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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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환상방황(은행나무)을 읽었다.

대학시절 팀으로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적이 있다. 본래 안나푸르나 트래킹 일정은 2박 3일이었으나, 나와 형 한 명은 일행에서 떨어져 하루를 더 걷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가이드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나서야, 우리는 길을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푼힐에서 본 일출은, 평생의 자랑거리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기에 더욱 반가웠다. 평소 좋아하던 정유정 작가가 첫 해외여행을 안나푸르나로 다녀왔으며, 그 여행기가 출간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말이다.

처음 접한 그녀의 글은 `7년의 밤`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앞 표지를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혹 이름이 여성스러운 남자 작가가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묵직하게 풀어내는 필력에는, 신경숙 씨나 공지영 씨로 대표되는 한국여류소설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었다. 뒤이어 읽은 `28`에서도, 그 힘은 여전했다.
이 책에서, 그 힘의 원천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살아온 길과 안나푸르나의 환상종주 길, 두 길의 얘기를 적절히 버무려 담담하고 능청스럽게 엮어냈다. 읽으면서 그 날의 안나푸르나가 떠올랐다. 언젠가는 꼭 다시 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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