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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 친구
이자벨라 팔리아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김지연 옮김 / 이야기공간 / 2021년 3월
평점 :
그림책은 자기가 처한 상황만큼 해석하고 보인다. '상자 속 친구' 그림책은 짧은 그림과 글 속에 내가 겪었던 많은 장면들과 사람들이 생각난다. 상자를 바라보는 입장과 상자 속 입장 모두 보고 듣고 겪어 보았지만 이렇게 따뜻하고 완벽한 결말을 기대해도 괜찮을까?
표지는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이 한 곳을 응시하고 바라본다. 바로 구멍이 두 개 있는 네모 상자다.
그 상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적대적이지 않다. 호기심에 바라보지만 완전 가까이 가 있지도 않고 공격하려고 하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에서 모두 상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등장 인물 모두 상자 속 친구에 대해 염려하고 걱정하고 기다려줄 줄 안다. 힘을 사용해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고 함부로 뚜껑을 열지 않는다. 함부로 단정짓고 조언하거나 충고하지 않는다. 스스로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쾌하게 기다려 줄 뿐이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기꺼이 감싸주는 상자 밖 친구들.
그림책에서 장을 넘길 때 마다 시간이 지나가니, 그렇게 상자 밖으로 나오기 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을거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기다려 준 상자 밖 친구들은 드디어 상자 속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아무런 편견 없이 상자 속 친구를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어떤 이유가 있는지 작품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우리도 움츠려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분명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너는 왜 그렇게 숨어 있냐고 얼른 나오라고 소리치게 되면 그 아이는 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상자 밖 친구들처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야만 비로소 안심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런 친구가, 그런 선생님이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저마다 사정이 있다. 억지로 손을 끌어 잡을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 늘 내밀고 있을 수 있는 넉넉한 어른이고 싶다. 그렇게 온기가 느껴지면 그 아이도 내가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상자 속 친구>는 글 서사와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동물들의 털 하나 하나 세밀하게 표현하고 색감도 너무나 따뜻한 그림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상자 속 친구가 더 이상은 상처 받지 않고 베푸는 사랑을 기꺼이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