한 일체유심조를 앞서서 깨달았던 것이다.승찬에서 현장 그리고 의상과 원효가 모두 하나의 법으로 이어진다.<br>주: 一即:&nbsp;하나 일, 곧 즉&nbsp;: 하나가 곧一切:&nbsp;하나 일, 온통 체 : &nbsp;일체라一切:&nbsp;하나 일, 온통 체: 일체가即一: 곧 즉, 하나 일:&nbsp;곧 하나라<br><br>By Dharma &amp; Maheal&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6/0309/pimg_7787192595053619.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8719259/1713970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