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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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외면한다고 해서 그 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존경하는 선배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입니다. 세상에는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학대, 환경 파괴, 동물, 가난, 폭력, 전쟁.. 그것의 종류는 너무 많지만 하나로 이야기 하자면 모두 평화에 반하는 일입니다. 예전에 역사를 가르칠 때도 깊이 있게 마음을 다하면 가르치기도 전에 제가 소진되기도 했습니다. 

 유년시절에 읽었던 <안네의 일기>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유대인 학살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야누스 코르착의 <아이들> 책을 읽고 또 한번 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학살을 사회시간에 다루기도 했습니다. 사실을 교과서나 기사의 활자로 읽을 때는 아주 잠깐의 슬픔이지만 문학작품으로 접할 때는 온 정신이 거기에 머뭅니다. 너무 괴로울 거라는 핑계로 역사적 사실이나 진실을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서두에 말했듯이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는 이보나흐므엘레프스카의 그림이라 얼른 보고싶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수와 인형들을 가진 그들의 삶이 결코 아름답지 못합니다. 자전적 사실에 기반한 그림책이라도 그 잔인한 역사를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캄캄한 지하에서 밖으로 나가본 적 없은 아이가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것 그것만이 저를 꺼이꺼이 울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암묵적으로 어두웠던 역사적 한 시절이라도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일은 목놓아 울게 만듭니다. 게토의 생활이 유년시절의 전부였기에 엄마와의 대화, 흙바닥 놀이, 엄마의 노래,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과의 대화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흔이 다 되어 가지만, 전쟁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 아이들을 죽이는 것, 아이에게 엄마를 빼앗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모두는 죽는데 사는 동안 인종과 종교 때문에 왜 고통스럽게 해야하는 걸까요? 이것에 대해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하염없이 자신을 기다릴 걸 아는 엄마는 다른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도 애쓰는 일을 하였지만 한 아이에게는 엄마가 죽어버렸으니 그 외로움은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요.. 


" 그럴 순 없어. 살아 있는 엄마는 없어. 없다고. 다른 애들한테 다 물어봐. 살아 있는 엄마가 누가 있나."

 

다시 역사는 반복됩니다. 뉴스 속에서 미얀마 숲에 숨은 가족들의 두려운 눈이 우리집 평온한 티비를 통해 보여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이에게 엄마를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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