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발 멀리 차기 ㅣ 창비청소년시선 37
서형오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9월
평점 :
고등학생들 가까이 있다고 해서 그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곁에 있다고 안다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갈등할 일도 없겠지.
<신발 멀리 차기>는 청소년의 아픈 마음을 꺼내어 세상에 내보이고, 따뜻한 볕을 쬐어 안아 줄 수 있는 시가 담겨있다. 그래서 읽는 청소년 독자는 공감을 할 수 있고, 이미 청소년 시절이 지난 나 같은 어른들에게는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 안에 복잡하고 어두운 모습을 하고 웅크리고 있는 그 아이를 본다. 미성숙하고 내 마음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아이가 산다.
중학교 1학년 때
소변을 참고
문제에 매달리다가
바지를 적신 뒤로
시험 때만 되면
가슴이 울렁울렁
한 시간에 한 번꼴로
꼭 지퍼를 내려야 하는
시험증후군
- 시험증후군 부분
이 시의 화자처럼 중학교 시절 수학시험만 치면 손바닥이 축축하게 시험지로 젖어 곧 울음이 터질 것 처럼 시험을 쳤다. 그 때의 기분이 너무나 생생하다. 20년이 지났는데도 그 풍경이 생생하다. 화자도 시험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으리라. 어른들은 아무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 공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잊어버렸나보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지만 학교에만 시선이 가 있는 거 아니다. 엄마아빠가 왜 싸우는지, 할머니가 무슨 걱정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는 내 맘을 왜 아프게 하는지, 또 나의 이웃집과 마을과 나라에도 시선이 가 있다.
그래서 온전히 책임지는 성인은 아니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나무처럼 쑥쑥 크고 있다.
우리는(교사들은) 작품으로나마 그들이 안녕한지 인사하고 또 같은 아이들과 작품을 연결시켜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